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목혼주(魚目混珠)를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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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7년05월19일 10시07분 ]

중국 남북조시대의 임방은 송(宋), 제(齊), 양(梁)나라의 3대에 걸쳐 벼슬을 하였으며, 중국 문학사에서 경릉팔우(竟陵八友)의 한사람으로 꼽힌다. 임방한 지식이 높고 인품이 고매한 사람으로서, 독서에 매진하여 독서량이 방대한 것으로 이름을 높였으며 장서는 1만 권을 상회한다고 알려져 당대에 장서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의 글은 문선(文選)에 여러 글이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가운데 한 구절에서 그는 자신을 발탁하여 중용하여 준 황제에게 감사하며 자신을 비하기를 `물고기의 눈알처럼 쓸모없는 자신을 조정에서 값지고 값진 진주처럼 사용하였노라`고 겸손한 표현을 사용하였는데 여기서 어목혼주가 유래하였다. 오늘날에는 가짜와 진짜가 마구 섞여 있는 혼잡한 상태 또는 값어치가 없는 것이 값어치 있는 것과 마구 섞여 있는 상태를 비유하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가운데 두 가지 점에 대하여 논하고자 서론이 길었다. 먼저 도시정비법 제15조제6항 하단 및 제21조제5항, 제6항, 같은 법 시행령 제33조의2의 전문조합관리인제도와 법 제13조제6항, 법 시행령 제22조의2제6항 및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제50조의3에 근거한 조합 설립 지원을 위한 업무 기준 즉, 추진위원회를 생략하고 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제도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법 제도의 제정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남겠으나 몇 가지 보완점이 본디 좋은 취지를 가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전문조합관리인 제도에 대하여

도시정비법 제15조제6항 하단에서는 위원장이 사임, 해임 등의 유고로 6개월 이상 선임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제21조제6항 단서를 준용하는데 이 경우 조합 임원은 추진위원장으로 보게 된다. 같은 법 제21조제5항에서는 3년 이하의 임기와 제6항에서는 전문조합관리인의 요건에 대하여 기재하고 있으며 동법 시행령 제33조의2에서는 이를 상술하고 있다. 시장, 군수는 조합 임원의 사임 등을 포함한 유고로 말미암아 선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조합원 1/3 이상(추진위원회는 토지등소유자)이 요청하면 공개 모집을 통하여 전문조합관리인을 선정할 수 있다. 필자는 최근 서울시 한 재개발 조합에서 전문조합관리인을 모집하는 공고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크게 변호사, 회계사 등의 자격을 취득한 후 정비사업 분야에서 5년 이상을 종사한 자, 건설회사 등의 정비사업 분야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자, 조합 임원으로 5년 이상 종사한 자, 공공기관 임직원이나 공무원이었던 자로 정비사업 분야에서 5년 이상 종사한 자로 규정되었다. 해당 자치구에서는 통상적인 수준의 급여와 상여금 및 4대보험 가입 등의 복지혜택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조합장은 단순히 기간 경력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닌 것으로 본다. 조합장은 어떤 때는 정치력을 발휘하기고 해야 하고, 어떤 때는 강력한 업무 추진력을 발휘하기도 해야 하며, 어떤 때는 고도의 업무지식을 가진 것으로 보여야(?) 하기도 한다. 따라서 단순히 기간 경력만으로 조합장을 선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치구에서는 법에 정한 자격 외에 일종의 다면 평가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여러 각도에서 전문가 그룹의 면접을 실시하는 것도 충분한 보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조합장의 업무는 모든 전문가 그룹의 업무 범위를 포함하고 있으며 결국 관리처분과 해산단계까지 제대로 역량을 발휘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독자 중에는 `해봤어야 알 것 아니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나 조합장의 자리는 이러한 지식의 습득과 적어도 이해를 요구받는 자리이다. 특히 조합장의 유고가 있는 조합에 선출되는 전문조합관리인은 최소한 이 부면에서 해박하다고 판단되는 수준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유고가 있는 조합이라면 그동안 실기했던 부면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성은 전문가 그룹의 일종의 다면 평가 방식을 도입하여 검증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며 이렇게 해야 어목혼주의 상황을 피하게 될 것이라 본다.

공공지원에 의한 조합 설립 방법 및 절차에 대하여

도시정비법 제13조 등의 규정과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제50조의3에 근거하여 고시된 서울시 고시 제2016-354호 `조합 설립 지원을 위한 업무 기준`에서는 이에 대한 상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대상은 추진위원회 미 구성 구역이며 토지등소유자 과반수가 이를 원해야 한다. 기간(정비업체 선정 ~조합설립인가)은 약 10개월로 보고 있으며, 소요되는 비용은 약 3억3300만 원(토지등소유자 500명 기준 용역비 직접 인건비)으로 추정하고 있다. 절차는 공공지원자(구청장)이 조합 설립 계획을 수립하고 정비업체를 선정하면 선거인 명부 작성, 후보자 확정공고, 선거일 공고, 주민대표(부위원장)와 위원(토지등소유자 1/20 이상이되 최소 10명 이상)을 선출하고 공공지원자가 지정하는 위원장(변호사 등 전문가 그룹)와 함께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건축계획 수립, 추정분담금 및 정관 등의 작성, 조합의 업무, 예산, 회계, 선거 관리 등의 규정 작성, 동의서 징구를 걸쳐 조합 임원 선임을 위한 선거 절차 그리고 조합 창립총회를 거쳐 조합설립인가까지 이뤄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때 창립총회의 소집권자는 이제는 주민대표인 부위원장이 맡도록 되어 있다. 소요되는 비용의 지원은 국토교통부 표준품셈에 따라 용역대가를 산출하되 표준비용은 토지등소유자 500인 기준 약 3억3300만 원(용역비 3억100만 원 주민협의체 수당 등 인건비 3억200만 원)으로 추정되어 있으며 2016년 말까지 정비구역 지정 및 이 기준 시행 전에 지원을 요청한 구역에 한해 추진위원회 생략 과반수 동의를 적용하되 이후에는 3/4 이상 동의를 받아야 시의 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용역비는 자치구의 재정력에 따라 차등하여 지급(30~70%)하도록 되어 있다.

이 제도에서도 어목혼주가 존재하고 있다. 그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개정된 도시정비법 체계에서는 모든 조합원의 동의 시 신분증 사본과 서명날인 또는 무인으로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제도에서 부위원장 등의 추천 시 추천하는 사람들의 확인을 무인 날인이 아닌 도장을 날인토록 하고 있고 후보자의 신청서는 무인을 날인하도록 되어 있어 혼선이 있고 오해와 부정행위를 초래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고 한다. 또 한 가지는 이 선거 관리는 공공의 선거 관리 방식을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 데 공공의 선거에서는 후보자가 일정 비율 이상의 득표율을 보이게 되면 선거 비용을 보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 하에서 부위원장 등에 출마하는 자는 일체의 선거 비용을 보전 받지 못하고 있다. 비용 보전에 대하여 차별을 둘 이유가 없다고 본다. 또한 선거가 흑색선전으로 상호비방으로 흘러갈 경우 이에 대한 대비책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공공의 선거는 선거 후 「선거법」 위반에 대하여 고발하는 보완책이 있는 바 이와 유사한 보완책이 필요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으로는 이 제도 하에서는 그 목적이 다르다고 보아서인지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조합 설립 동의는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받아야 하므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필자가 오해하고 있는 부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원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일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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