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경기 부진으로 남대문 상인들은 위축돼 있는 분위기다. 사진은 남대문 실내상가 숙녀복 코너.
[곽성규 기자] “아직은 신세계 면세점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별로 없어요. 아무래도 홍보가 덜 되다 보니 상인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앞으로 경제적 효과에 대한 홍보가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평일 오후 찾은 남대분 시장의 한 상점 상인은 전체적으로 침체된 현재의 남대문 시장의 분위기와 상인들의 인식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복잡한 미로와 같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남대문 시장의 각 진입로에는 ‘GATE1' 식으로 진입로 안내 번호가 나눠져 있어 특정 상점을 찾아가기 어렵지가 않게 돼 있다. 골목 사이에 걸린 캠페인적 표어의 현수막과 만국기등 재래시장 특유의 복고풍적 분위기와 함께 추운 날씨에도 각 상점앞에서 손님들을 맡는 상인들의 모습에서 삶의 현장의 생생함이 물씬 느껴졌다.
“면세점이 들어서면 평균매출은 10% 정도는 늘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인들이 전반적으로 그렇게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1번가 골목으로 들어서서 나온 한 숙녀복 상점의 주인은 전체적인 상가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골목 안쪽으로 조금더 들어서서 실내 상점라인으로 들어갔다. 미로처럼 오밀조밀하게 가게가 많이 배치돼 있었고 작은 까페도 있었다. 평일낮이라 내부는 한산했다. 상인들은 요즘 어떠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경기가 안 좋다’며 손사래를 쳤다. 허구헌날 열리는 시청근처 집회와 최근 고가도로 문제에 대한 불평도 쏟아졌다. 해가 거듭될수록 시장의 활기가 떨어져 오고 있다는 평가다.
“5년전부터 계속 내리막길입니다.. 뭔가 획기적인게 필요한 것 같아요”
점포정리 중인 한 상가 주인은 몇 년전부터 상권이 죽고 있다며 푸념을 털어놨다. 요즘 트렌드에 대해 질문했으나 고객들이 만원 정도의 싼 제품만 찾는다며 특별한게 없다고 한다. 그것도 어쩌다가 한두가지만 팔리는 정도란다. “그런데 요즘 만원에 팔 수 있는 물건이 없어요. 원단값이랑 공단값 감안하면 그 값에 못 만들거든요. 그런데 손님들도 경기가 안 좋다보니 남대문 시장에선 싼 것만 찾는 거에요. 그래서 주변에 중국산이 요즘 많이 들어왔습니다.”
남대문 시장 미상사들의 평균 급여는 월250만원 정도. 재단사는 400만원이 넘는다 한다. 이정도 인건비를 감안하려면 판매가 만원짜리 물건은 공장에 주문을 넣을수가 없는 구조다. “지금은 개시걱정을 하는 처지다. 보증금만 까먹고 있는 상황이다” 실내상점을 빠져나오는 출구쪽에선 임대료 인상을 견디지 못해 이번달말 나가게 된 가게들도 보였다. 실내상점의 한 블록이 다음달이면 텅텅 빌 처지가 된 것이다. 상인들의 생존을 위한 확실한 유인효과가 절실한 시점이다.
남대문 시장의 최대 강점은 저렴한 가격에 고객 각자의 개성 만족시켜 준다는 것
“우리 수준에 잘 맞으니까 와요. 가격이 싸니까”
말투로 보아 새터민들로 보이는 고객들에게 왜 남대문에 와서 옷을 사느냐고 물어보니 이와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남대문 시장은 역시 서민들의 시장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20대의 젊은층 소비자들보다는 30~40대이상 중년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하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여성복을 예로 들면 엄마들 옷이 많은 것. 중년에서 할머니들 옷까지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젊은 층 옷은 거의 보기 드물다.
“요즘은 다 각자 개성들이 특이 하잖아요? 그런데 남대문엔 종류가 제한돼 있지 않고 여러 가지 많으니까 그런 각자의 개성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거죠”
남대문에서만 30년 장사를 했다는 한 사장님은 남대문 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뭐냐는 질문에 역시 저렴한 가격에 각자의 개성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아이템이 많은 점이 고객들을 이끄는 것 같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재래시장이라도 옛날처럼 교환조건이 불편하다든가 하는 문제는 전혀 없다고 한다. 웬만한 거는 다 물물교환이 되고 서비스도 다른 곳 못지않게 친절하게 해주는 분위기다.
상생효과로 좋아지는 시점에 들어설 남대문 시장을 기대한다.
“IMF이후 계속 침체기가와 계속 나빠졌고 시장도 동대문 등 다른 곳에 많이 뺐겼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바닥으로 내려갈 일은 없다고 봐요. 여러 호재들이 지금 남대문에 생기고 있고 이제 좋아지는 일만 남았습니다”
앞으로의 추세를 긍정적으로 지켜보는 몇몇 상인들은 신세계 면세점 입점이나 Kids빌리지 등의 호재를 통해 이제 바닥을 찍고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동안 시장을 많이 뺏기긴 했으나 아직 악세서리나 아동복 등은 남대문을 못 따라온다는 자부심도 있다. 찬반이 나뉘는 고가도로 효과도 도보로 사람들이 오게 될 경우 유동인구가 는다는 점에 주목하면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계속 불황을 겪어오다 보니 상인들이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거나 비관적이 되어있어 최근 다가오는 여러 호재들에 대한 관심이나 기대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면세점만 봐도 유커들이 드나들면 자연스럽게 남대문도 살아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는데 경쟁구도로만 보는 상인들이 많았다. 좀 더 적극적인 홍보와 설명,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려낼 수 있는 행사와 이벤트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