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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2년09월02일 13시16분 ]
가속화하는 저출산, 인구절벽 벗어날 해법은?  
 6월 출생아 첫 1만명대…2021년 합계출산율 0.81명 또 역대 최저
수암(守岩)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인구절벽(人口絶壁)은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Dent)가 주장한 이론이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한 국가나 구성원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인구 분포가 마치 절벽이 깎인 것처럼 역삼각형 분포가 된다는 것이다. 주로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급격히 줄어들고 고령인구(만 65세이상)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경우를 말한다.인구절벽 이론에 의하면 과거와 달리 여러 가지 이유를 문제로 저출산 기조가 확산되었는데 그렇게 확산된 기조의 결과로 인해 참사가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즉, 인구절벽은 사회를 구성하던 흐름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약해지기 시작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다. 그러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해 6월 출생아 수가 같은 달 기준 처음으로 2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출생아 수도 12만명대로 내려오면서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2021년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은 가운데 올해 2분기에는 0.75명으로까지 떨어지는 등 저출산의 그늘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8월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출생아 수는 5만996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68명(9.3%) 줄었다. 2분기 기준 출생아 수가 6만명 아래로 떨어진 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6월만 놓고 보면 출생아 수는 1년 전과 비교해 2674명(12.4%) 감소한 1만8830명으로, 같은 달 기준 가장 적었다. 6월 출생아 수가 1만명대를 기록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올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동기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분기별 합계출산율은 2019년 2분기부터 13개 분기 연속 1명을 밑도는 상황이다. 저출산이 이어지면서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는 1년 전보다 8116명(6.0%) 감소한 12만8138명으로 역대 가장 적었다.
 
올 2분기 사망자 수는 9만406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만5353명(20.5%) 늘었다. 이는 동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오미크론 확산세 여파와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사망자 수가 지난 4월(3만6697명), 5월(2만8859명) 각각 동월 기준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한 탓이다. 6월 사망자 수도 2만4850명으로 같은 달 기준 가장 많았다. 출생아 수는 줄어든 반면 사망자 수는 늘면서 2분기 인구는 3만445명 자연감소 했다. 분기 기준으로 2019년 4분기부터 11개 분기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합계출산율 0.81명 또 '역대 최저'…OECD 꼴찌
출생아 수·조출생률 모두 최저치…출산 연령 올라가고 '무자녀' 결혼생활 기간 길어져
 
  ●2021년 출생아 26만명…2년째 20만명대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출생아 수는 26만6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1천800명(-4.3%) 감소했다. 연간 출생아 수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까지만 해도 100만명대였으나 2001년 50만명대, 2002년 40만명대로 줄어들었다. 이후 2017년 30만명대로 내려앉은 뒤 불과 3년 만인 2020년부터 20만명대까지 추락했다. 인구 1천명당 출생아 수(조組출생률)도 5.1명에 그치며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전년 대비 0.03명(-3.4%) 감소했다.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었다.
              


  ●40대 초반 출산율 역대 최고…평균 출산 연령 33.4세

연령별 출산율을 보면 20대 후반 여성의 출산율(27.5명)이 3.1명 감소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전체 연령 가운데 출산율이 가장 높은 30대 초반 여성(76.1명)도 1년 새 출산율이 2.9명 감소했다.

반면 30대 후반(1.2명), 40대 초반(0.5명) 등 35세 이상 여성 출산율은 오히려 늘었다. 특히 40대 초반 여성의 출산율은 7.6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3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도 33.4세로 올라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부부가 결혼 이후 첫째 아이를 출산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5년으로, 10년 전(1.8년)과 비교하면 0.7년 늘었다. 결혼 후 2년 안에 첫 아이를 갖는 경우도 절반(51.7%) 정도에 그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결혼·출산 자체가 늦어지면서 고령 산모 출산율이 늘었지만,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출산율이 줄면서 전체 출산율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와 함께 자녀가 많은 '다둥이' 가정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셋째 이상으로 태어난 아이는 2만1천명에 그치며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셋째 이상 출생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저치인 8.2%로 떨어졌다. 여자아이 100명당 남자아이 수를 뜻하는 출생 성비는 105.1명으로 전년보다 0.3명 증가했다.
   
 

   ●서울 출산율 전국 최하위…세종 출산율 1위

지역별로 보면 출생아 수는 광주와 세종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시도별 출산율은 세종(1.28명)이 가장 높았다. 전남(1.02명)도 출산율이 1명을 넘겼다.

반면 서울 출산율은 0.63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평균 출산 연령 역시 서울이 34.2세로 가장 높았으며, 첫째 아이를 낳기까지 걸리는 평균 결혼생활 기간도 서울(2.7년)이 가장 길었다. 출생아 중 첫째 아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서울(63.7%)이, 반대로 셋째 이상 아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제주(12.9%)가 가장 높았다.

시군구 단위로는 전국 228개 모든 시군구의 합계출산율이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 출산율(2.1명)을 밑돌았다. 합계 출산율이 1명 이상인 시군구도 62개에 그쳤다. 특히 부산 중구(0.38명)는 전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았다.  시군구 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 영광군(1.87명)이었다. 평균 출산 연령은 서울 서초구가 34.7세로 높았고, 강원 화천군은 30.3세로 낮았다. 출생아 수 자체는 경기 화성시와 수원시에 가장 많았다. 그외 출생아 수 상위 10개 지역 가운데 7개 시군구가 경기 지역에 분포했다.

선진국은 '여성 경제활동' 많을수록 출산율 높은데, 한국은 왜 역효과?
全美경제연구소·PIIE 보고서 분석  "'워킹맘' 장려하는 사회일수록 출산율↑“

”한국이 다시 한번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깼다. 한국 정치인들이 저출생 대책으로 쏟아부은 수십억 달러는 효과가 없었다. 이들은 여전히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
-영국 BBC방송, "South Korea records world's lowest fertility rate again"

한국의 2021년 합계출산율(0.81명)이 발표된 8월24일 이후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BBC방송 등 외신은 한국 출산율이 전년(0.84명)보다 떨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 정부에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율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 전미全美경제연구소(NBER)의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NBER는 지난 4월 '출산율 경제학의 새로운 시대'라는 보고서에서 두 가지 통설을 반박했다. ①여성이 돈을 벌기 위해 사회활동을 많이 할수록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과 ②저출생은 젊은 세대의 고용·주거 불안 등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는 것.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고소득 국가 13곳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신생아 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남성 가사노동·육아 참여율과 출산율은 비례한다

●높은 출산율은 '워킹맘 장려 분위기'의 결과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여성이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출산율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NBER는 분석했다. 성차별적 사회 구조와 가부장 문화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출산율은 올라가기 어렵다는 얘기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역시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NBER의 1980년과 2000년의 출산율 연구 결과를 비교했다.
1980년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합계출산율이 낮았다. "일하는 여성은 출산의 기회비용을 따지느라 출산을 꺼린다"는 전통적 논리에 부합하는 결과였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적 지원'에 초점을 맞춘 수많은 저출생 대책이 나왔다. 2000년엔 반대였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은 국가에서 합계출산율도 높았다.

왜일까. 이른바 '워킹맘'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문화가 출산율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여성의 일과 양육 병행을 장려하는 미국과 노르웨이에선 1980년에 비해 2000년 출산율이 증가했다. 보수적 문화 탓에 일과 양육의 병행이 힘든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선 같은 기간 출산율이 감소했다.

NBER는 출산율이 높은 선진국엔 4가지 특징이 있다고 꼽았다. ▲남성의 적극적인 가사·육아 노동 참여 ▲워킹맘에 우호적인 사회적 분위기 ▲정부의 적극적인 가족 정책 ▲육아를 마친 남녀의 취업 문턱이 낮은 유연한 노동시장 등이다.

  "과거 경제적 논리로는 설명 못해…새 접근 필요“


 ●"경제적 지원만으론 안돼…남성 가사노동 참여 중요“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남성의 적극적인 가사·육아 노동 참여가 관건이라고 꼽았다. 예컨대 미국은 OECD 회원국 중 정부의 양육 지원 예산이 가장 적고. 정부 차원의 유급 출산 휴가가 없다. 
  
국가별 남성의 가사노동·양육 분담률과 합계출산율의 상관관계
하지만 2021년 미국의 합계출산율(1.64명)은 OECD 평균(1.59명)보다 높았다. 해답은 평균보다 훨씬 높은 미국 남성의 가사·육아 노동 참여율에 있었다. '돈'이 결정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은 어떨까. 남성의 가사·육아 노동 참여율도, 합계출산율도 OECD 최하위권이다. 2019년 기준 맞벌이 가구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54분, 여성은 187분으로 격차가 컸다. 2015년 통계청이 발표한 '일·가정 양립 지표'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45분으로, 29개 조사 대상국 중 꼴찌였다.

OECD 평균(138분)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한국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 노동 시간은 227분에 달했다. 한국이 매년 합계출산율 최저 신기록을 경신하는 배경에는 여성이 독박 육아를 하면서 집안일도 혼자 다 하는 낡은 현실이 있다는 뜻이다.

   한국 결혼시장 불균형…"차라리 결혼 이민 장려"

 ●"한국 여성에게 결혼은 매력적인 선택지 아냐"

결혼을 기피하는 현실도 출산율을 끌어내린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한국 사회 구조상 한국 여성에게 결혼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6월 PIIE가 발간한 보고서 '팬데믹의 장기적 영향: 한국의 재정 및 출산율 전망'에 따르면 25~34세 한국 여성의 대학 졸업 비율은 76%로 OECD 최고 수준이다. 경제적 자립도도 높다. 혼자도 잘살 수 있는데 굳이 "독박 가사노동과 육아를 감내해야 하는 결혼은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결혼시장의 불균형도 문제였다. PIIE는 ①25~34세 한국 남성의 대학 졸업 비율이 64%로 여성과 상당한 차이가 나고 ②남아선호사상 탓에 2020년 기준 20~39세 남녀 성비가 112대 100으로 벌어졌다고 짚었다. PIIE는 "청년기 남녀의 인구·학력 수준 차이로 결혼 시장 불균형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내부적 극복은 어려우니 차라리 '결혼 이민을 장려하라'고까지 권고했다.

 ●"출산율 단기 전환은 불가능"…새로운 접근 필요

PIIE는 한국 정부가 출산율의 단기적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지원에 집중하는 한국 정부의 저출생 정책은 효과가 떨어진다고도 했다.한국이 당장 시도할 수 있는 유효한 출산율 제고 대책으로는 '비혼 출산(혼외자)의 법적 차별 금지'가 있다. 대부분의 OECD 회원국에선 비혼 출산이 출산율을 유지하는 핵심 요인이다.

2021년 4월14일 '한국한부모연합'·'정치하는 엄마들'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가족기본법 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결혼 여부·가정 형태와 상관없이 임신·출산 혜택을 주는 프랑스는 2018년 기준 전체 출생아 대비 비혼 추산 비율이 60%에 육박했다. 같은 해 미국(39.6%), 스웨덴(54.5%) 등 다수의 고소득 국가에서도 비혼 출산 비율은 전체 출생아의 절반 수준을 차지했다. 금융·세제·복지 혜택을 '법률혼 가정'에만 집중하는 한국에선 비혼 출산 비율이 2.2%로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인구 하락세에 선진국들은 어떻게 해법을 찾았나 
호주, ‘백호주의’ 폐지하며 이민자 유입↑…중위연령 36세로 한국보다 젊어…美, 佛 인구 유지 위해 이민 활용

브라질 태생의 크리스티나 탈라코는 호주인 남편을 만나 1996년 호주로 이주했다. 그는 상파울루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영국에서 로스쿨 LLB 학위를 취득한 고학력 엘리트였다. 하지만 해외 자격증이 호주에선 쓸모가 없어지자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살도시 파인 푸드라는 회사를 세운 뒤 브라질의 국민간식 빵데께쥬(pão de queijo)를 만들어 팔기로 했다.

그의 사업은 현재 3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할 만큼 번창했다. 탈라코는 호주수출협의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호주 재계의 주요 인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탈라코가 호주에 정착한 덕분에 세수가 늘고 고용이 창출됐으며, 무엇보다 새로운 간식거리를 들여와 호주인들의 삶에 즐거움을 더해줬다”고 보도했다. 적극적인 이민자 수용 정책이 호주를 더 부유하고 역동적으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백호주의’ 포기한 호주

호주가 처음부터 이민에 관대했던 것은 아니다. 1700년대 영국의 식민화 정책으로 나라가 세워진 이후 호주 사회의 주류는 줄곧 영국계 백인들이 차지했다. 1901년엔 호주 연방의회가 이민제한법을 통과시켜 ‘백호주의’를 도입했다. 유색인종 이주민들의 입국 문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호주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은 국내 출산율 감소로 인구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1970년 2.86명에 달했던 호주의 합계 출산율은 1978년 1.95명으로 내려앉았다. 1973년 백호주의를 공식적으로 폐기한 배경이다. 이후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펼친 결과 호주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다. 1970년 1200만명대에서 2020년 2500만명대로 올라섰다.

20202년 기준 호주의 총 인구 대비 이민자 비중은 30%로 대표적인 다민족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36.1세였던 호주의 중위연령도 2020년 36.7세로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36.6세에서 6.2살 이상 빠르게 나이 든 한국에 비해 호주는 젊은 활력을 유지한 셈이다.경제학자들은 “이민자 유입으로 인해 1970년 이후 호주의 인구가 두 배로 증가했고. 경제 규모는 21배로 성장했다”며 “특히 코로나19 직전까지 28년 연속 침체 없는 경제 성장을 누려온 배경도 이민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출범한 노동당 정부는 현재 연간 16만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이민자 수용 한도를 2배 이상 늘려 향후 5년간 200만명을 받아들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호주만이 아니다. 출산 장벽에 부딪힌 선진국들은 이민 확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선진국들이 다른 나라에서 젊은 인구를 수입해온다는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며 “출산장려책에 재정을 퍼부어도 합계 출산율을 2명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정부들의 평균 출산·육아수당 지출은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이들 국가의 평균 출생률은 1990년대초 2명에서 2020년 1.6명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민이 인구 자연증가 능가한 미국

‘원조 이민자의 나라’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882년 중국인 이민 제외법령, 1921년 출신국가별 입국 할당제 등을 도입해 급증하는 이민자 수를 제한하려 했었다. 그러다 1965년 이민법을 개정해 인종차별적인 할당제를 공식 폐지했다. 3명을 웃돌았던 미국 여성들의 합계 출산율이 계속 감소하자 인구 유지를 위해 이민 확대를 꾀한 것이다. 미국 합계 출산율은 1976년 당시로선 역사상 최저치인 1.74명으로 주저앉는다.

1965 이민법은 오늘날 미국 이민정책의 뿌리가 돼 ‘이민 역사의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미국에선 2020년 처음으로 이민자 규모가 인구의 자연증가분을 추월했다. 2010년 146만명에 달했던 자연증가는 계속 줄어들어 2020년 15만명으로 확 줄었다. 감소세도 가파르다. 같은 기간 합계 출산율이 1.93명에서 1.64명으로 후퇴했기 때문이다. 반면 2020년 미국에 정착한 이민자 규모는 24만명이었다.
            
1900년대 전후 미국에서 중국인 입국 및 출입 제한 풍토를 풍자한 만평.

2010년 이후 꾸준히 80만~100만명선을 유지했던 연간 이민자 규모가 코로나19 봉쇄 조치 등으로 대폭 후퇴하긴 했지만, 자연증가보다는 훨씬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는 “지속적인 출산율 감소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사망률로 인해 미국의 인구 증가율이 역사적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이민이 미국의 인구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0년 기준 미국의 이민자 비중은 13.7%에 이른다.‘출산 강국’ 프랑스에서도 인구 유지를 위해 이민을 활용하고 있다.

1945~1974년 프랑스 경제는 대호황기였지만 노동력이 부족해 북아프리카 저숙련 이주민을 대거 유입했다. 그러다 글로벌 석유파동으로 경기가 급랭하자 1974년 저숙련 이주민 수용 중단을 공식 선언하고, 대신 2년 뒤부터 가족이민 제도를 활성화했다.프랑스는 2020년 합계 출산율이 1.8명 가량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1980년대부터 3자녀 가족수당 등 출산장려책을 적극 도입한 결과다.

그럼에도 출산율이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위기감 속에 이민정책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이주민 여성들의 합계 출산율(2.6명)이 프랑스인 여성들의 출산율보다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프랑스 정부는 2019년 한해 동안에만 29만1000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였다. 이는 이민 강국 호주(16만명)보다도 1.5배 가량 많은 규모다.

     김현수 교수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메가시티’로 풀어야” 
청년인구 수도권 집중되며 지방소멸 가속화…지방 도시, 도심융합특구로 뭉쳐야…“정부 대책 절실”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지역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취업과 진학 등의 이유로 청년이 떠난 지방도시는 활력을 잃었다. 게다가 출생율 저하로 이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향후 이런 지방 도시들이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 지난 8월29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굿시티포럼 2022’에서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를 메가시티로 풀어야 한다. 소멸 우려 지역은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뭉쳐야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

새로운 국토 상생(相生)전략이 필요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성장세가 좋은 스타트업이나 연구·개발 기업, ICT 기업들은 현재 대부분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들 기업이 지방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학력 등 좋은 스펙을 갖춘 청년들은 근무환경이 더 쾌적하고 편리한 수도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방은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현수 교수는 “지방소멸은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가 될 수 있다. 지방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고, 구인난은 심화될 것이다. 생산인구감소로 소멸 우려지역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정부 대책이 절실하다. 지방소멸은 향후 한국 사회의 가장 중차대한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8월29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시사저널 주최 ‘굿시티 포럼 2022’ 행사에서 김현수 단국대 교수가 ‘수도권집중과 지방소멸,메가시티로 풀어라’ 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대안으로 김 교수는 도심융합특구인 ‘메가시티’를 제안했다. 도심융합특구를 조성해 산업, 기술, 주거, 기반시설 등 기능적으로 도시들을 융·복합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청년들을 지방에 안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동이 편리한 광역교통의 거점에 청년들이 일하고(work), 살고(live), 즐길 수(play) 있는, 직(職)·주(住)·낙(樂) 플랫폼을 만들어줘야 한다.그밖에 교육문화 거점, 산업 거점, 주거 거점 등 지방 도시에 다향한 거점 도시를 만들 수도 있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양질의 주거, 쾌적한 업무시설, 편리한 교통망 등을 함께 조성해야 지방 청년들의 이탈을 줄일 수 있다는 거다. 정부가 추진하는 도심융합특구, 기업혁신파크, 캠퍼스혁신파크 등의 정책사업들은 이런 배경에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메가시티를 형성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김 교수는 “아직까지 정부는 지방소멸과 균형발전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각 부처별로 지역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며 “메가시티와 지방소멸 문제는 국토부, 중기부, 과기부, 산업부, 교육부의 정책이 씨줄과 날줄처럼 융복합이 돼야 풀어갈 수 있다. 조세와 기금, 결합개발제도 등을 통해 수도권 경쟁력도 높이고 지방도 살아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영수 교수 “출산율 0.5까지 떨어질 것…앞으로 5년, 마지막 골든타임”
지표와 현실 체감의 괴리 굉장히 커…미래세대 희망 잃으면 공멸은 불가피…뉴노멀에 맞는 도농 균형 기획·실행 필요

많은 학자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 중 하나로 인구 통계를 꼽는다. 지방대학의 붕괴, 주거불안, 연금고갈, 노년 부양비 등은 모두 인구문제와 연관돼 있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의 인구 감소로 5년째 출산율 0%대의 ‘초저출산의 덫’에 걸린 대한민국, 문제는 ‘마땅한 대응 방안이 있는가’이다.  인구경제학자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의 변화를 담아낸 인구 통계를 보건대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에까지 내몰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의 인구정책에서 틀을 확 바꾸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코앞까지 다가선 인구절벽의 현황과 현실, 파장을 진단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이미 선진국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전 교수는 “출산율 0.81명이 갖는 의미, 이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지금 추세로 간다면 재앙에 가까운 파탄 사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냉정하게 보면 0.5 수준까지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출산·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허리 격인 중위연령층은 1980년 21살에서 40년이 지난 2020년에 44살로 늘어났고, 또 40년 뒤인 2060년엔 61살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빠른 속도의 고령화 속에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이른바 ‘늙어가는 사회’는 노인 인구를 부양해야 할 미래세대에게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아이가 사라지고 향후 인구의 절반이 노인이 되는 시대, 그때 가서 ‘새판 짜기’는 이미 늦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8월18일 한양대 국제관 연구실에서 인구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을 말하고 있다.

전 교수가 제안하는 인구 대응방안은 정년 연장과 연금 및 조세개혁, 로컬리즘, 균형발전 등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전 교수는 정부와 민간의 협업을 비롯해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인구 증가가 전제된 고성장기 작동 기제는 이미 기능 부전에 빠진 만큼 생산·소비 주체의 공급 감소에 맞춘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전 교수는 “한국은 마지막 타이밍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5년의 시간이 인구 혁신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불확실성, 공고한 성(性) 역할 구조…비출산이 ‘합리적 선택’ 됐다

초저출산의 근본 원인에 대해 전 교수는 “첫째는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지금 가진 게 없어도 미래에 대한 기대나 희망이 있으면 고위험 선택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청년세대에게는 그게 사라졌다. 기본적으로 비교 열위에 놓여 있어 선배 세대와 자원 쟁탈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두번째는 가치관이 바뀌었다. 특히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공고한 성(性) 역할 구조, 대표적으로 ‘독박육아’ 같은 것들이 여성들에게 비출산을 합리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이도록 한 것이다. 미래세대가 희망을 잃으면 공멸(共滅)은 불가피하다”했다.

인구문제의 심각성은 오래전부터 경고되고 있었지만 출산·양육·교육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은 인식문제에 대해 그는“체감의 현실과 지표가 알려주는 괴리가 굉장히 크다. 이게 인구문제를 바라보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시선인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시급한 정책도 지체되거나 그냥 넘어가는 거다. 지방을 보라. 지방은 한국의 ‘정해진 미래’를 알려주는 징후다. 229개 기초지자체 중에서 올 4월 기준 벌써 절반 가까이가 인구 소멸 위기에 빠졌다. 인구 변화는 교육, 지방뿐 아니라 국방·조세·취업·노동·주거 등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끼친다.”

지금까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구의 ‘자연 감소’는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겪었던 경로다. 그런데 인구 변화를 재촉하는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 있다. 바로 도농 (都農)간 격차와 수도권의 자원 독점이다. 이른바 고용과 주거, 교육, 인프라, 산업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블랙홀 현상이다. 수도권 공간 면적은 12%인데 인구의 52%가 몰려 산다. 당연히 한정된 공간이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은 적은데 52%가 그걸 다 갖고 싶어 한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같은 것이다. 이 전쟁에서 결국 패배하는 건 청년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제 장점 활용해 선제대응 필요…인구대응은 한국사회 구조개혁의 출발돼야 

전 교수는 올해 초 펴낸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에서 ‘앞으로 5년이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입법권, 행정권, 예산권, 임명권까지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나? 5년 단임 대통령제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다. 인구문제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우리가 경고했던 것처럼 재앙에 가까운 파탄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선제적이고 신속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정부의 인구정책과 방향이 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은 것과 관련해 “아직 100일밖에 안 됐지만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구문제는 지금 못 풀면 상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 인구 대응은 출산 장려의 폭을 넘어 한국 사회 구조개혁의 출발이 돼야 한다. 더 이상 ‘폭탄 돌리기’를 해선 안 된다.” 합계출산율이 0%대로 떨어졌다.

턴어라운드 할 수 있나. “현재 출산율 0.81명이 갖는 의미, 이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미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일부 홍콩 같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이건 말이 안 되는 숫자다. 2020년의 인구 추계에서도 앞으로의 출산율을 1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 정책도 괴리가 크다는 얘기다. 현실이 0.8인데, 냉정하게 보면 0.5 수준까지도 떨어질 것으로 본다.”

인구정책, 무엇이 문제였나. 전 교수는 “지방에 사는 청년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한다. 지방에서는 먹이(일자리)가 없어서 알을 못 낳고, 서울·수도권에서는 둥지(집)가 없어서 알을 못 낳는다고 말이다. 요즘은 ‘먹이가 없어서 서울에 왔더니 둥지가 없어서 알을 못 낳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서울 집값은 정확하게 출산율과 반비례해서 움직인다. 정리한다면 취약계층을 바라보는 시혜적 정책이 아니라 먹이와 둥지를 통해 청년세대가 부모 세대를 추월할 수 있도록 비전과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복지를 넘어 경제 이슈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구문제에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 정부 18개 부처가 갖고 있는 고유한 업무들을 보면 하나같이 인구문제로 치환된다. 그런데 관료 사회가 갖고 있는 경직성, 행정편의주의, 부처 이기주의, 부처 칸막이의 특성 때문에 어젠다를 먼저 쥐는 것에 관심은 있을지 몰라도 부처를 초월한 협력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예컨대 앞으로 조세개혁을 해야 할 텐데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조세개혁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인구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기재부가 대등하게 만나서 같이 얘기해야 된다.

원인과 결과를 같이 분석하고 찾아내야 국민 설득이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은 이게 다 떨어져 있는 상황 아닌가. 대통령이 모여서 같이 해보라고 해도 부처 협력이 잘 안된다. 인구 대응의 대전제는 18개 정부 부처를 총괄할 수 있는 상단의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 그 구조 안에서 인구문제를 풀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필요한 능력들을 재구성해야 한다. 그래야 시대 변화에 맞는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로컬리즘·균형발전이 인구문제뿐 아니라 고용·주거 등 자원왜곡 해소 가능”

  ●결국 정치문제…중앙 권력이 권한·예산 나눠 ‘자족 경제’ 만들어야

지방은 이미 ‘소멸 경고장’을 받은 상태다. 되살릴 복안에 대해 그는 “답은 ‘로컬리즘’에 있다고 본다. 한국의 앞날은 농촌의 오늘이다. 지방이 죽으면 나라도 죽는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뉴노멀에 맞는 새로운 ‘도농 균형론’의 기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출산 감소를 반전시키는 것은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린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지역 순환경제와 자족 경제를 만들어 도시와 농촌 간 균형적인 분업 구조가 유지된다면 적어도 사회이동 때문에 발생하는 초저출산은 막을 수 있다. 균형발전이 인구문제뿐 아니라 고용·주거 등 자원 왜곡을 해소할 우선 과제인 이유”라고 말했다.

역대 정부마다 균형발전 정책을 펼쳐도 왜 안될까. “벌써 40년이 지났다. 그런데 지금도 불균형이다. 왜 그럴까? 지역균형발전을 하겠다는 것은 중앙집중화된 권력 체계가 갖고 있는 권한과 예산을 분배해줘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중앙은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균형발전의 방향성을 분권화라는 전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해결 방안에 대해 전 교수는  “결국 정치문제로 귀결된다. 주요 선진국 중에 미국,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캐나다의 공통점이 뭘까? 연방국가라는 점이다. 연방국가는 기본적으로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다. 왜냐하면 정치도, 산업도 지역에서 당사자성을 갖고 있으니 바깥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해당 지역이 잘사는 방식으로, 특화된 방식으로 하니까 다른 지역과 다른 자생적인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고, 중앙은 당연히 외교·국방 정도만 챙기면 된다. 만약 로컬리즘(localismm, 지방주의)을 하려면 단번에는 못 내려가겠으나 적어도 지금 권력의 하방은 전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율이 떨어지던 서구 사회는 상당 부분 회복됐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뭘까. “스웨덴은 2000년 1.5명까지 떨어진 출산율이 1.7명으로 회복됐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20년째 1.3명 안팎을 유지한다. 한국과 다른 점은 남녀평등과 조화의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정책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균형감을 잃은 성별 대결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상쇄할 방안으로 이민정책이 거론되는데 이에 대해 그는 “향후 20년간 생산가능인구(1955~1975년 출생자) 이탈숫자만 무려 1700만명에 달한다. 이민정책은 노동력 부족에 대비한 유력한 대안일 수 있다. 서구 사례의 벤치마킹을 넘어 난제 돌파의 현실적 묘수일 수 있어서다. 그러나 쉽지 않은 문제다.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갈등이 부딪친다. 서구사회는 공통적으로 이민을 확대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독일의 최근 10년간 인구 반등은 사실 이민 경제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는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 실행했던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높이는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유럽은 ‘사회적 대타협’이 전제됐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가야 한다. 대타협의 가장 큰 전제는 교육 체계부터 손 봐야 하고, 그런 것들을 공론화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희망적인 것은 우리나라 시민들의 역동성이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산업화나 민주화를 달성해낸 저력 있는 사회다.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국가권력까지 바꾸지 않았나. 강력한 리더십에 거버넌스만 전제된다면 미래를 위한 구조개혁도 못 할 게 없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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