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 서울 입구정 개발 청사진
‘서울 富村1번지’ 압구정개발 청사진…재건축 정비계획초안
서울 압구정에 40층 주상복합 들어선다
6개 구역으로 나눠 진행…압구정 고가 철거
'대한민국 부촌 1번지' 서울 강남 압구정의 재건축 청사진이 나왔다. 압구정역 주위로 최고 40층 주상복합 건물이 올라가고 신현대와 구현대를 나눴던 압구정 고가도로는 철거된다. 구현대 고층 아파트 단지 사이로 조선시대 한명회가 세운 '압구정'이 복원되고 올림픽대로 위로 덮개를 씌워 주민들이 쉽게 한강 둔치로 접근할 수 있게 바뀐다. 19일 서울시 관계자들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압구정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 서울시장 보고를 마치면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압구정동 아파트는 현재 미성, 신현대, 구현대, 한양 등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서울시가 준비 중인 재건축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지은 지 최고 40년 된 압구정 아파트는 △미성1·2차 △신현대 △구현대 △현대8차·한양4·6차 △한양1~3차 △한양5·7·8차 등 6개 구역으로 나눠 재건축이 추진된다.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때 나온 '압구정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안'에선 △미성·신현대 △구현대△한양 등 3개 구역으로 나눠 1대1 재건축 방식을 제안했다. 1대1 재건축은 주택 면적은 기존 주택 면적의 30%까지 확대할 수 있고, 축소할 경우엔 전용면적 85㎡ 이하로 설계해 일반분양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번에 마련된 안에선 재건축 때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를 60% 이상 지어야 하는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이 적용되며 6개 구역을 통틀어 현재 1만299가구가 재건축 후 1만6060가구로 6000가구 가까이 늘어난다. 압구정 주민들 사이에 부촌 1번지로서 명성에 걸맞은 1대1 재건축으로 중대형 평형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과 재건축 추가분담금을 줄이려면 가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맞설 것으로 보인다.
1대1 재건축 방식이 채택되면 중소 평형 의무비율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최고 용적률은 300%가 적용되고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에 따라 층고는 35층으로 제한된다. 단, 압구정역 1번 출구 쪽 현대6·7차 지역 일부를 준주거로 종상향해 최고 40층 높이의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방안이 포함된다. 공공기여는 5개 구역이 모두 15% 수준이며, 구현대 구역만 공공기여 비율이 16.5%로 다른 구역보다 높은 편이다.
공공청사, 역사문화공원, 준주거 내 문화시설, 학교, 입체보행시설 등 공공 시설물이 다른 구역보다 많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2011년엔 평균 용적률 330%를 적용해 최고 50층, 평균 40층 규모의 아파트 재건축안이 제시됐지만 공공기여율을 25%로 잡아 주민이 반발하며 결국 재건축이 무산됐다. 지난 2월 열린 강남구 보고회에선 35층 규제 완화가 선해결 과제로 제기된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될 재건축 정비계획안에는 층수 완화는 도시계획위원회 결정 사항으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시 일부 조정 가능하다'는 점을 명기해 시장 보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주민들이 새 정비계획안에 찬성하면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압구정 재건축 정비구역을 지정한다. 이어 주민들이 6개 구역별로 추진위원회 구성에 나서면 압구정 재건축이 본궤도에 올라서게 된다. 강남구는 압구정 재건축에 적극적이다. 구(區)는 공공관리제도를 활용해 예산 20억원을 편성하고 정비계획안이 통과되면 바로 추진위원회 구성을 돕겠다는 입장이다. 공공관리제는 추진위원회 구성부터 착공 직전 단계까지 구청장이 정비사업을 관리하도록 해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다.
`덮개공원`으로 한강 연결…한명회 정자 `압구정` 복원
판교로 떠난 `압구정키즈` 솔깃할 명품단지…아파트값 들썩
압구정 재건축은 사실상 강남 재건축의 마지막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부유층이 살고 싶어하는 최고 명품 단지로 재건축해 '대한민국 부촌 1번지' 명성을 되찾겠다는 주민들 의지가 강한 편이다. 새로 마련된 재건축 정비계획안은 녹지공간과 교육시설을 보강해 이러한 주민 의견을 반영했다. 서울시가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는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구현대 구역인 압구정 현대1·2차가 위치한 굴곡부 중앙에는 공원이 조성돼 한명회가 세운 정자인 '압구정'이 복원된다.
또 압구정초등학교는 압구정고등학교 옆 대림아크로빌 자리로 옮겨진다. 주택용지의 효율성을 높이고 압구정로 39길을 현행 12m에서 15m로 넓혀 교통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학교 문화시설과 연계된 폭 150m 이상의 공원도 조성이 가능해진다. 압구정역 사거리 위를 지나는 연장 672m의 '압구정고가교'는 철거되고 동호대교에서 압구정역을 향해 바로 연결되는 교량이 신설된다. 철거와 신설에 필요한 비용 약 130억원은 서울시 공공사업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신현대 구역에도 그동안 없었던 초등학교가 신설된다. 또 현대백화점 지상 주차장은 녹지공간으로 조성된다. 올림픽대로 지하화 대신 신사공원과 이어진 덮개 공원으로 만든다. 미성아파트와 신현대 사이 신사공원과 붙은 올림픽대로 위에 설치될 덮개 공원을 통해 한강 둔치공원까지 이용할 수 있다. 약 58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덮개 공원은 공공사업으로 추진해 기부채납 시설에서 제외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현대 쪽은 올림픽대로 지하화로 사고 위험이 늘어나고 공공기여 시 주민 부담이 증가한다는 의견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반면 갤러리아백화점에서 한강을 가로질러 강북 서울숲과 압구정을 잇는 길이 1㎞의 보행교 설치는 백지화됐다. 압구정 재건축 정비계획은 원래 지난 4월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총선 등 이유로 연기됐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재건축 기대감으로 최근 아파트값이 급등해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대지지분이 큰 현대13차 전용면적 108㎡는 최근 15억5500만원에 거래됐고 현재 16억원에 사겠다는 투자자가 나타났지만 매도자가 망설이고 있다. 역시 대지지분이 많은 현대4차 전용면적 117㎡는 올해 초 20억5000만원에 손바뀜됐고 최근 22억원을 호가한다.
불과 몇 달 사이에 1억5000만원가량 뛴 셈이다. 압구정 아산공인 관계자는 "반포와 개포 등 강남 재건축 열풍으로 압구정도 거래가 활발하다"면서 "10년 이후 장기 시세차익을 보고 들어오는 투자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압구정 재건축이 본격화하면 반포에 내줬던 최고 부촌 타이틀이 압구정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란 기대가 크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압구정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어린 시절을 압구정에서 보냈지만 노후된 아파트를 떠나 판교 등으로 떠났던 '압구정 키즈'들이 다시 돌아와 살 것"이라고 예상했다.
층수 논란은 여전…"용적률 꽉 채우면 잠실처럼 빽빽해져"
압구정지구 재건축의 최대 관건은 층수다.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시가 발표한 '압구정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안'에 따르면 당시 압구정지구는 최고 50층, 평균 40층으로 재건축될 예정이었다. 층수를 높이는 대신 전체 용지의 25.5%를 공공기여(기부채납)하는 조건이 달렸다. 새 계획안에는 한강변 최고 층수 35층 원칙이 반영됐다. 다만 국내 고급 아파트촌이라는 상징성과 한강변에 접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라는 점을 감안해 지하철역 3호선 압구정역 교차로 인근 3만9206㎡ 용지를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해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음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2030 서울플랜'에 따르면 압구정지구는 상업·준주거지역에 복합건물을 최고 40층까지 건축할 수 있다. 지하철(압구정역)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등 기존 교통·편의시설을 활용해 역세권 기능을 살려보려는 취지다. 층수가 낮아지는 대신 공공기여가 15%로 크게 낮아졌다. 용적률은 300% 이하로 과거 개발안(330%)보다 다소 줄었다. 압구정지구는 기존 용적률이 200% 안팎에 달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업성 확보를 위해 용적률을 꽉 채우다 보면 층수 규제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결국 '제2의 잠실 재건축'처럼 20~30층 높이 아파트 동을 빽빽하게 배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건물을 높이 올리면 그만큼 주변에 여유공간이 생긴다. 즉 10층짜리 건물을 10개동 지을 것을 층수를 20층으로 높이면 5개동만 지으면 된다. 한강 접근성과 개방성이 강조된 르네상스 프로젝트 일환인 기존 개발안에서 '초고층 인센티브' 덕에 비록 공공기여는 높아졌지만 빈 공간이 생기면서 다양한 보행길은 기본이고 압구정과 서울숲을 연결하는 보행 전용 다리 '드림브리지(1.1㎞)'를 설치, 올림픽대로 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서울광장의 17배 넓이인 24만4000㎡ 대규모 공원 조성 등이 계획된 배경이다.
이번엔 층수 규제가 적용되고 공공기여가 줄면서 이런 시설물은 개발안에서 대거 빠지거나 축소가 불가피하다. 덮개공원이나 보행교 등은 공공에서 설치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자체가 수백억 원의 개발사업 예산을 마련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잖다. 서울시는 저·중·고층의 리드미컬한 스카이라인을 그리고 성냥갑 아파트에서 탈피하기 위해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거나 국제현상설계공모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별건축구역은 일종의 '디자인·설계 프리존(free-zone)'으로 동간 간격과 도로사선제한, 층고, 용적률 등 건축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서울시는 이달 말 압구정지구 정비계획변경안에 대한 서울시장 보고회를 열 계획이다. 층수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초고층의 홀쭉한 건물 사이로 한강과 산을 조망할지 반대로 중·고층의 뚱뚱한 건물을 짓고 산 윗부분만 조망할지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압구정 재개발 ‘더 크게 1채로? 큰 집 나눠 2채로?’
지난 5월20일 압구정지구 중개업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소유주와 투자자들 문의로 전화벨이 쉼없이 울렸다. 국내 부촌의 상징인 서울 압구정 일대의 새로운 정비계획 윤곽이 드러나면서 주민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부동산중개법인 관계자는 이날 “학교 신설과 녹지 공간 확보 등 주민들이 희망했던 사항들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 아니냐는 문의가 많다”며 “오랜만에 고무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시도 압구정 압구정지구 개발기본계획(정비계획변경안)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며 오는 8~9월 주민공람이 목표라고 이날 밝혔다.
1만 여가구에 달하는 압구정 지구는 지난 2014년 3월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이후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재건축 밑그림인 정비계획안을 세우기 위해 용역을 발주했고 1년여 만에 완성 단계에 이른 것이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정비계획안이 마련되면 주민공람과 함께 주민설명회를 열고, 구의회 의견청취 후 정비구역 지정에 나선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으로 확정되면 주민들은 구역별로 재건축사업 주체인 추진위원회·조합을 설립하고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등의 절차를 밟는다. 강남구청은 압구정지구에 공공관리제를 적용해 추진위원회 구성부터 착공 직전 단계까지 구청장이 관리해 사업 투명성을 높이면서 속도를 낼 계획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압구정동 3.3㎡당 아파트 매매가는지난 2013년 3386만원까지 떨어졌다가 바닥을 치고 5월 3904만원까지 회복됐지만 전고점 2009년(4301만원)보다 여전히 낮다. 압구정 아파트 투자의 핵심은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이 추진될지 여부다. 다만 층수 규제를 완화해 지역 특색을 살린 명품 단지를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층수에 따라 재건축 찬반이 갈릴 전망이다.
중소형 아파트를 넣어 추가 분담금을 줄일 것인지, 아니면 시장에 팔수 있는 일반분양 물량이 적더라도 1대1 재건축으로 지금처럼 중대형 평형을 유지할 것인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1대1 재건축한 ‘래미안 이촌 첼리투스’처럼 명품 단지를 만들자는 공감대도 강하지만, 당시 분담금이 4억~5억원선임을 감안하면 추가 부담이 만만치 않다. 낡은 집 한채를 작은 두채로 나누는 ‘1+1 재건축’도 거론된다.
‘1+1 재건축’은 85㎡초과 중대형 주택이 대상으로 기존 주택의 전용면적 범위 내에서 두 집을 받을 수 있다. 한 채는 집주인 거주용, 나머지 한 채는 임대용으로 쓸 수 있다. 반포동 삼호가든3차와 삼성동 상아3차 등이 이같은 방식을 추진한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도 “압구정에서도 넓은 집을 쪼개 큰 집에 집주인이 살고 작은 집은 자녀에게 주거나 세를 놓으려는 수요가 강하다”고 전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압구정지구는 부동산 활황기 때 예상 시세가 3.3㎡당 1억원까지 거론됐고 지방에서도 관심이 큰 ‘전국구 아파트’인 만큼 재건축되면 대한민국 1등 부촌이 될 것”이라며 “한강조망권과 대지지분 등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얼마나 원만하게 조율해 구역별 통합재건축에 속도를 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투자땐 한강 조망권 등 주민 이해관계 따져봐야…전문가 "10년 장기 접근을"
압구정 아파트 단지의 대표 격인 구현대는 노후화한 현대1~7·10·13·14차 등 총 4536가구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지어진 현대빌라트와 대림아크로빌 등이 혼재돼 있다. 20평대부터 80평대까지 평형 종류가 많고, 같은 평형대라도 단지별로 대지지분이 다양하다. 특히 한강변 돌출부에 위치해 한강 조망이 뛰어난 반면 대지지분은 상대적으로 낮은 현대1·2차와 나머지 단지들의 재건축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압구정 아파트 단지들은 재건축 사업성 마지노선인 용적률 180~200%를 넘어선 곳이 많은 것도 부담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 재건축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신현대(현대9·11·12차)다. 일반적으로 통합 재건축은 비슷한 평형대가 많을수록 주민들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사업이 순조롭다. 신현대는 12~13층 27개동 전용면적 108~183㎡ 총 1924가구로 이뤄졌는데 30평대가 821가구(42.7%)에 달한다. 넓은 한강 둔치와 접해 있어 한강공원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데다 현대백화점 주차장이 공원으로 조성되면 단지 앞뒤로 공원을 낀 대단지가 된다.
하지만 중소형 평수 의무비율이 재건축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를 60% 이상 지어야 할 경우 상당수 소유주들이 재건축을 해도 기존 평형을 늘리지 못하게 된다. 20평대가 많지만 압구정로데오역(분당선)이 비교적 가까운 데다 최근 영동대로 개발 호재 영향권 안에 있는 한양아파트의 재건축 사업 속도가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압구정 아파트값은 대체로 전고점 대비 10~20%가량 떨어진 상태지만 재건축 초기 단계인 만큼 7~10년을 내다보고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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