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박원순표 도시재생 사업…‘냉탕온탕’ 일관성 결여
朴시장, 연임 성공 후 정책기조 대폭 수정…개발의 축도 강남권으로 넘어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2기 시정(市政) 출범 후 핵심사업으로 내건 도시재생사업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기존의 전면 철거 중심의 재개발이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존 도시를 조금씩 개선하는 정도의 리모델링 방식은 경제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재개발이 지지부진하거나 해제될 경우 이해당사자들이 금전적 손실도 막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강남권 중심의 개발 사업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원순표 도시재생사업, 기존 재개발 사업에서 탈피한 전략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은 뉴타운사업 출구 전략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뉴타운사업 사업 추진 구역을 해제시키고 선별적으로 일부 지역을 재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이란 철거 위주의 재개발 사업에서 벗어나 낙후된 기존도시를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방식을 뜻한다.
서울시가 2016년에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 전체 예산은 4343억이다. 근린형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에 662억원, 산업 쇠퇴지역 거점사업에 311억원이 배정됐다.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은 특화된 도시경쟁력, 지속가능한 경제기반, 주민 중심의 주거지 재생 등 3가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재개발 지역은 27곳이다. 서울역·창동상계·광운대역 등 저이용·저개발 중심지역 5곳, 세운상가 일대·G밸리·장안평 중고차 매매단지 등 쇠퇴낙후 산업(상업)지역 3곳, 세종대로 일대·마포 석유비축기지·노들섬·남산 예장자락·당인리 발전소 등 역사문화자원 특화지역 7곳, 해방촌·백사마을·성수동 등 노후 주거지역 12곳이다.
서울시는 지난 4월부터 ‘서울형 도시재생활성화지역’ 희망지 선정(20곳)에 들어갔다. 희망지로 선정되면 올해 하반기(6월~12월)에 1곳당 8000만~1억2000만원 내에서 지원 혜택을 받는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은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면서 개발로 인한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는 곳은 그대로 놔두되 일부 낙후된 지역은 전면 철거가 아닌 도시재생 방식을 통해 재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는 과거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이 거품이 꺼지면서 정체 현상이 발생했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다는 분석에서 비롯됐다. 즉 재개발·재건축 방식이 도시재생이나 낡은 집을 새롭게 짓는다는 취지가 아닌 재산가치 증식으로 인식됐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재개발 지역 원주민의 재(再)정착률을 높이기 위한 관계적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들어간다. 기존의 재건축 사업이 아니라 노후된 건물 일부를 리모델링하는 방식이다. 15년 이상 된 아파트는 리모델링 대상이 적용된다. 이는 주거지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실험으로 볼 수 있다.
◆효과는 ‘글쎄’…해제 지역 구역 반발 예상 그러나 도시재생 효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한다. 경제적 효과도 크지 않을 뿐더러 사회경제적 갈등을 해소하기에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방향성은 맞다고 볼 수 있다"고 하면서도 "다만 규모의 도시개발이라기 보다는 소규모 형식으로 추진하다 보니 도시의 정비사업이 영세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전처럼 용적률을 높여서 시행하지 않기에 사업성만 나오는 곳(강남 지역)으로 쏠릴 수 도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도 "기존의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되긴 부족하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박원순표 도시재생사업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대규모로 들어서는 사업이 아닌 도로와 공원과 같은 기반시설을 공공에서 설치하는 작업"이라며 "결국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이해 당사자들에겐 다소 손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경제적 효과는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뉴욕 역시 도시재생사업을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을 한다"며 "도시재생사업과 재개발 사업을 같이 병행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재개발 사업에서 해제될 경우 발생하는 갈등도 예상된다.
서울시는 일부 지역을 도시환경정비 예정구역에서 해제했다. 해제 지역은 익선동, 낙원동 일대, 인의동, 효제동 일대, 종로5가 일대, 주교동, 오장동, 충무로5가 일대 등이다. 하지만 재개발이 해제되는 경우에 나타나는 반발과 경제적 손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실제 서울시가 2015년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자 그 지역 일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한남뉴타운은 2012년 9월 조합이 설립됐지만 수차례 건축심의로 인해 지체돼 있는 상황이다. 사업이 지지부진해진 까닭은 층고 제한에 따른 서울시와 조합원 간 이견 차 때문이다. 사업이 지체될수록 조합 운영의 재정적 부담(매몰비용)이 커진다.
또 인허가 지연에 따라 사업성이 저하된다. 한남뉴타운은 이미 상권이 형성된 곳이다. 이 지역에 정착한 상가 주민들은 재개발을 반대하고 있는 한편 재개발로 인한 수익을 원하는 이들은 재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남뉴타운 지역의 경제 가치가 쇠퇴한 상황.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전임 시장이 추진하는 정책은 이후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강남 몰아주기 사업 즐비, 인지부조화적 정책 박원순 시장은 과거 ‘대규모 토목 건설 사업’에 비판적이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도 박 시장은 오세훈 전(前) 시장의 ‘토건사업’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하지만 박 시장은 2014년 연임에 성공한 뒤 종전의 정책기조를 상당히 수정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엑스~잠실운동장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이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 선거에서 서울시장 공약으로 내건 사업이다. 복합지구 면적은 당초 106만4742㎡에서 166만3652㎡로 확장된다. 2종 일반 주거지역이었던 옛 서울의료원 부지는 용도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한다.
또한 현대자동차그룹이 10조원에 한전 부지를 매입해 국내에서 가장 높은 115층 본사 건물을 짓는다. 이는 ‘강남 쏠림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 리서치센터장은 "대부분 지자체장은 본인의 임기 내에 치적을 과시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며 "서울시내 개발의 축이 강남권으로 넘어온 측면이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지만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주변 지역 상권 위축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동 일대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삼성동 일대 개발이 땅값 상승에 영향을 미칠지는 몰라도 주변 상권이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잠실역 주변에 롯데몰이 생기면서 인근 지역 상권의 상당수가 흡수됐다고 한다"며 "롯데몰 설립으로 이득을 얻은 것은 롯데그룹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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