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공시가에 “팔까, 버틸까”…다주택자의 선택은?
6월1일 전에 팔아야 稅부담 덜어…공시가 발표 후 서울 매물 1300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발(發) ‘세금폭탄’이 본격화됐다. 2021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19%가량 뛰면서 14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집을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주택도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세 부담을 견디지 못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을지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공시가격 상승률 세종 70%, 경기 23%, 서울 19%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2021년 전국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8%다.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공동주택은 아파트와 다세대, 연립주택 등을 포함한다. 2021년 공시 대상 공동주택 수는 지난해 1383만 가구보다 2.7% 늘어난 1420만5000가구로,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조사·산정됐다.
전국 시·도 중에서는 세종이 70.68%로 상승해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세종 천도(世宗 遷都)’ 논의가 이뤄지면서 집값이 크게 뛴 영향 때문이다. △경기 23.96% △대전 20.57% △서울 19.91% △부산 19.67% △울산 18.68% 등의 순으로 많이 올랐다.서울에서는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보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비강남권의 강세가 돋보였다. 서울 25개 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은 외곽지역인 노원구(34.66%)다. 이어 △성북구(28.01%) △강동구(27.25%) △동대문구(26.81%) △도봉구(26.19%) △성동구(25.27%)등의 순이었다. 다른 자치구들도 대부분 2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구(13.96%), 서초구(13.53%), 송파구(19.22%) 등 강남3구는 서울 평균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공시가격 폭등으로 종합부동산세(공시가격 9억원 초과)를 내야 하는 가구도 크게 늘었다. 전국 기준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은 2021년 52만4620가구로 전년(30만9835가구)에 비해 69.3% 급증했다. 서울에서는 168만864가구 중 40만6167가구(24.2%)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 현행 종부세 과세 기준이 처음으로 적용된 2008년에는 9억원 초과 주택 비중이 6.5%에 그쳤다.
2021년 공시가격이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집값 상승과 공시가격 시세반영률 제고가 겹쳤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2030년까지 90%까지 상승한다. 2021년 시세반영률은 전년에 비해 1.2%포인트 상승한 70.2%다. 하지만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시세가 오른 것에 비해 공시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면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폭탄이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다주택자 매물 내놓을까
공시가격 상승으로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세금 부담을 우려한 다주택자가 미리 증여 및 매각 등의 조치를 취했을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1일 전에 세 부담을 줄이고자 주택 처분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매기는 6월1일 전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다.실제로 매물도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3월15일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공개된 이후 21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6048건으로 집계됐다. 4만4679건에서 1369건 늘어난 수치다.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을 노린 실수요자들이 매매 수요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청약 대기 수요가 대거 매매 수요로 돌아설 수 있다는 뜻이다. 청약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수도권에서 분양한 아파트가 모두 1순위 청약에서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부터 증여·매각 등 선제조치…세입자에게 稅부담 전가 가능성도
반면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 만큼의 물량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의 설명이다. 정부가 수차례 공시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세 부담을 우려한 다주택자들이 지난해부터 증여 등을 통해 매물 처분을 이미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아파트 증여는 9만1866건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19년(6만4390건)과 비교하면 43%가량 늘어났다. 서울 아파트 증여건수는 2만3675건으로 2019년(1만2514건)의 약 2 배로 증가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에서 시세 차익을 노린 ‘버티기’에 나서겠다는 다주택자도 많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천만원씩 오른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 선호 현상이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별다른 소득 없이 고가 주택만 소유하고 있는 은퇴자의 경우 집을 월세 놓고 외곽지역으로 이사가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커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동주택뿐 아니라 토지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세 부담이 훌쩍 높아졌다”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정책 신뢰성이 떨어진 데다 세금까지 오르면서 조세 저항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파트 보유세, 40% 이상 늘어…명의설정 통해 절세전략 마련해야
1주택자도 수백만원대 세금…세율·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인상
2021년 아파트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1주택자도 수백만원대의 보유세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줄줄이 인상돼 실제 세금은 지난해보다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무 전문가들은 종합부동산세가 인별 과세인 데다 누진세율 구조인 만큼 명의 설정을 통해 절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주택자도 보유세 부담 급증
한경이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서울 등 전국 주요 아파트의 보유세액을 계산한 결과 대부분 단지의 세금이 40%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를 소유한 1주택자가 올해 내야 할 보유세는 2091만원으로 계산됐다. 지난해(1359만원)보다 700만원가량 오른 수준이다. 이 단지의 공시가격이 지난해 21억7500만원에서 올해 23억4000만원으로 상승한 영향이다. 인근 ‘반포자이’ 전용 84㎡를 가진 1주택자는 지난해 1163만원을 보유세로 냈지만 올해는 1908만원을 내야 한다.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 집주인 또한 내야 할 세금이 1017만원에서 1991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매월 160만원 안팎을 정부에 월세로 내는 셈이다.
강북의 ‘노도강’(노원·도봉·강북)도 마찬가지다. 노원구 중계동 ‘동진신안 아파트’ 전용 134㎡를 소유한 1주택자는 올해 보유세로 약 283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197만원)와 비교하면 43.8% 오른 수준이다. 이 단지의 올해 공시가격이 9억7400만원으로 전년(7억3300만원) 대비 32.9% 오르면서 종부세 과세 대상에 든 영향이다.지방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는 아파트가 늘었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더샵 센텀스타’ 전용 164㎡의 공시가격은 올해 11억68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67.6% 급등했다.
집주인이 내야 할 보유세액도 183만원에서 263만원으로 증가했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 범어동의 ‘빌리브범어’ 전용 84㎡는 지난해 7억2800만원이던 공시가격이 올해 10억7100만원으로 47.1% 뛰었다. 보유세는 지난해 195만원에서 올해 280만원으로 43.7% 증가했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70%를 넘는 세종은 새롭게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는 아파트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다정동 ‘가온마을 12단지 더하이스트’ 전용 102㎡는 올해 공시가격이 9억200만원을 기록했다. 작년 대비 69.9% 상승한 수준이다. 보유세는 지난해 약 112만원에서 올해 약 159만원으로 41.1% 오르게 됐다.
●보유세 절세의 핵심은 명의
종부세는 공시가격에서 공제액을 빼 과세표준을 구한 뒤 세율을 곱해 세금을 계산한다. 1가구를 단독명의로 소유하면 9억원을 공제할 수 있지만 부부 공동명의로 소유하면 각자 6억원씩 총 12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공시가격 12억원까진 종부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셈이다. 공시가격이 12억원보다 높더라도 과세표준과 세율을 각자 따지기 때문에 세액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예컨대 공시가격 14억원짜리 아파트가 단독명의라면 9억원을 공제한 뒤 과표 5억원에 대해 세금을 계산한다. 하지만 지분 50 대 50의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다면 각자 1억원(공시가격 7억원-공제액 6억원)이 과표가 된다. 단독명의일 땐 종부세액이 340만원이지만 공동명의일 땐 115만원으로 감소한다.
2020년까진 1주택 단독명의에 대해서만 최대 70%의 세액공제를 적용했다. 그러나 올해 납부하는 종부세부턴 1주택 공동명의 또한 최대 80%(최대 요율 인상)의 고령자·장기보유공제를 받을 수 있다. 소유는 공동명의를 유지하되 종부세 신고와 계산을 단독명의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 주택 취득 초기엔 부부 공동명의로 세금을 내다가 고령자·장기보유공제액을 통한 절세액이 커지는 시점부터 단독명의로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다주택자라면 집을 나눠 보유하는 게 절세에 유리하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부터 최고 6%의 중과세율이 적용되고 세부담 상한도 올랐기 때문이다. 합산 공시가격이 25억원인 아파트 두 채를 한 사람이 모두 갖고 있다면 올해 종부세로 5705만원을 내야 한다. 2채를 모두 공동명의로 갖고 있더라도 남편 2채, 아내 2채로 모두 중과세율을 적용받아 합산 2311만원의 세금을 낸다. 하지만 부부가 한 채씩 나눠서 소유한다면 각자 일반세율이 적용된다.
종부세는 합산 986만원으로 크게 감소한다. 다만 기존 주택의 명의를 변경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배우자 또는 자녀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증여세와 취득세 등 부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병탁 팀장은 “처음부터 공동명의로 취득한 게 아니었다면 증여 과정에서 내야 하는 비용과 절세 규모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며 “매년 4월 공시가격이 확정 공시되기 전에 증여해야 전년도 공시가격을 적용받아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증여 잘 활용땐 양도·소득·상속·종부세 줄여…4월29일 공시가격 확정 전 증여 유리
최근 급등한 공시가격을 확인하고 증여를 고민하는 다주택자가 다시 늘고 있다. 2021년 공시가격은 4월29일 확정 공시될 예정이다. 확정 공시 이후에는 높아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증여취득세가 과세되므로 확정 공시 전에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증여를 잘 활용하면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소득세는 물론 상속세까지 줄일 수 있다.
첫째,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 시가가 10억원인 조정대상지역 아파트를 2채 보유한 A씨가 그중 한 채를 판다고 치자. 양도차익이 5억원인 경우 올해 6월 1일 이후 양도 때 다주택자로 20% 중과세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지 못해 3억원이 넘는 양도세를 내야 한다. 반면 A씨가 이 집을 배우자에게 증여하고 5년 이후에 10억원에 양도하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증여받은 배우자의 양도세를 계산할 때 증여받은 금액인 10억원을 취득가격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10억원에 취득한 집을 10억원에 파는 것이므로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
만약 더 비싼 가격에 판다면 증여받은 이후 추가로 오른 금액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므로 절세효과가 매우 크다. 다만 증여받은 집을 5년이 지나지 않아 팔게 되면 ‘이월과세’ 규정이 적용돼 취득가격으로 양도세를 과세한다.둘째, 종부세를 줄일 수 있다. 공시가격이 시가의 70%라고 가정하면 2주택자인 A씨가 집을 매도하거나 증여하지 않는 경우 올해 내야 할 종부세는 1200만원이 넘는다. 공시가격이 매년 10% 인상된다고 가정했을 경우 2년 후인 2023년에는 2000만원이 넘는 종부세를 내야 한다. 조정대상지역에 2주택자는 1.2~6.0%의 높은 종부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만약 A씨가 2채 중 1채를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남편과 부인 모두 각각 1주택자로 0.6~3.0%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고, 인별로 적용되는 6억원의 공제액도 각자 적용받아 올해 종부세는 8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한국부동산신문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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