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8일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국토교통부에 권고안을 전달하였다. 개선안의 골자는 현재의 거래구간별 정률제 방식을 고수한 방식으로 거래금액 구간 표준을 5단계에서 7단계로 세분화하며 구간별 누진 차액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권익위는 이러한 중개보수 개선안에 대해 변화하는 부동산 거래 현실을 반영하고 특히 최근 급등한 서울 아파트 가격을 반영한 것이라 설명한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선안은 “서비스 경쟁이나 질적 차별 없이 주택가격에 따른 부동산중개서비스 가격 결정”이라는 중개수수료책정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또다시 미룬 임시 방편적인 개선안이라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개선안에서는 현행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다는 미명하에 거래량이 많은 9억 미만 구간 내의 소비자 부담 가중과 중개알선 실비를 허용하여 기존보다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즉, 2억 이상 9억 미만 아파트 중개 보수 요율을 0.1%p 올려 이유 없이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개선안에 따르면 5억 9천만원의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중개보수가 295만원으로 기존 236만원 보다 59만원(25.0% 인상)이나 소비자 부담이 증가한다. 8억 9천만원의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역시 474만원으로 기존 445만원에서 29만원(6.5% 인상)을 더 내야 한다.
중개보수 수수료율을 상승시킨 9억 미만의 거래량 실태에 대해 본 협의회에서 2020년 한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의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전국 아파트 중 9억 미만의 거래량은 813,840건으로 전국 거래량의 95.2%를 차지했으며 서울 지역은 9억 미만의 거래량이 서울 지역 전체 거래량의 67.9%를 차지했다. 또한 2020년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7천만원,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2억 6천만원이었다.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과 전국 아파트 중위 가격이 모두 9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9억 미만의 중개보수액을 최대 599,000원 이상 높이는 개선안이 과연 국민 모두를 위한 중개수수료 정책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또한 권익위는 소비자가 공인중개사에게 중개대상물의 소개, 알선만 받아도 알선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근거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개대상물을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는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또 부동산 정보에 있어 상대적 약자인 소비자가 허위 매물이나 불량 매물을 소개받거나 혹은 설명 부족 등의 불만족한 서비스에 대한 부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 상황에 대한 대책 없이 비용 지급만의 개선안을 진행하는 것은 공정한 거래나 소비자의 후생을 저해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선안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TF 팀을 구성, 6~7월 경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당장의 문제만을 해결하는 데 급급해 하지 말고 현행 부동산 중개수수료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표를 두고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권익위가 제안한 구간별 변동요율제의 한계를 지적하고 현재 일부 부동산 중개시장에서 운영되고 있는“거래 금액 구분 없는 단일(0.3%) 중개수수료 제도”를 제안한 바 있다. 또한 현재와 같이 정보 비대칭 시장에서 중개업자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과 서비스의 질적 개선 등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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