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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2년10월10일 11시27분 ]
재개발·재건축 복마전의 실태 
“조합 있는 곳에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있다” 말 나올 정도…분쟁·소송 없는 곳 거의 없어   

서울‧경기와 6대 광역시에서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1625곳이다. 서울이 592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는 370곳이다. 광역시 중에는 대구가 244곳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부산(205곳), 대전(83곳), 인천(74곳), 광주(40곳), 울산(17곳) 순이다.

전국적으로 재건축‧재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분쟁‧소송이 없는 곳을 찾기는 힘들다. 오죽하면 “조합 있는 곳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합원 간 내부 갈등이 심각한 것이 대한민국 도시정비사업의 현실이다.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는 도시정비사업의 복마전을 중앙일보가 추적했다. 조합장과 임원들을 둘러싼 각종 비위와 갈등·의혹의 현장, 허위 내지는 부풀려진 용역사업비의 실태를 면밀히 들여다봤다. 또 비리가 반복되는데도 왜 근절되지 않는지도 살펴봤다

    서울 지역조합 6%만 조사했는데…조합 돈으로 여행 등 부적정 603건

전국 1600여 개 재건축·재개발 조합에서 소송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비리 의혹도 넘쳐나지만, 이들 조합에 대한 공적 감시는 부실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박 겉핥기식 관리감독에 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지난 7년간 합동 실태점검을 한 서울 지역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36곳에 그친다. 서울 전체 재개발·재건축 조합(592곳)의 6.1%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토부와 서울시가 합동 점검을 한 36곳 조합에서 적발된 부적정 사례는 603건에 달했다. 조합당 평균 16.8건이 적발된 셈이다. 이 중 시정명령, 환수 권고, 행정지도를 제외하고 위법 혐의가 중대해 수사 의뢰한 것은 76건이다.
 
            
적발 유형은 다양하다. 조합원 총회 의결 없이 수십억원의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조합 돈으로 조합 임원들이 해외여행을 간 사례도 있었다. 입찰 제안서엔 아파트 설비 일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해놓고선 공사비에 슬쩍 끼워 넣은 건설사도 한두 곳이 아니다.

2019년 9월 문재인정부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관리·감독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며 ‘정비사업 조합 운영 실태점검 매뉴얼’까지 만들었지만, 현장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서울의 경우 2019년엔 세 차례에 걸쳐 8곳,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6곳, 3곳 점검에 그쳤다.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가 함께 점검에 나서는 경우도 드물다.

조합 실태점검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전국 재개발·재건축 조합 점검을 상시화하고, 전수조사 같은 특단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비리를 수사해 적발해내야 할 경찰 등 수사기관의 칼끝도 무디기만 하다. 서울 서대문 관내 재건축 비리 수사를 한 A경감은 “복잡하고 다양한 유형의 비리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전담 수사팀을 두는 등 수사 전문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밀점 찍어 투표용지 바꿔치기" 내부 증언 터진 잠실5단지

“조합 선거 때문에 DNA 검사까지 받는 일이 벌어지다니 살다 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지난 9월28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상가 근처에서 만난 한 조합원이 푸념했다. 그는 "2015년에도 전임 조합장 뇌물 사건이 터져 한동안 단지 전체가 뒤숭숭했었다"며 "이번에는 부정 선거 의혹이라니 말이 안 나온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준공된 지 45년을 맞은 잠실5단지는 7년 전 재건축 계획안이 마련됐고, 6800여 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이곳에선 2016년 1월 재건축 조합장, 이사, 대의원을 뽑는 선거가 있었다. 이후 당시 선거가 부정 선거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지난해 5월 서울 송파경찰서는 조합장, 자문단장, 협력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고, 이들을 선거에 개입해 조합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 동부지검은 혐의자들을 상대로 소환조사를 벌였지만 진술은 엇갈렸다. 조합 측은 "투표 조작 등 선거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협력업체 관계자는 "당시 조합원들의 투표용지를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선거를 조작한 사실이 있다"고 실토했다. 이들의 진술이 엇갈리자 검찰은 투표용지와 봉투에 남아 있는 DNA와 사건 관련자들의 DNA가 동일한지 아닌지를 조사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선거관리위원도 아닌 사건 관련자의 DNA가 투표용지와 봉투에서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조합 측은 "투표용지를 우연히 건드렸을 수는 있지만 조합 관계자가 이를 고의로 바꿔치기하는 등의 부정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서 바라본 잠실주공5단지 일대.
      

중앙일보는 취재과정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복수의 내부 제보자로부터 투표용지 바꿔치기에 대한 구체적 증언을 들었다. 또 당시 후보자 중 당선시켜야 할 대의원 후보들을 미리 표시한 일명 '정답표'(찍어야 할 후보자 옆 칸에 표시가 돼 있는 용지)가 있었다는 새로운 주장도 들을 수 있었다.

내부제보자 A씨는 "투표용지 바꿔치기는 조합 사무실 건물 주차장에 있는 한 외제 승용차 안에서 이뤄졌다"며 "조합 관계자와 홍보도우미 2명 등 모두 3명이 투표용지가 담긴 봉투를 조심스럽게 뜯고 미리 기표가 된 다른 용지로 바꿔치기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조작이 끝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기 위해 사전에 투표용지가 담긴 봉투에 아주 작게 '비밀 점'을 찍어 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점이 찍힌 봉투가 발견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제보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투표용지 바꿔치기가 이뤄진 것은 적어도 500장 이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조합 측은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선거관리위원회 측의 책임이다"라며 "투표용지 바꿔치기 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서울‧경기와 6대 광역시에서 추진 중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1625곳이다. 잠실5단지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현장에선 각종 고소·고발, 소송전이 줄을 잇고 있다.
 

    "남들 다 하는데 못빼먹으면 바보" 이러니 조합 비리 판친다 
      
지난 9월15일 오전 8시, 서울동부지검 정문 앞에 현수막과 피켓을 든 이들이 모여들었다.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 중 하나인 잠실주공5단지 조합원들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힌 이들은 "지난 2016년 조합 선거는 부정선거였다"며 "검찰의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날 검찰에 '신속 수사 촉구서'를 접수했다.

지난 9월15일 잠실5단지 재건축비대위의 조합원들이 서울동부지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합 업무에 깊숙이 관여해 온 A씨는 중앙일보와 만나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당선시켜야 할 조합장과 대의원들을 기록한 ‘정답표’가(사진 참조) 존재했고 ▲정답표에 따라 투표용지를 조작했으며 ▲조작해 둔 투표용지를 조합원이 투표한 정상 용지와 바꿔치기하는 식으로 부정이 이뤄졌다고 한다.

  ●정답표, 비밀 점…투표용지 바꿔치기 의혹

조합원들은 각자 사정에 따라 사전투표, 우편투표, 현장 투표(총회 당일) 등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투표권을 행사했다. A씨는 "잠실 주공 5단지는 우편투표를 가장한 제4의 불법 투표 방식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원칙적으로 우편투표에 참여하는 조합원은 투표용지를 봉투에 넣어 직접 우편 발송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일부 조합원은 기표한 투표용지를 봉투에 담아 조합 사무실로 가져왔다. 조합 측에서 "대신 우체국에 부쳐주겠다"며 편의를 봐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렇게 조합 사무실에 모인 100여장 이상의 투표용지를 우체국에 보내기 전에 당선될 사람이 미리 표기된 투표용지와 바꿔치기를 했고, 봉투에 넣은 후 겉면에는 ‘비밀 점’을 찍어 표시했다”는 것이 A씨가 설명한 조작 방법이다.

서울 잠실 5단지 조합 임원 선거에 활용된 '정답표'의 모습. 당선시켜야 할 사람 옆에 점을 찍어 표시해놨다. 제보자 제공

                  

조작을 마치고 봉투를 우체국에 가져간 후 다시 조합으로 우편배달이 정상적으로 된 것처럼 눈속임했다는 것이다. A씨는 또 "우체국 발송 전에 봉투 겉면에 ‘비밀 점’을 찍은 것은 ‘일을 두 번 하지 않기 위한 수법’이었다"고도 했다. 조합원이 정상적으로 우편투표를 해 발송한 봉투, 조작을 마친 봉투가 혼재된 채로 조합 사무실에 배달된다. 이때 이미 바꿔치기를 마친 봉투까지 일일이 다시 열어 확인하려면 일이 두 배가 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한다. A씨는 “우편투표 봉투가 다시 (조합 사무실로) 배송되면 도착하면 그중에 점이 없는 것만 골라 역시 조작을 하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 결과 A씨 말대로 당시 부정 선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 추진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이미 2015년에 당시 조합장이 용역업체 선정 대가로 업자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검경 수사로 드러나 이미 한차례 내홍을 겪은 바 있다. 현 조합장은 부정 선거 의혹이 일고 있는 지난 2016년 조합 선거에서부터 이번 9월 초 열린 총회까지 연임에 성공해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조합원 의결 없이 1500억대 계약

잠실5단지 외에 안팎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이곳은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과의 갈등으로 4월부터 공사가 멈췄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사업 과정에서 불법성 논란까지 불거져 악재가 겹쳤다.

지난 8월 국토부와 서울시는 합동점검 결과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합 측은 조합원의 의결 없이 13건의 시공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금액만 1595억원이다. 정비기반시설 공사를 한다며 올해 2월 J사‧D사 등과 예산을 초과한 계약을 맺었고, 3월에는 N사‧D사 등과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공사 등을 각각 193억원, 66억원에 체결했다.

그밖에도 둔촌주공 조합은 신축아파트 브랜드 개발, 지하철 출입구 이설 공사 등 명목으로 도정법을 위반한 계약을 맺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둔천주공 정상회위원회 관계자는 “법을 위반해 조합원에 손해를 끼친 계약 중 5건은 재작년 사퇴한 조합장 시절이고, 8건은 최근 사임한 조합장 때 일”이라며 “공사 중단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조합 집행부가 얼마나 독단적이고 위법하게 일을 집행했는지 알게 돼 씁쓸하다”고 했다.

 ●"법적 다툼만 27건, 견적이 안나와“

조합원 간 갈등, 민‧형사상 고소와 고발 등 각종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정비사업의 현실이다. 재건축 조합 수사 경험이 풍부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한 수사관은 "내가 수사했던 한 조합은 몇 년 동안 고소, 고발 등 크고 작은 법적 분쟁만 27건이나 됐다"며 "워낙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다투다 보니 수사에 들어가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소위 견적이 잘 안 나오더라"며 혀를 찼다. 복마전 같은 상황이 전국 곳곳의 재건축 현장에서 벌어지다 보니 ‘조합 있는 곳에 반드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있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자료:각 지자체 정비사업 홈페이지


   
  비리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나-허위 사업비와 만능 키 OS
  조합원 대신 동의서에 ‘콕 지문’…비리 키우는 OS(아웃소싱) 조직원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찾아오겠다고 전화가 온다. 오지 말라고 해도 기어코 늦은 밤에도 집 앞까지 찾아오더라." 

 울산광역시 관내 한 재개발 조합의 조합원인 정지선(41)씨는 OS요원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OS는 아웃소싱(out sourcing)의 줄임말이다. 정비 사업 현장에서 조합이나 시공사의 하청을 받아 각종 업무를 보조한다. 하지만 단순 업무 보조원 정도로 보면 오산이다. 실제로 이들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움직이는 ‘제3의 손’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각에선 조합원들의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이끄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만능 키'에 비유하기도 한다.

복잡한 정비 사업에서 조합원들이 사업을 이해하도록 돕는 게 본래 OS의 역할이다. 그러나, 많은 현장에서 OS요원의 활동은 문제가 돼 왔다. 실제로 OS는 조합원 총회,시공사 선정, 조합장 선거 등 경쟁이 치열한 사업 과정 곳곳에 깊숙히 개입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OS로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30~50대의 평범한 여성이다. 지속적으로 조합원들과 접촉해야 하는 등 업무 강도가 낮지 않아, 일당은 15만~20만원 선으로 책정돼 있다. 겉보기와는 달리 이들의 조직력과 거기서 나오는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목적 달성 위해…수단·방법 안 가려"

특히 재건축 사업 진행 과정에서 기존 건물의 철거와 착공에 앞서 거쳐야 하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계에서 OS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관리처분계획안이 총회에서 통과된다는 뜻은 각종 용역사업비와 추가되는 특화공사비가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합과 업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관리처분계획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사전에 OS가 동원돼 조합원들에게 서면결의서에 찬성 표시를 하도록 유도한다. 조합장 선거에서도 OS의 활동은 여론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2018년 3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구 가락시영)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 진영이 200명에 가까운 OS 요원을 동원해 치열한 선거전을 펼친 것은 업계에서 유명한 일화다. 당시 상황을 잘 하는 한 조합원은 "마치 구청장 선거 이상으로 과열된 분위기가 있었다"며 "각 후보별로 고용된 OS가 은밀히 조합원들을 만나러 다니며 경쟁적으로 특정 후보를 찍도록 유도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OS의 특징”이라고 했다. 투표용지를 바꿔치기 하는 등 선거 부정을 저지르거나, 조합원 대신 불법적으로 동의서에 싸인을 하고 지장을 찍는 일도 다반사다. 최근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잠실5단지의 경우도 OS요원이 개입해 투표용지를 바꿔치기 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온 상태다.

  ●지장의 일부분만…‘콕 지문’ 의혹까지

취재 과정에서 조합원 대신 지장을 찍을 때 OS가 ‘콕 지문’을 활용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 관내 한 재개발조합의 조합원 유은하(가명·여)씨는 조합원이 제출한 서면 결의서를 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조합원의 지장이 온전한 형태로 찍힌 것이 아니라, 3분의 1정도로 ‘콕’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유씨는 “아는 OS한테 물어보니 그걸 ‘콕 지문’이라고 부르더라. 나중에 불법으로 대리 서명한 걸 들키더라도 지문 감식이 불가하게 지장의 일부분만 찍어놓는 수법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조합이 고용한 OS요원은 조합 집행부와 대립하는 조합원의 평판을 나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경기도 고양시 한 재개발 조합원인 문소영(가명·여)씨가 조합의 문제점을 알리고 조합장 해임을 시도하자, OS는 문씨에 대해 “전국구를 다니며 활동하는 외부세력이다. 그 사람 말 들으면 사업만 늦어진다"라며 주변에 문씨에 대한 여론을 나쁘게 몰고 갔다. 문씨는 “차라리 진짜 외부에서 온 '꾼'’이었으면 억울하지나 않았을 거다”라며 “조합에 고분고분하지 않는 조합원들을 뒤에서 겁주고 여론도 쉽게 조작했다”라고 말했다.

  ●OS홍보비…"결국 조합원 부담"

1999년 OS 현장요원으로 시작해 2000년대 중반 업체 대표직에 오른 나지영(가명)씨는 "OS 고용에 들어간 홍보비는 결국 조합원들이 추가로 분담해야 할 돈"이라며 "각종 용역 계약이 왜 부풀려지겠나"라고 귀뜸했다. 나씨는 선거 과정에서 조합이 OS요원들을 활용해 조합원들에게 접근하는 수법도 소개했다.

"홍보요원들은 원칙적으로 선거 기간에 조합원 집을 방문할 수 없다. 하지만 편법을 쓴다. 일반 안건을 다루는 조합 총회를 선거 기간에 같이 연다. OS가 일반 총회를 명목으로 집집마다 방문할 수 있고 이때 특정인에게 표를 달라고 유도할 수 있다. '사업이 빨리 진행되려면 이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게 주 레퍼토리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건설사 관계자는 "투명한 사업을 위해 OS 근절을 외치지만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OS를 고용하지 않으면 단 한 건의 사업도 수주할 수 없는 것이 이 업계의 현실"이라고 했다.

  "빅마우스 심는데 1000만원" 20년차 OS가 고백한 추악 비리

재건축·재개발 조합을 보이지 않는 데서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제3의 손’으로 불리는 OS 요원들이다. OS는 아웃소싱(oursourcing)의 약자다. 복잡한 정비 사업에서 조합원들이 사업을 이해하도록 돕는 게 본래 역할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현장에서 OS 요원의 활동은 문제가 돼 왔다. 업체 선정, 조합 임원 선출 과정에 개입하는 등 조합원의 의사 결정 왜곡을 이끌었다.

중앙일보는 OS 업체 대표 나지영(가명·여)씨를 만났다. 나씨는 1999년 OS 현장요원으로 시작해, 2000년대 중반에는 OS 업체 대표직에 올랐다. 나씨는 “OS 일을 수십 년째 하고 있지만, 이 바닥은 문제가 많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OS요원은 어떤 역할을 하나

.“OS 업무는 광범위하다. 정비사업 안건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조합장을 포섭해 원하는 업체와 계약하도록 손을 쓰기도 한다. 조합장이나 조합원을 포섭할 때는 금품을 뿌리고 선물도 준다.”
 

-조합장을 포섭하는 이유는 뭔가. 어떤 방법으로 포섭하나.

“조합장을 포섭하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이권 개입 업체들이 조합 사업에 관여하려면 조합장을 포섭하는 게 쉽다. 방법은 ‘뒤로 사바사바’ 하는 거다. 밥 한 끼 사 먹이는 걸 시작으로, 몇백만원 현금 주기도 한다. 그럼 조합장은 눈이 돌아간다. 생각해봐라. 갑자기 사람들이 ‘조합장님’하며 대우하고, 누구는 뒷돈도 주는데. 대통령이 된 것같은 착각에 빠지는 거다.”

-조합원들을 포섭하지는 않나.

“당연히 한다. 조합 안에 ‘빅마우스’를 심는 게 중요하다. 동대표, 부녀회장, 종교단체장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타깃이다. “홍보비 드릴테니, 조합에서 저희 편 좀 들어달라”며 부탁한다. 빅마우스 심는 데 보통 500만원~10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한 구역에 여러 OS 업체가 붙었을 때, 확보한 빅마우스의 수로 결과가 나기도 한다.참고로 종교단체장은 교회보다 성당 구역장을 선호한다. 교회는 멀리 다른 지역으로도 다니지만 성당은 보통 그 근처에서 다닌다. 성당 구역장이 영향력이 더 세더라.“

-모든 조합원이 넘어오나.

”물론 경쟁 OS 업체랑 더 친한 조합원도 있다. 우리는 그 성향을 다 분석한다. A·B·C 등급을 나누는 거다. A는 우리 편, B는 중립, C는 상대편 이런 식이다. 표를 가져오려면 상대보다 베팅을 더 해야 한다. “50만원 받았죠? 우린 더 줄게요” 하는 거다. 상대 업체가 베팅한 금액은 ‘간첩’을 통해 파악한다. 믿을만한 조합원한테 “상대 업체한테 받을 거 다 받으시고 정보만 가져와 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들어간 돈은 결국 조합원들이 분담한다고?

“당연하지. 세상에 어떤 업체가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겠나. OS를 통해 쓴 홍보비는 결국 조합원들이 추가로 분담해야 할 돈이 된다. 용역 계약이 왜 부풀려지겠나.”

-OS가 선거에 개입하는 편법은 뭔가.

“홍보요원들은 원칙적으로 선거 기간에 조합원 집을 방문할 수 없다. 하지만 편법을 쓴다. 일반 안건을 다루는 조합 총회를 선거 기간에 같이 여는 거다. 그럼 OS가 일반 총회를 명목으로 집집마다 방문할 수 있다. 그러면서 “투표하셨냐”, “누구 찍을 거냐” 자연스럽게 묻는 거다. OS는 특정 후보를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사업이 빨리 가려면 이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게 주 레퍼토리다. 일반 안건 다루는 총회와 선거 총회는 꼭 분리돼야 한다. 안 그러면 이 편법을 막을 수가 없다.“

-정비사업에서 OS는 어떤 존재인가. 폐단을 끊을 수 있나?

”OS는 필요악이다. 복잡한 사업 안건을 설명하고 조합 행정 업무를 보조하는데 OS를 쓸 수밖에 없다. 물론 여론 조작, 조합선거 개입 등 부정적인 부분은 없애는 것이 맞다. 폐단을 끊어내려면 결국 조합장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조합원들도 손 놓고 있지 말고 공부하고 똑똑해져야 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하는 현장은 별로 없는 것 같더라. 관심 없는 조합원들이 대다수다.“

   8000만원 드는 석면해체 공사 10억에 계약…조합원 돈 줄줄 샌다

지난 2018년 초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조합은 J 철거업체와 석면 해체 용역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액은 약 60억원. 앞서 이 조합은 철거할 건물에 석면이 얼마나 있는지를 조사하는 용역에도 약 13억원을 썼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법 위반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시공사와 도급 계약을 맺을 때 철거를 포함해야 한다. 석면 철거 공사 역시 시공사가 해야 한다.

이는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한 2009년 ‘용산 참사’ 이후 조합과 철거업체의 ‘불필요한’ 접촉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석면 해체뿐 아니라 석면 조사 역시 철거 공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시공사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조합을 포함한 전국 재개발‧재건축 조합 대부분이 버젓이 철거업체와 석면 조사‧해체‧감리 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해 6월 철거 건물 붕괴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조합장 역시 6억원짜리 석면 철거 공사비를 22억원으로 부풀려 특정 철거업체와 계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뒷돈, 부풀려진 공사비…"현금 거래, 적발 어려워"

이 과정에서 공사비가 부풀려지고, 조합과 업체 사이에 뒷돈이 오가기도 한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은 8000만원이면 되는 석면 해체 공사를 10억원에 계약하면서 해당 업체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심지어 석면 철거와 감리 업체가 사실상 한 법인인 경우도 있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잘 해체됐는지를 같은 업체가 감시하는 꼴이다. 비슷한 면적인데도 석면 조사·철거 비용이 수 배 차이 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익명을 원한 한 철거업체 대표는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 금액의 5~10% 정도가 리베이트로 전해지는 경우도 있다”며 “현금이 오가기 때문에 적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밀실 수의계약은 물론 불필요한 계약에 조합 돈이 줄줄 새는 곳이 부지기수다. 조합원 동의(의결) 없이 용역 계약을 맺고,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치더라도 조합원들이 알지 못하게 계약 금액을 부풀리는 경우도 많다.

 ●지장물 철거도 부풀리기…처벌은 드물어

지장물 철거계약도 그중 하나다. 새 아파트를 지으려면 기존 노후주택을 철거해야 한다. 이때 철거는 시공사가 맡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이중 전기시설이나 통신‧가스‧수도 같은 지장물은 관리권자인 한국전력, 통신사, 가스‧수도사업소가 철거하고 조합에 비용을 청구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조합이 이를 무시하고 철거업체와 지장물 철거 계약을 맺는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조합은 아예 수도‧전기‧가스관 철거를 분리해 3곳의 업체와 각각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 지역 조합원은 “지장물 철거를 3곳에 분리 발주하고 용역비도 과도하게 계약했다”며 “조합 측에 항의했지만, 다른 조합도 다 마찬가지라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재개발 조합처럼 사업시행인가(건축 허가)도 나기 전에 철거업체와 지장물 철거 계약을 맺고 계약금을 선지급한 사례도 적지 않다.

허술한 계약 내용은 비리를 더욱 부추긴다. 서울의 한 재개발 조합은 2018년 16억원에 모 철거업체와 지장물 철거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구역 면적만 표시돼 있고, 구체적인 공사 기간이나 인력 투입 등의 내용이 전혀 없다. 이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계약 내용도 제대로 모른 채 찬성 결의서를 내준 게 문제”라고 말했다.

2021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이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져도 처벌되는 사례도 드물다. 지난해 6월 철거 건물 붕괴사고로 17명의 무고한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조합과 인근 지역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광주지역 시민단체 등은 이 지역 13개 재개발 조합을 고발했다. 조합들이 전기‧통신‧가스‧상하수도 등 지장물 철거를 시공사가 아닌 다른 용역업체와 이중 계약하거나 계약 금액을 부풀려 조합원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다.

실제로 2016~2019년 광주 지역 13개 재개발 조합은 철거업체와 300억원가량의 지장물 철거 계약을 각각 맺었다. 대부분 상수도와 가스‧전기시설, 가로등 철거 용역이었다. 철거 면적과 가구 수가 비슷한데 계약금액이 2배 이상 차이 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광주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 대부분은 ‘혐의 없음’이나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하거나 수사 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토부에서도 시공사가 아닌 다른 업체와 철거 계약을 맺을 수 없다는 유권해석이 있는데도 조합 의결을 거친 계약서대로 계약이 이행됐다는 이유로 경찰이 면죄부를 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범죄예방 용역'부터 '법률자문'까지 

범죄예방 용역 계약도 조합비가 부풀려지는 대표적 사례이다. 2010년 2월 부산 사상구 덕포동 재개발 지구에서 여중생을 납치·성폭행 후 살해한 김길태 사건 이후, 모든 재개발 지역은 법에 따라 범죄예방 대책을 세우고, 폐쇄회로 TV와 가로등 등을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이 법을 악용해 용역비를 부풀리는 조합이 적지 않다. 현행법상 순찰은 경찰만 할 수 있는데, 많은 조합이 ‘순찰 업무’를 계약서에 넣고 거액의 용역비를 지급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조합 측에서 범죄 예방과 이주 관리 명목으로 4년 전 한 철거업체와 70억원에 계약을 한 것을 이제야 알게 됐다”며 “조합 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법률 자문이라는 명분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계약도 이뤄진다. 부산의 한 재개발조합은 법무법인도 아닌 개인 변호사에게 법률 자문과 소송 업무 등을 맡기는 대가로 45억원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지역 조합원은 “소송 건별로 수임 계약을 하는 게 대부분인데, 로펌도 아닌 개인 변호사와 이런 과도한 계약을 맺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별다른 잡음 없이 준공‧입주를 마친 후에 조합의 문제가 드러나는 곳도 적지 않다. 올해 6월 말 입주를 시작한 전주시 완산구 전주힐스테이트어울림효자 아파트 조합원들은 입주 직전 조합 측으로부터 45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조합원들이 비대위를 구성해 조합 측에 항의하자 조합 측은 애초 통보한 추가 분담금의 40%만 내면 된다고 알려왔다. 익명을 원한 재개발 전문가는 “분담금이 이렇게 고무줄처럼 늘고 주는 것은 정상적인 조합에선 있을 수 없는 일”라며 “조합원들이 알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합 비대위 관계자는 “전문업체에 감정 의뢰한 결과 조합 측이 토목, 조경 공사 등을 수의 계약하면서 시중 금액보다 10억원가량 초과 지출한 것이 밝혀졌고, 조합 임대아파트 34세대를 직원이 2명뿐인 무자격 업체에 헐값에 매각한 정황도 있다”며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합 측은 본지 취재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밖에 이주관리 용역, 수방·제설 대책 용역, 국공유지 무상 양도 용역 계약 등에서 허위 혹은 부풀리기 사업비 사례도 적지 않다. 또 총회 홍보(OS) 용역이나 정비기반시설 공사 계약 때 산정 근거도 없이 과도한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정비사업 전문가인 김상윤 법무사(저스티스파트너스 대표)는 “조합원이 눈뜨고도 모르는 돈들이 각종 용역이라는 이름으로 줄줄 샌다”며 “이는 결국 조합원들의 재산상 손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반성 없는 사업, 조합원이 똑똑해야 부패가 사라진다

그동안 전국 각지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온갖 비리가 터져 나왔지만 제대로 된 반성문은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2016년에 서울 서대문구청이 가재울 4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백서를 제작해 일반에 전부 공개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가재울 4구역은 특정 철거업체가 개입해 각종 용역계약 비리 의혹이 불거지는 등 사업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서대문구는 서울 관내 지자체 중 정비사업 관련 비리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2016년 국회 국감 때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5년 동안 재개발·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34명의 구속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재울 3구역, 북아현 1-1·2·3구역, 홍제3구역 등이 있는 서대문구에서 조합 임원 14명이 구속됐다. 성동구가 7명로 그 뒤를 이었다. 구속된 총인원의 40% 이상이 서대문구 정비사업 관련자가 차지했다.

재개발조합장의 비리 수사가 진행됐던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4구역의 2013년 재개발현장 전경.

이러한 배경 속에서 서대문구는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 TF를 꾸리고 백서 제작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백서 초안만 만들어졌을 뿐 당초 책자 형태로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한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언론을 통해 논란이 일자 정보공개 청구를 한 일부에게만 파일 형태로 백서 초안을 공개한 것이 전부였다.

지난 7월 취임한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후보 시절부터 제대로 된 재건축·재개발 참회록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는 당선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엇이 잘못되고 무엇이 고쳐야 할 점인지 저희가 전국 최초로 백서를 만들어서 발표할 예정이다"라며 "백서가 나오면 전국적으로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서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이고, 무엇을 시급히 고쳐야 할지 알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초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백서를 내겠다던 약속과 달리 백서 제작은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구청장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초 대학교수, 국토교통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 구의원, 변호사, 도시정비사업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백서 제작 TF의 활동은 현재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TF는 8월 초까지 한두 차례 회의를 연 것을 끝으로 활동하지 않고 있다.

정비사업 전문가로 이 TF에 참여했던 김상윤(저스티스파트너스 대표)씨는 "백서 제작을 위해 각종 용역 계약서 등 관련자료를 구청 측이 보여줘야 할 텐데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구청 공무원들이 협조적이지 않았다"면서 "실무진들은 백서를 제작을 반기지 않는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반박했다. 일부 공무원의 저항 때문에 백서 발간 TF가 활동을 멈췄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청 측은 “고문변호사에게 문의한 결과, 비조합원에게 공개되지 않은 조합 자료를 백서로 모두 공개할 경우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구청 관계자는 이어 "내부적으로 정비사업 백서 발간을 위한 2기 TF를 구성하고, 조합 운영 실태 조사 등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년 연말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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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홍대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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