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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3년04월21일 08시55분 ]
정부, 전세사기 주택 최대 3·5만호 공공 매입 
LH매입임대주택제 확대 추진…피해자 경매 주택 최우선 매입…우선매수권·우선변제권 입법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해 피해자의 경매 주택을 최우선으로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4월21일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전세피해가 시급하고 워낙 절박한 만큼, 이미 예산과 사업 시스템이 갖춰진 LH 매입임대제도를 확대 적용해 전세사기 피해 물건을 최우선 매입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하겠다”며 “이를 범정부 회의에 제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4월21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주택 경매 매각기일 직권 변경 요청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LH 매입임대주택은 기존 주택을 사들인 뒤 개·보수해 무주택 청년, 취약계층 등에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이다. LH의 2023년 매입임대 물량 2만6000호와 지자체·지방공사의 매입임대주택 물량 9000호를 포함하면 총 3만5000호 매입이 가능하다.
 
정부와 여당은 4월23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자세한 방안을 논의한다. 여야도 전세사기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안을 빠르면 4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박대출·더불어민주당 김민석·정의당 김용신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이 살고 있는 주택이 경매·공매되는 경우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지방세보다 세입자 임차보증금을 우선 변제하는 방안 등을 먼저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와 정치권이 전세사기 피해 법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지만 현장에서 피해 주택의 경매를 막기 위한 정부의 조치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일부 주택 채권이 정부의 경매 중단 요청에 호응하지 않고 있는 대부 추심업체까지 넘어간 탓이다.
 
이날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미추홀구의 피해 아파트·빌라 1787세대 가운데 551세대(30.8%)의 채권은 대부 추심업체나 개인에게로 넘어간 상황이다. 피해대책위는 법원 재량으로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매각기일을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지만 법원은 특정 경매가 전세사기에 해당하는지 구분하기 힘들고 이해관계인이 많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탄 오피스텔 전세사기’ 의혹과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임대인 부부로부터 “오피스텔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는 임차인들의 피해 신고 91건을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찰은 미추홀구에서 2700억원대 전세보증금 사기 사건을 벌인 ‘건축왕’ 남모씨가 2018년 강원 동해 망상1지구 개발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의 도움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2013년부터 최문순 당시 강원지사가 중점 정책으로 추진한 망상1지구 개발 사업의 이권을 따내기 위해 부정한 청탁이 오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특혜 정황을 살펴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는 남씨가 망상1지구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긴급 감사를 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한수 강원도 기획조정실장은 “의사 결정에 누가 참여했는지를 짚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주택, 4월20일부터 경매·매각 즉각 중지
금감원, 유예기간 ‘6개월 이상’…원희룡 “유예기간 확정적으로 못박지 않겠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거주 주택에 대한 경매·매각을 중지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 등이 이어지자 내놓은 긴급 처방이다.

정부는 4월19일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전세사기 피해지원 범부처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경매 유예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로 확인된 2479가구 가운데 은행, 저축은행, 신협·농협·새마을금고 등 금융회사 대출분에 대해 4월20일부터 즉시 경매를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유예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밝혔는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예기간을 확정적으로 못박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향후 정부는 경매 유예 대상 주택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할 방침이다. 
      
자료:주택도시보증공사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단순히 전세금을 떼이거나, 집주인과 분쟁이 있는 경우까지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명확히 전세사기로 규정된 경우에 한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에게선 “늦게라도 지원책이 나와서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전세사기 피해자 박모(41)씨는 “그래도 경매 중단을 한다니 시간은 번 것 아니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2022년 9월 자택이 법원 임의경매에 넘겨진다는 통보를 받았다. 2021년 전세금 7800만원에 재계약을 맺은 그는 주택 낙찰자가 나오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최우선변제금 2700만원만 돌려받을 수 있다. 오는 9월 계약기간 만료를 앞둔 그는 그간 전세금을 잃고 거리에 나앉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지내왔다고 했다.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한계도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부진 여파를 빌라와 같은 다세대주택은 아파트보다 더욱 크게 겪고 있어 향후 빌라 가격은 더 내려갈 수 있다. 이러면 향후 경매 때 낙찰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 피해자의 회수액은 당장 경매를 할 때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법적으로 강제할 길도 없다. 현행법상 정부가 임의경매(근저당권 등 담보권을 실행하는 경매) 절차를 중지할 수 있는 방안은 경매에 참여하는 채권자인 금융기관들이 경매신청을 철회 또는 유예하는 방법뿐이다. 민사집행법상 경매는 채권자의 동의를 받아 관련 서류를 제출한 경우에만 중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 매물에 대해 선순위 근저당권을 확보한 뒤 경매를 신청한 금융기관에 ‘일정 기간 매각기일을 연기해 달라’는 의사를 타진했다. 국토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채권자에게 채권 회수를 하지 말라고 할 순 없지만 기일 변경을 통해 경매절차를 연기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부실화도 문제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미추홀구 전세사기 관련 금융회사가 131개”라며 “은행이 2개, 나머지는 전부 제2금융권”이라고 전했다. 제2금융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매 유예가 제2금융권의 연체율 증가와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와 시민단체 일각에선 공공부문이 세입자의 보증금 채권을 일괄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희룡 장관은 “검토를 못 해 볼 이유는 없다”면서도 “미추홀구 피해주택의 경우 선순위 담보 설정이 최대한도로 돼 있어 공공이 매입해도 피해자에게 갈 돈이 한 푼도 없다”고 말했다.

  전세 피해자에 ‘주택 우선매수권·저리 대출’…정부 대책에 숨통 트일까 
당정협서 실질적 지원안 논의…‘인천 건축왕’ 특별수사도 요청…원희룡 “피해주택 경매 중지되게 대통령실서 직접 모니터링” 강조

당·정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해당 주택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저리 대출을 지원해주는 등의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국민의힘은 4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 협의회’를 진행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협의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당정은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현 정부 들어 네 차례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특별 단속을 실시하고 있으나 피해자 구제나 주거 안정 확보엔 다소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이에 당정은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자에 실질적 지원방안을 밀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전날 발표된 전체 금융권의 경매 유예 조치가 이뤄질 수 있게 노력하고 금융기관이 제3자에게 채권을 매각한 경우에도 경매를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피해가 발생한 주택을 경매할 때 일정 기준의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임차인이 해당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후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저리 대출을 충분한 거치기간을 두고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찾아가는 상담 버스’도 운영한다. 당정은 21일부터 전세사기 피해자가 많은 지역에 현장 부스를 설치하고 법률·심리 상담 등을 선제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당정은 또 인천 지역의 이른바 ‘건축왕’ 전세사기 건에 대해 경찰청이 특별 수사를 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당·정 태스크포스(TF) 간 활발한 연계를 통해 실현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추가 지원 방안을 신속히 검토해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한덕수 국무총리도 관련 부처에 전세사기 대책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세입자 거주시 경매 넘어가도 세금보다 전세금 먼저 변제
 
정부와 정치권, 금융기관이 뒤늦게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섰다. 피해 임차인에게는 우선매수권 부여를 검토하고 긴급 대출이 시행된다. 경매·공매 시 국세보다 전세금을 먼저 변제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도 추진된다.
 
국민의힘은 4월20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공매 유예를 추진하는 한편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우선매수권은 주택이 경·공매로 넘어갈 경우 피해 세입자가 입찰자 중 최고매수신고가격과 같은 가격에 해당 주택을 우선 매수할 권리다.

이 권리가 부여될 경우 소유자나 근저당권자 등의 재산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매 시장 전반에 입찰 기피 현상이 생겨 경매 낙찰 가격이 하락하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다만 부도임대주택의 경우 특례로 임차인의 우선매수권을 인정한 사례가 있어 정부는 이를 근거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우선매수권과 관련해 “입법적 조치를 하는 것도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른 시일 내 실행 방안을 포함한 대책을 책임성 있게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또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금융 기관 경매가 모두 중지되도록 대통령실에서 직접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는 전·월세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도 지방세보다 세입자 전세금을 먼저 변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지방세를 먼저 제하고 남는 돈으로 전세금을 돌려줬다. 행안부는 또 4월부터 보증금이 1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집주인의 동의가 없어도 임차인이 지방세 미납 여부를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 채무 조정이나 정책상품 저리 대출 등 금융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피해자 중 경·공매 이후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경우 채무자 특례채무조정(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 보증 시)을 적용하기로 했다.
 
경매 낙찰 대금 마련 등을 위해 더 낮은 금리의 특례보금자리론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시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할지에 대해 “한시적 완화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파악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 2479세대가 우선 규제 해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경매기일이 도래한 32건 중 28건을 연기했으며 4건이 유찰됐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전세사기 대책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기에 포함된 ‘공공 매입’ 방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 합의에는 진통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민기 국토위원장은 특별법과 관련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가까운 시일 내 위원장 직권으로 상정하겠다”고 했다.

여당은 자신들이 내세운 전세사기 관련 입법(민간임대주택법·감정평가법·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이번 달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겠단 입장이다. 국민의힘·민주당·정의당 3당 정책위의장은 21일 전세사기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한다.

  ●與 “세입자 보증금 우선 변제”…캠코는 경매 매각기일 늦추기로
 
전세사기 피해자가 극단 선택을 하는 일이 잇따르자 여당도 분주하게 입법 작업에 나서고 있다. 전셋집이 경매·공매되는 경우 세입자(임차인)의 확정일자 이후 법정기일이 설정된 재산세 등 지방세보다 세입자 임차보증금을 먼저 변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전세사기 관련 대책으로 내놨던 개정안 중 아직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은 5개 법안 처리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전세 사기 피해자 주택의 경매가 진행되지 않도록 최근 경매 매각기일 변경을 진행 중이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사인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4월18일 피해자 보호를 위해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이철규·박성민·배현진 등 당 지도부 포함 총 48명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은 전셋집이 경매·공매되는 경우 세입자(임차인)의 확정일자 이후 법정기일이 설정된 재산세 등 지방세보다 세입자 임차보증금을 먼저 변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법은 전셋집이 경·공매될 때 해당 주택에 부과된 지방세를 법정기일과 무관하게 임차보증금보다 먼저 변제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아 당장 다른 전셋집을 마련해야 하는 신혼부부나 청년 등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임차보증금 회수 기일만 기다리는 실정이라고 장 의원은 지적했다.

앞서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네 차례에 걸쳐 22개의 전세 사기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고 있지만 국민들께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통탄스럽다”며 “어떻게 해야 국민께 힘이 될지 더 큰 책임감으로 보완하고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정책위의장은 “후속대책 법안 13개 중 8개는 개정이 완료됐지만 남은 법안도 조속히 개정 완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법안 개정 의지도 다잡았다. 국토부는 지난 2월 발표한 범정부 차원의 ‘전세 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에서 ‘전세 사기 방지 6대 법률’ 개정을 약속한 바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주택도시기금법·민간임대주택법·공인중개사법·감정평가사법·지방세징수법 등 6개 법과 관련된 13개 개정안 중 이날까지 통과되지 못한 법안은 총 5개다.

4월18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가 숨진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사를 하고 있다.

임차인이 거주 중인 주택에 대해 보증에 가입한 경우에 한해서 등록을 허용하는 이른바 ‘선(先)보증 후(後)등록’을 골자로 하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 3건(▲공인중개사 자격증 및 중개사무소 등록증 대여 알선행위 처벌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 신고 사항을 무등록 중개, 공인중개사의 거짓 언행 등으로 확대 ▲중개업자가 임대차 정보제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허용), 감정평가사의 부동산 관련 범죄 가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상임위 심사 전이거나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와 만나 상황을 직접 듣고 당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캠코 인천지역본부는 전날 현재 본부가 관리 중인 인천 미추홀구 소재 주택 210건 가운데 3월 37건, 4월 14건 등 총 51건의 매각 기일 변경 신청을 했다.

캠코는 금융기관과 약정을 통해 부실채권(NPL)을 매입하는데, 이 가운데 이번 전세 사기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미추홀구 지역에서 근저당권을 설정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포함됐다. 캠코는 지난 3월초 정부의 전세 사기 피해자 간담회 이후 피해자 지원대책의 일환으로 캠코가 부실채권을 매입한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 기일을 연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캠코의 경매 기일 연기는 세입자가 정부 지원책에 따라 대출을 받거나 임시 거주할 곳을 찾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경매 중단, 시중은행에도 적용돼야”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부동산 경매 일정을 중단하는 방안을 시행하라고 했지만, 피해자들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 경매 일정이 언제 중단될지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되지 않은 탓이다. 피해대책위에서 활동 중인 최은선씨는 “정부 발표 이후 ‘이제 살 수 있는 거냐’는 문의가 잇따르는데 대답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채권자의 경매신청 취하 또는 변제기 유예증서 등이 없는 한 법원은 임의로 경매절차를 중단할 수 없다. 대책위도 이날 추모제에서 “대통령실의 발표 내용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뿐만 아니라 모든 시중은행에 적용되도록 추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전세사기 공포’ 전국 확산…‘깡통주택 위험군’ 최소 23만가구 
 심상정 의원실, 국토부 자료 분석 결과…수도권 140억대 전세사기 일당 적발도

인천에서 청년 세입자 3명이 잇달아 사망하면서 촉발된 ‘전세사기’ 공포감이 서울·경기를 넘어 부산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경기 수원시 동탄에서 불거진 ‘깡통주택’ 등의 추가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깡통주택은 매매가보다 전세금이 높은 주택을 말한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4월20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자금 조달계획서(2020년∼2022년 8월) 161만건을 분석한 결과 주택 가격 대비 세입자 임대보증금 비중(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경우는 12만1553건이고, 전세가율이 60∼80% 미만이어서 향후 집값이 하락할 경우의 잠재적 깡통주택 위험군은 11만1481건이었다. 전국에 깡통주택 위험군이 최소 23만가구에 달한다는 의미다.
 
이날 인천경찰청은 ‘인천 건축왕’의 피해자 320명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확인된 건축왕 일당의 전세사기 피해자는 481명, 피해 보증금은 388억원이다.

수도권 일대 다세대주택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사들인 뒤 100억원 넘는 전세보증금을 챙긴 일당도 이날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임대사업자 30대 최모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해 지난 5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도권 일대에서 다세대주택을 세놓은 뒤 임차인 67명에게 보증금 약 140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부산 사상구 등에서 빌라 4채를 소유한 70대 부부가 잠적하면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 빌라 4채에 입주한 세입자는 89세대로, 전세보증금은 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아파트 104세대 중 103세대가 당해…이건 사회적 재난”

 “전세사기는 사인 간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적 재난입니다.”

4월18일 오후 7시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광장. 검은색 옷을 입은 안상미 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원회(피해대책위) 위원장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안 위원장은 “정부가 만들어놓은 제도를 믿고 전세계약을 맺었는데 (전세사기로) 저뿐만 아니라 미추홀구 일대가 쑥대밭이 됐다”며 “집이 낙찰돼 그나마 최우선변제금 받을 수 있으면 그걸 받고 쫓겨나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다”라고 했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자살할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만들고, 지원받을 수 없게 한 건 정부”라며 “전세사기는 지금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터지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외치면서 울먹였다.

이날 주안역 광장에서는 미추홀구 전세사기로 사망한 피해자를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참석자 100여 명은 대부분 수도권 거주 피해자들이었고 간혹 지방에서 온 참석자도 보였다. 자신을 제주 전세사기 피해자라고 밝힌 K(53)씨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안 주려고 위장이혼을 했다.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는데 국가조차 처벌을 외면해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피해자는 ‘제도와 정책을 믿었더니 남은 건 빈털터리 신불자’ ‘사기꾼은 결혼식, 피해자는 장례식’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보탰다.

피해대책위는 이날 추모제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출범식도 열었다. 전세사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조직을 전국 단위 규모로 확장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 TF 구성과 대통령 면담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피해유형별 지원대책 수립 ▲피해자 상담 및 지원 시스템 개선 ▲피해주택 경매 일시중지 ▲긴급주거지원제도 개선 ▲전세사기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 ▲경매 시 국세·지방세 감면 또는 변제순위 조정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가 피해 임차인을 위해 금융·법률·주거 지원 방안을 내놓았지만, 사각지대가 크거나 예방책에 불과하다는 게 피해대책위의 주장이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철빈(29·빌라왕 피해대책위 활동)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어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좌절감, 그리고 경매가 진행돼 거리로 내몰리거나 대출연장이 거부돼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피해자를 옥죄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초 서울 강서구 일대를 강타한 전세사기는 최근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에서도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린 건축업자 남모(61)씨는 다른 사람 명의로 토지를 매입한 뒤 소규모 아파트나 빌라를 짓고 공인중개사를 시켜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대출금과 전세보증금 수입에 의존해 대출이자와 직원 급여, 보증금을 돌려막았다. 그러나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1월부터 남씨가 실소유한 미추홀구 주택 690채가 차례로 경매에 넘어갔다.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피해대책위에 가입된 34개 아파트·빌라의 1787세대 가운데 1066세대(59.6%)가 경매·공매에 넘어갔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통계를 보면 최근 미추홀구 숭의동 일대 주거시설 경매 낙찰가율은 2023년 들어 50~60% 선에 그쳤다.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돼 있고, 세입자가 끼어 있어 권리관계가 복잡해 유찰을 거듭하다 최저가가 감정가의 반값 이하로 떨어진 뒤에야 주인을 찾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 사이에선 “전세금을 잃고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퍼지고 있다. 2월28일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보증금 7000만원을 받지 못한 30대 피해자를 시작으로 4월 들어 두 명의 피해자가 추가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잇따라 비보가 전해지면서 피해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안상미 위원장은 “제가 사는 아파트 104세대 중 103세대가 전세사기 피해자다. 사회적 재난의 현장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쫓겨나야 발급해주는 ‘전세피해 확인서’…‘알아도 못 받는’ 정부 지원 
‘전세사기 피해 확인서’ 고작 3%만…계약종료·경매 낙찰돼야 적용…극단선택 피해자도 해당 안 돼…정부 지원센터들 발급률 저조…서울·인천 센터, 3%도 안 돼

정부의 전세사기 지원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전세사기 사건으로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의 피해지원센터에서 ‘전세사기 피해확인서’를 발급받은 피해자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월20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시가 센터를 개소한 1월3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센터를 방문한 이용자는 832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피해확인서를 발급받은 피해자는 22명으로, 방문자의 2.6%에 그친다. 인천시가 파악한 전세사기 피해자 3008명과 비교하면 0.6% 수준이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서울 센터 또한 발급률이 저조한 건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28일 개소한 뒤로 4월12일까지 센터에 방문한 4160명 중 109명(2.6%)만 피해확인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확인서는 센터가 제공하는 ▲법률지원 ▲주거지원 ▲금융지원 ▲심리상담 서비스 중 주거지원과 금융지원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다. 센터를 방문한 피해자 약 97%는 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했고, 실질적인 도움도 받지 못한 셈이다. 전날 인천시가 발표한 금융·비금융 지원 조건도 피해확인서를 발급받은 피해자에 한해서만 제공된다.
 
피해확인서 발급률이 저조한 이유는 확인서가 ‘벼랑 끝에 있는 피해자’에게만 제공되기 때문이다. 피해확인서는 피해자가 센터를 찾아 신청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심사를 거쳐 발급되는데,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거나 경·공매 낙찰로 임차권이 소멸되는 등 세입자가 집에서 쫓겨날 상황에 있는 경우만 ‘전세피해자’로 보고 피해확인서를 발급하고 있다. 피해자가 전세사기에 당했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임대차 계약기간이 남았거나 경·공매에서 낙찰되지 않은 상태라면 확인서 발급이 불가하고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센터를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는 “피해자들이 지원정책을 모르고 있다”며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센터에 직접 찾아가더라도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14일과 17일 극단적 선택을 한 전세사기 피해자들 또한 경매로 넘어간 집이 낙찰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피해지원센터에 방문했더라도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가장 긴급하게, 어딜 갈 수 없는 사람을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HUG 관계자는 “경매가 종료되기 전에도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 조건부 확인서를 발급해 피해 발생 시 보다 신속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의 전방위 대책에도 불구하고 경매 일정은 계속됐다. 이날 오전 10시20분 인천지방법원 2층 경매법정에 주안동 모 오피스텔 3세대와 인근 오피스텔 1세대가 매물로 나왔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물건이었다. 해당 오피스텔은 첫 경매에 부쳐져 감정가와 최저 입찰가가 동일한 수준으로 높게 책정된 탓에 유찰됐다. 정부 경매 유예 조치가 시행됐지만, 이들 주택에 반영되지 못한 것은 채권자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금융사나 채권관리회사(NPL)인 탓으로 추정된다. 시중 은행들의 협조가 필수 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길바닥 나앉기 전엔 도움 못 받아… “정부 대책은 신기루”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줄 알았는데, 막상 가서 보니 신기루였던 거죠.”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 A씨로부터 전세사기를 당한 Y(32)씨는 처음 전세사기를 당하고 찾았던 피해지원센터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그는 앞서 지난 2월과 3월에 센터를 방문했지만, 경매로 넘어간 집이 낙찰되지 않았던 탓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센터에서 세계일보 취재진과 만난 Y씨는 “집이 낙찰되고 매각돼야 긴급 주거지원이나 금융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면서 “경매가 진행 중일 때는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3월 27일 집이 낙찰되면서 퇴출 위기에 놓인 뒤에야 서비스를 이용할 자격이 생겼고, 센터를 세 번째 방문한 끝에 긴급주거지원 서비스를 신청했다

 ●긴급 주거·금융 지원 한다지만…경매 넘어가 낙찰돼야 피해 인정

Y씨는 피해자들이 정부 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지원을 ‘몰라서’가 아니라 지원이 ‘없어서’라고 강조했다. 집에서 쫓겨나기 전에는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이 전무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돈을 잃은 것이고 돈이 없어서 힘든 것”이라며 “잃어버린 보증금도 대출을 받아 넣었던 것이기 때문에 추가로 대출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돈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며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지원대상이 극도로 협소한 데다 지원책 자체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4월2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센터는 임대차계약 종료 후 1개월이 지났거나 임차물건이 경·공매 낙찰됐음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에만 ‘전세피해자’로 인정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 주택 대부분은 아직 계약기간이나 경·공매 절차가 종료되기 전이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원회는 지난 11일 기준 경·공매에 넘어간 1066세대 중 106세대가 매각 절차가 끝난 것으로 파악했다. 대책위 미가입자까지 포함하면 전세사기 피해 가구는 3079세대 수준인데, 이 중 3.4%만 경·공매 절차가 종료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정부, 경매 중단 정책 실시 따라 집 매각 안된 피해자 대책도 필요

정부가 이날부터 경매를 중지한 가운데, 집이 매각되지 않은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추가로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보증금 5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놓여 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한 H(40)씨는 “집에서 내쫓기지 않을 대책을 찾기 위해 왔는데, 주거지원과 금융지원 모두 집에서 쫓겨날 때 지원된다고 한다”며 “경매가 중지된다고 하니 앞으로도 당분간 정부 지원은 없을 것 같다”며 허탈해했다.

그 또한 경매로 넘어간 집이 아직 낙찰되지 않아 정부의 피해 지원대상에서 배제됐다. 경매가 중지되면서 H씨가 당장 집에서 쫓겨날 상황은 피했지만, 그가 받을 수 있는 지원 또한 사라졌다. H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어려움이 생기기 전에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지금은 어쩔 수 없을 때까지, 끝까지 기다렸다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이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보여주기식 일방적인 대책만 반복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경매 일시중지로 확보한 시간 동안 특별법을 제정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환대출·버팀목대출 지원 요건 완화와 경락자금대출 도입 등 금융지원 강화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피해유형별 지원대책 수립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 수사·처벌과 범죄수익 환수 등을 요구했다.

 ●전세사기 수천 건인데 '긴급주거지원' 전국서 총 9건

“그런게 가능하기는 하나요."4월18일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만난 전세사기 피해자 30대 박모 씨는 '긴급주거지원' 신청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른바 '인천 건축왕' 사건 피해자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 7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박 씨가 긴급주거지원 신청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피해자들 사이에서 심사가 까다롭다고 알려진데다 만약 입주하더라도 월세를 부담할 자신이 없어서다. 그는 "정부 대책은 여전히 문턱이 높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국토부가 지난 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 중 하나인 긴급주거지원 대책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에서만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3000세대 이상으로 집계됐지만 실제 긴급주거지원을 받은 피해자는 전국을 통틀어 10건 이하로 파악됐다.

4월18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국토부의 '전국 전세피해 관련 긴급주거지원 현황'에 따르면 3월31일 기준 입주한 피해자들은 9명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건축왕 사건이 있었던 인천 미추홀구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20대가 2명, 40대 2명, 50대와 70대가 각 1명씩으로, 당초 집중된 것으로 알려진 사회 초년생 외에도 중년층과 노년층까지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인천 연수구 1명, 대전 중구 1명, 대전 유성구 1명에 그쳤다. 이들은 모두 20대다.전세사기 규모에 비하면 긴급주거지원 규모는 턱없이 작다. 인천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만 전세사기 피해 빌라나 아파트 규모만 118개 동 3131세대로 추정됐다.

긴급주거지원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지방자치단체 심사 통과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당초 정부는 긴급주거지원 근거인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에서 '이재민'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해당하지 않아 어렵다고 판단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주거지원과 금융지원을 동시에 받을 수 없는 것도 한계라는게 피해자들의 지적이다. 시세의 30% 수준이기는 하지만 전 재산 전부 날린 상황에서 월 임대료를 내기 쉽지 않은 이들도 적지 않은 것도 긴급주거지원을 신청하지 않는 또 다른 사정이다.국토부가 당장 4월부터 지자체에서 발급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 전세사기 피해확인서 발급도 쉽지 않다. '경매 낙찰자가 나와야 확인서 발급'에서 '경매가 시작되면 확인서 발급'으로 피해확인서 발급 조건이 다소 개선됐지만 막상 신청을 하면 '근린생활시설이어서 안된다'는 등 각종 단서가 붙는다는 지적이다.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확인서는 경매가 시작되면 모두 발급해주겠다'고 했는데 실제 현장과는 괴리감이 있어 기초 자료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마저도 주거의 질을 고려하지 않고 양으로만 지원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국토부는 이에 대해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 저리대출 등의 선택지가 있는 만큼 실제 긴급주거지원 건수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제퇴거를 당하지 않는 이상 정부가 마련한 주택에 들어가는 사례가 드물다고 판단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를 봤다고 모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만든 임대주택 들어가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며 "현재 거주지에서 거주가 가능한 피해자들이 많고 나중에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현 거주지에 있는 게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관계부처는 "전세피해 정책의 일환으로 상반기 내 수도권 공공임대주택을 500호 이상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의 설명대로 피해자들이 긴급주거지원 대책을 찾지 않을 경우 그동안 보여주기식 숫자 늘리기에 집중했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꾼’들 손에 넘어가는 집…“전세사기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을”
깡통전세 피해 전국대책위 출범…피해가구 67%가 경매 넘어갈 것…30%는 최우선 변제 대상도 안 돼…“전국 곳곳서 터지는 사회적 재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현재 진행 중인 경매를 즉각 중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4월18일 출범한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세사기 사태가 수면 위로 부상한 지 5개월째인 이날 현재 인천 피해자 모임에 가입된 32개 아파트·빌라 1787가구 가운데 약 60%인 1066가구가 경매·공매에 넘어간 상태다.

이 중 106가구는 이미 낙찰돼 매각이 끝났고 261가구는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672가구는 경매 대기 중이고 27가구는 공매 중이다. 대책위 측은 피해자 모임에 가입하지 않은 가구까지 고려하면 전체 피해 가구 3079가구 중 2083가구(67.6%)가 경매에 넘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료:지지옥션
   

대책위가 무작위로 431가구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132가구(30.6%)는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보장받는 최우선변제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대책위 관계자는 “당장 4∼5월에 집을 비워 줘야 하는 가구들이 있다”며 “하루빨리 피해 가구들의 경매를 중지하고 각종 대책을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 안상미 공동위원장은 “전세사기는 정부의 집값·전셋값 폭등 방치와 등록임대사업자 관리 부실,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대출과 묻지마 보증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말했다.실제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주범인 이른바 ‘건축왕’과 공범들은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어 전세보증금 반환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피해자들에게 “경매에 넘어갈 경우 피해를 변제해 주겠다”는 식으로 속여 전세금을 가로챘다.

건축왕이 선순위 채무를 갚지 못하게 되자 주택은 하나둘 금융기관에 넘어가 경매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살던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는 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이른바 ‘꾼’이 경매에 들어와 물건을 쓸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경매 중단과 함께 ▲전세 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과 대통령 면담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피해유형별 지원대책 수립 ▲피해자 상담 및 지원 시스템 개선 ▲긴급주거지원제도 개선 ▲전세사기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 ▲경매 시 국세·지방세 감면 또는 변제 순위 조정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피해자 대책위는 이날 조직을 전국 범위로 확대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민변민생경제위원회, 빈곤사회연대 등 65개 단체도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를 출범시켰다.안상미 공동위원장은 이날 오후 인천 주안역 광장에서 열린 피해자 추모제에서 “정부가 만들어 놓은 제도 안에서 믿고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전세사기로) 저뿐만 아니라 미추홀구 일대가 쑥대밭이 됐다”며 “전세사기는 지금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터지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외쳤다.   
 
참여연대 등 65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전세사기·깡통전세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를 출범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에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공공매입과 피해 구제 등) ▲전세가격(보증금) 규제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세대출·보증보험 관리 감독 강화 등을 건의했다. 이들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는 사회적 재난”이라며 “세입자들의 잇따른 죽음은 벼랑 끝으로 등떠민 정부 정책에 기인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전세사기 피하려면 어떻게? 계약前 임대인의 보증금반환 이력·세금체납 꼭 확인을

전세 사기 피해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금도 새로운 피해 사례가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다. 사기범들은 여전히 지역을 옮겨가며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의 전세 사기는 공인중개사와 결탁하는 경우가 많아 청년층은 중개사 말만 믿었다가 꼼짝없이 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세입자 스스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꼼꼼하게 대비해야, 사기 피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계약 전 단계에서는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이력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전세 사기는 대부분 상습범의 소행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알기 어려운 정보였지만, 지난 2월 ‘안심전세앱’이 출시되면서 지금은 임대인이 동의하면,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담보 대출 등 기존 채무 관계와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꼭 전세 사기가 아니더라도 선순위 채무나 체납 세금이 있으면 집이 경매로 팔려도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세금 체납은 임대인에게 ‘세금 완납 증명서’를 요청해 확인하면 된다. 대출 여부가 표시되는 등기부등본은 반드시 계약 당일 발행된 것이어야 한다.

일단 계약을 맺었다면 가급적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서 취급하는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게 좋다. 보증금 1억원의 경우 30만원 안팎의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보증금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보증보험은 임대인과 세입자 모두 가입할 수 있는데, 계약 때 임대인이 가입하기로 약속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계약 기간의 절반이 지나면 가입이 안 되므로, 그 전에 세입자가 우선 가입하고 추후 임대인에게 수수료를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선순위 채무가 있는 집은 보증보험 가입도 제한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수암(守岩)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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