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드래곤밸리`로 환골탈태
면세점+호텔+IT쇼핑 `3박자`갖춘 신개념 글로벌 쇼핑단지
시대 흐름에 뒤처지면서 침체에 빠졌던 용산전자상가가 호텔, 쇼핑몰, 면세점 등 주변 인프라스트럭처와 손잡고 부활에 나선다. 전자상가라는 기존의 특색에 면세점과 관광을 더해 '일본의 아키하바라'와 같은 관광 명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는 용산전자상가가 한국 관광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월30일 용산전자상가연합회 등에 따르면 용산전자상가 인근 지역에 전자상가와 현대아이파크몰, HDC신라면세점, 앰배서더호텔 등을 하나로 묶은 50만㎡ 규모의 IT·쇼핑·관광 타운을 조성한다. 새롭게 조성되는 타운의 이름은 용산(龍山)이라는 지역명을 살려 '드래곤밸리'로 정해졌다. '드래곤밸리' 프로젝트는 앰배서더호텔이 완공되는 2017년 상반기 중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용산전자상가연합회, 현대아이파크몰, HDC신라면세점 등은 매달 두 차례 정례회의를 갖고 드래곤밸리 건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용산의 기존 강점을 살려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정보기술(IT) 쇼핑타운을 건설한다. 일본 도쿄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전자제품, 밥솥, 비데 등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아키하바라'와 같은 모습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용산전자상가는 사후면세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부가세 즉시환급이 가능한 시스템을 통합 설치해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IT 쇼핑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대아이파크몰, HDC신라면세점 등과 협업해 포인트 등을 공동으로 적립·사용할 수 있는 통합 멤버십 제도도 만들기로 했다.
아이파크몰이나 면세점을 찾은 고객들을 전자상가로 유인하기 위한 장치다. 또한, IT 제품에 크게 치우쳐 있는 전자상가 매장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화장품 매장 등을 유치하고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식음료 매장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관광 아이템도 개발된다. 드래곤밸리 이름에 걸맞게 용산역 광장에 용산의 상징이자 중국인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용 모양의 대형 조형물을 설치한다.
또한, 슬럼화 돼 있는 신용산 지하차도 역시 전면 리뉴얼한다. 관련 제품과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용산전자상가의 장점을 살려 지하차도 양 옆면에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관광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는 계획이다. 용산전자상가는 또 전자상가 앞 유수지를 공원으로 만들어 록페스티벌, 비어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병수 용산전자상가연합회 이사장은 "침체된 용산전자상가를 살리기 위해 주변 시설들과 공동으로 드래곤밸리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용산전자상가가 다시 힘차게 숨을 쉬고 용산의 밤도 밝아지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용산상가 전체를 ‘유커 핫플레이스’로…놀며 쉬며 쇼핑한다
호텔-면세점-용산전자상가 연결통로 잇고 용산역광장에 금빛 용 대형조형물 건립
침체에 빠졌던 용산전자상가가 '드래곤밸리' 프로젝트를 통해 부활의 기지개를 켜는 배경에는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자리 잡고 있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유커(遊客)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가장 방문하고 싶은 장소 중 하나로 '드래곤밸리'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드래곤밸리' 프로젝트가 주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이유다.
우선 드래곤밸리는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쇼핑 천국을 꿈꾸고 있다. 유커를 대상으로 한 각종 설문조사에서 한국 관광의 가장 큰 이유로 쇼핑이 꼽히기 때문이다. 이미 운영 중인 현대아이파크몰과 HDC신라면세점을 지렛대 삼아 용산전자상가를 유커들의 쇼핑 명소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HDC신라면세점은 유커들을 유인할 수 있는 전초기지다. 용산전자상가연합회 관계자는 "일본의 라옥스 면세점이 침체된 도쿄 전자상점가인 아키하바라를 부활시킨 것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1950년대에 형성된 일본 아키하바라는 1980년대까지 일본 전자상가의 메카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1990년대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이후 부진에 빠졌다. 다시 아키하바라를 살린 것은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아키하바라는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쇼핑 선호 지역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할 만큼 관광 필수 코스로 부상했다. 특히 2009년 라옥스 같은 대형 면세점들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유커들은 아키하바라를 찾아 카메라와 휴대폰, 면도기, 비데, 밥솥 등 일본 전자제품을 장바구니에 쓸어 담았다. 아키하바라가 완전히 부활에 성공한 것이다. 용산전자상가 전체를 사후면세점화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유커들을 위해 보다 편리한 쇼핑 환경을 구축해 드래곤밸리를 한국판 아키하바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전자상가는 현대아이파크몰, HDC신라면세점과 공동 마케팅도 펼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같은 시점에 대대적인 세일 행사를 진행하고 마일리지 등을 공동으로 적립할 수 있는 멤버십 제도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용산전자상가와 HDC신라면세점은 올해 약 5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용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아이파크몰과 용산전자상가 사이에 공사 중인 앰배서더호텔도 드래곤밸리 프로젝트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앰배서더호텔은 1700여 객실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 특급 호텔로 내년 상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용산전자상가연합회 관계자는 "협의를 통해 호텔, 면세점, 전자상가를 모두 잇는 연결로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쇼핑과 숙박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기존 시설인 현대아이파크몰도 드래곤밸리 프로젝트 차원에서 변신에 나선다. 우선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위해 아이파크몰에 500명 동시 수용 가능한 관광객 전용 식당을 올해 말까지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면세점과 연계된 관광객 전용 식당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라는 게 아이파크몰 측 설명이다.
또한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캐릭터 사업 강화에도 나선다. 현대아이파트몰 내에 위치한 공원과 아이스링크, 워터파크를 짱구나 도라에몽 같은 캐릭터로 꾸미겠다는 것이다. 드래곤밸리 활성화 차원에서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용산역 광장에 금빛 용 모양의 대형 조형물이 설치된다. 용산전자상가연합회는 이 조형물을 드래곤밸리의 '핫플레이스'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드래곤밸리를 상징하는 용 조형물을 유커들의 사진 촬영 명소 코스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나진상가에 위치한 도심형 천문대도 적극 활용한다. 도심 내에서 별을 관측할 수 있는 이 시설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로도 알려지면서 벌써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찾고 있다. 드래곤밸리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원은 상당 부분 HDC신라면세점이 지원할 전망이다.
드래곤밸리 프로젝트 탄력받으려면
유통단지 규제·식음료·숙박시설도 허용해야
용산전자상가가 '드래곤밸리'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부활의 용틀임을 하고 있지만, 용산전자상가의 IT 시설을 쇼핑, 면세점, 호텔과 결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일부 남아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로 거론되는 것이 용산전자상가 일대 땅이 유통업무단지 용도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후반 서울시 주도로 만들어진 용산전자상가는 현재까지 용도상 유통업무단지로 묶여 있어 '유통'과 관련된 업무만 할 수 있다.
최근 유통업계가 집객 효과를 위해 식음료(F&B) 시설을 대폭 늘리는 추세와는 달리 이곳에는 제약이 있는 것이다. 과거 판매 제품의 70%를 모두 전자부품과 관련된 것만 팔아야 한다는 조건은 없어졌지만 식음료 등 근린생활시설을 운영할 경우에는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해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박병수 용산전자상가연합회 이사장은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K뷰티 관련 업종을 유치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이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식음료나 소규모 숙박시설 또한 필요하다"며 "전반적인 규제 완화가 드래곤밸리 프로젝트가 자리 잡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전자상가 내 개별 상가들의 협력 여부도 드래곤밸리 프로젝트를 확산시키기 위해 풀어야 할 문제다. 용산전자상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나진상가와 전자랜드의 경우 상가 내에 여러 상인이 점포를 임대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 덕분에 중심축이 있어야 진행이 가능한 드래곤밸리 프로젝트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선인상가의 경우 개별 점포가 분양을 받아 운영하기 때문에 개별 소유주들이 일괄적으로 드래곤밸리 프로젝트에 합류하기 힘들 수도 있다. 다만 상가연합회 측은 상가 전체 분위기가 바뀌면 선인상가 점포 소유주들도 가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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