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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1년10월18일 06시41분 ]

 대선 앞두고 성난 민심에 ‘전세대출’ 규제 풀었다 

금융위원장 “연말까지 총량 규제 넘기더라도 용인”…8조원 풀릴 듯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대출 축소를 위해 금융권을 상대로 전방위 대출 규제 압력을 가하던 금융 당국이 물러섰다. 실수요자 피해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자 전세대출은 연말까지 대출총량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출총량 규제는 은행 등 금융권이 지난해 말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을 6%대로 맞추라는 것으로, 연말까지 대출 절벽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0월14일 기자들과 만나 “연말까지 전세대출과 잔금대출(집단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실수요자들을 고려해 전세대출, 잔금대출 증가로 6% 총량 규제를 넘기더라도 용인하겠다”고 했다.

전세대출은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분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풀어준다는 것은 지금까지 밀어붙였던 총량 규제를 사실상 포기한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했다. 가계대출 통제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승범 위원장)고 압박했던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후퇴’ 과정에는 실수요자 피해 가능성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전세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대선을 앞두고 전세대출까지 조이다 민심이반 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서민 실수요자 대상 전세대출과 잔금대출이 일선 은행 지점 등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 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금융 당국의 대출 통제로 지난 8월 이후 주요 은행의 대출 축소가 잇따랐다. 농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중단하고 국민·하나은행도 일부 전세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도 막힐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온라인 부동산 카페 등엔 ‘대출 절벽’을 걱정하는 글이 대거 올라왔다.

10월14일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앞에 전세자금대출 상품 현수막이 걸려 있다. 금융위원회의 가계대출 추가대책에 전세 대출이 포함되는지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이날 고승범 금융위 위원장은 "연말까지 전세대출 그리고 집단대출의 경우에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입주 아파트 110곳 잔금대출 안막는다

최근 대출 규제를 강화해온 금융 당국이 14일 전세대출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금융 당국이 ‘강한 억누르기’에서 ‘실수요자 보호’로 무게중심을 틀면서 대출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지난해 말 대비 가계대출 총량을 6%대로 묶어야 했던 은행들이 전세대출 증액분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부담 없이 대출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전세대출 재개”

당장 지난 8월 전세대출 등을 중단해 대출 불안의 시발점이 됐던 NH농협은행은 14일 “전세대출을 오는 18일부터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날 금융위가 은행들에 “여신 심사 과정에서 전세대출이 과도하게 취급되지 않도록 꼼꼼히 살펴달라”는 지침을 내림에 따라 모바일 대출은 재개하지 않고, 은행 지점을 통한 대출만 열 예정이다.

10월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을 5000억원 한도로 제한하기로 했던 신한은행도 18일부터 대출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 및 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도 실수요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한도를 지점별로 최대 5억원으로 제한키로 한 우리은행도 전세대출에 한해서는 한도를 추가로 배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아파트를 이미 분양받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도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올해 말까지 입주하는 주택 단지에서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따른 잔금대출 중단으로 잔금을 내지 못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등은 이를 위해 합동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올해 말까지 입주하는 110여 사업장의 잔금대출 취급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전세 대출은 중단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못박으면서 은행들의 ‘대출 실탄’은 연말까지 약 8조원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8월과 9월 은행권 전세대출이 각각 2조5000억원과 2조8000억원씩 늘었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대출 절벽 우려로 미리 전세대출을 받아둔 임차인들이 꽤 많기 때문에 8조(兆)원 정도이면 연말까지 실수요자들의 대출 수요를 맞추는 데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출 증가 방치한다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전세 대출에 대한 추가 규제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기존 대출 규제는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손을 대려다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예를 들면 지난해 7월 발표에 따른 주택 보유자의 전세대출 제한은 기존 방침대로 유지된다.

금융위는 범정부 부동산 대책(‘6·17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넘는 아파트를 살 경우 전세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이 3억원 넘는 아파트를 살 경우엔 3개월 안에 전세대출을 갚아야 한다는 점도 바뀌지 않는다.

이날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조이기 방침 자체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치도 취했다. 지난 5일 출범해 5000억원의 대출 여력을 갖고 있던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도 이날 오후 1시부터 모든 대출 상품 취급을 중단했다. 금융 당국이 정한 올해 대출 한도가 출범 9일 만에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금융 당국에 대출 한도를 3000억원 증액해 주거나, 중·저신용자 대출만이라도 대출 총량 한도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 대출은 예외라는 것이지 전반적인 대출 증가세를 방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전세대출 안조이는 대신, 주택·신용 대출은 더 조인다

하나은행이 10월20일부터 주택·상가·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 구입 자금 대출과 신용대출을 연말까지 중단한다고 15일 밝혔다.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지난 8월부터 시행 중인 NH농협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우리은행도 10월20일부터 11개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최대 0.9%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우대 금리를 낮추면 대출 금리가 인상되는 것과 같아 대출을 조이는 효과가 있다.

금융위원회가 14일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은 규제하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하겠다 발표하면서 전세나 신규 아파트 입주자 등 실수요자들의 대출중단 사태는 피하게 됐지만, 대신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이 막히는 상황이다. 2020년 말 대비 가계 대출 증가율을 6%대로 억제하라는 금융위원회의 대출 총량 규제에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전세·집단대출을 제외한 다른 대출 창구를 닫아걸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들 반발에 부딪혀 전세대출은 풀어줬지만, 다른 대출 증가세는 막겠다는 것이 당국의 뜻인 것 같다”며 “대출 보릿고개는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9월말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이 5.19%로 5대 은행 가운데 NH농협은행(7.29%)에 이어 둘째로 높다. 하나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등 외에 비대면 대출인 ‘하나원큐 신용대출’과 ‘하나원큐 아파트론’도 10월19일 오후 6시부터 대출을 중단한다. 서민과 관련된 부동산담보 생활안정자금대출과 새희망홀씨 등은 제외된다.

우리은행도 오는 20일 이후 신규·연장·재약정하는 11개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최대 0.9%포인트 축소, 대출 금리를 높이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9월말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이 4.05%로 다소 여유가 있지만 다른 은행의 대출 축소에 따른 ‘풍선효과(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손대지 않는다고 했는데 다른 대출은 실수요자가 없느냐”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을 급등시켜 놓고 대출 규제만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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