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민선 8기'…상당수 지자체장들 현장서 업무 개시
'소통·혁신'에 포커스…지방권력 재편에 '변화' 주목…교육감·지방의원들도 임기 시작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민선 8기'가 7월1일 개막했다.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장 243명이 일제히 민선 8기 임기를 시작했다. 앞으로 4년 동안 각 지역을 이끌 단체장들이 연간 운용하는 예산은 2022년 기준 204조 원에 달한다. 17명의 광역단체장은 1인당 평균 연간 12조 원, 226명의 기초단체장은 1인당 평균 연간 8600억 원의 예산을 책임진다.
17개 광역지자체와 시·도교육청, 226개 기초지자체 단체장들은 이날 일제히 취임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3860명(광역의원 872명, 기초의원 2988명)의 지방의원도 임기에 들어갔다.
●경제위기 속 '소통과 혁신' 포커스…상당수 지자체장들 취임식 없이 민생 현장으로
상당수 지자체장들의 취임 일성(一聲)은 '소통과 혁신'이다. 변화와 혁신, 소통을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 격랑 속에 지방시대의 기틀을 새롭게 다지겠다는 취지이다. 특히 6·1 지방선거에서 지방 권력이 재편된 가운데 1일 막이 오른 민선 8기는 변화된 민심을 읽고 경제 회복에 행정의 포커스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공무원과 주요 인사 등을 초청, 취임식을 하고 본격 업무에 나서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어려운 경제 사정 등을 고려해 예산이 드는 취임식을 생략하고 곧바로 현장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단체장들이 많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민선8기 임기를 시작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8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방문해 현충탑에서 헌화·분향한 뒤 방명록에 서명했다. 방명록에는 '약자와 동행하는 매력적인 서울 반드시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날 현충원에는 서울 25개 자치구청장들도 함께했다.
4선에 성공한 오 시장이 2021년부터 주력해온 주택공급을 비롯, 온라인 교육플랫폼 ‘서울런’, ‘하후상박(下厚上薄)형’ 복지실험 모델인 ‘안심소득’ 등 역점사업들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지난 임기에서 ‘상생과 공정’을 강조한 오 시장은 민선8기에서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새로운 시정 목표를 강조하고 있다. 그가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시청에 복귀하자마자 지시한 것도 ‘약자와의 동행지수’의 개발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많은 혜택을 주는 기조를 서울시 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도이다. 취약계층 학생들의 교육신장을 돕는 ‘서울런’과 소득이 낮을수록 많은 복지급여를 주는 ‘안심소득’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기존 복지 정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6월29일 직접 돈의동 쪽방촌을 찾아 취약계층의 폭염 대책을 살폈고, 취임식 직후에도 창신동 쪽방촌 방문하는 등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오 시장과 구청장 후보들이 입 모아 ‘부동산 공급’을 외친 만큼 서울시의 ‘스피드 주택공급’ 기조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중 17명은 오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출신이 선출됐다. 특히 ‘신속통합기획’(신통기)은 민간주도 정비사업에 서울시가 계획 수립 등을 지원하며 사업기간을 절반가량 단축하는 오 시장의 대표 부동산 공약이다.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앞둔 현장에서는 이미 신통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올해는 50여 곳에서 신통기를 적용해 정비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오 시장은 소규모 정비사업인 모아주택·모아타운 사업으로도 2026년까지 3만호 이상의 신규주택을 공급할 계획을 내놓고 있다. 시는 종로구 구기동과 중랑구 면목3·8동, 강북구 번동 등 저층주거지 21곳을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한 데 이어 7월 중 추가 공모를 받을 계획이다.정치적 중립성으로 논란이 된 TBS(교통방송)의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 시장은 선거 중 TBS의 정치색을 빼고 교육·문화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재차 밝혀왔다.
새롭게 출범한 11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당선자들도 서울시가 TBS 출연금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1호로 상정할 계획임을 밝히며 TBS 개혁을 압박했다.박원순 전임 시장 당시 민간위탁 사업의 문제를 지적했던 ‘서울시 바로세우기’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민간위탁으로 이뤄지던 청년공간, 도시재생 거점시설 등을 내년부터 자치구 직접 운영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사업 조정을 이어간다. 박 전 시장 때 만들어진 서울시 브랜드 ‘아이·서울·유’(I·SEOUL·U)는 내년 새 브랜드로 교체될 예정이다.
오 시장은 이날 온라인으로 취임식을 가졌다. 먼저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혜화동 현장을 점검한 뒤 오전 10시 온라인으로 개최한 '제39대 서울특별시장 취임식'을 통해 취임사를 발표했다. 당초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서 대면 취임식을 갖기로 했으나 6월30일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출퇴근길 교통난과 침수 피해 등이 발생하자, 호우 피해 대비와 시민 안전점검을 위해 대면 취임식을 진행하지 않고 서울시청 3층 스튜디오에서 온라인으로 간소하게 치르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200~300명의 시민을 초청해 각계각층과의 소통의 시간을 갖고자 했으나, 집중 호우가 끝난 뒤로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취임식은 서울시 유튜브 채널 '라이브서울'로 생중계된다.
재해 대응을 위해 취임식을 취소하거나 간소하게 치르는 단체장도 많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수도권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가 이어지자 도청 대강당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맞손 신고식’을 취소했다. 김 지사는 도청 재난안전상황실을 찾아 상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첫 도지사 일정을 시작했다. 피해 발생 지역 등 현장 방문 일정도 계획하고 있다.
김 지사는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를 슬로건으로 4년간 도정(道政)을 펼쳐 나간다. '정치 개혁'과 '정파와 이념을 뛰어넘는 도정'을 통해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취지다. '기회의 경기'에는 도민에게 더 많고 고른 기회를 제공하고 소통과 협치를 바탕으로 혁신성장을 이뤄내겠다는 방향성이 반영됐다.
특히 1·2기 신도시 및 노후지역 신속 재정비 추진, 광역급행철도망(GTX) 연장·신설 추진,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글로벌스타트업시티 건설을 통한 한국형실리콘밸리 완성, 구 도청사 활용해 따뜻한 혁신 생태계 조성,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신용대사면 추진 등 민생 관련 과제로 구성됐다.
임기를 만료한 인수위는 김 지사의 취임을 하루 앞둔 이날 경기도 인재개발원 다산홀에서 '인수위원회 종합보고회'를 열고,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 더 나은 기회'라는 3대 목표 아래 세워진 '3대 비전, 11대 전략, 120대 정책 과제'를 김 지사에게 전달했다. 인수위는 김 지사가 선거 과정에 제시한 공약을 검토해 도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120개 정책 과제와 404개 세부 공약을 최종 선정했다.
120대 정책과제에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힌 김 지사의 철학이 반영됐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의 축소판인 경기도에서부터 기회가 늘어나는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 전체를 활력 넘치는 사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도 담겼다.404개 정책공약을 분과별로 검토한 결과 68%(276개)는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했고, 25%(101개)는 통합·조정, 6%(27개)는 재검토한다.
이재준 수원시장도 이날 예정된 취임식을 취소했다. 이 시장은 취임 당일 오전에 고등동 다세대주택 옹벽 붕괴 현장을 둘러보고, 현충탑을 참배했다. 이어 시청 재난안전상황실로 이동해 취임선서를 하고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시청 강당에서 열리는 취임식을 간소하게 진행해 30분 만에 끝냈다. 외빈 초청 없이 내부 직원만 참석하는 간결한 취임식이었다. 이후 곧바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로 이동해 오전 11시부터 첫 공식 외부 일정을 시작했다. 이상일 경기 용인시장과 정명근 경기 화성시장은 간소하게 취임식을 연 뒤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것으로 민선 8기 임기를 시작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취임식을 개최하지 않았다. 김 지사는 임기가 시작되는 1일 오전 0시 강원도소방본부 119상황실을 방문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오전 직원들과 조촐한 상견례를 했다. 또 오는 8일 열리는 ‘도민의 날’ 행사와 겸해 도민들에게 취임 인사를 하기로 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도 '함께 혁신, 함께 성공, 새로운 전북'이라는 비전을 확정하고 경제와 민생 살리기를 도정의 제1 목표로 정했다. 김영환 충북 지사는 도정 목표를 '충북을 새롭게, 도민을 신나게'로 결정했다. 인구 200만시대 진입, 질 좋은 일자리 10만개 창출, 충북경제(GRDP) 100조원 시대를 준비해 새로운 충북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세종시 출범 10주년 기념행사와 취임식을 통합해 민선 8기 업무를 시작하는 등 경제 위기 상황에서 취임식을 건너뛰거나 조촐하게 치르는 단체장도 적지 않았다.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도 초선이지만 취임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취임식을 통해 청사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고물가 등으로 민생이 최악인 상황”이라면서 “빨리 업무를 시작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1일 오후 9급 공무원들과 공개 회의를 갖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직급별로 만나 정책과 비전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박우량 전남 신안군수는 취임식을 취소하고 섬을 방문하는 것으로 재선 임기를 시작했다. 신안군은 “애초 간소하게 취임 행사를 추진했으나 역대급 가뭄으로 군민들의 근심이 깊어가고 있는 것을 고려해 행사를 취소하고 민생 현장을 찾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 군수는 “주민들과 현장에서 함께 소통하며 살고 싶은 신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선인 김철우 전남 보성군수는 ‘봉사 활동’으로 4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1일 오전 일찍 12개 읍·면에서 동시에 추진되는 ‘환경정화 활동’에 참여했다. 민선 8기에는 “어린이·청소년 정책에 힘을 싣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날 어린이집 1일 체육 교사로 활동했다. 김 군수는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는 취임식은 취소하고 ‘주민의 봉사자’라는 의미를 새겨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3선의 조길형 충북 충주시장은 취임식을 매월 열리는 직원 조회로 대신한다. 류한국 대구 서구청장도 취임 행사를 하지 않고 직원 정례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3선 임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교육감·지방의원들도 임기 개시…상당수 교육감들, 학생들과의 만남으로 임기 시작
이번 지방선거에서 17명의 시·도 교육감 중 진보 성향 9명, 보수 성향 8명이 당선됐다. 4년 전 진보 성향 교육감이 14곳을 석권한 것에 비하면 보수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이미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한 일부 시·도 교육청의 기존 정책 폐기 또는 수정이 예고된 상태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혁신학교→미래학교', '9시 등교→자율' 등으로 진보 정책을 수정하기로 했고,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학력 신장을 통한 '수능 꼴찌 오명 벗기'를 첫 과제로 내세웠다. 상당수 교육감은 학생들과 만남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윤건영 충북도교육감은 취임 당일 교육청으로 출근하지 않고 청주 샛별초등학교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면서 '미래가 밝은 충북교육'을 약속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남양주체육문화센터에서 학생들의 공연, 학생과의 대화를 위주로 취임식을 진행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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