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發 SOC전쟁--4.13 선거 끝나자 전국이 들끓어
영남권신공항·KTX세종역…여야, 교통정리 없이 쏟아내
해당지역마다 자기 몫으로 인식…정치권 뒷수습 골머리
4·13 총선이 끝났으나 아직 뒤처리가 남았다. 총선 막판 각 당이 쏟아낸 지역구 개발공약 '계산서'를 결제·정산할 때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이 면밀한 검토나 내부 교통정리 없이 상충하는 지역에서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을 마구잡이식으로 내걸면서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SOC와 관련해 심각한 지역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역갈등에 불을 붙인 최대 화약고는 '영남권 신공항'이다. 오는 6월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를 앞두고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와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이미 2011년 극심한 지역갈등으로 한 차례 백지화한 전례가 있는 이 사업은 2015년 6월 부산과 대구 등 영남권 관련 5개 지방자치단체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까지 쓰고서야 재착수했다. 심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라는 해외 업체에 용역까지 맡겼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같이 민감한 신공항 안건을 또다시 선거판에 끌어들였다. 3월29일 새누리당 친박 핵심 조원진 의원이 대구시당 선대위 발대식에서 신공항 건설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대구 입성에 성공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대구 수성갑)는 "수년간 이 문제로 부산과 경쟁해왔는데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는 절박함이 없었다"며 "높은 분 눈치 보느라고 그런 거면 야당 의원인 내가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공항을 놓치면 내륙도시 대구의 운명이 어두워진다"고 덧붙였다. 반면 부산 18석 가운데 5석을 차지한 김영춘 당선자(부산 부산진갑)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5인방은 "신공항을 가덕도에 유치하는 것은 부산지역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부산 지역 출마자들까지 합세해 영남권 신공항 유치는 여야를 넘어 지역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면 아래로 잠복해 있던 충청 지역의 뇌관 'KTX 세종역' 신설도 불거졌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7선 고지에 오른 이해찬 의원은 핵심 공약이었던 KTX 세종역 신설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할 태세다. 이 의원은 출마 당시 "KTX 세종역을 대전·세종 접경 지역인 세종시 금남면에 설치할 계획"이라며 "버스 환승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면 정부세종청사까지 10분이면 연결된다"고 밝혀 세종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수서발 고속철이 오는 8월 운행에 들어가고 향후 대전·대덕 잠재 수요를 고려할 때 오송역과 상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충북 지역 정치권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충북은 세종역을 신설하면 오송역, 공주역이 위축되고, 호남 고속철이 '저속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KTX역이 있는 대전시와 충남도에서도 탐탁지 않아 한다. 오송역을 지역구로 둔 도종환 더민주 당선자(충북 청주흥덕)는 "KTX 세종역 신설 공약은 세종시의 근본 이념인 국가 균형 발전을 도외시하고 세종시 사수를 위해 함께했던 충청인을 분열시킬 뿐"이라면서 "어리석은 KTX 세종역 신설 공약이 더 이상 재론되지 않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건축비만 1000억원이 투입되는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둘러싼 지역갈등도 첨예하다. 전국 11개 시도, 17개 시·군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 가운데 경기 의왕, 충북 오송·제천·대전 등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유력 입지로 거론되는 지역구에는 어김없이 '철도박물관 유치' 공약이 내걸렸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1개 시도에서 1개 입지만 단일화해 추천하도록 요구하면서 충북 울타리 안에 함께 있는 오송과 제천은 심각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한 변재일 당선자(충북 청주청원)는 "청주는 이미 국토부에서 경기 의왕과 함께 최상위 평가를 받은 지역"이라면서 "선정 가능성이 높은 청주 유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국장 출신인 권석창 새누리당 당선자(충북 제천단양)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호남 지역의 새로운 맹주로 떠오른 국민의당은 광주와 전남의 해묵은 갈등인 광주공항 이전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호남선 KTX 개통으로 이용객이 대폭 감소한 지방공항 생존을 위해 무안·광주공항을 통합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제는 시기와 방식이다. 전남은 일단 광주공항 기능을 무안공항에 넘기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호남선 KTX 2단계(광주송정~목포)의 무안공항 경유와 무안공항의 국제공항기능 활성화를 통해 타개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전남도지사 출신인 박준영 국민의당 당선자(전남 영암무안신안)가 선봉이다.
반면 광주는 '계륵'인 군공항 기능도 함께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구 내에 광주공항이 있는 김동철 당선자(광주 광산갑)는 민간·군 공항 패키지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당선자는 "상반기 중 국방부의 최종 승인이 나면 하반기부터 이전 용지 선정 단계에 돌입하는 등 광주 군 공항 이전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남은 민간과 군 공항 이전 문제를 별도로 다루자는 입장이다. 군 공항 이전을 위해서는 국방부가 대체 용지를 선정하고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이전도 '뜨거운 감자'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총선 유세 중 "미래부를 세종시로 이전시키겠다"고 밝히면서 과천 지역 민심은 새누리당에 등을 돌렸다. 반면 더민주 신창현 당선자는 '미래부 과천 존치'를 공약으로 내걸어 야권 분열에도 불구하고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향후 미래부 이전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불가피하다.
정부·지자체장, 특별법 통과 한목소리
"규제프리존 말만 말고 조속히 법안 처리해야"
"규제특례로 지역 전략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지자체는 없죠. 특례를 좀 더 못 받는 게 아쉬울 수 있어도 규제프리존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없을 겁니다."(부산시 경제기획 관계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한목소리로 규제프리존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4월19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대회의실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시도지사협의회를 개최해 규제프리존과 연계한 지역전략산업 육성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규제프리존 제도 적용과 관련해 지자체장과 중앙정부 담당자가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유 부총리와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 12명과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 자치단체장이 모두 참석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국정 운영의 최우선 순위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프리존 도입과 서비스산업 육성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규제프리존과 서비스경제 발전 전략이 일자리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법적 뒷받침이 필수적으로 관련법이 19대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도지사 여러분께서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법안들의 통과에 힘을 보태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14개 시도 자치단체장도 이에 호응해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 조속 입법을 위한 공동건의문'을 발표했다.
14개 시도지사들은 건의문을 통해 "규제프리존 도입 시 지역별 특성과 강점을 활용한 맞춤형 특화 발전으로 인재유입 촉진, 민간투자 확대 등 지역 주도의 자생적·지속적 발전 기반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규제프리존이 지역에서 조속히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19대 국회에서 처리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14개 시도는 규제프리존을 활용한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거리 확보 등에 역량을 결집하고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규제프리존은 각 지역에 2개씩 전략 사업을 지정하고 제한된 지역 내에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식이다.
지난 3월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여야 의원 12명과 함께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에 계류돼 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시도지사들이 지자체별로 지역전략산업과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추진 전략을 공유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상호협력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특히 부산시는 '규제프리존과 연계한 지역전략산업 육성방안 사례'를 발표해 경험을 공유했다. 마리나 등 해양관광 관련 프리존 3개 지구를 설정하고 해양관광, 사물인터넷(IoT) 기반사업을 지역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규제프리존은 민생법안으로 도입시기가 하루라도 빠른 것이 지자체가 전략산업을 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가급적 19대 국회 내에서 관련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시도지사 협의회를 시작으로 19대 국회의원들을 개별 접촉하는 등 본격적인 설득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