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바로미터’ 은마·목동 아파트도 매물 쌓여
전세값 상승 주춤, 학군수요 실종…서울 전세매물 2배로 늘어
서울의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은 12월21일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을 3만1343건으로 집계했다. 한 달 전(3만688건)과 비교하면 2.1%, 1년 전(1만5953건)과 비교하면 96.4% 증가했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1년 전만 해도 전셋값이 일주일 새 1억~2억원씩 급등해도 전세를 못 구해 난리였다. 지금은 분위기가 정반대”라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13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8.5였다. 2주 연속으로 100을 밑돌았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전세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의미다. 그만큼 세입자로선 이전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의 임병철 리서치팀장은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서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대치동이나 목동(양천구) 등 교육 여건이 좋은 곳에서 전셋집을 구하려는 수요도 많이 줄었다. 아실은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세 매물을 439건으로 집계했다. 1년 전(30건)보다 400건 넘게 많아졌다. 은마아파트에서 전용면적 84㎡짜리 전셋집은 지난 7월 11억5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재는 같은 면적에서 7억5000만원짜리 전세 매물도 나와 있다.
목동 12단지에선 전세매물이 37건으로 1년 전(21건)보다 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목동 10단지에서도 전세매물이 24건에서 38건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목동 12단지에서 전용면적 73㎡짜리 전셋집의 실거래가는 6억1000만~6억8000만원이었다. 현재는 6억5000만~7억5000만원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다만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2019년 7월 이후 129주 연속으로 올랐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2022년 7월이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021년 7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을 시행한 지 2년이 되는 시점이다. 2022년에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전세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2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520가구로 2021년(3만1947가구)보다 34.4% 감소한다.
잘 나가던 빌라도 '거래 절벽'…11월 19.1% 줄어 3235건…“가격 크게 올라 실수요자 관망"
서울에서 부동산 ‘거래 절벽’ 현상이 아파트에 이어 빌라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재개발 기대와 아파트 대체재로 관심을 끈 빌라 매매 시장에서도 관망세가 확산하는 모습이다.12월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서울 다세대·연립 거래량은 3235건으로 집계됐다. 하루평균 107.8건 수준이다. 11월 하루평균 거래량은 전달(133.4건)보다 19.1% 감소했다. 아직 집계 기한이 남아 있지만 연중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주택시장 관망세가 커지면서 빌라 시장도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빌라 자체의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최근 가격 상승으로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거래 절벽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시장 내 분위기다. 강서구 화곡동 일대 A공인 대표는 “재개발을 노린 투자 수요가 가세하면서 빌라 매매가도 크게 올라 실수요자가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빌라 매매가격은 투자 수요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평균 매매가격은 3억4392만원으로 연초 3억2207만원보다 2000만원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평균 매매값 상승률이 아파트(16.6%)보다 낮지만, 재개발 기대가 높은 일부 지역의 가격은 단숨에 수억원씩 뛰었다.전문가들은 빌라 시장 내 재개발 기대가 큰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거래량 확대 요인은 제한적이라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속통합기획’으로 제2의 뉴타운 바람이 불 수도 있지만 투자 시점과 부동산 소유 현황에 따라 현금 청산 우려도 존재해 투자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