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守岩칼럼>뒤늦은 정부의 반성문 “주택 수급 미스매치”
2022년 부동산 안정방안 발표…“높은 집값 등 한계” 정책실패 인정
정부는 추진한 정책을 놓고 좀처럼 잘못을 인정하거나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재인정부의 최대 실패작인 부동산정책을 놓고 뒤늦은 반성을 했다. 주택정책 주무 장관인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월27일 ‘2022년 부동산시장 안정 방안’을 내놓으면서 “올해 집값이 많이 올라 국민들께 많이 송구하고 그런 심정”이라고 사과했다. 뒤늦은 반성문을 낸 셈이다.
43만호 지구지정 완료 등 기존 205만호 공급집중…새 내용 없어 주거안정 효과 의문
정부는 이날 주택공급 집중에 방점을 찍은 ‘2022년 부동산 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새로운 대책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 발표된 공급 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어서 획기적인 주거안정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비판이다. 이미 진행 중인 대책 외에 새 방안을 마련해 봐야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처음부터 다시 판을 짜야 할 수 있는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토부 등이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정부는 2022년에 지금까지 발표한 총 205만호 규모의 공급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동시에 사전청약 확대를 통해 시장에 물량을 조기 공급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목표량인 205만호 가운데 2021년까지 지구 지정을 마친 121만호를 제외하고 남은 84만호 중 절반 이상인 43만호에 대한 지구 지정을 2022년에 모두 완료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43만호 가운데 수도권 물량이 20만호에 달한다면서 이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도권 택지 공급 물량인 3만7000호의 5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2·4 주택 공급대책을 통해 발굴한 약 16만호의 도심 주택공급 후보지는 주민동의 속도를 높여 2022년에 지구 지정을 모두 완료한다. 또한 2022년 중으로 직장·주거 근접성이 높은 도심 후보지를 서울을 비롯한 요지에서 10만호 이상 추가 발굴하기로 했다.
정부는 주택을 조기에 공급하는 데도 집중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빠른 주택공급을 위해 공공과 민간의 2022년도 사전청약 물량을 당초 6만8000호에서 7만호로 확대하고 전체 분양예정 물량인 39만호를 차질없이 공급할 예정이다. 39만호는 최근 10년 평균 분양물량보다 10만호 이상 많은 수준이다. 서울 등 도심지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민간정비사업에도 통합심의를 적용해 각종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 주고,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완화해 사업성을 높여준다.
또 이른바 ‘대장동 사태’로 촉발된 도시개발사업 공공성 강화방안의 후속조치도 추진한다. 민간이율 상한을 제도화하는 등 민간이익 환수를 강화하고, 민·관(民官) 공동사업의 절차와 방법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는 등 사업 추진과정에서 공공성을 높이는 게 골자다.
이날 발표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정부가 그간의 부동산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짚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수급 미스매치(불일치), 여전히 높은 집값 등 한계도 있었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주택공급에 있어 총량적인 공급은 적지 않았지만, 입지·시기면에서 미스매치가 일부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례적인 초저금리에 따른 자산 인플레이션 대응에서의 한계도 언급했다.
이같은 반성은 차기 대통령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재인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이 민심이반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최근 여권에서 부동산 정책 변화 기류가 강해졌다. 문 대통령도 11월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좀 더 주택공급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2·4대책이 일찍 마련되고 시행됐으면 더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용적률·층수규제 완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등의 안을 제시하며 현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과 사실상 ‘단절’을 선언한 상태다.
정부, 공급확대 총력대응 왜?…주택지표 안정세·매수위축에 ‘지금 집값잡을 適期’ 판단
정부가 그동안의 수급 불일치에 따른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2022년엔 주택공급에 총력을 다한다는 내용의 ‘2022년 부동산시장 안정방안’을 마련한 이유는 지금이 집값 안정을 위한 중요한 변곡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정부는 우선 문재인정부 들어 총량적인 주택공급은 적지 않았지만 국민이 원하는 도심 내 공급이 수요 대비 다소 부족한 미스매치(불일치)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또 세제·금융·공급 등 전방위적 시장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초저금리에 따른 자산 인플레이션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공급 확대와 유동성 관리에 2022년 부동산시장 안정방안의 방점이 찍힌 이유다. 특히 정부는 이날 ‘추세적 집값 하락’을 전망했다.
정부는 “공급·금융·인구 등 주택시장 핵심 변수들의 흐름을 살펴볼 때 주택시장의 중장기적 추세적 하락 국면 진입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국토부에 따르면 공급 측면에서 향후 10년간 연평균 전국 56만호, 수도권 31만호, 서울 10만호 등 역대 최고 수준의 공급이 예정되어 있다. 또한 국토부는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 시가총액 배율이 2.96으로 2005년 2.03, 2010년 2.28, 2015년 2.27 등에 비해 고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관리 등을 통한 통화정책 정상화가 진행 중이라 집값 하락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향후 10년간 연 36만명 줄고, 2040년까지 총 876만명 감소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어 인구 측면에서 주택시장 하방 압력도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주택시장의 지표는 안정세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동향조사 결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수도권 14주째, 서울 17주째 축소·둔화했다. 집값 하락 지역도 지방, 수도권에 이어 서울 일부 지역으로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아파트 매수심리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부동산원의 매매수급지수는 서울과 수도권, 전국이 모두 기준점인 100 이하로 전환했다. 이는 시장에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민간기관인 KB부동산에서 집계하는 매수우위지수도 지난 8월 첫째 주 112.3에서 12월 셋째 주 50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주택 거래량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앞으로 주택시장의 추세적 하락 움직임은 보다 뚜렷해질 것”이라며 “어렵사리 시장이 안정세로 전환하는 길목이다. 그래서 지금 이 안정세로 전환하는 추세를 확고하게 하향 안정될 수 있도록 2022년 공급대책이라든가 거시지표 관리 이런 쪽에 정부가 힘을 모아서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날 ‘2022년 주요업무 추진계획’도 청와대에 보고했다. 계획에는 2022년 4월부터 주거급여를 받지 못하는 청년에게 최대 월 20만원까지 한시로 지원하는 특별월세지원사업을 시행하고, 공공임대 중 청년임대주택을 5만4000호 확보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잘했다”고 우기다 뒤늦게 ‘주택수급 미스매치’ 인정한 국토부
차기 정부에서 성패, 실효성 의문…땜질 아닌 세제·정책 전환 나서야
정부가 부처합동 업무계획을 통해 주택공급에 방점을 둔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을 새해를 불과 나흘 앞두고 12월27일 내놨다. 수급 미스매치를 인정하고, 2022년에 사전청약 확대 등 46만호 공급과 기존 205만호 규모의 공급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게 골자다. 다만, 왜 지금인지가 물음표다.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공급 대신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는 데 몰두해왔다. 그런 정부가 임기 말 대선을 앞두고 새로울 것도 없는 공급확대를 강조하고 나선 데 대해 시장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연일 주택공급 확대와 부동산 세부담 완화를 주장하고 나선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업무계획을 내놓으면서 “주택시장의 추세적 하락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택공급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4∼5년에나 정책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차기 정부에서나 성패를 가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의심된다. 정부가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앞서 정부는 2022년 3월 1주택자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완화도 공식화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2월23일 SNS를 통해 보유세 세부담 상한 조정과 보유세 과표 산정 시 올 공시가 활용, 고령자 종부세 납부유예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전국이 ‘미친 집값’으로 혼란스럽던 시기 민주당 부동산 특별 태스크포스(T/F)가 한때 검토한 방안이지만 당시 정부는 일관성과 형평성을 내세워 반대했다. 그동안 집값 폭등의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시킨 건 정부·여당이다. 그때 정부와 지금의 정부가 다르다는 얘기인가.한발 더 나아가 이 후보는 청와대·정부의 반대에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4+3+3’안을 통해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시점을 4개월, 7개월, 10개월로 구분해 중과비율을 차등 적용하자는 것이다. “다주택자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줘야 한다”는 논리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1주택자의 세부담 상한 하향조치를 언제까지 운영할지도 모호하다. 2021년 공시가격을 2022년 보유세 산정에 쓰면 2023년 세금폭탄이 쏟아지고, 재산세와 종부세 역전현상으로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하다.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일시적 세제감면으로 관권선거를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보여주기식 공급확대와 땜질 처방은 시장혼란만 불러온다. 공시가격 속도조절과 세제·정책 등의 근본적 기조 전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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