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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3년02월17일 08시07분 ]
   '빌라왕' 재발 방지…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 급물살 타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국회 본격 논의 시작…악성 임대인 신상 공개법, 국토위 전체회의 통과

전세 사기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한공협)의 법정단체 등록 추진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될지 주목된다. 2022년 10월 법안 발의 직후 프롭테크 업계 반발과 함께 '제2 타다 금지법' 논란이 일었지만, 이른바 '빌라왕' 사건 재발 방지에 정부와 국회도 팔을 걷어붙인 터다.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월15일 전체회의에서 현행 임의 설립·가입 단체인 한공협을 법정단체화해서 회원 의무 가입과 지도·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 이로써 2022년 10월 발의된 개정안은 국회에서 본격 논의를 시작하게 됐다.

 악성 임대인 신상 공개법, 국토위 전체회의 통과

상습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악성 임대인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이 2월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토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김민기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 2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국토교통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개정안은 전세보증금 반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내준 임차보증금을 상습적으로 갚지 않는 임대인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개 대상은 총 2억원 이상의 임차보증금을 변제하지 않고, 구상채무 발생일로부터 3년 이내에 2건 이상의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이다.

임대인 이름, 나이, 주소, 임차보증금 반환채무에 관한 사항, 구상채무에 관한 사항 등이 공개된다. 최종 공개 여부는 임대인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공개가 확정되면 해당 정보는 국토교통부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세 사기범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제한하는 내용의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특별법 개정안도 국토위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에는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사기죄로 금고 이상 실형을 받은 경우 임대사업자 등록을 제한하고, 기존 임대사업자일 경우 등록을 말소하고 2년간 재등록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증금 미반환을 이유로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사실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도 이날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아울러 임대사업자 등록 시 국세·지방세 납세증명서를 제출하게 하고, 임대사업자가 세금을 일정 규모 이상 체납한 경우 등록을 말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들 법안은 2월24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국토위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 10월4일 '개업공인중개사의 윤리인식 제고 및 건전한 부동산거래질서 확립'을 취지로 해당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민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같은 국토위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여야 24명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한공협은 그간 정부와 교감하며 법 개정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협회가 법정단체화를 통해 부여받길 원한 핵심 권한인 '조사' 주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업계의 양대 축이던 새대한공인중개사협회와 지난 12월 단일화에 합의했다. 법안은 국토부와 시·도의 불법 중개행위 단속 협조 기관을 현행 '공인중개사협회'에서 한공협으로 명시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불법 현장은 일선 공인중개사들이 가장 잘 적발할 수 있고, 모든 공인중개사 의무 가입을 규정하면 일탈 회원 적발 시 회원 자격 정지 제재 효과도 커 자정 노력이 가능하다는 게 한공협 측 설명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월29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 등과 관련해 김태우 강서구청장 및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에 위탁 운영 중인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 업무 범위를 확대하자는 내용의 법안(홍기원 민주당 의원 발의)도 발의돼 있지만, 신고는 사후 조치일 뿐이라고 한공협 측은 주장했다.다만 법안 논의가 본격화하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작년 말 발의 직후 프롭테크 대표주자 직방 안성우 대표를 의장으로 한 한국프롭테크포럼은 공정 경쟁 기반 훼손과 신산업 위축, 소비자 편익 침해 등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선 바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선 직방과 다방, 네이버부동산 등 10여 개의 신기술 기반 플랫폼 업체에 일선 중개사들도 매물을 올려 홍보하는 방식으로 정보가 활발하게 공유된다.여기서 나아가 직방 등 일부 프롭테크 업체는 공인중개사와 고용 또는 협업 방식으로 중개업을 실제 영위하거나 시도 중인데, 이번 법안 관련해 양측이 충돌하는 핵심 쟁점은 이 지점이다.

경쟁과 비용 절감 등 소비자 권익으로 인한 여론 반발 우려도 있다.한공협 관계자는 "다방 등 우리 협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영업을 잘 하고 있는 곳도 있다"며 상생을 자신했다. 그는 "오히려 회원들 사이에선 대형중개업체와 소상공인 중개사무소 간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그런 건 공정거래법을 통해 해결할 부분이지 협회가 나서서 영업을 못 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2022년 1월 취임 일성으로 "직방 등 부동산 플랫폼의 중개업 직접 진출 시도를 막기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롭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협회장부터가 '프롭테크 죽이기'를 밝혀온 사람인데 (상생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전세사기 막기 위해 공인중개사에 집주인 세금 체납조회 권한 부여 추진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화·집주인 채무 정보 조회 권한 부여 추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월3일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들과 만나 전세 사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공인중개사에 집주인 세금 체납과 금융 관련 정보 조회 권한 부여도 추진한다.

원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부관리센터에서 열린 전세 사기 관련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과 이병훈 HUG 사장 직무대리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원 장관은 “최근 전세 사기가 많이 발생 중인데 이는 새로운 조직범죄, 사기 범죄로 뿌리 뽑아야 한다”며 “공인중개사들이 전사 사기를 막기 위해 공정하고 안심할 수 있는 거래 서비스를 제공해 부동산 시장을 건전하게 하고, 재산 보호인의 역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월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관리센터에서 열린 전세사기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원 장관은 공인중개사협회에 전세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집주인 채무 사항 등을 명시한 ‘표준계약서’ 사용을 주문했다. 원 장관은 “앞으로 거래 과정에서 표준계약서를 회원에게 홍보하고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며 “새 계약서에는 국세와 지방세 체납 관계 등 전세를 위험하게 할 수 있는 여러 상황과 확정일자 관련 사항이 명시되므로 이를 필수로 쓸 수 있도록 일선에서 권장해 달라”고 했다.

아울러 공인중개사가 계약 이전에 집주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원 장관은 “앞으로 중개사가 집주인 정보나 국세, 금융 관련 권리사항을 확인하고 이를 열람할 수 있도록 관련 권한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기획부동산 형태로 일부 공인중개사 자격 가진 사람들이 범죄에 가담해 결국 전세 사기 피해자를 늘리는 상황을 자정하고, 불법 사항을 적발하는 활동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종혁 공인중개사협회장은 “최근 빌라왕 사태를 포함해 깡통전세가 이슈화돼 매우 안타깝다”며 “협회는 전세 사기 피해 대응을 위한 센터를 전국에 19곳 운영 중이고, 나이스신용정보와 협업해 임대인 신원 상태를 계약단계에서 확인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전체 전세 사고의 70%는 개업 1~5년 차 신규 공인중개사에게서 발생한다”며 “신규 회원과 ‘장롱면허’ 소지자에 대한 사기 예방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한편 빌라왕 전세 사기 사건과 관련해 HUG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전담 인력 6명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대출 연장은 은행과 협의해 최대 8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법정단체 진입 노리는 한공협, 해묵은 중개 ‘카르텔’ 해결할까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의 법정단체 지정 추진을 앞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에 기반을 둔 공인중개사 사조직 문제가 여전한 가운데 한공협이 법정 협회로 지정되면 오히려 이같은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선 부동산업계에선 여전히 지역 부동산 사조직이 성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부동산 사조직은 회원제로 운영되며 개업 공인중개사 활동 지역 내 수십~수백 명 규모의 비공개 조직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비공개 매물 공유 전산망을 회원으로 가입한 중개사만 쓸 수 있도록 하고, 비회원 중개사와의 공동중개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이는 엄연한 불법행위로 수년간 단속과 경고가 잇따르지만 이를 비웃듯 지금도 성행하고 있다. 공동중개 거절은 공인중개사법 제33조 1항 제9호 ‘단체를 구성하여 특정 중개대상물에 대해 중개를 제한하거나 단체 구성원 이외의 자와 공동중개를 제한하는 행위’를 위반하는 행위다.

한 지역 회원 미가입 공인중개사는 “예전에는 회칙을 만들어 공유하는 등 공개적인 활동이 많았는데, 2010년대 이후 정부 단속이 강화되고 스마트폰을 쓰면서 카카오톡 비공개 오픈채팅을 통해 은밀히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모임 이름은 ‘○○상조회’, ‘△△등산회(산악회)’, ‘□□운동 동호회’ 등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이름으로 지역 곳곳에서 활동 중이다. 회원 가입비는 서울은 수천만 원 단위, 경기지역은 500만 원 이상이며, 회비를 내더라도 빈자리가 나야 신규 회원가입을 시켜주는 등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다만 최근 부동산 거래절벽 현상으로 신규 회원 가입비도 많이 하락했다. 경기 외곽지역에선 100~200만 원 선으로 추락한 곳도 다수였다.

한공협은 법정 단체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종혁 회장은 “지역 내 중개업계 카르텔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며 “(법정 단체화를 명시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이 된 이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회원 공인중개사는 “협회 자체가 지역 사조직을 기반으로 성장한 곳인데 어떻게 협회가 해결하겠느냐”며 “법정 단체가 확정되면 사조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종혁 한공협 회장 "전세사기 안 당하려면, 무등록 중개거래 피해야"
  “분양업자는 시세 높게 잡아…현지 사정에 밝은 공인중개사가 안전해”

“신축 빌라는 시세가 형성되지 않아 사업자가 전세가를 높게 잡아도 세입자가 속기 쉽죠. 토박이 공인중개사들은 금방 잡아냅니다. 빌라 업자가 얼마에 땅을 사들였는지 아니까 적정 분양가를 계산해낼 수 있죠.”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사진)은 “실력을 갖춘 노련한 중개사를 활용해야 전세 사기를 막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집값 하락에 따른 부작용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다세대 연립 등 신축 빌라에서 세입자를 상대로 한 사기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전세 시장의 신뢰가 추락한 것이다. 이 회장은 “전세시장 교란 행위를 잡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설립 37년차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전국 공인중개사를 한데 모은 단체다. 이 회장은 직장생활과 사업을 하다 39세 때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해 17년간 충남 당진, 천안 등에서 중개사로 활동했다. 그도 한때 빌라를 지어 분양하는 사업을 병행해 봤다고 한다. 협회의 충남 지부장을 거쳐 2022년 1월 회장에 선출됐다.이 회장은 협회가 공인중개사를 대표하는 유일한 조직임에도 중개 거래시장을 ‘교통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연간 전국 부동산 매매의 40%가 중개사를 거치지 않는 거래”라며 “이 중 사인 간 직거래는 5%에 불과하고 나머지 35%는 분양 컨설팅 업자 등 무등록 중개인을 통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화곡동 전세 사기 등 대부분 중개 거래 범죄가 이 같은 무등록 업자를 통해 이뤄졌다는 게 협회의 분석이다.이 회장 취임 후 내건 숙원 과제는 현재 임의단체로 규정돼 있는 협회의 지위를 ‘법정단체’로 만드는 일이다. 변호사 건축사 등 다른 전문 직역처럼 중개사들의 협회 가입을 의무화하고 윤리강령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회장은 “부적절한 중개 거래를 지도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은 구·시·군청에 있지만 현실적으로 담당 공무원 1~2명 정도에 불과한 관청이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을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는 협회에 중개사들의 관리 감독권을 줘야 한다”며 “중개사에게 선순위 임차인 정보와 임대인의 세금 체납 정보, 대상 물건에 대한 보증금 총액까지 확인할 수 있는 권한도 종합적으로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공인중개사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공인중개사라는 직업 자체가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60점 이상 점수를 획득하면 누구나 합격할 수 있는 절대평가를 상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2022년 10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놓은 상태다.
                           
수암(守岩)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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