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강남, (주)지지옥션 고문변호사
채권자가 근저당권에 기하여 담보권의 실행을 위한 경매를 신청하여 경매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채무자가 채권자를 상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경매절차 정지를 구하는 경우가 경매실무상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경우 법원은 경매절차의 정지 등으로 인하여 채권자에게 배당금액의 수령 지연에 따르는 손해 즉, 돈을 활용하지 못하는 손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대체로 경매절차 정지를 신청하는 채무자에게 채권액에 연 5푼 내지 2할 5푼 등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현금공탁을 명하고 있다.
그런데 만일 위와 같은 상황에서 경매절차를 정지시킨 채무자가 본안 소송인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청구의 소에서 패소하는 경우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물을 수 있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문제된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경매절차가 정지되었다가 그 후 본안 소송에서 채무자의 패소판결이 선고·확정되었다면, 경매절차가 정지되고 그로 인하여 채권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잠정처분을 신청한 채무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 있음이 추정되고 따라서 부당한 경매절차 정지로 인하여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손해의 범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경매절차가 정지되지 않았더라면 일찍 배당받았을 배당금의 수령이 지연됨에 따른 손해로, 경매절차가 정지된 날부터 다시 경매절차가 진행되기 전날까지의 기간 동안의 법정이자 상당액이다.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법리에 의해 채무자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재판 청구의 경우와 경매절차 정지신청과 같은 보전처분의 성격을 지닌 청구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법리가 적용되는바, 부당한 경매절차 정지와 같은 경우 본안소송에서 패소하면 채무자의 과실을 추정하는 반면, 부당 제소에 있어서는 패소 확정된 경우에도 그와 같은 과실 추정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01. 2. 24. 선고 98다26484 판결은
“근저당권에 기하여 담보권의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가 진행되던 중, 채무자가 채권자를 상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이를 근거로 민사소송법 제505조의 청구에 관한 이의의 소에 준하여 같은 법 제507조 제2항에 의한 잠정처분으로서 경매절차를 정지하는 가처분을 받아 그에 따라 경매절차가 정지되었다가 그 후 위 본안소송에서 채무자의 패소 판결이 선고·확정되었다면, 그 법률관계는 부당한 보전처분 집행의 경우와 유사하여, 그 잠정처분에 의하여 경매절차가 정지되고 그로 인하여 채권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잠정처분을 신청한 채무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 있음이 추정되고 따라서 부당한 경매절차 정지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부당한 경매절차의 정지로 인하여 경매 채권자가 입게 된 손해는, 그 정지된 기간 동안 경매 목적물의 가격에 현저한 등락이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매절차가 정지되지 않았더라면 일찍 받았을 배당금의 수령이 지연됨에 따른 손해라 할 것인데, 경매 채권자에 대한 배당은 경매절차가 정지된 날부터 본안소송의 패소 판결이 확정되어 다시 경매절차가 진행되기 전날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일수만큼 지연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며, 한편 금원의 수령이 지체되어 이를 이용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생기는 통상손해는 이용하지 못한 기간 동안의 법정이자 상당액이라 할 것이다.”
라고 판시하고 있다.
적지 않은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에 대하여 경매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그 경매실행의 타당성 여부에 대하여 법률전문가의 면밀한 법적 검토 없이 감정적으로 혹은 자칭 경매전문가의 말만 듣고 경매절차를 중지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경우 자칫하면 부당한 경매 절차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까지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바, 경매채무자에게 반드시 제대로 된 법률전문가에게 조언을 듣고 신중하게 경매절차 정지신청 여부를 결정하라는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