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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3년04월27일 07시13분 ]
  당정, 전세사기 특별법 추진…피해자에 우선매수권 주고 감세
 “특별법 통해 피해 임차인의 주거권 보장”…장기 저리대출 지원 등 포함 대규모 서민범죄 가중처벌도 나서 
 

국민의힘과 정부가 4월23일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정(黨政)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피해 주택에 대한 우선 매수권,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앞서 당정은 이날 오후 2시에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전세 사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세 사기 대책 관련 브리핑을 열고 “국민의힘과 정부는 오늘 당정 협의를 통해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특별법은 한시법으로 지난 정부 주택 정책 실패로 야기되는 재난 수준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브리핑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참석했다.

박 의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세 사기를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며 “이번에는 지난 정부 시기에 재난적인 집값 급등으로 전세 사기 피해를 입고 계신 분들의 어려움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이를 특별법에 담기로 했다”고 했다.

박 의장은 “당정은 이 특별법을 통해서 피해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장하겠다”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임차 주택을 낙찰받기를 원하는 분들께는 우선 매수권을 부여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임차 주택을 낙찰받을 때 관련 세금을 감면하고 낙찰받을 여력이 부족한 분들을 위해서는 장기 저리의 융자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박 의장은 “(피해 주택 매수 대신) 임대로 계속 살기를 원하시는 분들께는 LH 등 공공에서 대신 우선 매수권을 행사해 해당 주택을 매입한 후에 공공 임대 주택으로 제공하겠다”며 “이를 통해 피해자들 분들께서 퇴거 걱정 없이 장기간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박 의장은 “임대인뿐만 아니라 배후 세력까지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서 전세 사기를 비롯한 다수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재산 범죄를 가중 처벌하기 위한 특정경제범죄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4월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정 전세사기대책 협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야당은 전세 사기 주택에 대한 공공 매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야당이 주장하는 공공 매입은 국가가 피해 보증금을 혈세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보증금 국가대납법인 셈”이라며 “이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결국 그 부담이 모든 국민에게 전가되는 포퓰리즘이고 무책임한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추진하는 방식은 피해 보증금 혈세 지원이지만, 당정이 추진하는 방식은 피해 임차인 주거 보장”이라고 설명했다.

당정은 전세 사기 피해 대책 관련 구체적인 세부 시행 방안은 국토부 내에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정은 조만간 한시 특별법을 발의하고 세부 방안도 관계 부처에서 별도로 설명하겠다고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방미(訪美) 기간 중의 안보·민생 관련 현안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에 만전을 기하고 실효성 있는 법안을 신속하게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피해자가 주택 사면 ‘취득세 면제’ 추진…당정, 재산세 줄여주는 것도 검토

정부와 여당이 전세 사기 피해자가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을 사들일 때 취득세를 최대 전액까지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4월24일 국민의힘과 정부 등에 따르면, 당정은 전세 사기 피해 대책으로 주택 우선 매수권 행사를 희망하는 피해자에게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정은 전날 피해자들이 거주하는 주택이 경매에 부쳐졌을 때, 피해자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주택을 취득하면 주택 가격의 1~3%(일반세율)에 달하는 취득세가 붙는데, 우선 매수권을 활용해 주택을 매입한 피해자에게는 절반에서 최대 전액까지 취득세를 면제해준다는 것이다.

주택을 취득한 뒤 부과되는 재산세를 줄여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다만, 재산세의 경우 일회성으로 납부하는 세금이 아니라 매년 과세 기준일(매년 6월 1일) 당시 보유한 주택 가액에 따라 납부하는 세금인 만큼, 주택 취득 이후 일정 기간만 감면해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피해자들은 주택을 억지로 떠안는 분들이고 투자로 들어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말 안 되는 것 빼고는 가급적 도와주려 한다”고 말했다.

 ●‘전세보증금 우선 변제’법 국회 행안위 통과

전세사기 주택이 경매 또는 공매로 넘어갈 경우 해당 주택에 부과된 지방세보다 임차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변제하는 내용의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4월27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행안위는 4월25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방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상임위 통과 절차에는 통상 수일이 걸리지만 행안위는 전세사기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날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연달아 열고 상임위 절차를 하루 만에 모두 끝냈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지난 1월30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2월13일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3월23일 민주당 이형석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과 지난 18일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 등 유사한 개정안 네 건을 통합해 만든 대안이었다. 통과된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게 되면 해당 주택에 부과된 지방세보다 세입자의 임차보증금을 우선 변제해주는 것이다.

현행법에는 지방세를 우선 변제하고 남은 돈으로 임차보증금을 돌려주도록 돼 있다.지방세를 전세권에 우선해 징수하는 내용의 법 규정은 지방세기본법 제정 이전인 1962년 12월 지방세법 31조에 처음 명기됐다. 이후 지방세를 우선 징수하는 법 규정에 예외를 둔 적이 없어 이날 개정안 통과로 관련법이 생긴 지 60여년 만에 처음 예외를 두게 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도 4월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관련 법안들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주 발의 예정인 정부·여당의 특별법과 민주당 조오섭 의원, 정의당 심 의원이 각각 발의한 공공매입 특별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등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법안들도 논의한다. 국토위는 다음 달 초 법안소위를 열고 해당 법안들을 처리할 계획이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27일 발의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서울 강서구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마 내일(26일) 정도면 특별법 발의를 위한 실무 준비를 거의 끝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야는 빠르면 5월초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처리할 전망이다. 원 장관은 “실무적으로 걸리는 점이 있어 다음 주로 넘어갈 수는 있겠지만 오래 끌지는 않을 것”이라며 “빠르면 이번 주 내에도 (특별법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피해자대책위원회가 주장하는 ‘선 보상 후 구상권 청구’ 방안에 대해서는 거듭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논외로 빠지는 정도가 아니라,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사기 피해를 국가가 떠안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사기 범죄를 국가가 조장하는 결과가 된다”고 일축했다.

       이번엔 540여채 소유 ‘九里 빌라왕’…깡통전세 ‘도미노’ 우려
세입자 피해 신고 속출…중개사·분양대행사 등 공모…수도권 지역 940여채 소유 추정…특사경 수사 나섰지만 한계 지적…경기주택公, 긴급 지원주택 공급

경기도 구리시(九里市)에서 접수된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일당 소유의 전세주택이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 900여채가 있어 ‘깡통전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태 파장이 구리에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경기 화성시 동탄과 의정부시에서도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속출한 가운데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책은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4월25일 구리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월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분양대행업자와 공인중개사, 분양대행사 등이 공모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다른 주택을 매입하는 ‘깡통전세’ 수법으로 주택 수백 채를 사들인 것을 확인했다. 피해자들이 계약한 주택의 보증금은 다른 주택의 매매 대금으로 지급돼 현재는 보증금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형태의 주택은 분양대행업자 고모씨 명의로 된 게 서울과 인천 등에 540채가 넘고, 나머지 관련 인원을 포함하면 940여채가 되는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경찰은 고씨와 분양대행사 관계자 외에 연루된 부동산중개업자 300여명 중 범행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중개업자 등 20여명을 입건하고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이 남은 세입자들이 아직 피해 신고를 미루고 있어 조만간 피해 신고가 속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지난 2월 구리경찰서에 “전세 만기가 다 됐는데 전세보증금을 못 받고 있다”는 진정이 다수 접수되면서 경찰이 관련 수사에 나섰다.고씨 일당의 범행은 오피스텔 전세 만기를 앞둔 시점에 집이 압류당한 걸 알게 된 피해자 중 일부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구리지역에 있는 고씨의 오피스텔은 세금체납으로 이미 지난해 9월 압류됐으며, 해당 건물에 고씨와 계약한 임차인은 1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수사해 보니 이들 일당은 구리 오피스텔 11채뿐 아니라 서울과 인천 등에서 모두 946채를 임대 중인 이른바 ‘빌라왕’이었다. 신축건물 전세 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치르는 ‘동시진행’ 수법으로 ‘무자본 갭투자’를 한 것으로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고씨 일당은 특히 세입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공인중개사를 대거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정 수수료율보다 많은 중개비를 받아 뒷돈을 챙긴 공인중개사만 300명이 넘는 걸로 확인됐는데, 경찰은 이 가운데 거래에 적극 가담한 인원을 추려 고씨와 함께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나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피해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고씨 등 사건과 관련된 인원 명의로 된 주택의 계약서와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도 산하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임대차 시세의 30% 수준으로 긴급 지원주택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로부터 피해 사실을 확인받은 피해자이다. 퇴거명령 등으로 주거지원이 필요한 도민이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공급되는 GH의 매입임대주택 등에선 최장 2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피해 사례가 늘면서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등의 특별합동점검이 5월까지 이어진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은 별도로 지역별로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올 5월까지 하지만 제한된 권한과 정보들로 인해 사실상 단속과 예방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특사경을 통한 수사와 정부와의 합동점검뿐이다.

  “건축왕 2700세대 건설 허용한 법제 공백 막아야” 
 전문가, 입법 부재 비판  “장애 없이 타인 명의로 임대사업 보증금 통해 갭투자 한 것” 지적

가짜 임대인을 앉히고 전세금과 주택담보대출을 동시에 받아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 주택 2700여채를 소유한 ‘건축왕’ 남모(61)씨의 사례가 경각심을 일으키면서, ‘바지 임대인’을 세우고 대출 등을 끌어 써도 제재를 하지 못하는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월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미추홀구 ‘전세사기’와 같은 유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명의도용을 막을 법·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를 상담 중인 천호성 변호사는 “‘빌라왕’, ‘건축왕’ 사건 등에서 다른 사람 명의로 임대사업을 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며 “장기간 보증금을 받아 건물을 계속 지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이같은 입법(立法) 부재(不在)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건물 소유자가 실소유자와 다르다면 세금을 낼 이유가 없으며, 양도세 등을 내지 않고 있는데도 제재 없이 다른 부동산 소유권을 계속 취득하면서 피해자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천 변호사는 또 “(남씨 일당 사례는) 집 짓는 과정에서 세입자 보증금을 가지고 갭투자를 한 것”이라며 “대출과 근저당 설정, 세입자 구하는 것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실제 담보가치에 비해 과하게 대출받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부동산 평가의 경우 주택 가격이 올랐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가격이 내려가고 전반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인천시내 한 아파트에 경매 중지를 촉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4월21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남씨는 금융권 대출로 주택을 건립하고, 세입자들의 전세금으로 대출금을 갚다가 보유 주택이 2708채까지 늘어나며 가용 자금이 부족해지자 전세보증금을 더 올려 자금을 확보하려고 했다. 그러나 대출 이자 연체로 2022년 1월11일부터 보유 부동산이 연쇄적으로 임의경매에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일이 꼬였다.
 
사기, 부동산실명법·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씨 측은 4월5일 인천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오기두)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사기 혐의 등을 부인했다. 이에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야말로 폰지사기(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 등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 사기)”라고 비판했다. 기존 대출을 갚지 않고 전세보증금으로 신규 주택을 지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지자체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건설업자가 주택을 지었는데 분양이 안 됐으면 지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어야 했다”며 “HUG 역시 악성 임대인으로 분류하고 임대사업을 못 하도록 막았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시세를 부풀리는 데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에 대한 감독과 징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세입자가 전세를 구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이 공인중개사인데, 수수료를 감안해 물건이 위험해도 계약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김기윤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자격증 박탈 등 공인 중개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액 눈덩이 늘어…경찰 “범죄단체 조직죄로 엄벌”

경찰은 4월20일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전세 사기피해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7월 말부터 지난 3월 말까지 이뤄진 전국 전세 사기 특별 단속 결과 피해자 1705명, 피해 금액은 30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인천경찰청은 지난 3월31일 기준 ‘인천 미추홀 전세 사기’ 피해 금액이 총 380여 억원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15일 건축왕으로 불리는 남모(61)씨가 구속 기소될 당시 피해 전세보증금은 총 125억원으로 파악됐는데, 이번 경찰 추가 수사로 2배 이상 늘었다. 경찰은 남씨가 자신의 딸 등 공범 60명과 함께 320명을 상대로 전세 계약을 체결해 263억원 상당을 빼돌렸다고 보고 있다.

화성동탄경찰서는 경기도 화성, 수원 등에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한 A씨 부부와 전세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B씨 부부 등 4명을 출국 금지 조치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50건이 넘는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동탄 일대의 전세 사기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경기 구리 일대에서 벌어진 피해자 500명 규모의 전세 사기 사건을 조사 중이며, 서울 강동·양천·구로 등에서 140억원대 전세 사기 사건이 벌어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이날 경찰은 전세 사기 범죄에 ‘범죄단체 조직 및 활동죄’를 우선적으로 적용해 엄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면 사형·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이 가능하다.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 낮은 금리의 정책 자금 대출을 해주는 등 금융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등은 “전세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피해자에게 특례 채무 조정을 해주고, 살고 있는 집을 피해자가 경매에서 낙찰받을 수 있도록 자금 지원 등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피해자에 한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피해자들에게 전세나 주택 구입, 경매 낙찰에 필요한 돈을 총 5600억원 한도로 대출해 주기로 했다. 대출 금리는 처음 1년간 2%포인트 인하해 주고, 이후에는 상품별 최저 금리를 적용한다.

한편, 인천지법에서 진행 중이던 미추홀구 전세 사기 관련 주택 경매는 일부 중단됐다. 피해자들이 법원에 연기 신청을 했고,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법원은 밝혔다.

전세사기, 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나…文정부 ‘임대차 3법’이 촉발…국회는 ‘사기방지법’ 뭉개

이전에도 전세 사기는 간혹 있었지만, 최근처럼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벌어진 적은 없다. ‘전세 사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배경을 뜯어보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여기다 윤석열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 등 이른바 임대차 3법을 도입하면서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했다.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빌라 등 연립주택으로 몰리면서 빌라 전셋값도 덩달아 뛰었다. 부동산 전문 업자들이 자기자본 없이 보증금만으로 빌라를 수백 채씩 사들여 ‘전세 사기’를 벌일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 사기의 위험성이 수면 위로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현 정부 들어선 이후다.

물론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9월 ‘전세 사기 피해 방지 대책’을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실효성 등에서 많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 사기 피해가 커진 것은 문재인 정부가 ‘판’을 깔고, 윤석열 정부가 손을 놓고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전세 사기 대책 관련 법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여야는 이날 서로 책임을 돌리며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19일 “문재인 정부 당시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전세 물건이 부족해진 탓에 임차인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非)아파트 전세 시장에 몰려들었다”며 “당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저리 전세 대출과 반환 보증 제도에 대한 관리 부족으로 상황을 악화시킨 책임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현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이날 민주당 전세 사기 대책 긴급 기자 간담회에서 “이 정부가 그렇게 외쳤던 법인세·종부세·양도세 인하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했다면 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한 대책이 마련됐을 것”이라며 “정부가 맹성(猛省)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는 그동안 관련 법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전세 사기 피해 확산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일 국회 의안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국회에 발의된 전세 사기 관련 법안 36건(대안 반영 폐기 의안은 제외) 가운데 31건이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거나 계류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치권 내부적으로도 “전세 사기 관련 첫 사망자가 지난 2월에 나왔는데도, 국회가 ‘대일 외교 논란’ ‘양곡법 강행 처리’ 등 정쟁에만 몰두하면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자성이 나온다.

  2023년 서울 빌라 전세 절반 ‘하락 거래’…전세보증 사고 역대 최다  
역전세난 본격화…1471건 중 804건 종전보다 내려…전세사기 피해 강서구 61% 달해…보증금 미반환 사례 7974건 기록
…전분기比 3.3배 ↑…다가구 절반…갭투자 최다 지역은 ‘서울 강서구’


2023년 1분기 서울 빌라 전세 거래 중 절반 이상이 하락 거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이 꾸준히 하락하는 가운데 전세사기 여파에 더해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까지 본격화하면서 전세보증 사고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23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서울 연립·다세대의 순수 전세 거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조사 대상 1471건 중 804건(55%)은 종전 거래보다 금액이 내려간 하락 거래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동일 단지, 동일 면적에서 전세 계약이 체결된 단지를 대상으로 가격을 비교한 결과다.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많아 전셋값이 하락했던 은평구와 강남구, 서초구의 경우에는 빌라 전셋값도 같이 내려가면서 하락 거래 비중이 컸다. 은평구는 전세 81건 중 54건(67%)이 하락 거래였고, 강남구는 55건 중 34건(62%), 서초구 72건 중 43건(60%)이 직전 분기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된 강서구도 61%(153건 중 94건)로 하락 거래 비중이 큰 편이었다.



역(逆)전세난이 점차 심화하면서 집주인이 제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 수요가 빌라에서 아파트로 옮겨가고 있고 전세사기와 역전세, 깡통전세 우려로 빌라 전셋값 약세가 이어지면서 역전세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보증금 미반환에 따른 갈등과 보증사고가 늘어날 수 있어 역전세 우려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례는 이미 급등세를 탄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모두 7974건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다였다. 지난해 4분기(2393건)의 3.3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보증사고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뒤 전세 계약 해지나 종료 후 1개월 안에 세입자가 보증금을 되돌려받지 못한 경우, 전세 계약 기간 중 경매나 공매가 이뤄진 뒤 보증금을 받지 못한 경우에 해당된다.

주택 유형별로는 다가구 주택이 3928건으로 전체의 49.3%를 차지했다. 다가구 주택은 다세대 주택과 외형상 큰 차이는 없지만, 등기상 건물 전체를 1개의 주택으로 간주한다. 건물의 각 호별로 등기도 분리가 된 다세대 주택과 달리 집주인 1명과 계약 관계인 세입자가 다수여서 전셋값 하락기에 보증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갭투기가 발생한 지역은 서울 강서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제출된 주택자금 조달계획서상 전세가율 80%를 넘는 갭투자 거래는 모두 12만1553건으로 집계됐다.

갭투자가 많이 발생한 곳일수록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군·구별로는 서울 강서구가 같은 기간 5910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충북 청주시(5390건), 경기 부천시(4644건), 경기 고양시(3959건) 등이 뒤를 이었다.
 
강서구의 경우 전체 갭투자 거래 5910건 중 74%인 4373건이 ‘빌라왕’ 사건이 일어났던 화곡동에 집중됐다. 강서구와 마찬가지로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됐던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경우에도 읍·면·동 기준으로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1646건의 갭투자 거래가 발생했다.

살던 집 ‘셀프 경매’ 세입자 급증 
역전세난 속 사기 피해 늘어나…수도권서 3월 대비 65% ↑

최근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에 더해 전세사기 피해까지 늘면서 세입자가 직접 살던 집을 경매 신청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4월25일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4월 수도권의 경매물건 중 세입자가 경매를 신청한 경우는 230건으로 집계됐다. 3월 139건에 비해 65% 늘어난 수치다.

4월 들어 서울의 세입자 신청 경매 진행 건수는 모두 150건으로 전월(75건) 대비 2배로 뛰었다. 빌라왕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12월(43건)과 비교하면 넉 달 새 3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인천에서도 4월 세입자 경매 진행 건수가 28건으로 전월(16건) 대비 75% 늘었다.수도권 세입자 경매 진행 건수는 2018년 375건에서 2022년 978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2023년에도 4월 현재 이미 지난해 경매 진행 건수의 절반이 넘는 547건(56%)이 경매에 부쳐진 만큼 연말이 되면 1000건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세입자가 경매를 신청한 주택은 전세보증금 변제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요즘 같은 집값 하락기에는 응찰자가 많지 않다. 세입자가 퇴거에 응하지 않아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선순위 전세권이 있는 경우 낙찰자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우선변제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입자가 살던 집을 경매에 넘긴 뒤 직접 낙찰까지 받는 이른바 ‘셀프 낙찰’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에서 세입자가 경매 신청 이후 낙찰까지 받은 경우는 2020년 52건, 2021년 66건이었다가 2022년에는 105건으로 급증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세입자 입장에선 내 보증금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것과 같은 결과로 앞으로 보증금보다 집값이 많이 올라야 손해를 보지 않는 셈”이라고 말했다.국토부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가 살던 주택을 낙찰받더라도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해 향후 청약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했다.

                      수암(守岩)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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