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중인 주택담보 '유한책임 대출'제도가 올해부터 국내 첫 도입될 예정이다. 기존 채무자에 대한 법적 보호가 약한 무한책임 대출제도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5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유한택임 대출 제도는 올해 3월까지 3개월간 시범적으로 실시된 후 신청접수 현황과 시장반응 성과를 분석해 본격적인 시행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부동산114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은행권은 무한책임 형태로만 담보대출 제도가 운영되고 있어 채무자의 법적 보호가 취약한 상황이다. 또 사회적 비용이 높고 압류절차도 장기화되는 측면이 있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유한책임 대출이 부각되는 측면이 강하다.
국토교통부는 '금융소비자 권익보호 및 저소득층 사회 안전망 강화'를 명목으로 국내 최초로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디딤돌 대출에 유한책임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올해 3월까지 3개월간 시범 취급하며 6개 수탁은행(우리, 국민, 신한, KEB, 하나, 농협) 창구를 통해 신청을 받고 있다.
유한책임(비소구) 대출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주택담보대출 형태와 달리 차입자의 상환책임이 담보물에 한정되는 대출을 말한다. 기존에는 차입자(채무자)가 담보대출 상환을 못할 경우 담보물을 통해 대출채권을 회수할 뿐만 아니라 부족한 금액은 채무자에게 추가적인 상환 요청을 해 차입자에게 '무한한' 책임을 지우지만, 새롭게 도입된 유한책임 대출은 담보된 주택에 대해서만 대출자(채권자)가 상환청구를 요청할 수 있어 채무자 보호 능력이 더 강화되게 되는 것.
다만 고의연체 등 차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인식도 있어 제도 시행 초기부터 대출 승인 대상과 절차 등이 다소 까다롭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3,000만원 이하 중·하위 소득가구에만 우선 적용
시범 적용하는 유한책임 대출은 주택도시기금에 한정된 재원을 활용하는 만큼, 신청자격은 제한적이다. 소득기준은 연 3,000만원 이하 무주택자로 한정되며, 전체 디딤돌 대출 중 40%~45% 정도가 유한책임대출 대상으로 분류될 계획이다.
또 유한책임 대상이 되는 주택은 기존 디딤돌 대출과 동일한 기준으로 운영되지만, 주택의 노후도나 입지적 특성을 고려한 심사표는 별도 마련한다. 즉, 대출 승인을 보다 계량적으로 평가하고 점수산출 기준에 따라, 유한책임이나 일반 디딤돌 대출로 승인하겠다는 의미다.
유한책임 대출 금리는 별도 심사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만큼, 추가적인 금리 인상 없이 기존 디딤돌 대출과 동일하게 운영된다. 대출한도(최대 2억 원)와 LTV·DTI 적용, 담보평가, 대출기간 등도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도덕적 해이' 발생할 가능성은..?
외국과 달리 국내는 유한책임 대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등 선진의 경우 대출한도가 LTV 100%에 근접해 채무자의 고의 연체에 따른 부실 위험이 큰 반면 국내는 LTV를 70%로 낮게 규제하기 때문이다.
LTV 70%를 적용 받은 정상적인 대출자가 주택가격이 일정 수준 하락한다고 고의로 연체, 강제경매가 집행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의미인 것.
게다가 주택기금을 통한 대출은 실수요자의 소형주택 구입을 지원하기 때문에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낙찰가율은 높아 고의적인 채무불이행으로 대출자(채권자)가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다.
결국 향후 우리나라가 유한책임 대출을 본격 도입하더라도 LTV 70%가 적용되고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주택을 중심으로 대출하므로 강제경매와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금융기관의 손실(감정평가액이 LTV 70%이하인 경우)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향후 유한책임 대출이 본격 시행될 예정이지만 시범실시 이후에는 논의 과정에서 도입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대출 대상에 해당되는 무주택자라면 '시범 운영' 기회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