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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3년03월10일 06시41분 ]
1기 신도시 재건축, 역세권·대단지부터 시동 건다
주택 노후도, 주민 불편 등 고려…5개 지자체, 선도지구 1개씩 지정…30만 가구 정비사업 로드맵 활용     

1기 신도시(일산, 분당, 평촌, 산본, 중동)의 30만 가구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채비를 하고 있다. 정부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신도시 특별법)을 선보이면서 우선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1기 신도시 내 지역과 단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입주 30년 차를 앞다퉈 맞이한 1기 신도시는 주택은 물론 수도와 난방 등 관련 인프라 노후화로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당장 재건축 사업 첫 삽을 뜨더라도 일정 물량의 순서를 정해 사업을 진행해야 해 최소 20년 이상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금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시작이 필요한 이유다.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해서도 1기 신도시 정비가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인구 분산 기능을 맡아 집값 안전핀 역할을 하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지연된다면, 서울 아파트값 안정도 장담할 수 없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순항으로 추가 공급이 진행되면, 집값 급등기 때 안정적인 아파트 공급을 기대할 수 있어 유리하다. 이 밖에 재건축 이슈로 집값이 뛸 염려가 적은 지금이야말로 대규모 재건축 사업을 펼치기 좋다.


이번 신도시 특별법으로 가장 먼저 혜택을 받게될 지역은 1기 신도시 내 재건축 선도지구. 구체적인 지역은 2024년 발표된다. 선도지구는 노후도와 주민 불편, 모범사례 확산 가능성을 고려해 먼저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곳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1기 신도시(고양·성남·안양·군포·부천시) 지자체장은 5개 1기 신도시 지자체마다 한 곳씩 선도지구를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30만 가구에 달하는 1기 신도시 내 아파트가 일제히 재건축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세종시 첫마을 사례처럼 우선 정비사업을 시행해 표준모델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선도지구에는 대단지와 역세권 단지가 우선 포함될 전망이다. 국토부가 지난달 7일 발표한 자료에는 ‘통합 정비사업 예시’로 대규모 블록과 역세권이 명시돼 있다.

일산에선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가 우선순위로 거론된다. 일산동구 강촌1·2단지와 백마1·2단지는 통합 재건축 추진위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통합 안전진단도 가장 먼저 신청했다. 일산서구에선 후곡3·4·10·15단지가 통합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분당에선 시범단지(삼성·한신, 우성, 한양, 현대)가 2022년 통합 재건축 추진위를 꾸리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1991년 입주해 재건축 연한(30년)을 훌쩍 넘긴 노후 단지로, 총 7800가구 매머드급 단지 규모를 자랑한다.

평촌과 산본, 중동에선 지하철 4호선 범계역과 평촌역, 산본역과 7호선 부천시청역 일대 단지가 재건축 선두주자로 나설 전망이다. 다만 재건축 사업은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장밋빛 기대는 이르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돼도 단지별 순환개발을 완료하려면 20년 이상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특별법 마련에도 ‘산 넘어 산’…시장 하락거래 여전  

윤석열 정부의 대표 공약인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에 속도가 붙으면서 사업이 본격적인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1기 신도시 지자체와 주민들은 특별법에 관해 긍정적이라면서도 지역·단지별 특성이 다르고, 이해관계도 복잡해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업성 발목 잡는 초과이익 환수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여소야대 상황 속 법안 통과 여부도 주요 장애물로 꼽힌다.

3월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내놓고 본격적인 추진에 나섰다. 해당 법안에는 특별법 적용 대상인 노후계획도시를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의 택지로 정의하고, 시장·군수 등 지정권자가 노후계획도시특별정비구역(이하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별정비구역에서는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및 면제, 용적률 완화, 통합심의를 통한 절차 간소화 등의 특례가 적용된다.

그동안 1기 신도시 개발이 불가능했던 것은 용적률 때문이었다. 1기 신도시 용적률은 구체적으로 현재 ▲일산 169% ▲분당 184%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로, 대부분 상한을 채운 상황이라 사업성이 좋지 않았다. 이번 특별법에는 종(種) 상향 수준으로 용적률을 완화해주기로 해 이론적으로는 최대 500%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이러한 완화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지역·단지별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추가 대책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1기 신도시 범 재건축연합회’(이하 범재연)는 지난 2월17일 입장문을 내고, 개별단지로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모든 정비예정구역 개별단지 안전진단 완화·면제 ▲개별단지도 조건 충족 시 특별정비구역 지정 ▲통합사업 진행 어려울 시 구역 해제 없이 개별단지로 사업 존속 등이다. 최우식 범재연 회장은 “특별법 제정에 한 걸음 나간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블록별 통합 재건축을 해야만 특례 및 지원을 한다는 것은 주민 사유재산권 행사의 선택에 대한 침해”라고 지적했다.


특별법 자체에 대한 장애물도 있는데, 바로 국회다. 정부는 이른 시일 내 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한다는 계획이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협의가 불가피하다. 또한 대규모 특례를 부여하는 만큼 일정 초과이익에 대한 적정한 환수 방식도 논의해야 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협의와 법안 통과 여부는 관련 사업에 변수 및 쟁점”이라며 “특별정비구역은 각종 특례가 집중되기 때문에 초과이익 환수의 적정 수준에 관한 논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특별법 발표 직후에는 개발 호재 기대감이 반짝했다가 최근에는 다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특별법 발표 직후인 2월17일 기준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전주(-0.08%) 대비 0.05% 떨어지면서 하락 폭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구체적으로 ▲분당 -0.06%에서 -0.03% ▲일산 -0.06%에서 0.00% ▲산본 -0.13%에서 -0.03%로 각각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하락거래가 이어지면서 단순히 특별법만으로는 가격이 상승 반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향촌현대 5차 전용면적 59㎡형은 3월 7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 직전 거래였던 2022년 7월 8억 원과 비교하면 8000만 원 하락한 것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우성아파트 전용 164㎡형은 3월 18억2000만 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인 2022년 3월 20억 원 대비 1억8000만 원 내린 셈이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특별법 발표 직후에는 분당, 일산의 일부 단지에서 문의가 늘면서 가격 하락이 주춤해졌다”면서도 “최근엔 다시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면서 가격 약세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으로 유턴?…사업성 높인다니 고민에 빠진 1기 신도시 리모델링 단지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일부 조합에서는 재건축으로 사업 선회를 주장하면서 갈등의 조짐을 보인다.

여러 혜택을 담은 특별법이 발표되면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는 136곳으로 6월(131곳)과 비교해 5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업계에서는 2020년(58곳)과 2021년(94곳)에 증가세를 보여왔던 리모델링 사업이 정체기를 맞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강선마을 14단지에선 일부 주민들이 재건축 추진을 요구하며 리모델링 반대 동의서를 모으고 있다. 단지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아직 안전진단을 마치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재건축으로 선회해 혜택을 보자는 입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사업 진척 속도에 따라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기 어려운 단지들은 리모델링을 지속해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평촌 목련마을 2단지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2008년 안양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한 지 10여 년 만에 결실을 보는 듯했는데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이미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 우리 단지처럼 이미 승인이 난 단지들은 어쩔 수 없지만, 아닌 단지들은 방향을 선회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제도가 그대로 적용되면 사업 지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과감하게 폐지를 하는 것이 옳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1주택자에 한해서라도 100% 감면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기 신도시는 대체로 법정 용적률 상한을 채운 상황이라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일반분양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정부가 노후계획도시 정비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시행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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