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안 팔겠다"는 다주택자의 '강남불패' 믿음은 어디서?
"죽어도 안 팔겠다는데요? 버티거나 증여를 알아보고 있어요"(서울 서초구 H공인중개사)"매물이요? 대부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였어요"(서울 강남구 J공인중개사).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역대급 세금폭탄을 투하했으나 서울 강남권 부동산은 요지부동이(搖之不動)다.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매물 호가를 올려놓고, 세금 전략 짜기에 들어갔다. 셈법은 복잡해졌지만 우선 버티며 관망하거나 증여하겠다는 속셈이다.
●‘발등의 불' 다주택자 "그래도 강남은…버티거나 증여"
요즘 강남권 부동산시장에선 매물을 내놓기 보다 '버텨보자, 우선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부동산 및 세무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책으로 세금 부담에 대한 다주택자의 체감도는 높아졌다. 과거에는 '세금 좀 더 내면 된다'며 넘어갔다면 이제는 '진짜 세금을 수억씩 내야 하냐? 증여해야 하나? 팔아야 하냐?'는 질문이 나온다는 것. 더구나 오는 6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중과(重課)와 양도소득세(양도세) 인상을 앞두고 버티기나 증여의 비중이 높아졌다.
하지만 실제 강남3구 등 서울 중심부에서 매물이 다수 나올지는 미지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K 공인중개사 대표는 "아침에도 다주택자가 찾아와 '매년 보유세를 1억씩 내야 하는데 어떻게 하냐'며 걱정했다"면서도 "우선 정부 정책이 확정될 때까지 지켜보거나 증여를 알아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서울불패(不敗)·강남불패'를 경험한 다주택자는 '버텨보자'는 생각이 크고, 보유세가 부담되는 다주택자는 이미 증여를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도·증여세 전문가인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는 "대책이 나오고 수많은 상담을 했지만 강남 집을 팔겠다고 한 사람은 많지 않다"며 "부부 간 증여, 자식 증여는 기본이고 이제는 자식이 무주택 부모에게 증여하거나 형제에게 증여하는 것까지 고민한다"고 말했다.증여·취득세율을 기존 3.5%에서 12%로 높이는 방안도 다주택자 매물을 유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안 대표는 "단순히 증여세가 양도세보다 더 많다고 하더라도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60대 이상 다주택자는 당장 양도세만 고려하는 게 아니고 향후 상속세까지 생각해서 증여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강남 집을 가지고 있으면 향후 가치가 더 상승할 것이란 믿음이 확고하기 때문에 강남 등 서울 중심부에서는 매물이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남 다주택자, 안 팔고 ‘역대급 증여’ 선택…3월에만 812건, 한 달만에 6.3배 폭증
6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세 강화를 앞두고 지난 3월 서울 강남구에서 역대급 아파트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에 고가(高價)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세금 중과를 피하려 증여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4월1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간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강남구의 아파트 증여는 812건으로, 2월(129건)과 비교해 6.3배나 늘었다. 이 같은 증여 건수는 부동산원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역대급’으로, 2018년 6월(832건)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많다. 그동안 강남구의 아파트 증여는 월 47∼420건 사이였다.
강남구의 증여 증가 영향으로 지난 3월 서울의 아파트 증여도 2019건으로, 전달(933건)보다 2.2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강남구의 아파트 증여가 서울 전체 증여의 40.2%를 차지했다. 강남구에 이어 강동구가 307건, 노원구 139건, 강서구 121건 등의 순이었다. 전국의 아파트 증여는 1만 281건으로 2월의 6541건보다 57.2% 증가했다.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6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와 양도세 인상을 앞두고 버티기냐 매도냐 증여냐 세 갈림길에 섰던 강남의 다주택자 다수가 증여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최근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자 부유층이 자녀에게 서둘러 집을 마련해 주려고 강남 아파트 증여에 나선 경우가 있고 고령의 다주택자 가운데에는 종부세 등 세 부담을 피하려 절세형 증여에 나선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 양극화 심화…서울·수도권 수요는 더 몰릴 것“
결국 다주택자들이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 등 중심부 주택은 끝까지 남기거나 증여하고, 지방을 팔 것이란 얘기다. 실제 투자자들이 몰렸던 지방을 중심으로 지난해 7·10 대책 이후 매물이 나오고 있다. 외지 투자자가 몰렸던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한 부동산 관계자는 "7·10 대책이 나오고 집을 내놓는 수도권 투자자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이춘란 오비스트 본부장은 "다주택자들을 상담했을 때 지방에 있는 것부터 팔고 서울, 수도권은 최대한 가져가겠다고 했다"며 "지방 물건부터 팔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 아파트를 파는 다주택자도 결국 서울에서 더 똑똑한 한채를 찾고 있다"며 "서울, 수도권으로 수요가 더 집중해 서울 중심부 집값은 하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한국부동산신문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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