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부동산 '3대 대못' 언제 뽑나…재건축시장 벌써 들썩
3대 대못(안전진단, 초과이익환수, 분양가상한) 중 안전진단, 구조안전성 비중 줄일듯
제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도심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35층 룰' 폐지 등까지 더해지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각종 규제로 눌려있던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일시에 표출되는 분위기다.
재건축 단지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두고, 매도호가를 높이고 있다. 대출규제 강화, 금리인상 등으로 움츠렸던 실수요자들도 시장 흐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공약이 실제 재건축 사업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소야대' 정국이어서 더 그렇다. 자칫 공급은 안 느는데, 기대감에 집값만 자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당선인은 재건축 사업의 '3대 대못'으로 불리는 ▲안전진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를 모두 손보겠다고 약속했다. 재건축 사업 추진의 첫 관문으로 꼽히는 안전진단 규제와 관련해서는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의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고, 현재 안전진단 항목 중 50%를 차지하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30%로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일단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낮추는 것은 국토교통부 자체 기준이라 법 개정 없이도 조정이 가능하다.당장 법 개정에도 돌입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등은 3월11일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다만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노후 아파트에 안전진단 면제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집값이 크게 뛸 가능성도 있다.
윤 당선인은 조합원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도 약속했다. 부담금 부과 기준 금액 상향, 부과율 인하, 비용 인정 항목 확대, 1주택 장기보유자 감면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재초환은 사업 기간 오른 집값 중 개발 비용 등을 뺀 초과 이익이 3000만 원을 넘으면 이 중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다.
재초환은 구조적으로 법 개정을 통해서만 완화가 가능하다. 다만 부담금 기준 금액 상향이나, 부과율 인하 등 법 개정 없이 가능한 부분도 있다. 재건축 사업성의 좌우하는 용적률 상향 적용도 법을 고쳐야 한다. 윤 당선인은 역세권 재건축 단지 등의 용적률 법적 상한을 최대 500%로 상향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번 선거 기간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재초환은 유지하고, '4종 주거지역' 신설 등을 통해 용적률을 올리겠다고 했다.
분양가상한제(분상제)도 재건축의 발목을 잡는 규제다. 분상제 역시 재건축 사업성과 직결된다. 2020년 하반기부터 분상제가 민간택지로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다수의 재건축 사업장에서 일반분양가를 더 많이 받으려는 조합과 정부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대규모 재건축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서울 아파트 공급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윤 당선인은 토지비용과 건축비, 가산비 산정 방식을 바꿔 분양가 규제 운영을 합리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분상제는 시행규칙 개정 등을 통해 행정부 의지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분상제 완화는 '양날의 검'이다. 향후 분양가가 오르면 재건축 조합에는 이익이 되고 공급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지만, 무주택 수요자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은 30만 가구에 달하는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1기 신도시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고밀 고층 아파트가 많은 1기 신도시에 기존 정비사업 원칙을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선거기간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이 법에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간소화, 안전진단 제도 규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용적률 상향 등을 담기로 했다. 큰 틀에서 보면 민주당 대선 공약과도 비슷하다. 1기 신도시 주거 환경 개선에는 여야 모두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지역의 기대감이 크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의 공약 실행까지는 난관이 예상되지만, 시장에서의 기대감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동산 시세는 미래 가치의 반영이기 때문에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투자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를 통한 사업성 개선도 중요하지만,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신호만 줘도 재건축 추진 동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매물은 더욱 줄고 수요자의 관심은 높아지면서 매도호가에 반영되는 흐름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나올 5월 당선인 취임과 6월 지방선거까지는 매수자가 추이를 좀 더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