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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3년07월13일 09시01분 ]
 “나들목 없는 원안, 많은 군민 원치 않아”양평고속도로 백지화사태 전말
원희룡,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 ‘초강수’…대통령실 “野, 정쟁화 멈추면 재추진 가능성”…극단의 정쟁에 양명 주민 분노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노선 변경을 둘러싼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국토교통부가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는 초강수를 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윤석열정부 임기 내에는 김 여사 선산을 옮기거나 처분하지 않는 한, 더불어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원인을 제거하겠다”며 현 정부에서는 해당 사업을 아예 추진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원 장관은 7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평 고속도로 관련 긴급 당정협의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아무리 팩트(사실)를 이야기하고 아무리 노선에 대해 설명하더라도 현 정부 임기 내내 김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우리가 말릴 방법이 없다”며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 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하고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국토부가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려고 서울-양평고속도로 기존 노선의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분기점(JCT)을 김 여사 일가 소유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바꿨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그러나 2년 전 민주당 정부 때부터 양평군민들은 분기점이 아닌 나들목(IC) 설치, 그에 따른 노선 수정을 요구해 온 것으로 7월7일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다수였던 양평군의회는 물론 민주당 소속인 정동균 당시 양평군수도 같은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양평군의회 윤순옥 의장은 이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분기점(JCT)이 양서면 도곡리에 들어서는 원안(原案)은 군민들도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 의장은 “지난 2020~2021년 8대 양평군의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을 당시에도 양평군민의 편의를 고려하면 실제로 고속도로로 진입해 이용할 수 있는 나들목 개설이 중요한 과제였다”며 “당시나 지금이나 군민들은 인구가 많은 양평읍에서 서울로 가깝게 연결되는 강하면 지역에 IC를 설치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윤 의장은 “양평군 내 지역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지만 더 많은 군민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이 의회에서 논의됐다”며 “그래서 주민 의견을 수렴해 강하면에 IC를 만들어 강상면 분기점으로 이어지는 안을 추가한 노선 3개를 2022년에 (국토부에) 건의했고, 앞으로 정부가 제시한 방안을 두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면 되는 문제였다”고 했다.
     
 
윤 의장의 말대로 당초 원안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종점은 양서면이었다. 2021년 4월 국토부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도 나온 상태였다. 하지만 한 달 뒤 여주·양평의 최재관 민주당 지역위원장과 당시 정동균 양평군수는 지역 당정협의회를 갖고 IC(나들목)가 없는 기존 노선을 반대하며 강하면에 IC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하면은 현재 김 여사 일가의 선산 등이 있다는 강상면과 붙어 있는 지역이다.

정 전 군수는 당시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강상~강하로 이어지는 채널이 있어야 하기에 강하면으로 들어올 수 있는 IC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 당시 ‘기존 노선에는 고속도로 진·출입이 가능한 IC가 없어 이름만 양평고속도로일 뿐 정작 양평군민들이 해당 도로를 쉽게 이용할 수 없다’는 지역 여론이 높았다고 한다.

이후 양평군청은 강하면에 IC를 설치할 수 있는 복수 안을 검토했고, 2022년 7월 후보 노선 세 개를 국토부에 제시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대안 노선 등의 선상에 IC 설치를 추가하도록 한 안(案)도 포함됐다. 국토부는 이 가운데 교통 해소 효과와 경제성, 환경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안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양평군청이 제시한 세 안 중에서 김 여사 일가의 땅과 더 가까운 노선도 있었다”며 “정말 특혜를 주려고 했다면 그 노선을 선택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강하IC 설치는 기존 노선 선상에 요구했을 뿐 종점 변경을 포함해 문제가 되는 대안 노선을 주장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최재관 지역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희들이 요구한 강하IC는 강하면 쪽에 IC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노선 전체 변경을 요구했다는 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양서면으로 연결되는 원안으로는 양평군 내에 IC 설치가 불가능해 최 위원장 주장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원안에는 철도와 학교 등의 지리적 문제 때문에 그 노선상에 나들목을 설치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양평군과 양평군의회도 같은 의견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강하IC를 설치하는 안은 지금 문제가 되는 안과 당시 민주당에서 주장한 안과 다를 게 전혀 없다. 다른 노선은 (기술적으로)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한편, 현재 강하면에는 김부겸 전 총리가 2년 전부터 토지를 매입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식 논리대로라면, 문 정권의 고위 인사 집값을 올려주려고 민주당 인사들이 그간 강하IC 설치를 요구해 온 것이냐”고 했다.

    대통령실 “野, 정쟁화 멈추면 양평고속도로 재추진 가능성”
    윤재옥 “백지화 아닌 중단 상태”…원희룡 “尹과 상의 없이 백지화 선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조8000억원 규모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대한 백지화를 선언한 가운데 정부·여당은 7월7일 사실상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 제기 중단’을 단서로 달아 사업 재추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에 대해 “야당이 사업에 대한 정쟁화를 멈추고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중지를 모아 합리적 의사결정과 대안을 마련하면 재추진 가능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사업 노선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혜 논란을 제기해 사업 자체가 정쟁화되면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어서 김건희 여사 요인이 사라진 다음 정권에서 결정하라고 발표한 것”이라며 “야당이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한, 지금으로선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향후 여러 가지 국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들을 것이지만 민주당의 이런 행태와 태도로 봐서는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위 여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백지화만 고수하긴 부담스럽다”면서도 “결국은 타협점을 찾겠지만 현재 서로 강경한 입장이라 대립이 바로 해소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지화 선언 장본인인 원 장관도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사과하면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당이 나서서 ‘가짜뉴스’ 선동을 했기 때문에 저랑 1대 1 토론을 하든지 해서 선동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소해야 한다”며 “모든 해명과 깔끔한 해소, 책임지는 사과가 있다면 저희가 그때도 고집을 부릴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 백지화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내린 결단”이라며 “장관은 정치적 책임까지도 지는 것이고, 책임을 묻는다면 인사권의 책임까지도 각오하고 고뇌 끝에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원 장관의 사과 요구에 대해 “원 장관이 사과할 사안”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TF 소속인 한준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우리가 무슨 대단한 질문을 했나. 갑자기 종점을 바꾼 이유와 김건희 일가 땅과 관련이 있냐고 물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정쟁화’라 규정한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에 대한 규명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당내 원안추진위원회도 구성했다.

 극단의 정쟁에 양평 주민 분노…백지화 철회 촉구 
 “군민들이 원한 숙원사업 무시해”…여야, 민심 악화되자 “대안 마련”

경기도 양평군 주민들은 7월7일 “정치권 싸움에 양평군민만 죽어나가고 있다”며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과, 이로 인해 사업 전면 중단을 선언한 국토교통부를 비판했다.

이날 양평역 주변에는 ‘가짜뉴스로 선전, 선동하는 민주당은 각성하고 해체하라’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 양평군민이 호구냐’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양평군 옥천면에 20년째 거주 중인 김모(57)씨는 “십여 년간 양평군민의 기대를 받아온 사업을 하루아침에 엎어버리는 것이 양평군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게 아니면 뭐란 말이냐”고 했다.

김씨는 “결국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에 양평군민만 죽어나는 것”이라며 “가짜뉴스일 수도 있는 의혹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국토부 장관도 원망스럽다”고 했다. 양평군 양평읍에 사는 이모(46)씨는 “장기간 추진한 사업을 백지화하는 건 양평을 지옥으로 만드는 꼴”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양평군 의원 5명은 이날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 철회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7월7일 경기 양평군 양서면 국도 인근에 ‘양평군민만 피해 본다’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양평군 주민들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에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에 양평군민만 죽어난다”며 정쟁 중단을 촉구했다.

지역 주민의 숙원 사업이 중앙 정치권의 극단적 정쟁으로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민심이 들끓자 여야(與野) 정치권에서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양평을 잇는 고속도로는 지역 주민 편의를 위해 추진된 국책 사업인데,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노선과 다른 대안 노선이 제시된 데 대해 ‘(대안 노선) 인근에 땅이 있는 김건희 여사 일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정부는 이에 맞서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여당이던 민주당과 같은 당 소속 전임 군수가 이미 기존 노선 수정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고, 양평군 주민들도 “기존 노선은 군민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김 여사 특혜 의혹은 근거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정쟁 논리만 걷어내면 주민들의 실질적인 편의를 위한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은 7일 “사업 백지화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을 백지화한다고 했지만, 이는 괴담을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언이었고 최종 방침은 아니라고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를 찾은 전진선 양평군수를 면담한 뒤 본지 통화에서 “전 군수가 ‘양평군민들은 강서면 분기점 노선(대안)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했다.

대안 노선이 김 여사에게 특혜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도로 이용자인 지역 주민들이 바라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 사무총장은 “양평 고속도로 건설은 경기 동부권 교통 편의 제고와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민주당이 가짜 뉴스에 대한 사과가 있다면, 양평군민 뜻을 받들어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민주당의 가짜뉴스로 지역 주민이 큰 피해를 보는 일에 유감”이라면서 “사업을 백지화한다기보다 ‘중단’한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정부가 지역 숙원 사업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모습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표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전날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 이후 양평과 인근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는 의견이 당에 여럿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도 양평군민 민심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원안대로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전날까지 ‘진상 조사’를 요구하다 ‘원안 건설’을 앞세운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장관의 백지화 선언이 백지화돼야 한다”며 “수년간 논의하고 수조 원이 투입된 국책 사업은 장관이 정치생명 운운하면서 즉흥적으로 백지화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인호 국토위 간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원안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최인호 의원은 “민주당 의견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원안대로 고속도로가 놓여 6번 국도 교통 체증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여론 악화를 우려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당직자는 “당이 진상 조사 TF를 운영하다가 원 장관의 ‘백지화 발언’ 하루 만에 원안추진위를 출범시켜서 ‘고속도로를 원안대로 놓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아무래도 지역의 비난 화살이 민주당을 향할 수도 있다는 부담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관계자에게 “백지화는 너무 강하지 않으냐. (양서면에 분기점을 만드는) 원안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고 한다. 이에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도 답답하지만, 민주당에서 김 여사를 둘러싼 억측과 의혹을 제기하니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암(守岩)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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