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빠른 재개발’후보지 21곳 선정…주민동의 절차 등 간소화
서울시, 민간 재개발 21곳 선정…뉴타운 해제후 ‘도시재생 1호' 창신·숭인·불광·상도·신림 등
2015년 이후 멈췄던 서울의 재개발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도심 개발을 죄악시하며 정비구역을 해제한 결과물이 현재의 주택 공급 부족으로 나타나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선 결과다. 시장 전문가들은 신규 택지가 부족한 서울의 특성상 재개발·재건축 같은 정비사업을 제외하면 수요가 높은 지역의 공급량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꾸준한 사업 추진이 관건이라고 주문했다.
12월28일 서울시는 이날 선정한 민간 후보지를 재개발해 주택 2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후보지 중 가장 관심을 받는 곳은 도시재생 1호 사업지였던 종로구 창신·숭인이다. 이곳은 도시재생과 재개발 충돌의 '최전선'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2007년 창신숭인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2013년 첫번째로 뉴타운 지정이 해제됐고 이듬해 도시재생 1호로 선정됐다. 이후 7년 동안 공식적으로 예산 868억원이 투입됐으나 벽화 그리기 외에 주거환경 개선을 이루지 못해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현재는 주민 대부분이 재개발로 돌아선 상태다.
숭인동은 주민 동의율 51%, 창신동은 동의율 42%로 후보지 신청을 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뉴타운 출구전략이나 도시재생사업 등으로 사실상 서울은 재개발이 막혀 있었는데, 이게 풀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창신·숭인뿐만 아니라 ▲구로구 가리봉2구역 ▲동작구 상도14구역 ▲관악 신림7구역 등 도시재생지역도 이번에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들 4곳은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재개발 공모에 신청했지만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서울시는 지난 6월 도시재생지역 내에서도 재개발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도시재생 재구조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재개발 구역 지정이 해제된 3곳도 이번에 신속통합기획 지역으로 선정됐다. 은평구 불광동 600 일대, 서대문구 홍은동 8-400 일대, 금천구 시흥동 810 일대 등이다.
기존 뉴타운과 인접해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지역도 있다. 노원구에서 유일하게 신청한 상계5동은 이미 신축들이 들어선 상계뉴타운과 인접해 아파트 벨트를 이룰 전망이다. 과거 거여마천뉴타운에 속했던 송파구 마천5구역도 마찬가지다. 바로 지척에 있는 거여2-1구역엔 1월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 1945가구가 입주를 시작한다. 이미 2020년에는 거여2-2구역에 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이 입주했다.
●강남·광진·중구 제외됐고 한남1구역도 탈락…5년 걸리던 지구 지정 2년으로
반면 강남구·중구·광진구 등 3개 자치구는 이번 후보지 선정에서 제외됐다. 서초구는 신청지가 없었다. 당초 서울시는 구별로 1곳을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바 있다. 하지만 심사 단계에서 지구단위계획 등과 정합성이 떨어지거나, 현금청산자와 공모 반대 등 주민갈등 문제가 있는 곳은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한남1구역과 강남구 대청마을은 이번 후보지 선정에서 탈락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한남1구역은 노후도 같은 기준을 만족해 충분히 선정했을 만한데 아무래도 한남동이 부촌이라 이를 의식해 배제한 것 같다"며 "다만 한남1구역은 단독으로 추진해도 사업성이 충분한 만큼 이번에 제외됐다고 하더라도 다음 기회가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제도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공공 민간정비사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기존에 5년 이상이 걸리던 구역 지정 기간을 2년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 구역 지정 후에도 건축·교통·환경 통합심의를 통해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에서 주택 공급이 가능한 방안은 재개발과 재건축 같은 정비사업밖에 없다”며 “신속통합기획에 호응을 얻으면서 개발이 속도를 내면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서울시는 투기 방지대책도 마련했다. 재개발 후보지 21곳에 대해 이날(28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공고한다. 구역 지정은 1월2일부터 발효된다. 또한 공모 공고일인 2021년 9월23일을 권리산정기준일로 고시해 이후 빌라 신축 등 ‘지분 쪼개기’를 한 경우에는 입주권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또 1월부터는 건축허가도 제한된다.
이번 후보지 선정으로 2015년 이후 막혔던 정비사업도 숨통을 틔우게 됐다. 서울시내에서는 박원순 전 시장이 만든 '2025 서울시 도시·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2025 기본계획) 이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사례가 단 1건도 없었다. 무분별한 정비사업을 막겠다며 2025 기본계획을 통해 재개발 구역 지정 기본 요건을 까다롭게 만든 결과물이다.
2015년부터 2025 기본계획이 적용됐고, 이후 현재까지 서울에서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사업지는 단 한 곳도 나오지 못했다.재개발 구역 지정이 전무(全無)했던 이유는 주거정비지수제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대지 면적 1만㎡ 이상 구역에서 노후도(동수 3분의 2 이상·연면적 60%), 주민 동의율(토지 등 소유자 3분의 2·토지 면적 2분의 1 이상) 요건과 호수밀도·접도율·과소필지 등 선택 요건 중 1개만 충족하면 사업 심의가 가능했지만 주거정비지수제는 이에 더한 세부지표를 점수화해 사업 문턱을 높였다.
주거정비지수제는 오 시장이 보궐선거로 당선되면서 폐지됐다. 김 소장은 "연면적 규제로 인해 노후 빌라가 몇 개 들어서면 노후도가 대폭 낮아져 재개발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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