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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저렴한 종합시장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한 장소에서 다양하고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 아동복, 숙녀복, 엑세서리, 귀금속, 그릇, 문구, 카메라, 안경, 꽃, 민속공예품, 인삼, 수입명품 등 주요 아이템만 예를 들어도 끝이 없다. 그러나 남대문 시장은 갈거리만 가득한 곳이 결코 아니다. 풍성한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함께한다. 양은냄비 혹은 뚝배기에 국산갈치와 무를 칼칼하게 조려내는 갈치조림골목, 칼국수를 시키며 냉면과 보리비빔밥가지 푸짐하게 내주는 칼국수 골목 등은 손님 뿐 아니라 남대문 인근 직장인들까지 단골로 사로잡는다. 쇼핑객이나 관광객이 이 모든 매력을 짧은 시간에 다 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여기서는 고객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남대문 시장의 대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소개해 본다.
남대문 시장 훓어보기 ‘금맥코스’ - 시간이 부족할땐 남대문시장 둘레길로
남대문시장 둘레길은 시장의 대표 아이팀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동안 시장과 주변 명소를 둘러보며 체험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금맥코스’로 불린다. 1번게이트-문구골목-갈치조림골목-본동생물시장-액세서리 상가-도깨비시장-숙녀복/아동복 상가-신세계백화점-우리은행 은행나무 및 저금통갤러리-한국은행 화폐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1번 게이트 숭례문 앞은 오래된 추억을 간직한 만남의 장소다. 이곳에서 만나 숭례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것은 외국인들에게 남대문시장 탐방의 첫 통과의례다.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 가면 가장먼저 문구골목이 눈에 보인다. 새학기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학용품을 고르는 곳이다. 철심없이 종이를 묶는 친환경 스테이플러부터 누워서 천정 보며 써도 잘 나온다는 볼펜까지 신기한 물건들이 천지다. 컴퓨터나 휴대폰 용품도 이곳에 집결해 있다. 700여개의 체인점과 7만여 종의 제품을 갖춘 한국 문구브랜드의 NO.1인 알파문구 본점도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문구류를 구경하다 보면 어디선가 매콤하고 짭조름한 냄세가 코를 간질인다. 냄세를 따라 중앙통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들어가면 바로 갈치조림골목이다.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가게마다 먹기 좋게 토막 내 센 불에 끓여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밑바닥의 무는 약간 탈 정도로 맛깔스럽게 졸여진다. 갈치조림 골목을 벗어나면 전통적인 재래시장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남대문시장의 역사의 첫 시작인 ‘본동생물시장’. 이곳은 조선 후기 남대문 조시의 기원을 두고 있는 곳으로, 생선, 야채, 청과 등을 판매하는 상점은 가락동농산물시장,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도매기능이 넘어갔음에도 여전히 이곳에 남아 남대문 시장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호텔에 납품할 만큼 품질력도 뛰어나다.
좀 더 들어가면 현재 남대문시장에서 최고 상종가를 치고 있는 액세서리상가가 나온다. 남대문 액세서리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정교한 세공,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16개 전문상가가 시장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상가 안에서는 점포마다 자그만 책상에 앉아 직접 디자인한 제품의 마무리 공정이 한창이다.
시장 한복판의 ‘도깨비시장’은 다양하고 진귀한 수입명품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통로를 걷다보면 프랑스 초콜릿 애호가들 사이에서 ‘악마의 초콜릿’이라 불리는 ‘트뤼플 프렌치’가 보인다. 일본에 갈 때 ‘필수 아이템’이라 불리는 ‘로이히츠보코 동전파스’도 행인들의 관심을 끈다. 미국에서 아프리카까지 한 자리에서 세상의 모든 아이템을 볼 수 있다는 것. 주의할 점은 여기에 한번 들어서면 온갖 신기하고 희귀한 아에팀에 눈이 팔려 시간갈 줄 모른다는 점이다. 도깨비에게 홀린 것처럼 시간이 흘러간다 해서 도깨비 시장인 걸까.
도깨비시장 맞은편에는 숙녀복과 아동복 상가가 자리잡고 있다. 남대문시장 숙녀복 상가에는 30년이상 한 우물만 파온 장인들이 많다. 중장년 여성을 위한 마담복을 파격적으로 세일해 아직까지 중년 여성 소비자는 남대문 시장이 꽉 잡고 있다. 남대문 아동복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브랜드 파워가 막강하다. 트렌드를 앞서나가는 디자인과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면에서 따라올 브랜드가 없다. 요즘 인터넷 쇼핑몰에서 잘 나가는 상품들도 출처를 캐보면 다 남대문 시장에서 나온다는 후문이다.
도로 건너편 우리은행 본점 앞 은행나무도 분위기 있는 풍채를 자랑한다. 어린 자녀와 함께 왔다면 은행안으로 들어가 저금통갤러리에 들려보는 것도 추천할 만 하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캐릭터저금통을 구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 도착하면 남대문시장 둘레길 체험 여정도 끝난다. 한국은행 지하에 금맥이 남대문시장 곳곳에 뻗어 있다는 소문 때문에 중국 관광객들이 빼먹지 않고 방문한단다. ‘금맥코스’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여졌다고 한다.
정성스런 손맛과 구수한 인정으로 가득한 “칼국수 골목”
칼국수 골목은 회현역 5번 출구에서 30미터쯤 내려가면 나오는 왼쪽의 비닐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입구부터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안으로 들어가면 길고 좁은 공간이 나타난다. 보통은 5~6명 정도가 비좁게 앉을 수 있는 작은 식당들이 오밀 조밀 모여있다. 양 옆으로 늘어선 가게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저마다 손님을 부르는데 모두 칼국수를 먹으면 냉면과 비빔밥도 서비스로 주겠다는 조건이다.
손님들은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도 불평도 없이 후루룩 맛있게도 먹는다. 앞에서는 칼국수를 만들기 위해 방망이로 밀가루 반죽을 넓게 펴고 있는 모습이 구경거리다. 이곳의 칼국수 면의 특징은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손으로 반죽을 쳐서 하루를 숙성시킨다는 점이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면을 끊는 멸치육수에 넣고 삶아 낸다. 칼국수가 끓기 전에 콩나물, 무채, 상추가 얹어진 보리비빔밥을 구수한 된장국과 함께 먼저 내준다. 고추장으로 쓱쓱 비벼 한입 크게 물면 맛이 일품이다. 보리밥 알갱이가 입안에 톡톡 튄다. 맛보기 비빔냉면도 본연의 맛을 충분히 낸다.
탱글탱글한 면발과 뜨근뜨근한 국물이 사발이 넘치도록 푸짐하게 담긴 칼국수가 나오면 주인 아주머니는 유부와 김가루, 깨를 아낌없이 뿌려준다. 칼국수 특유의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점심시간이 지나서도 칼국수 골목에는 사람들이 계속 북적인다. 한겨울 찬바람 불때가 별미라 먼곳에서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된다. 5000원 정도의 가격에 푸짐하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한국 근대사의 조각을 찾다 “군용품 골목”
남대문 시장 D동과 E동 사이의 군용품 골목에 가면 어느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듯한 야전잠바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애용했다는 파일럿 선글라스, 전쟁영화에서 주인공이 위스키를 담아 마시던 작은 수통등 희한한 물건들을 볼 수 있다. 원래 군수품 천지였던 곳인데 무기도 은밀히 거래했다는 소문이 있다. 1개 사단을 완전군장 시킬 수 있다는 풍문이 있었단다.
1990년대만 해도 미군부대 군수물자가 많았다고 한다. 미제와 국산의 차이가 컸던 시절이었다. 품질 좋고 폼 나는 미제 군복과 야전잠바가 불티나게 팔렸다. 사이즈가 작은 한국인들을 위해 즉석에서 옷수선까지 했었다고 한다. 미군용 침대시크는 물건이 나오기 무섭게 호텔에서 가져갔단다. 현재는 그때만큼 물건이 나오지 않는다. 재고관리를 컴퓨터로 하는 시대로 들어서면서 과거처럼 빼돌려서 나온 군수품을 구하기가 어렵단다. 찾아오는 손님들도 70~80년대 야전잠바에 워커를 신고 캠퍼스를 누비던 추억을 떠올리며 향수를 달래려는 중년층이 대부분이다.
군용버너, 코펠, 반합 같은 물건들은 지금도 등산이나 캠핑등에 사용이 가능하다. 그런 물품들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고한다. 구하기 쉽진 않지만 그래도 소유하고 있다가 가끔 내다파는 사람들이 있어 타이밍이 맞으면 거래가 성사된다고 한다. 그래서 군용품 마니아들도 존재한다. 한국전쟁때 쓰던 군용버너처럼 희귀한 물건이 나오면 고가에 거래된다. 군용품에는 모두 제작년도가 기록돼 있어 고수들은 금방 ‘진품’을 알아본다나.
군용품 골목은 겨울에 장사가 잘 된다. 중년층 마니아들이 미군파카 같은 겨울용품을 선호가기 때문. 젊은 세대는 밀리터리 룩이나 청바지를 보런 온단다. 군에서 가끔 감시와 단속도 나온다고 한다. 상인들이 물건의 출처나 짝퉁 여부에 항상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남대문 시장 군용품 골목은 대부분 특수노점의 형태로 운영된다. 가게로 들어가기 보다는 예전 모습 그대로를 유지한다는 취지다. 현대화할 경우 중년의 향수와 로망을 어필하기가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 명품, 희귀품들의 집결지 - ‘도깨비 시장’
남대문 도깨비 시장에서는 기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통로를 따라 세계 각지에서 건너온 다양한 물건들 보고 있노라면 호기심이 춤을 춘다. 이집트 파피루스, 중국 옥도자기, 아프리카 목각상이 소리없이 말을 건내는 것만 같다. 주류, 향신료, 엔키크 소품, 금은 수공예품, 주방기구, 옷, 모자, 가방 등등 ‘정말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곳이다.
도깨비 시장에서는 백화점이나 인터넷 쇼핑에서 취급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의 브랜드 상품뿐 아니라 터키, 스페인, 멕시코, 튀니지 등 기타 다른 다양한 세계의 특산물과 희귀품이 즐비하다. 인도네시아 젤리의 경우 소분업 허가를 받은 점포에서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양 만큼 배분하고 식품위생법에 따라 한글표시사항을 붙여 판매한다고 한다. 독특한 생강맛이 나서 중년층에 인기다. 영국 명품 도자기 메이커 웨지우드 직판대리점도 이곳에 있다. 젊은 신혼부부들이 혼수장만 코스란다.
미국에서 아프리카까지, 한자리에서 세계의 모든 아이템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도깨비시장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다. 구경만으로도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마치 무릉도원에 실수로 들어왔다 인간사의 수년을 보내고만 선비처럼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것만 같다. 도깨비 시장은 C, D, E동을 중심으로 남대문시장 11개 수입상가 전체를 아우르는 용어라고 한다. 지하철 회현역 5번출구, 남대문 시장의 5번 게이트에서 100m 정도 직진하면 ‘도깨비 수입상가’라는 큰 간판이 나온다.
‘도깨비’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하는데,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하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이상하고 신기한 물건이 많아서 도깨비시장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고 매대에 없는 물건도 손님이 찾으면 어디선가 가져와 내놓기에 도깨비 같다 하여 그렇게 불렀다는 설도 있다. 한국전쟁 직후 남대문 시장에서는 외국에서 밀수한 제품이나 미군에서 흘러나온 물건이 거래됐다. 당시 아무래도 비정상적인 경로로 입수된 물품이 많았는데, 상인들은 보자기 위에 밀수품과 군용품을 올려놓고 팔다가 단속이 뜨면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고 한다. 이렇게 홀연히 사라지니 ‘도깨비’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C, D, E 동은 원래 콘센트 막사 형태의 개방시장이었다고 한다. 거기에 좌판을 깔고 군복부터 시작해 술,담배,약,과자,화장품,구제 옷까지 다 팔았다. 그때는 정말 없는게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거래도 왕성했었다. 어찌보면 도깨비시장이 현재 남대문시장의 명성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고로 인해 도깨비 시장의 역사는 변환점을 맞는다. 1968년 11월 23일에 일어난 대화재로 무려 775개의 점포가 불탔다. 화재복구를 통해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기존의 좌판과 가건물 대신 지하1층 지상3층 규모의 대형상가로 지어졌다. 1970년과 71년 C,D,E동이 차례로 개장했고 당시 지어진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지하로 들어간 도깨비 시장은 70~80년대에 호황기를 맞았다. 당시엔 정말 걸어다닐 틈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고 한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1989년 이전 한국인들은 도깨비시장에서 세계를 체험했다. 그때는 도깨비 시장이 우리나라 상권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신세계백화점이 당시에 남대문시장에서 잘나가는 옷들을 떼어다 팔 정도였다고 하니 말 다했다. 당시 백화점에서 나오는 상품의 출처가 도깨비 시장일 정도로 상권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꽃시장의 뿌리 - 남대문 꽃시장
꽃은 간단한 전달만으로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선물이다. 세상에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쓸모없다고 겉으로 내색하는 사람도 속으로는 미소 지으며 자기 방에 놓아두곤 하는게 꽃선물이다. 화병에 꽃혀 있는 단 한 송이 꽃이 어떤 이에게는 진심이자 행복이다. 남대문시장 E동 3층은 생명력이 꽃피는 곳이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환한 형광등 아래 형형색색 꽃들이 모두 자기 자태를 뽐내고 있다. 프리지아, 리시안셔스, 국화, 카네이션 등 계절을 대표하는 꽃들이 생동감을 자아내며 살아 숨쉬고 있다. 시장 한복판엔 꽃밭도 꾸며져 있다.
남대문 꽃시장은 새벽 3시에 문을 연다. 여기엔 소매가격이 따로 없다. 한송이를 사든 한 트럭을 사든 똑같은 도매가격을 받는다, 특별한 행사 등으로 주변사람들 여러명에게 꽃선물을 할땐 남대문 꽃시장이 특히 유용할 듯 싶다. 게다가 화분, 꽃바구니, 포장재, 소품 등 부재료도 없는게 없어 자기만의 스타일로 꾸며 선물하려는 사람들에게도 금상첨화인 장소다.
한 다발에 얼마 하지 않는 꽃을 담아 방 안에 장식하면 어둡던 기분도 밝아진다. 이런 꽃을 사계절 내내 관리하고 판매하는 곳이 남대문 꽃시장이다. 정식 명칙은 남대문 대도꽃 도매상가다. 남대문 꽃시장은 1960년대부터 형성된 우리나라 꽃시장의 원조다. 4.19 혁명을 전후로 남대문시장에 꽃을 파는 노점이 생기기 시작해 그 수가 점점 늘어났고 결국 상가를 이루게 됐다.
50년 전에는 원추리, 조팝꽃 같은 야생화를 채취해 노점 식으로 팔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여성회관 옆 건물(옛날 남문상가)에 꽃상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집단 꽃시장이다. 지금의 E동 3층으로 이전한 것은 1972년의 일이다. 처음 E동 3층에는 꽃가게가 몇 집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남문상가에 남아있던 점포들이 계속 넘어오면서 E동 3층은 온전히 꽃시장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1970~80년대 꽃은 남대문시장의 대표적인 아이템 중 하나로 떠올랐다. 1982년의 남대문시장 업종분포를 보면 화훼가 전체 점포의 5%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주요 꽃시장들도 모두 여기서 갈라져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도, 양재동 꽃시장도, 염천교 옆 꽃시장도 다 남대문시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구리 수산물 시장, 노량진 수산시장의 모태가 남대문시장인 것처럼 꽃시장도 마찬가지다.
남대문 꽃시장의 유통구조는 기본적으로 위탁판매다. 화훼 농가를 대신해 꽃을 팔고 매상 수수료를 취하것이다. 1991년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양재동 화훼공판장을 개장하면서 일부 물량을 경매로 공급받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꽃은 위탁판매 계약에 따라 농가에서 직접 들어온다. 우리나라 화훼 농가는 1995년 WTO회원국 가입과 함께 정부가 시설원예를 육성하면서 성장했다. 당시 시설자금 지원과 생산기술 보급이 이뤄졌는데 이로인해 심리적 계절 분위기에 맞는 꽃을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출하할 수 있게 됐다. 봄에는 향기가 좋은 후리지아, 여름이면 시원한 느낌의 리시안셔스, 가을에는 소담하게 피는 국화, 겨울에는 따뜻한 인상의 카네이션 등이 소비자들을 찾아 길을 나선다.
생화는 매주 월,수,금요일에 출하된다. 큰 탑차들이 화훼 농가들을 돌며 꽃을 실어 남대문에 이르는 시간은 밤 11시 정도다. 차로 대로변에 대고 물건을 건물 앞으로 옮기면 3층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사다리차가 담당한다. 이틀에 한 번씩 농가에서 직접 들여오는 꽃은 신선한 기운을 가득 머금은 채 그렇게 손님과 만날 준비를 끝낸다. 남대문 꽃시장은 새벽 3시에 문을 열어 오후 3시까지 영업한다. 꽃 주문이 많은 금, 토요일에는 1시간 더 연장한다. 도매시장이지만 소매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소매가격이 따로 없는 것. 한 송이를 사든, 한 트럭을 사든 똑같이 도매가격으로 판매한다.
E동 3층 꽃시장에는 생화를 파는 점포 90곳과 조화를 판매하는 점포 40곳, 그리고 부재료를 취급하는 점포들이 한 군데 모여 있다. 화분, 꽃바구니, 포장재, 소품, 분재 등 꽃에 관한 모든 것이 거래되는 미니 종합시장이라 할 수 있다. 구색을 다 갖추고 있으니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 원스톱으로 해결해주니까 굳이 다른 곳을 찾아갈 필요도 없다.
매콤하고 짭조름한 냄세의 끝 - 갈치조림골목
남대문 갈치조림골목에서는 양은냄비 혹은 뚝배기에 담아 칼칼하게 조려낸 갈치조림 안에 파, 다진마늘, 고춧가루 등 온갖 맛이 깊게 어우러진 무와 고소하게 익은 갈치살이 담겨있다. 갈치를 먹기 좋게 토막 내 센 불에 끓여 내면 밑바닥의 무는 약간 탈 정돌 맛깔스럽게 졸여진다. 이곳의 갈치는 대부분 국산이다. 국내 갈치조림 점들이 중국산 저가 갈치와의 경쟁으로 거의 소멸하다시피 한 점을 감안하면 이곳의 존재는 중요하다.
평일 점심시간이면 이 골목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길게 줄을 늘어서서 30분이상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먼곳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가게 안은 특유한 허름한 분위기로 돼 있다. 입구에서 보면 단층 식당이지만, 구석에 위치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과 다락까지 식탁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이곳은 찾기가 어렵다. 몇 번 찾아온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왔을때는 헤매기 일쑤란다. 남대문시장 안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골목들을 구석구석 뒤지다 보면 겨우 찾을 수 잇다는 의견이 많다. 정확한 위치는 숭례문 앞 1번 게이트로 들어가 직진하다 4번째 른쪽 골목으로 접어들면 나온다. 주변 상인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빠르다. 남대문 시장 상인이라면 누구나 갈치조림골목은 알고 있다.
원래 갈치조림골목에는 갈치가 없었다고 한다. 예전부터 이곳은 먹자 골목이었다. 분식집, 백반집, 감자탕집, 삼계탕집 등 다양한 종류의 밥집이 몰려있었다. 그러나 메뉴가 갈치로 통일돼 있는 지금과는 달랐다. 30여년 전만해도 이곳엔 두곳 업체만 경쟁하는 구도였다. ‘희락’과 ‘왕성’이라는 곳인데 지금도 이 두 곳이 서로 조리방식을 달리하며 선의의 경쟁을 하는 중이다. 그러다가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거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당시 갈치 가격은 지금 물가와는 달리 훨씬 저렴했다고.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에 안성맞춤인 음식이었다. 게다가 두 집의 뛰어난 음식 솜시가 언론까지 전해지면서 주변에 다른 갈치조림 가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결국 각종 음식이 모여있던 먹자골목은 갈치조림골목으로 입소문이 나 현재 열두집이 이 골목에 자리를 잡게 됐다.
갈치조림골목에서는 10년 이상 한 메뉴로 승부한 집이 가장 짧은 곳이다. 그만큼 전문성이 보장돼 있는 것. 맛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다만 취향대로 골라서 먹으면 된다. 먼저 맛도 중요하지만 먹을거리가 푸짐한 것을 선호한다면 양은냄비골목을 추천한다. 큼직하게 선 무를 밑에 배치하고 갈치를 양은냄비에 끓여낸다. 갈치조림 뿐 아니라 갈치튀김, 계란찜도 서비스로 주기에 먹을거리가 많다. 반대로 한 가지를 먹더라도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는 주의라면 뚝배기골목을 추천한다. 뚝배기로 갈치를 조려내는 경우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갈치에서 우러난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대신 이곳에서는 계란찜이 없다.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라 주력메뉴에만 신경쓰는 분위기다.
갈치조림을 제대로 즐기려면 갈치 살을 깨끗이 발라 먹어야 한다. 방법은 먼저 갈치 양쪽 가장자리를 젓가락 혹은 이빨로 잘라낸다. 몸통만 남은 갈치에서 뼈와 살을 분리한다. 벌어진 틈새로 젓가락 한 쪽을 통과시키면 살과 뼈가 통째로 분리된다. 아래면도 위와 같이 한다. 통통한 살집을 다 먹고 뼈에 붙은 살도 혀로 발라먹는다. 맨 처음에 잘라냈던 갈치의 양쪽 가장자리를 입 안에 넣고 배어나오는 즙을 즐겨도 좋다. 그 다음엔 무와 양념에 밥을 넣고 비빈다. 큼지막하게 산 스푼 떠서 김에 싸먹으면 된다. 계란찜이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면, 삼삼한 계란찜으로 매운 혀를 달래도 좋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은 계란찜을 갈치조림 안에 넣어 섞어도 된다.
양은냄비파의 대표 ‘희락식당’은 일단 추억이 어려있다. 수십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양은냄비가 있다. 언제 났을지도 모를 생채기가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옆쪽은 찌그러져 있고, 가장자리는 긁혀 있고, 밑바닥에는 오랜 열기로 검댕이 묻어 있다. 어지러울 정도로 반복되는 세월동안 푸른 불꽃 위와 손님 앞 테이블을 오가면서 생긴 상처다, 골목 초입에 위치한 ‘희락식당’은 골목길 사이에 주방과 식당이 나눠져 있다. 늘어나는 손님을 위해 식당을 넓히다 보니 특이한 구조가 생긴 것. 양은냄비의 특징은 쉽게 끓는다는 것인데, 그래서 이곳 양은냄비파 식당들은 냄비째로 세 번을 끓여서 손님상에 낸다고 한다. 갈치와 무, 양념은 세 번의 불길을 버티며 진한 맛이 우러나온다.
‘왕성식당’은 뚝배기 갈치조림의 원조다. 뚝배기파의 특징은 역시 뚝배기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음식은 무엇보다 온도가 중요하다. 뚝배기의 경우 마지막까지 뜨거운 맛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조리법도 독특하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표고버섯, 마늘, 생강, 양파 등으로 직접 만든 양념장에서 갈치를 올려놓은 뒤 푹 고아낸다. 매실을 넣어 담은 육수도 빼놓을 수 없다. 깊은 국물 맛과 속살까지 흠뻑배어든 양념이 일품이다.
남대문시장 속 세계명품 - 고려인삼
기술과 품질, 그리고 효능 면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명품 고려인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남대문시장이다. 2번 게이트에서 5번 게이트로 가는 중앙통로에 위치한 20여 개의 인삼도매상점에는 엑기스, 캡슐, 분말, 홍삼, 건삼분 아니라 인삼차, 인삼정과, 인삼주 등 없는 게 없다. 이곳 상인들은 외국인 손님들을 내 가족처럼 생각한다. 상품을 보낸 다음에 물건을 받는 후불제로 운영중이다. 후불인데도 99.5%의 손님들이 상품 값을 치른다. 덕분에 외국인 손님과 단숨에 신뢰를 쌓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남대문시장 고려인삼 사업은 계속 확장되게 되었다.
사실 ‘고려인삼’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유명하다. 외국인들은 고려인삼이라는 단어를 하나의 유명 브랜드로 인식한다. 남대문시장을 걷다 보면 고려인삼이 어디냐며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외국인들도 꽤 있다. 주로 일본인 관광객 고객들이 많았는데 최근엔 엔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려인삼은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약용작물로 삼국시대부터 중국을 통해 서양에 전해진 역사가 있다.
퇴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20개의 인삼 도매상점에는 엑기스, 캡슐, 분말, 홍삼, 건삼뿐 아니라 인삼차, 인삼정과, 인삼주 등 없는게 없다. 가격은 일반 시중가보다 20~30% 가량 싸다. 비결은 직거래다. 인삼 및 가공제품을 생산지 농민이나 가공업체와 직거래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수십 년간 시장에 터를 잡아온 업체가 대부분이라 눈앞의 이익 때문에 소비자를 속일 우려도 적다.
남대문시장, 대한민국 ‘악세서리 1번지’
대한민국 액세서리 1번지는 단연 남대문시장이다. 액세서리상가는 남대문시장의 대표업종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남문, 남정, 대도쥬얼리, 랭땅, 삼호, 연세, 영창, 원랭땅, 유성, 장안, 쥬얼파크 등 16개의 전문상가가 시장 내에 자리 잡고 있으며 업체수는 약 3000개에 이른다. 우리나라 액세서리 분야의 70%를 넘는 수치다. 한마디로 액세서리의 본거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나고 국민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액세서리 업종은 호황을 구가했다. 당시 새벽인데도 시장 초입은 불빛으로 휘황찬란했고 곳곳에 도매 물건을 떼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지방 상인들의 차가 즐비했단다. 액세서리 시장은 크게 주얼리, 헤어, 잡화로 나눌 수 있다. 주얼리는 귀걸이, 목걸이, 피어싱 등 귀금속류이고 헤어는 말 그대로 밴드, 핀, 머리방울 등을 말한다. 잡화에는 인형부터 가방 고리, 스마트폰 액세서리 등이 포함된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디자인이나 질적으로 수준은 높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엔 요즘 같으면 절대 나가지 않을 조잡한 제품도 경기가 좋아서 불티나게 팔렸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비싼 큐빅을 박아도 디자인이 후지고 완성도가 부족하면 고객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액세서리상가는 1평 남짓한 조그만 가게들로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하지만 매장의 크기가 작다고 절대 얕볼 수 없다. 이곳 점포들은 대부분 도매상이다. 공방들이 오밀 조밀 모여 있다. 좁은 점포 안에서 상인들은 항상 액세서리를 만지고 있다. 물론 사진촬영도 카피를 방지하게 위해 금지다. 남대문 액세서리는 주로 도매 거래이기 때문에 주인이나 직원들은 소비자를 상대하지 않는다. 하청공장으로 보낸 제품은 공장 단계별로 이곳에서 검사를 받고 마지막 공정가까지 마친다. 이 과정을 통해 완벽한 품질로 태어난다.
남대문시장 액세서리상가의 최대 강점은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다. 적은 양으로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모든 제품에는 디자이너 나름의 특성이 배어있다. 3000여 개의 점포마다 특기가 제각기 다르다. 디자인을 전공한 젊은 세대가 뛰어든 것도 디자인의 풍성함에 일조한다. 디자인을 개발해 빨리 새로운 디자인을 다시 시장에 내 놓아야 한다. 디지인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곳엔 한 종류만 20년 넘게 한 전문가들도 많다. 이정도 연수면 보통 한 사람이 디자인한 아이템만 만가지가 넘는다. 처음 시작할땐 아이템 10개만 해도 한 시즌은 너끈히 소화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해지면서 점포기리 친하게 지내다가도 물건이 비슷하면 바로 적이 된다. 예전에는 다른 점포가 하는 이템을 매너상 피해 주었으나 지금은 좀 잘 나가면 금방 비슷한걸 들고 나오는 분위기다.
결국은 다양한 디자인과 완벽한 품질이 남대문 액세서리의 경쟁력이다. 그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시장을 평정하고 해외무대에서 유럽 중국과 겨루고 있다.
(자료제공 = 남대문시장 상인회)
정리=곽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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