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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1년10월21일 05시07분 ]
‘완판’ 서울 아파트, 미계약 쌓인다
종로·강서·관악서 발생…수십대 1 경쟁률의 9억 미만 중도금 대출되는데도 당첨자들 포기…“집값 하락 신호일수도” 


서울 강서구 ‘우장산 한울에이치밸리움’ 아파트는 지난 9월 1순위 청약 37가구 모집에 2288명이 몰렸다. 마곡지구가 가깝고, 분양가도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9억원 미만인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혔다. 그런데 60대1 넘는 경쟁을 뚫고 당첨된 사람 중 절반 가까운 18명이 계약을 포기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 규제와 맞물린 새 아파트 품귀 여파로 분양만 하면 순식간에 완판되던 올 상반기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불패 신화’를 이어가던 아파트 청약 시장에 최근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수십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계약이 안 돼 추가 모집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청약 시장은 주택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선행 지표 성격이 강하다.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가 청약 수요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월1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8월 분양한 서울 관악구 ‘신림스카이아파트’는 43가구 1순위 청약에 994명이 몰렸지만 27가구가 미계약됐다. 지난 9월 미계약분에 대해 무(無)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22가구가 또 미계약분으로 남아 20일 2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지난 7월 분양된 종로구 ‘에비뉴청계2′, 동대문구 ‘브이티스타일’도 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해 추가 모집을 받았다.

최근 분양에 어려움을 겪는 아파트는 대부분 한두 동(棟) 규모 ‘나 홀로 아파트’로, 대단지 아파트와 같은 체계적인 관리나 커뮤니티 시설은 기대하기 어려워 수요자들의 선호도는 떨어지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분양 전문가들은 “여러 단지에서 미계약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상반기만 해도 나 홀로 아파트도 ‘없어서 못 판다’는 분위기였다. 3월 분양한 광진구 ‘자양하늘채베르’(165가구)와 4월 분양한 관악구 ‘중앙하이츠포레’(82가구)도 단지 규모는 작았지만 미계약은 없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출 규제 여파로 주택 수요가 줄면서 나홀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나중에 처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심리가 확산하면 나 홀로 아파트뿐 아니라 입지나 시설 등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대규모 아파트까지 분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도 계약포기 사태…대구는 한달새 미분양 2배 늘어  

비(非)서울 지역에서는 소규모 단지가 아닌데도 신규 분양 아파트에서 대규모 미계약이 발생하는 사례가 이미 나오고 있다. 경기 성남시 ‘판교 SK뷰 테라스’는 1순위 청약 경쟁률 316.8대1을 기록했지만 292가구의 40%인 117가구의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했다. 이달 6~7일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도 4만여 명이 몰렸지만 또 15가구가 남았고, 청약 순서가 예비 순번 200번대 후반까지 밀린 끝에 19일에야 모두 팔렸다.

한때 열기가 뜨겁던 대구 부동산 시장은 아파트 공급 과잉 여파로 최근 냉각기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9월 청약을 받은 ‘힐스테이트 동인’은 대형 건설사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주택형에서 미분양이 나왔고, ‘신기역 극동스타클래스’는 142가구 중 120가구가 미분양됐다. 8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2365가구로 7월(1148가구)의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국 미분양 주택이 매달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구 아파트값 상승률 역시 2주 연속 0.01%를 기록하며 지방 5대 광역시 평균(0.2%)을 크게 밑돌고 있다. 다만 최근의 분양난을 당장 분양 시장 침체의 신호로 해석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강동구 둔촌주공 같은 대형 재건축 단지나 3기 신도시 등 공공 택지 분양을 기다리는 수요가 워낙 많다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아파트들이 시장에 나오면 언제든지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기준 국내 청약통장 가입자는 2842만명으로 올 1월보다 100만명 가까이 늘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최근 일부 분양 단지에서 미계약이 나타난 것은 지금껏 너무 과열됐던 청약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며 “향후 청약 시장에서는 인기 단지와 비인기 단지 간 양극화가 심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점이냐 숨고르기냐…부동산 시장 어디로
아파트값 변곡점 왔나… 서울 상승세 꺾이고 한달새 매물 8% 늘어

“추석 이후 집을 팔겠다는 사람은 조금씩 늘고 있는데, 대출 규제 때문인지 매수 문의는 거의 끊겼어요. 이제 진짜 집값이 오를 만큼 오른 건가 싶습니다.”(서울 성동구 K공인 대표)

집값 단기 급등에 따른 ‘고점 인식’ 확산에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값이 변곡점에 접어들었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 폭이 줄어들고,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서 매물이 증가하는 등 각종 통계 지표들도 집값 조정 가능성을 암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거래 건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정부가 ‘대출’을 조이면서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자취를 감췄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말이다. 이미 작년 상승률을 뛰어넘을 정도로 급등한 부동산 시장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과 잠깐의 숨 고르기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아파트 매물은 쌓이고 가격 상승은 주춤

거침없이 오르던 서울 집값은 최근 들어 상승 폭이 둔화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매주 0.2~0.22%의 상승률을 기록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9월 27일부터 2주 연속 0.19%로 내려앉더니 지난주에는 0.17%로 상승 폭이 축소됐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나 마포구 등은 여전히 0.2%를 넘는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도봉(0.12%), 강북(0.05%), 중랑(0.09%) 등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일수록 상승 폭 둔화가 두드러졌다.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강남권은 수요가 여전히 많고, 집값이 15억원 이상인 경우가 많아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다”며 “반면 실수요 서민들이 대출 끼고 집을 사야 하는 강북과 수도권에서 수요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선행지표인 ‘매수우위 지수’도 2주 연속 100 이하를 나타내고 있다. 이 숫자가 100 미만이라는 것은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서울 지역의 매수우위 지수는 10월4일 96.9, 10월11일 94.5였다.

실제로 아파트 거래량은 줄었지만 매물은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총거래량은 3784건으로 8월(5054건)에 비해 25.1% 줄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 집계로 10월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1880건으로 한 달 전(3만8831건)에 비해 7.8% 늘었다. 수도권인 경기·인천에서도 한 달 새 매물 수가 각각 14.5%, 21.1%씩 증가했다.

공급이 늘면서 직전 거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9월에 이뤄진 서울 아파트 거래 10채 중 3채(35.1%)는 직전 거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팔렸다. 서울 강동구 고덕 자이 전용 59㎡는 직전 거래 가격(13억5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낮은 11억원에 거래됐고, 서울 성동구 한진타운 전용 84㎡도 직전 가격보다 2억1000만원 낮은 1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너무 올랐다 vs 대출규제 영향

2021년 1~9월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6.24%로 2020년 한 해 상승률(3.01%)의 2배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최근 나타난 지표들을 두고 “과도하게 오른 집값 상승세가 꺾이고 약보합이나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가격과 거래량 등 여러 가지 지표들이 하락세를 보이는 지금이 변곡점”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비수기로 접어드는 시기인 데다가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연말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 등으로 민생 경제가 파탄이 난 상황에서 대출을 계속 조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임대차 3법으로 계약갱신권을 썼던 세입자들이 매매시장으로 나오는 데다 입주 물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집값이 상승할 요인이 더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R114 집계로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3만1457가구에서 내년과 후년 2만~2만2000가구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2030 영끌족 “금리는 계속 오르는데…잠 안와요”
 “月이자 수십만원 더 나와… 퇴근후 알바라도 해야할 판”

지난 9뤟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를 9억5000만원 주고 산 B씨(41)는 “집값이 끝없이 오르는 게 불안해 대출을 3억원 넘게 얻어 집을 샀는데 요즘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10년 전세살이에 지쳐 직전 최고가보다 1억원 비싸게 주고 집을 샀는데, 이후 거래가 뚝 끊기고 호가가 제자리걸음하고 있어 마음을 졸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시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사나 인터넷 글을 보면 ‘아파트 괜히 샀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대출금리까지 오르면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긁어모은다는 뜻의 신조어)로 내 집 마련에 나섰던 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출 이자 부담이 느는 것만도 부담스러운데, 집값까지 떨어지면 그 충격을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서울 집값은 감당이 안 돼 뒤늦게 경기도 외곽 아파트를 샀는데 꼭지에 물린 것 같다”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이런 불안감은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20·30대가 더 하다. 작년 말 서울 마포구의 오래된 아파트를 매수한 직장인 C39)씨는 매달 월급에서 생활비를 제한 거의 모든 돈을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 C씨가 산 아파트는 그나마 호가가 2억원 가까이 오르긴 했지만, 대출 이율이 1%포인트 넘게 올라 매달 이자만 30만원 늘었다. C씨는 “퇴근 후 배달 아르바이트나 대리기사라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계속 오르고 있다.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 압박에 은행들이 우대 금리를 깎거나 가산 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실수요자들이 창구에서 체감하는 금리 인상 폭은 더 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10월18일부터 적용한 주택담보대출 변동 금리는 연 3.031~4.67% 수준으로, 8월 말(2.62~4.19%)과 비교해 한 달 보름 사이 최대 0.48%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도 2.92~4.42%에서 3.14~4.95%로 올랐다. 11월 중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 연내 대출금리는 5%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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