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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1년07월19일 10시09분 ]
<守岩칼럼> 어설픈 부동산 대책…애꿎은 서민들만 울렸다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 백지화…전세값 폭등에 세입자들만 피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시장의 혼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2020년 6·17 대책 중 핵심사항으로 발표한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가 백지화되면서 애꿎은 피해자만 양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정부·여당의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 결정에 대해 부동산 업계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을 내놨다. 현장에산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가 집값만 들쑤시고 돌아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2년 실거주 규제가 도입된다는 소식에 집주인들이 부랴부랴 재건축 단지로 돌아가면서 세입자들이 쫓겨난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로 있다가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 때문에 집주인이 들어온다고 해서 제가 급하게 잠실 쪽으로 월세를 찾아준 경우도 있다”며 “개발 기대감에 재건축 단지 집값은 오르고, 2년 실거주 조항 때문에 재건축 주변 단지 전세값도 뛰면서 결국 신축과 구축 모두 한꺼번에 집값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성토 글 줄이어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정부의 원칙 없는 부동산 규제를 성토하는 글이 이어졌다. 특히 정부를 믿고 실거주에 나선 집주인과 이를 위해 전셋집을 옮긴 세입자들의 불만이 크다.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1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한 40대 가장은 “오래 살던 세입자 쫓아내는 게 죄송해서 이사비까지 드리고 6월부터는 중학생 딸 생각해서 인테리어 공사까지 들어갔다”면서 “이제 와서 되돌린다고 해버리면 우리 가족과 세입자 가족 시간 낭비와 이사비용, 인테리어 비용도 손해배상 청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부터 서울 등 도심에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뒤늦게 미스매칭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공급 확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의 경우에도 임기 초에는 서민 주거안정을 이유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장했다가 2020년 7·10 대책에서는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매입임대(8년)를 폐지했다. 지난 5월에는 한발 더 나아가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모든 주택 유형에 대한 매입임대 신규 등록을 받지 않는 등 제도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시장의 반발이 거세지자 최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요건…결국 1년 만에 백지화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는 정부의 규제 방안이 1년 만에 백지화됐다. 이는 2020년 6·17 부동산 대책의 핵심 규제 방안으로 분류됐으나 규제 정도가 지나치고 부작용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문재인정부 들어 나온 25차례 부동산 대책 중 규제 방안이 철회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7월12일 국토법안소위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중 재건축 조합원에게 2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제외키로 결정했다.

이 법안에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경우 해당 단지에 무조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 투자 등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미 오래된 재건축 단지의 경우 집주인들이 세를 주고 외지로 떠나 살고 있는 사례가 많은 데다 실거주가 이뤄지면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집주인이 재건축 단지로 복귀하면 세입자가 당장 떠나야 해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집주인의 실거주 증가로 가뜩이나 부족한 전세 매물을 찾는 사람이 늘어 전셋값이 급등하는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또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에 따라 세입자들은 ‘2+2년’(총 4년)을 거주할 수 있게 됐지만, 재건축 조합원의 실거주 규제는 이 제도 도입 취지와 상충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그밖에도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토지거래허가제 등의 강력한 방지책이 시행 중인 점이 감안됐다. 서울 시내 재건축 단지들은 대부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제한을 받기 때문에 실거주 외 목적을 가진 사람이 집을 살 수 없어서다. 그러나 이번 규제 철회 결정은 정부가 설익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바람에 집값과 전셋값 상승만 부추겼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집주인의 실거주 결정과 맞물려 밀려난 세입자들이 증가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이다. 시장에선 정부의 규제 방안이 재건축 사업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져 집값이 급등하는 계기가 됐다.
 
●反시장 규제 푸는 계기로 삼길

집주인(조합원)이 실거주 2년을 채우려고 입주하면서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후아파트에서 살던 세입자들이 외곽으로 밀려나 ‘전세 난민’으로 떠도는 상황이 벌어졌다. 가뜩이나 전세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전셋값도 급등했다.강남 재건축단지들이 2020년 말까지 맞춰진 규제 시한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서 집값도 큰 폭으로 치솟았다.

압구정동 현대 1, 2차 아파트의 경우 1년 새 집값이 15억원가량 올랐다. 시장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이 부작용만 일으킨 ‘졸속 정책’의 대표 사례가 된 셈이다. 이번 백지화 조치로 반(反)시장적 규제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설익은 정책으로 애꿎은 세입자 피해와 주택시장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이 비등하다.이 조항이 사라졌다고 해서 매매·전세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전세 대란은 서울은 물론 수도권 전체로까지 확산하며 서민의 주거 고통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집값 급등세도 끝이 없다. 정부가 내놓은 25번의 부동산 대책이 공급 확대 없이 수요만 줄이려는 규제 일변도인 탓이다. 최근 1년간의 흐름을 짚어보면 임대차 3법 등은 주택시장 불안정 심화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 

정부·여당이 섣부른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뒤늦게나마 인식하고 철회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다만 부동산 정책 신뢰도가 이미 바닥으로 추락한 시점에 나온 철회안이어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는 비판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이번 백지화 조치는 임대차 3법 등 어설픈 부동산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부·여당이 부동산을 잡겠다고 섣불리 규제부터 꺼내들기 시작하면, 시장은 불안해지고 그 피해가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정책 결정에 앞서 공청회를 거친다거나 현장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 없이 밀어붙인 끝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신뢰를 잃은 측면이 크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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