최근 행정자치부가 지난 55년간 고수해 온 부동산 신탁등기 등록면허세를 정액제에서 비례정률제로 바꾸는 세법 개정안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을 예고했다.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는 최근 224개의 지자체가 출연해 운영 중인 한국지방세연구원에서 연구 보고를 받았다.이 보고서에서 유태현 연구원은 일본의 신탁등기 제도와 비슷한 방식을 차용하고 있는 한국은 정작 0.48%의 등록면허세를 부과하는 신탁재산의 가액에 따른 정률세 체제는 따르지 않는다며 비례세율의 타당성을 부여했다.
연구보고를 근거로 부동산 규모가 커지면 세금도 더 내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행자부의 입장이다. 개인이 근저당을 설정해도 등록세율 0.2%를 적용 받는데 현재 부동산 신탁등기 시 한 건당 지방교육세 20%를 포함한 7,200원이 대기업 규모의 신탁회사가 지불하는 비용의 전부라며, 조세형평성과 세수확대를 위해 행자부는 정률제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세수확대는 최근중앙정부의 지방재정 지원금이 급감한 지방재정 확충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업계는 수천억대의 세금폭탄을 맞게 됐다. 지난 해 부동산 신탁 평균 수탁액 80억원을 기준으로 비례정률제가 도입되면 등록세가 기존 7,200원에서 무려 5,333배가 늘어난 3,840만원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시중의 11개 부동산신탁사의 예상 과세액만 약 4,5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 된다. 189조원 규모의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업계의 반발은 당연지사다. 특히 토지건물주를 대신해 개발사업을 대행해 주는 부동산 신탁사는 충격에 휩싸였다. 신탁등기 등록면허세는 토지나 건물소유자가 신탁회사에 자산 신탁을 위해 필요한 소유권 이전을 등기하고 그와 함께 신탁자산임을 확인시키기 위한 '부기등기'를 하는 과정에서 부과되는 세금으로 수탁자인 신탁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현 체계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업체가 아닌 고객에게 전가하면 되지만 신탁사업의 수익률이 떨어지면 고객의 투자의욕도 낮아지는 모순이 존재한다.
한 업계관계자는 “신탁수수료가 많아야 0.1%인데 0.48%는 배보다 배꼽이 큰 것”이라며 “과세안이 현실화되면 부동산 개발시장의 핵심역할을 하는 부동산신탁사의 부도는 물론 신탁제도를 활용하는 부동산펀드와 리츠 등 간접투자가 위축돼 건설경기 침체와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염려했다.
또한 일본의 경우 부동산신탁 비중이 전체신탁의 0.1%에 못 미칠 정도로 거대한 경제규모를 자랑하지만 한국은 전체의 28%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어서 단순 세제비교를 통한 방식은 위험하며 이번 과세는 최근 정부의 기업형임대주택 국공유지 개발신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 전문가 경고했다.
자칫하면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고사 시킬 수 도 있는 만큼 정부가 업계와의 많은 소통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와 세수 확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도록 현명한 대처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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