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주에 짐싸는 서민들…서울 '1000만 도시' 타이틀 무너졌다
32년 만에 2020년 991만명…저출산여파 5세 미만 2.8%…15~19세 학령인구도 10.6% 감소
글씨 크기 선택서울시의 총인구가 32년 만에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외국인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3월3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0년 서울의 총인구는 991만1088명으로 전년 대비 9만9895명이 감소했다. 이 중 내국인은 6만642명, 외국인은 3만9253명이 줄었다. 각각 전년 대비 0.6%, 13.9% 감소했다.
서울시 인구는 산업화에 따른 인구 유입으로 1988년부터 1000만명대를 유지하다 1992년 1097만명을 정점으로 계속 내림세를 이어왔다. 2016년부터는 내국인 수가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내국인과 외국인 합까지 1000만명 아래로 내려오며 ‘천만 서울’이 무너졌다.
내국인 인구 감소에는 저출산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20년 서울시 5세 미만 인구는 27만7293명으로 전년 30만8979명에 비해 10.3%가 줄었다. 5세 미만 인구는 총인구 대비 2.8%에 불과하다. 15~19세의 학령인구도 2020년 41만6854명으로 전년보다 4만2767명(10.6%)이 감소했다.
서울의 높은 집값 등 영향으로 타 지역으로 이동한 인구가 많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은 20년 넘게 전입보다 전출이 많았던 도시”라며 “부모와 독립한 세대들이 일자리를 찾아 경기도 등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있고 수도권 근교에 부동산 분양을 많이 하는 것도 전출이 많은 이유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외국인 인구 감소도 눈에 띄게 늘었다. 서울시에 등록된 외국인은 지난해 기준 24만2623명으로 전체 인구의 2.4%를 차지했다. 이 중 방문취업, 유학 비자로 등록된 외국인이 각각 35.4%, 16.8% 감소했다. 중국 국적 외국인이 가장 크게 줄었는데 3만9253명의 외국인 감소분 중 81.7%(3만2070명)를 차지했다. 2020년 초 국내에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중국인들이 불안감을 느껴 자국으로 돌아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가속 23개구(區)가 노령사회…1~2인 가구 64% 전년 대비 2% 늘어
서울 인구는 감소했지만 1인 가구가 늘며 세대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서울의 내국인 세대 수는 441만7954가구로 전년 대비 9만349가구(2.1%)가 늘었다. 전체 세대에서 1~2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63.8%로 전년 61.8%에 비해 2.0%포인트가 증가했다. 1인 가구 비율은 관악구(58.3%), 종로구(51.1%), 중구(50.7%) 순으로 높았다.
서울의 고령화 추세도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23개 자치구가 고령사회 기준인 65세 이상 인구 비중(고령화율)이 14.0%를 넘어섰다. 강남구(13.8%), 송파구(13.9%)만이 고령사회 경계를 넘지 않았다.
서울시 전체로 보면 2018년 고령화율 14.1%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15.8%까지 급증했다. 10년 동안 64세 이하 인구는 120만명이 줄었지만 65세 이상 인구는 56만명이 늘었다.
이에 따라 생산가능(15~64세) 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인구를 나타내는 총부양비는 35.2명으로 전년보다 1.3명 증가했다. 14세 이하에 대한 유소년 부양비는 0.3명 감소했지만 65세 이상 노년부양비는 1.5명 증가했다.
자치구별 인구는 송파구(67만3926명)가 가장 많았고 강서구(58만5901명), 강남구(54만4055명)가 뒤를 이었다. 상업시설 위주인 중구(13만4635명), 종로구(15만8996명), 용산구(24만4645명)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었다. 강동구, 영등포구는 2020년 각각 2만3608명, 6381명 인구가 증가했고 나머지 23개 자치구는 모두 인구가 감소했다. 강서구와 노원구는 각각 1만2372명, 1만271명이 감소해 2020년 가장 많이 인구가 줄어든 자치구 1, 2위에 올랐다.
이원목 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은 “‘1000만도시 서울’은 거주인구가 많은 거대도시를 상징하는 단어였다”며 “인구 변화가 가져올 사회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경실련 25개 자치구 조사 - 文정부서 서울아파트값 5억 껑충…임기내내 풍선효과만 부추겨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4년간 부동산 대책이 25차례나 나왔지만, 서울의 아파트값은 80% 가까이 올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두 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으나 아파트값 상승세를 꺾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투기억제에 열을 올리며 ‘땜질 처방’하는 동안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더 멀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3월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의 30평형 아파트 평균 가격이 2017년 5월 6억4000만원에서 올해 1월 11억4000만원으로 5억원(78%) 올랐다”고 발표했다.
경실련은 서울 25개 자치구마다 아파트단지 3곳씩 선정해 총 75개 단지 11만7000가구의 시세를 분석했다. 시세는 2017년 5월부터 지난 1월까지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와 KB국민은행 시세 정보를 기준으로 했다. 조사 기간인 44개월 동안 정부는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하락세나 보합세를 보인 기간은 단 4개월에 불과했다. 그나마 잠시 주춤했다가도 한두 달 만에 큰 폭으로 올라 사실상 집값 억제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지난해 5월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승세가 꺾이면서 평당 6만원 떨어졌지만, 정부가 공공 참여 재개발 등 5·6대책을 발표하자 한 달 만에 평당 78만원이 치솟았다.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며 지난 1월까지 평당 497만원이나 올랐다. 경실련은 “정부가 솜방망이 규제로 집값 상승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비강남 지역은 하락·보합세를 보인 기간이 1개월에 불과해 비강남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계속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은 14개월이었다.
경실련은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 집값이 낮은 비강남으로 수요가 몰리고, 비강남 집값이 오르면 다시 강남 집값을 자극해 서울 전역의 집값이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정부 기관의 통계에서도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9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전달보다 657만원 오른 9억382만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1월 8억원을 넘긴 뒤 2년1개월 만에 9억원대로 올라선 것이다.
9억원은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등에서 고가주택과 일반주택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9억원이 넘는 주택은 대출 한도 축소 등의 규제가 적용되고,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도 9억원 이상 주택이다. 서울의 평균 수준 아파트가 곧 고가주택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민간 시세 조사업체인 KB국민은행과 부동산114 통계로는 이미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 2월 전국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4억681만원, 수도권은 5억7855만원으로 집계됐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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