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Analysis>
공동주택 리모델링 '숨통'…내력벽 20%까지 철거허용
국토부 증축 리모델링 안전진단 기준 개선 착수, 5월말께 시행
분당·강남 등 2베이→3, 4베이로 변경 가능해져…"안전 담보될까" 우려도
앞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 리모델링시 세대 간 내력벽 철거가 '최대 20%까지' 허용돼 지지부진하던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때 내력벽 철거 범위는 내력벽의 길이나 면적 기준이 아니라 벽의 철거로 하중을 더 많이 받게 된 기준 이하의 파일(pile), 일명 'NG(No Good) 말뚝'의 비율이 전체 말뚝의 최대 20%를 넘지 않아야 한다.
4월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한국리모델링협회 등은 4월20일 리모델링시 세대 사이 내력벽 철거 범위 등을 확정하기 위한 회의를 갖고 이와 같은 내용으로 최종 의견조율을 마쳤다.
국토부는 2016년 초 업무계획을 통해 수직증축 가능 안전등급(B등급)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세대간 내력벽 일부 철거를 허용하기로 하고 관련 법 개정을 추진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으로 가구 수 증가 등은 가능하게 됐지만 리모델링 추진 조합으로부터 기존의 내력벽을 철거하지 못해 평면 설계가 나빠지는 등의 문제가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철거 범위를 놓고 국토부와 건설기술연구원은 구조안전 문제를 들어 기준 이하의 파일(NG 말뚝) 비율을 10%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리모델링협회 등 업계에서는 구조 보강을 통해 내력벽 철거 비율 제한을 두지 말자고 주장해왔다.
국토부는 이날 한국리모델링협회와 최종 회의를 거쳐 내력벽 일부 철거시 모든 평가항목이 'B등급'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NG 말뚝의 비율을 10% 이내로 제한하되 안전 확보가 가능한 경우에 한해 20%까지 추가로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기로 했다. 내력벽은 건물의 하중을 받고 있는 벽체로 리모델링시 이 벽체를 철거하면 건물 내부에서 벽과 함께 하중을 지탱하던 파일 일부에 기준치 이상의 하중이 전달되며 'NG 말뚝'이 된다.
정부는 내력벽을 많이 철거할수록 NG 말뚝의 비율이 늘어나는 만큼 이 비율을 원칙적으로 10%로 제한하되 ▲기존 말뚝 간격이 충분해 신설 말뚝 시공이 용이한 경우 ▲전층의 경량화로 수직증축 시에도 기존 말뚝에 부담이 없는 경우 ▲특수 공법을 적용해 수직증축 시에도 기존 말뚝에 부담이 없는 경우 등 기존 말뚝의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 한해 최대 20%까지 10%를 더 허용해주기로 했다.
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말뚝은 건물 안에 숨어 있어 현 상태를 알 수 없고 안전성을 측정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며 "건물의 구조 안전을 위해 말뚝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NG 말뚝 비율이 당초 10%에서 20%로 확대될 경우 현재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분당·평촌·강남 등 상당수 단지들에서 이러한 단서조항을 충족시켜 사업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기존 세대와 세대를 합치는 것이 가능해 아파트 전면에 배치된 방과 거실 등의 갯수가 2개인 종전 '2베이' 아파트를 최근 인기 있는 '3베이'나 '4베이' 아파트로 바꿀 수 있게 된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한 15년 이상 된 아파트는 서울에 75만 가구, 전국적으로 443만 가구 규모에 이른다.
현재 사업 추진이 가장 빠른 분당신도시의 경우 한솔마을 5단지와 매화마을 1단지를 비롯해 느티마을 3, 4단지와 무지개마을 아파트 등 5개 단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에 있다.
서울 강남에서는 개포동 대치 2차, 우성 9차 등이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준비중이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위원장은 "내력벽을 철거하지 못하면 아파트 평면을 가로로 늘리지 못해 세로로 긴 기형적인 설계가 나온다"며 "이번 조치로 내력벽 철거가 가능해지면 가로로도 구조를 넓힐 수 있어 채광, 통풍 등이 개선된 평면 설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조만간 증축 리모델링 안전진단 기준안에 대한 개정에 착수하고 이르면 다음달 말부터 고시, 시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력벽 철거로 인한 구조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이 제기되고 있다. 한 건축 전문가는 "구조안전성 측면에서 수직증축이 진행될 경우 기초와 수직 부재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는데 내력벽까지 허물게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라는 명분에 매몰돼 국민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붐 들썩 들썩?
2016년 하반기에 서울 강남과 목동 등 노후아파트 밀집 지역 중층단지의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4월말에 수직증축 단지에 대한 도시계획 및 건축심의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주민공람을 진행한다고 4월20일 밝혔다. 또 상반기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2014년 기준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성을 갖춘 서울시내 아파트는 530개 단지에 42만4855가구로 분석된다. 현재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대청,대치2단지,우성9차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위한 안전진단 혹은 건축심의 단계를 밟고 있다.
중층아파트는 저층에 비해 대지 지분율이 낮아 재건축할 경우 추가 분담금이 크게 늘어날 우려가 있고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투자 가치가 낮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완화와 함께 리모델링에 대한 규제로 풀리면서 노후 단지들을 중심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관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구역 지정을 따로 받을 필요가 없어 사업 속도가 비교적 빠르고 준공 15년 후부터 리모델링을 진행할 수 있으며 사업비도 재건축에 비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지은 지 15년 이상 된 아파트를 3개 층까지 높이고 기존 주택 수도 15%까지 늘릴 수 있어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오는 7월부터 본격화되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양시, 10만 세대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안 확정
경기도 안양시는 15년 이상된 낡은 공동주택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리모델링 기본계획안을 확정, 고시했다. 4월19일 안양시에 따르면 2014년부터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수립, 주민공람과 시의회 의견 청취,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2년 만에 계획안을 확정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시는 2010년 이전에 사용승인을 받은 낡은 공동주택 262개 단지 10만4858세대를 대상으로 공동주택 소유주 3분2 이상 동의를 받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다.
안양시는 2025년까지 주택수급과 정비사업 현황, 이주 대책 등을 고려해 리모델링의 허가 총량제를 도입, 3단계로 나눠 추진할 예정이다. 시는 1단계(2017년까지)로 1896세대, 2단계(2021년까지) 4023세대, 3단계(2025년까지) 7511세대의 리모델링 사업을 단계별로 시행할 계획이다. 리모델링 사업유형은 기존 시설을 유지하는 유지·관리형, 내부구조 변경과 주차장 등을 증설하는 맞춤형, 증축하는 세대수 증가형 등 3종류다.
대다수 증가형의 경우 14층 이상은 3개층, 이하는 2개층의 수직증축이 허용되고 용적률도 법의 허용치인 최대 300%까지 가능하다. 현재 평촌 목련아파트 2·3단지가 2008년부터 조합을 설립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양시의 주거환경 정비구역(재개발·재건축 등)은 안양 5동 냉천지구 등 32곳(199만9846㎡)에 24만 세대다. 시 관계자는 "재개발과 재건축은 부동산 침체와 고비용 때문에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사업방식을 리모델링으로 전환하면 최대한 행정절차와 기반시설 확충 등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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