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규 기자]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이 첫 부동산중개를 성사시키면서 공인중개사와의 '밥그릇 싸움'이 본격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사들의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어 중개가 아닌 직거래 형식을 빌린 법률자문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침투해 오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법무법인 트러스트 라이프스타일(이하 트러스트)는 첫 부동산거래를 성사시켰다. 회사가 법률자문을 해 준 연립주택 전세 거래에 대한 잔금 지급과 명도 변경을 완료한 것. 자문료로는 약 100만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가 직접 권리분석 등의 부동산 거래 전 과정을 진행해 '고품질 부동산중개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올해 1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트러스트는 일반 부동산중개업소 수수료에 비해 비용도 절반 수준이라서 업계에서 화제와 함께 중개업권과의 갈등 분위기가 고조되어 왔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중개사가 아닌 자가 부동산 중개 행위를 통해 이윤을 얻고 홈페이지 등에 '부동산'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라는 입장으로 진정서를 제출해 논 상태다. 이번에 첫 트러스트의 거래가 성사되면서 그간의 갈등이 본격적인 법정 공방으로 확산될 분위기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로스쿨 등의 영향으로 변호사들 수가 증가하면서 변호사들의 먹거리가 줄어들어 중개시장에도 뛰어들게 된 것"이라며 "법률적으로는 중개가 아닌 직거래 형식을 빌린 법률자문이라 법적문제보다는 밥그릇 싸움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수료도 낮고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가 중개를 해 주니 고객들은 당연히 좋아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반대로 공인중개사협회는 생존 문제에 당면하게 되는 것이니 격한 반응으로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물론 업권 인프라측면에서 변호사들이 가진 현실적 한계도 명백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인만 소장은 "변호사 협회에서 전국망으로 직거래 매물망이 구축되고 지점이 쫙 깔리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중개시장을 넘보긴 어려울 것"이라며 "변호사가 중개사 밥그릇 뺏는다는 사회적으로 비판적인 시각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장기적으로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중개사들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아 법무법인 등의 참여를 통한 선진화된 중개시스템의 필요성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정부는 중개사들이 대부분 서민들이고 숫자도 많았기 때문에 중개사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의 중개수수료도 이를 고려해 정부에서 만든 요율이다.
변호사들의 이같은 업권침투가 중개업법에 위반된다는 시각도 있다. 김용길 REM부동산거래소 대표는 "변호사들의 중개업법 위반이며 실질적으로 중개사들의 '왕따'로 변호사들의 공동중개 및 물건소개 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부동산 중개의 핵심은 상담이 아니라 최종 목적물인 좋은 물건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변호사들이 중개사들을 따라잡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