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守岩칼럼> 아파트 관리 비리 조속히 근절돼야
아파트 관리비 비리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아파트 동(棟)대표들이 특정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고 아파트 내의 크고 작은 공사들을 일부 해당 업체들에 넘겨주는 일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입주민들이 낸 관리비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잇속은 정작 다른 이들이 챙긴다. 업체는 로비를 하는 만큼 사업 금액만큼의 퀄리티(품질)를 뽑아내지 못할 확률이 크다. 주민들의 관리비가 소위 ‘눈 먼 돈’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수의계약의 폐해가 명확하기 때문에 공공 분야에서의 수의계약은 더더욱 남용돼선 안 된다.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경쟁자가 없어 경쟁 입찰이 불가능한 경우, 긴급한 상황, 입찰이 오히려 비용이 더욱 들어가는 경우, 사회적 기업 보호 등 정책적인 목적으로 수의계약을 해야 하는 특수한 경우 등에 수의계약은 분명 그 위력을 발휘한다. 국가계약법에서 수의계약의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이유다.
2015년에 법적으로 수의계약이 가능한 1000만원 이하의 계약건을 제외한 수의계약 비율(수의계약 금액/전체 계약금액)의 전국 평균은 5.90%였다고 한다. 1000만원 이상의 계약건 중에 6% 정도는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는 얘기인데, 지방자치단체 재정의 규모를 감안해보면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10억원 가량의 공사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수의계약 금액은 6000만원이나 된다. 지자체 규모에 따라 금액이 늘어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평균값은 6%이지만 지자체간 편차가 크다. 어떤 지자체는 이 비율이 0%에 수렴하는 반면 다른 지자체는 40%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물론 특정 기준을 넘어서는 수의계약이 전부 문제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이나 사회적 기업 등은 아무래도 일반 업체들과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책 차원에서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맡기거나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온당하다.
정부는 지난해 2000만~5000만원 규모의 수의계약에 대기업이나 중기업이 수의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능력 있는 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기반 확립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치다. 수의계약의 좋은 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자치단체들이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수의계약을 특정 업체나 특정 인사와 유착될 수 있는 연결고리로 여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저마다 “현안이 시급하다”든지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이어서”, “응찰자가 없어서” 등의 이유로 크고 작은 일감을 수의계약으로 맺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하려는 특정 업체들은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나 간부들을 대상으로 향응을 제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당연지사다. 고위 간부의 아내나 지인 등이 운영하거나 실소유하고 있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가 적발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정부가 잇따라 지자체 수의계약의 기준을 확립하고 있는 것도 지자체의 수의계약 행태가 지나치게 방만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예외사유 등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예컨데 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토록 하고 있는데, 지자체가 교묘하게 입찰 조건 등을 조정하면서 일부러 유찰시키면 수의계약의 면죄부를 받게 된다. 지자체 비리의 온상 격인 계약 관련 비리의 중대함에 비하면 수의계약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만으로는 분명 부족한 감이 있다.
이처럼 지자체의 수의계약을 통한 유착 비리는 워낙 내밀한 관행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 됐기 때문에 단기 처방으로는 이를 뿌리 뽑을 수 없다. 결국 재주는 주민이 부리고 돈은 공무원들이 받아가는 기이한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선 처벌 규정의 강화, 예외 규정의 대폭 축소, ‘셀프 감사’가 아닌 상급 단체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감사 등이 필요하다.
재작년 탤런트 김부선씨가 난방비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전국적으로 여론이 들끓었고,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가 처음 도입됐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의 감사 결과에 의하면, 대상 아파트의 19%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5곳 중 1곳인 셈이니 엉터리 회계가 비일비재하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의 70%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한다. 매달 세금처럼 납부하는 관리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수많은 입주민이 분담하기에 주인의식도 흩어진다. 상호 간의 소통이 절실하다. 홈페이지를 의무화하고 동별 모임을 활성화해야 한다. 공무원이 참석해서 주민의 소리를 경청하는 기회로 여긴다면 금상첨화이다.
최근 이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주택 수요자의 관리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부동산114에서 내가 살고 있거나 매입하려는 아파트 관리비 정보를 알 수 있다.부동산114에 따르면 회사 홈페이지(www.r114.com) 매물 및 시세 섹션 아파트에 아파트 관리비 관련 정보를 담는다.관리비는 단지 공개 자료를 기준으로 공급면적별로 평균값으로 제공한다. 300가구 이상 의무적 관리대상 아파트에 한해 제공한다. 2014년 6월부터 시계열 자료로 조회가 가능하며 단지별 관리비 비교도 가능하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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