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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은 왜 폭등하는가 ?
‘2·4주택공급대책’도 실효성 논란…집값 폭등요인은 주택정책에 대한 신뢰상실
문재인 대통령이 “주거 문제로 낙심이 큰 국민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월10일 2021년 신년사에서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함으로써 공급 확대 정책으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부동산대책을 ▲불로소득 환수 ▲투기수요 차단 ▲주택공급 물량 최대한 확보 ▲세입자 보호 등 4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택·주거 정책의 종합판’으로 규정하면서 “정부가 책임지고 주거의 정의를 실현해 나가겠다”며 “실수요자는 확실히 보호하고 투기는 반드시 근절시키겠다는 것이 확고부동한 원칙”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일각에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문 대통령은 “주택을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고 세제(稅制)를 강화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세계의 일반적 현상”이라며 “이번 대책으로 보유세 부담을 높였지만 다른 나라보다는 낮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임차인 보호도 주요국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면서 “주택을 투기 대상이 아닌 복지 대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중·저가 1주택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경감하는 대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부동산대책의 ‘유탄’을 맞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들을 달래기위한 방안이다. 또 “공공임대주택을 중산층까지 포함해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 주택’으로 확장할 것”이라며 “고시원·쪽방·지하방·비닐하우스 등의 주거 질을 높이는 노력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일명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민간개발 막은 ‘공공 도그마’ 정책으로 집값 잡힐까
정부가 2025년까지 서울 32만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83만6000가구를 공급하는 ‘2·4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25번째 부동산대책이다. 공공기관이 도심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의 재건축·재개발에 직접 뛰어들어 공공주택 복합·정비사업을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모자란 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세권 용적률을 700%까지 높여 고밀도 개발을 하기로 했다. 공공 재건축의 경우,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 의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평균 13년 걸리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앞당기기 위해 패스트트랙 제도도 도입된다. 늦게나마 ‘공급을 통한 집값 안정’을 꾀한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긴 하다.
하지만 곳곳이 문제투성이다. 실효성부터 의심된다. 공급물량인 83만여 가구는 개발 가능성이 있는 곳에 들어설 가구 수를 끌어모은 것에 불과하다. 실제 얼마나 공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도심 토지 대부분은 사유지다. 개발 과정에서 재산권 침해, 지구 지정을 둘러싼 온갖 잡음이 터져나올 게 뻔하다.정부가 아직도 ‘공공 도그마’에 빠져 있다는 사실은 더 큰 문제다.
이번 대책에는 주택공급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민간의 개발이 사실상 배제됐다. 공공기관 주도로 개발하고, 확보한 물량의 70∼80% 이상을 공공분양하기로 했다. 규제와 세금폭탄에 멍든 주택시장을 두고는 전혀 바뀐 것이 없다. 정상적인 주택공급의 길을 틀어막은 각종 규제는 종전 그대로다. 분양가 규제, 재건축·재개발 규제, 세금 중과(重課)정책을 그대로 둔 채 공공기관을 동원한 ‘억지 공급’ 대책만 발표한 것이다. 주택공급을 늘릴 양도소득세 인하 방안도 없다.
뿐만아니라 최근 2·4대책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는 상황이라 보완책이 추가로 담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규택지 공개를 최대한 앞당기기로 합의했기에 설 연휴 후 국토교통부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신규택지 선정과 관련한 내용이 담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택지 지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2·4대책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정해진 바가 없다’는 부정적 여론이다.
집값 폭등 요인은 집값 안정과 주택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
문재인정부 집권층은 집값 폭등을 시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거 정부에서는 잠잠하던 시장이 왜 문 정부 들어와서 집값 폭등으로 나타났을까. 시장의 집값은 현재 수요·공급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 유동성과 거시경제 여건, 정부의 정책, 다른 투자대상과의 수익률 차이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이다.
집값에 직접 영향을 줄 만한 외형적 요인은 문 정부 때나 이전 정부 때나 별 차이가 없다. 경제성장은 비슷하게 둔화되고 있고, 생산가능인구나 서울 인구는 오히려 정체 또는 감소했다. 주택공급량도 지난 정부와 별 차이가 없다. 유동성 상황도 박근혜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는 시기와 비슷했다.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는 집값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사건임에도 집값은 오히려 폭등하고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뭔가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원인을 제대로 찾아 처방해야 집값을 하향 안정시킬 수 있다.
문 정부 들어 집값 폭등은 기본적으로 집값 안정과 주택정책에 대한 신뢰상실, 즉 심리적 요인이 크다. 그동안 계속되는 저금리 정책에다 부동산 투자에 대해 특혜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도했다. 오히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에는 강력한 부동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오르지 못하고 조금 떨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문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정책은 특혜 축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특혜를 확대하기도 하여 부동산에 관한 한, 적폐(積弊)세력의 일부였다.
문 정부는 저금리 정책을 더 확실히 했다. 예금하는 사람은 ‘바보’가 되고 대출받아 집 사는 사람은 이자 걱정 없이 ‘부자’가 될 수 있게 했다. 여기에다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집이 아무리 많아도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을 왕창 주었다. 그리고 주택공급은 억제했다. 주택의 신규 공급이 부족하면 집이 귀해져 집 가진 사람, 즉 기득권층만 좋아진다. 반면 무주택자들은 집값, 집세가 올라 더 고통받는다.
수없이 나온 문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대부분 변죽만 울리는 정책으로 부동산투기 잡는 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기대심리가 시장을 지배했다. 시장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이상한 정책과 황당한 주장으로 시장에 잘못된 기대심리를 심어준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에 집이 당장 필요 없는 사람들까지 대출을 최대한 받아 투기행렬에 참여하게 됐다. 빚내서 집 산 사람이 패가망신하는 것이 아니라, 꼬박꼬박 저축한 사람이 인생의 패배자, 즉 ‘벼락 거지’가 됐다. 부동산투기에 참여하지 못한 국민은 스스로를 한탄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책당국자들은 상식과 경제 논리, 실현 가능성에 바탕을 둔 정책을 시행하고, 시장 참가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은 통제 불능의 괴물이 아니고, 주택정책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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