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의원 3명중 1명꼴 다주택자…25채 보유한 집부자도
선출직 ‘1가구 1주택’ 권고 무색…경기도 36%가 다주택·토지 소유
전국 주요 광역의회 의원 3명 중 1명꼴로 본인과 배우자가 2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과 배우자가 단독주택과 아파트, 복합주택, 오피스텔 등을 보유하고 각지에 땅을 갖고 있는 등 부동산 부자가 적지 않았다. 올해 초 정부여당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꾀한다며 선출직 공직자에게도 ‘1가구 1주택’을 권고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은 셈이다.
3월25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서울시의원은 109명 중 32명(29.4%)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주택을 보유한 의원은 강대호 의원으로, 중랑구와 경기 가평에 총 25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가액만 35억1798만원에 달한다. 이정인 의원 부부는 도봉구 창동 아파트 3채 등 총 22채(시가 57억8716만원)를 소유하고 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규정하고 전면전을 펼치는 와중에 지난해보다 소유 주택수를 늘린 5명이 모두 여당 소속이었다.
경북도의회의 경우 전체 60명 중 27명(45%)이 다주택자로 충북도의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김수문 의원(의성)은 135억9881만원을 신고해 이번에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총액에서 전국 4위에 올랐다.
55명 중 23명(41.8%)이 다주택자인 경남도의회의 경우 이종호 의원이 2020년보다 10억2659만원이 늘어난 61억4669만원으로 수위를 차지했다. 전북도의회의 경우, 39명 중 14명(35.9%)이 2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했다. 최고 재력가는 73억여원을 신고한 최훈열 의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의 시발점이 된 경기도에선 도의원 141명 중 50명(35.5%)이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했다. 진용복(용인3) 부의장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토지 21건과 도로 6건, 건물 13건을 43억2000만원에 신고했다. 황진희(부천3) 의원은 본인 명의로 인천 남동구와 계양구에 아파트 7채, 배우자 명의로 부천에 아파트 1채 등 8건의 건물을 보유했다. 경기도의원 29명(20.5%)이 10억원 이상의 부동산 보유 사실을 신고했다.
이번 재산신고에선 다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곳곳에 논과 밭, 도로, 임야 등을 다수 보유한 의원도 적지 않았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를 두고 “임대·투자사업을 해야 할 분들이 공직에 있는 것”이라며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일부 지방의원들의 경우 이권장사를 하면서 차명으로 투기한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며 “지방의 경우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이 적어 다주택자들이 의외로 많고 여러 곳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지방 재력가들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경자유전’의 원칙 허문 농지 부자 의원들은 누구일까
헌법 121조 1항에는 ‘경자유전’(耕者有田: 농민이 논밭을 소유함)의 원칙이 달성되도록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담겨 있다. 이어지는 2항에는 다만, 농지의 임대차, 위탁경영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전업 농부가 아니어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헌법에서 경자유전의 원칙을 강조한 것은 농사를 직접 짓는 사람이 농지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해서 농지 가격 상승을 막고 농민의 삶을 안정시키려는 취지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이 같은 대원칙의 예외 조항과 허점을 이용해 대규모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3월24일 국회의원 재산공개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강원도 강릉 연곡면 일대에 농지 1만2850㎡(약 3887평)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법상 농작을 짓지 않는 사람이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했거나 8년 이상 농업경영을 한 후 이농한 경우에는 농지를 1만㎡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윤 의원 측은 “위탁경영을 맡긴 지 10년 이상 된 것 같다. 농림부 농지과에 문의해 ‘위탁경영을 맡기면 문제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같은 당 한무경 의원은 한술 더 떠 강원도 평창군에 농지 11만4412㎡(약 3만4600평)를 소유했다.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도 충북 진천 일대에 농지 1만4320㎡(약 4331평)를 갖고 있었다.고문현 전 한국헌법학회장은 “농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불법이라 할 수 없지만, 대원칙은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정의당은 25일 감사원에 전국 농지운영 실태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늦게나마 경자유전의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한 국회 차원의 움직임이다.독립운동가이자 농민운동가의 삶을 산 윤봉길 의사(1908∼1932)는 ‘농민독본’(1927·보물 제568호)에서 “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업이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 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나라에서 그 열쇠는 지금 누구의 손에 들려 있는가.
투기 땐 부동산 취업 자격증 취득 제한
공무원 부동산등록·신고제 병행…토지구입 자료 계획서 제출 추진
투기 등 부동산 관련 불법 행위를 저지를 경우 관련 기관 취업과 자격증 취득을 제한하고, 공직자 재산 등록제·신고제를 병행하는 내용의 투기 근절대책이 조만간 발표될 전망이다. 수도권 땅 투기를 막기 위해 토지 구입 시 자금조달계획서를 받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3월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8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갖고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예방·적발·처벌·환수 대책을 논의한 뒤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투기 예방 및 적발을 위해 공무원·공공기관 임직원 부동산 등록제와 신고제를 병행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4급 이상인 공직자 재산등록의무제 대상을 확대하고, 부동산을 거래할 때마다 기관장 등에 자진 신고하도록 하는 신고제도 함께 도입해 투기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국토부, LH 등 부동산 정책 관련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해 부동산 등록제와 신고제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부동산 등록제를 모든 공무원에게 적용하자는 입장이어서 당·정 간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처벌과 부당이득 환수 방안은 공공뿐 아니라 민간의 불법적인 거래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불법적인 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은 최대 5배까지 환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는 특히 비공개·내부 정보를 불법 부당하게 활용한 투기, 담합 등 시세조작 행위, 허위 매물과 신고가 계약 후 취소 등 불법 중개·교란 행위, 불법 전매·부당청약행위 등 4대 시장교란 행위에 초점을 맞춰 처벌·환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 등 불법행위를 하다 적발됐을 경우 토지·주택 관련 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등 부동산 관련 업종 자격증 취득도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수도권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매입할 때 어떻게 자금을 조달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자금조달계획서를 받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자금조달계획서를 내게 하면 토지 매수자는 어떤 돈으로 땅 매입 자금을 만들었는지 정부와 지자체에 세세하게 밝혀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불법 증여를 가려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토지 시장에 만연한 편법행위인 친인척 명의로 땅을 사는 차명거래도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이익환수”는 말뿐… 'LH 투기몰수' 용두사미되나
투기공직자 처벌 소급적용 못해…보유기간 따라 보상차등안 검토
사태 초기부터 요란스럽게 쏟아졌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재발방지 대책 상당수가 실제로는 국민 분노를 잠재우기엔 미흡한 수준에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3월23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당·정은 부동산 개발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해 땅 투기를 하는 공직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이들이 얻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은 몰수·추징하는 내용의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땅 투기를 한 공직자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형이나 그 이익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게 하고, 취득한 재산을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이는 3기 신도시에서 땅 투기를 벌인 LH 직원 등 공직자에겐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노출했다. 몰수나 추징, 혹은 형벌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것은 친일·부패행위로 취득한 재산 같은 것이라 투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3월18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엔 소급 적용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해체 수준’의 개혁 대상으로 언급됐던 LH도 실제로는 일부 기능 조정 등의 수준에서 조직 손질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설 경우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는 데다 LH가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문재인정부 주택공급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정치권이 주장한 주택청 같은 정부 조직을 따로 만드는 방안 역시 정부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LH의 역할을 줄이거나 일부 기능을 떼어내고, 토지개발·보상 업무 담당자 등의 순환배치를 강화하는 정도의 단계별 조정안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를 포함해 곧 발표될 종합대책에는 신도시 예정지 발표일 직전 해당 지역에 땅을 산 이들이 단독주택용지나 아파트분양권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토지 보유기간에 따라 협의양도인 택지를 아예 주지 않거나 택지 공급가나 아파트 분양가격을 차등화하는 방안인데, 여기서 문제는 신도시 지정 전 언제까지를 그 기준으로 삼느냐다. 보상 등의 인정 기준이 너무 길면 장기적인 투기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줬다는 논란을, 지나치게 짧으면 과도하게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소지를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에 대한 세부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협의양도인 택지에 관해 그간 제기된 문제점 등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최근 청와대·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이 수사의뢰한 대통령경호처 과장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 24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성이 많은 경기남부경찰청에 (이들에 대한 사건을) 배당했다”고 말했다. 경기남부청은 광명·시흥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최초로 제기된 LH 직원 15명과 관련한 수사를 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신문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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