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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3년08월11일 21시35분 ]
 '철근 누락' 부실시공 아파트 손배·계약해지권 추진
당정 긴급협의…민간 아파트 9월까지 전수조사…무량판, 특수구조물 지정 검토…
감사원, 조만간 발주처 LH 감사…“업무 전면 개편해 전관 특혜 차단”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8월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 부실시공과 관련, 입주자에 대해선 손해배상을 하고 입주예정자에게는 계약해지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LH가 발주한 아파트뿐만 아니라 민간 아파트에 대해서도 9월말까지 전수조사를 통해 부실시공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당정(黨政)은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긴급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아파트 부실시공 관련해 대책을 논의했다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8월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가 열리고 있다.

김 의원은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강공사, 책임자 처벌은 물론 입주자대표회의와 협의해 입주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하고, 입주예정자에게는 재당첨 제한 없는 계약해지권 부여 등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하자가 확인된 15개 단지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보강공사를 완료하고, 민간의 준공 및 시공 중인 아파트 전수조사에 대해서도 금주 중으로 점검계획을 발표하고 9월 말까지 점검을 완료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설계·감리 담합과 부당한 하도급 거래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선다.

국회 차원에서는 ‘건설현장 정상화 5법’을 신속 추진하고, 국민의힘은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필요시 국정조사도 검토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또 무량판 구조를 특수구조 건축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무량판 구조물에서 전단보강근(철근)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은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됨에 따라 무량판 구조를 특수구조물로 포함해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수구조물은 구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건축 기준, 절차를 강화한 건축물로, 구조기술사가 설계와 감리 과정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8월1일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설치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무량판 구조는 대들보를 없애고 기둥이 슬래브를 받치는 형식이다. 특수구조물 지정 추진은 무량판 설비에 대한 불안감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되나, 일각에서는 무량판 자체가 특수한 공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닌 만큼 특수구조물 지정은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_)으로부터 공익감사 청구를 접수 받은 감사원은 LH에 대한 감사 착수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무량판 구조로 시공된 민간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수조사에 1000명 이상 인력을 투입해 조사 기간을 단축할 방침이다. 지난 7월 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전수조사 때에는 3개월이 걸렸지만, 국민 불안이 큰 점을 감안해 추가 인력 투입 등으로 진행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이날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건설카르텔과 부실시공 근절을 위한 LH 책임관계자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부실시공 설계·감리업체는 한 번 적발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와 직접 관련이 있는 설계, 시공, 감리 관련 업체와 관련자는 수사 의뢰한다.
 
LH는 또 입주민·입주예정자에 대한 보상방안도 제시했다. 임대아파트에 대해선 계약 해지를 원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하고, 보증금을 납부한 세대에 대해선 이자를 포함해 다시 돌려주기로 했다. 이사를 원하면 이사비 지원도 고려한다. 분양주택에 대해선 계약 해제권을 부여한다.
 
  ‘무량판’ 숙련자 부족한데…부실 감리·카르텔로 안전은 뒷전
설계·시공·감리 총체적 문제…수십년간 ‘벽식 구조’ 건설이 관행…철근 등 공사비 급등도 
원인 지목…“지상 공간도 철근 누락 살펴봐야”…공사는 급증 미숙련자 대거 투입…‘전관’ 용역업체 감독 미비 ‘합작품’

2022년 1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광주광역시 화정 아이파크 201동의 39층 바닥 면부터 23층 천장까지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건설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정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설계도와 다르게 바닥 시공 방법과 지지 방식을 임의 변경해 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장에서 채취된 콘크리트의 강도 역시 허용범위에 미달되는 수준이었다.

올해 4월에는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단지의 지하주차장에서 상부 슬래브가 무너져내렸다. 설계부터 기둥 32개 중 15개에서 전단보강근(철근)이 누락됐고, 시공 과정에서도 최소 4개 이상의 기둥에서 철근을 빼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검단 단지 같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지하주차장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거쳐 ‘철근 누락’ 현장이 전국 곳곳에 퍼져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8월2일 건설업계에서는 연이은 부실 건축물 논란은 설계부터 시공, 감리까지 모든 공사 과정의 총체적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사 모든 단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업계 전반의 안전 의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이번에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개 단지 중 10곳은 공사의 첫 단추가 되는 설계부터 문제가 있었다.

무량판 구조는 대들보를 없애고 기둥이 슬래브를 받치는 형식인 만큼 기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철근을 충분히 감아 주는 게 기본이다. 이들 단지는 설계 때부터 하중 보완을 위한 철근의 개수를 잘못 계산하거나 단순 실수로 아예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나머지 5개 단지는 시공 과정에서 철근을 누락했다. 다른 층의 도면을 잘못 보고 철근 배근을 하느라 있어야 할 철근이 빠진 사례도 있었다. 여기에 더해 15개 단지 모두 감리를 맡은 업체가 철근 누락을 잡아내지 못했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수십년 간 벽식 구조가 자리를 잡으면서 설계와 기술 전문가 중에서 무량판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많은 게 사실”이라며 “설계가 제대로 됐다고 해도 일부 현장에선 최소 기준 이상으로 넉넉하게 철근이 반영됐다고 생각하고 안이하게 철근 몇 개는 빠져도 무방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급등한 공사비도 일선 현장에서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2020년 상반기 1t당 541달러였던 철근 가격은 올해 상반기에는 1031달러로 2배 가까이 뛰었다. 2년 전 1t당 7만5000원대였던 시멘트값도 최근에는 12만원 안팎으로 올랐다.원가 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이고 공사 기간을 촉박하게 잡는 바람에 안전한 설계와 시공, 감리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지금은 지하주차장의 무량판 구조만 전수조사하고 있는데, 지상 공간도 철근이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LH 아파트든 민간 아파트든 전부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토부가 철근이 빠진 15개 아파트의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 기준 강도를 초과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최 교수는 “콘크리트 강도에 대한 조사결과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도 “부실 시공은 코로나19 때 나온 (건설현장의) 전반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 시기 외국인 근로자들은 못 들어오는데 집값 폭등으로 분양이 늘면서 현장 경험이나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 현장에 투입됐다”며 “현장에서 일을 대충하는지 감리가 확인했어야 하는데 자세히 보지 않았던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LH의 전관예우 관행이 역량이 부족한 설계·시공사를 선정하는 데 일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실에 따르면 LH에서 근무한 2급 이상 퇴직자가 최근 5년간 재취업한 용역업체 중 LH와 계약한 업체는 9곳이었다. 이들 업체에 재취업한 2급 이상 퇴직자는 총 10명이었다.

이들이 2019년부터 올해까지 LH와 계약한 설계·감리 건수는 204건, 규모는 2319억원 수준이었다.LH는 공사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퇴직자의 규모가 클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관련 업계의 재취업이 많은 것이라며 전관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건설업계에서는 LH 퇴직자의 직접적인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유·무형의 입찰 노하우를 파악하기 위해 ‘퇴직자 모셔 오기’ 경쟁이 일상화돼 있다고 토로한다.2022년 10월 국정감사에는 LH가 최근 7년간(2016∼2022년 6월) 2급 이상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8051억원(150건)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철근 누락 4곳 보강공사 완료…원희룡 “안전성 투명 공개”

LH는 무량판 구조 중 전단보강근(철근)이 누락된 아파트 단지 15곳의 지하주차장에 대해 보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안전공사를 진행한 뒤 입주민이 직접 고른 안전진단 업체에 검증을 거칠 방침이다. 8월6일 LH에 따르면 철근 누락이 발견된 단지 15곳 중 4곳은 보강공사를 마쳤고, 나머지 단지도 입주민이나 입주예정자들과 협의를 거쳐 다음달 말까지 보강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보강공사 시공법은 전문가의 자문과 한국콘크리트학회의 검증을 거쳐 7가지로 결정됐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무량판 강재주두 보강공법’이다. 우선 기둥 상단 부위를 매끄럽게 표면 처리한 뒤 기둥과 천장이 맞닿는 부위에 강철판을 덧대고 에폭시와 방청·내화 처리 등을 거쳐 마무리한다. 보공강사 자문을 맡은 최경규 숭실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보강공사의 안정성 확보 효과와 관련해 “(보강공사) 이후 1.5배에서 2배가량 기둥의 강도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경기 양주시와 파주시에서 진행된 보강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입주예정자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원 장관은 “투명하게 입주예정자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며 “입주예정자들이 구조기술이나 안전진단 업체를 지정하면, 비용을 다 대서 눈높이에서 시각을 가지고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관특혜’ 차단 나선 LH…발주심사·평가 외부 위탁 검토

기존엔 외부 인사가 낙찰자 선정…퇴직자 사전접촉 등 논란 불거져…국토부, 감리감독기구 도입 추진…건축구조기술사와 협력 확대도…공정위 ‘철근 누락’ 시공사 조사

LH가 아파트를 포함한 공사의 발주 관련 평가와 심사를 외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근 누락’ 사태의 원인으로 LH의 전관 특혜 문제가 불거지자, 아예 공사 발주의 평가와 심사에서 손을 떼 의혹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이다.

6일 LH 관계자는 “전관 특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해도, 이에 대해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아예 의혹을 원천 차단하는 차원에서 발주 평가·심사를 제3의 기관에 맡기는 방식도 여러 방안 중의 하나로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LH는 당초 외부 인사를 일정 비율 이상 참여하도록 한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공사 발주 평가와 심사를 진행했다. 외부 인사 비율을 늘려도 전관 특혜 논란이 계속되자, 2021년부터는 아예 내부 인사를 심사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 이후 LH가 발주하는 모든 사업은 외부 인사로만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낙찰자를 선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퇴직자들이 여전히 발주 평가·심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22년 6월 감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LH가 LH 퇴직자 재취업 업체가 체결한 계약 총 332건 중 58건에서 심사·평가위원이 퇴직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심사·평가위원들은 확인서에 사전접촉 사실을 적지 않았다는 감사원 지적도 보고서에 담겨 있다.

국토부는 철근 누락 사태를 계기로 공사 현장의 감리를 감독할 별도 기구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감독 기구를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 세부사항 논의는 아직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또 감리 때 건축구조기술사와 협력하는 범위를 확대하도록 주택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주택법상으로는 감리자가 건축구조기술사와 의무적으로 협력하도록 하는 경우는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에 한정돼 있는데, 이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개 단지 시공사들이 하도급 업체에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했는지 등을 조사한다. 공정위는 LH가 부실시공을 지적한 15개 아파트 단지 시공사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기로 하고 사전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앞서 부실 공사를 유발하는 설계·감리 담합, 부당 하도급 거래 등을 직권 조사하기로 했는데, 철근 누락이 확인된 아파트 단지 시공사들을 첫 번째 타깃으로 정한 것이다. 공정위는 공사대금 미지급, 법정 지급기일을 초과한 지연 지급, 부당 감액, 부당한 비용 전가 등 다양한 유형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폭넓게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LH가 공개한 15개 시공사 중 이수건설, 대보건설 등 일부 건설사는 과거에도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H, ‘무량판 공공아파트’ 10개 단지 조사 빼먹어…안전점검 대상 누락 뒤늦게 확인

LH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공공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10곳을 빼먹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철근만 누락된 게 아니라 안전점검 대상도 누락된 것이다.

LH는 추가로 확인된 무량판 구조 단지 10곳에 대해 긴급점검을 실시한다고 8월9일 밝혔다. 10곳 중 3곳은 이미 준공됐고, 4곳은 공사 중, 3곳은 미착공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10개 단지는 분양주택 1871가구, 임대주택 5296가구를 합쳐 총 7167가구 규모다.

경기 화성 비봉지구 A-3BL의 경우 이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건설현장 감리 실태 점검을 위해 찾기로 한 곳이다. 현재 공정률 30.91%로, 철근 배근 상황을 볼 수 있는 단지이기 때문이다.

LH는 원 장관 방문에 앞서 아파트 단지 현황을 확인하면서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챘다. 이를 보고받은 원 장관은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LH는 지난 4월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계기로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91개 단지를 점검해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LH는 앞서 무량판 구조 주거동 1개 단지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LH는 2017년 이후 지하주차장에만 무량판 구조를 적용했고, 주거동에 적용된 곳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종에 장수명주택 시범사업으로 2019년 준공한 아파트 1개 동에 무량판과 벽식을 혼합한 구조가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LH는 추가로 확인된 10개 단지에 대해 철저한 안전점검을 거쳐 철근 누락이 확인될 경우 즉각 설계 변경과 보수 공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민간참여사업 방식 41개 단지에 대해서도 무량판 구조 적용 여부 등 추가적으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LH “反카르텔본부 설치해 부정 근절” 與 “국조 추진… 부패 배후 찾아내야”
 
LH가 발주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무더기로 ‘철근 누락’이 확인된 것을 계기로 LH에 반(反)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가 설치된다. 이한준 LH 사장은 8월2일 서울 강남구 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건설카르텔 철폐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사장은 “국민의 보금자리로서 가장 안전해야 할 LH 아파트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번에 건설안전을 제대로 확립 못하고 설계·감리 등 LH 건설공사 전 과정에서 전관 특혜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LH의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준 LH 사장이 8월2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사장 주재 회의에서 최근 LH가 발주한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기둥에서 잇따라 철근 누락이 확인된 데 대해 사과하고 있다.

LH는 건설이권 카르텔과 부실 공사를 근절하기 위해 경기남부지역본부에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한다. 건설안전기술본부장이 본부장을 맡고, 분야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다. 추진본부는 건설공사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관예우, 이권 개입, 담합, 부정·부패 행위 등을 근절하는 역할과 투명한 건설 혁신 방안 마련을 담당하기로 했다.
 
LH는 부실 시공 유발 업체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검토할 방침이다. 중대재해와 건설 사고를 유발한 업체는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등 퇴출 수준의 직접 제재에 나서는 방안도 논의한다.  LH 조직 내부적으로는 감리 용역 전담 부서를 개편하고 감리사 현장 관리 조직을 의무화한다. 공사 단계별로 건축물 정밀안전점검 의무도 시행한다.
 
전관 특혜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단계에서 전관이 개입할 수 있는 업무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전관 업체 간 담합 정황이 의심되면 즉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여당은 LH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 부실시공 사태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 생명을 내팽개친 지하주차장 공사의 배후를 철저히 가려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건축 이권 카르텔이 벌인 부패 실체를 규명하고 그 배후를 철저히 가리기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적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TF 위원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이 맡는다.

야당은 국정조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당 측 국정조사 제안에 대해 “비리는 검찰이 수사하고 국토교통부가 책임지고 대책 마련하라는 게 민주당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국정조사와 연계하는 안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사안”이라며 “LH 비리는 검찰 수사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부실 공사 방지법’ 대부분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지난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부실 시공 재발 방지·처벌 강화, 건설사와 감리사의 안전 관리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 등이 잇달아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철근 누락 3개 건설사 우선 조사…공정위, 13개 시공사 순차 조사

공정거래위원회가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철근을 누락한 13개 건설사 중 에이스건설, 대보건설, 대우산업개발 3곳에 대한 현장 조사에 우선 착수했다. 공정위는 순차적으로 13개 업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철근 누락 업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8월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에이스건설, 대보건설, 대우산업개발 사무실에 조사관을 보내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이들이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급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토부는 LH가 발주한 15개 아파트 단지 설계·건축 과정에서 철근을 누락한 시공사 13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각 단지의 대표 시공사는 대보건설, 대림건설, 삼환기업, 이수건설, 한신건설, 양우종합건설 등 13곳이다. 공정위는 이날 3곳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이들 시공사 전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공사가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거나, 발주처로부터 추가 공사비를 받고도 하도급 업체에는 주지 않아 부실 설계·시공을 초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경찰 수사도 본격화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날 “LH로부터 총 15개 단지 74개 업체에 대한 수사의뢰를 접수해 관할 시·도 경찰청에 배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업체 중 상당수는 LH 출신 임직원들이 퇴직 후 재취업한 곳이다. 입찰 심사 등의 과정에 전관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됨에 따라 경찰은 관련 의혹도 면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집값 떨어질라’ 쉬쉬… 입주민 단톡방엔 ‘LH 성토’ 들끓어
 
“저희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사는 아파트로 맞바꿔 살면 좋겠다 등 분통 어린 목소리가 가득합니다”
국토부가 철근 누락, 일명 ‘순살 아파트’로 확인해 발표한 단지들에서 안전 우려와 함께 집값 하락·이사 걱정 ‘3중고’가 커지고 있다.

충남 아산 탕정 LH14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최모(36)씨는 “화를 밖으로 노출하고 있지는 않지만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는 LH와 건설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강모(31)씨는 “크고 작은 소음, 특히 심야에 들리는 충돌음이나 층간소음 진동에도 아파트 무너지는 것 아닌가 가슴 졸인다”고 말했다. 아산 14단지는 가장 넓은 집이 44㎡로 대부분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약자를 위해 만든 행복주택이다.
 
다른 철근 누락 아파트인 충남 공주시 월송LH천년나무4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장모(43)씨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크지만 재산상 손실을 우려해 밖으로 표현은 못하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정부와 LH가 내놓을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주민들의 불안·집값 하락·이사 걱정을 생각했다면 무작정 철근 부족 아파트라고 공개하기에 앞서 구체적으로 얼마큼 부실시공이 있었는지와 안전 진단 일정 등 대응책을 제시하면서 아파트 이름을 공개했어야 맞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서울 강남구 수서역세권 A-3BL 단지(분양)는 안전에 대한 불안이 작지 않지만 집값 하락 걱정에 ‘벙어리 냉가슴’이다. 지난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는 기둥 345개 가운데 5개가 미흡 판정을 받은 후 보강 공사를 완료해서인지 큰 반발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안전 우려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도 있지만 집값 하락 걱정이 앞선 때문으로 보인다. 이곳 입주민들은 부실 공사 관련 내용을 외부에 언급하지 않기로 뜻을 모은 상태로 알려졌다.

 전문가 진단 “하도급 반복되고 공사 단가 쥐어짜…부실 검증 시스템 붕괴”

“부실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이른바 ‘순살 아파트(철근 없는 아파트)’로 불거진 철근 누락 사태에 대해 “과도한 이윤 추구의 과정에서 하도급, 하도급 업체가 또다시 하도급을 주는 재하도급이 단계별·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설계에서 감리, 시공으로 이어지는 검증 시스템이 무너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에서 촉발된  ‘순살 아파트’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검단 아파트는 무량판 구조의 전단 보강근이 대거 누락돼 발생했다. 이 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GS건설 등 대형건설사가 시공한 단지이다. 국토부는 LH가 발주한 공공아파트 91개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등 파장이 커지자 대통령실도 긴급 조치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1일 국토부 등 관계 부처에 “고질적인 건설산업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이번 사태를 계기로 LH 직원들의 관련 업체 취업 등 전관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LH도 적극 진화에 나섰다. 2일 LH는 “반(反)카르텔 및 부실시공 근절을 위한 조직(TFT)을 설치하고 의혹이 제기된 업체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교수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다. 그는 “정부에서 건설 현장의 이권 카르텔을 깨겠다고 하니, 요즘 LH 등 은퇴 공직자 모집 공고가 더 많이 뜨고 있다”며 “LH의 전관특혜도 문제이지만, 이권(利權) 카르텔은 보다 광범위하고 더 견고하다”고 밝혔다.

-무량판 구조의 지하주차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검단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이 무너졌다는 건, 쉽게 말해 건축물이 버틸 수 있는 여건이 안됐다는 것이다. 무량판 구조라는 방식의 문제라기 보단, 제대로 설계와 시공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문제다. 고의든 실수든 철근이 누락됐다. 32개소의 모든 기둥에 전단보강근(철근)이 필요한데, 15개소에서 철근이 빠졌다. 콘크리트 강도도 부족했다. 콘크리트 강도가 24㎫(메가파스칼) 정도는 나와야하는데, 18~19㎫ 수준에 불과했다. 현재 철근 누락을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콘크리트 강도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공공아파트 15개 단지에서도 철근이 빠졌는데 대통령실은 ‘이권카르텔’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부가 지적한 LH의 전관특혜나 낙하산이 이권 카르텔의 한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것이 부실공사를 유발하는 핵심 요인인가는 생각해볼 문제다. 과도한 이윤 추구로 쥐어짜기가 횡행하는 건설 현장, 콘크리트가 굳기도 전에 건축물을 빨리 올리라는 무리한 공사기간(공기) 단축, 작업자의 역량 부족 등이 총제적으로 맞물려 있다.

최근 정부에서 건설 현장의 이권 카르텔을 깨겠다고 하니, LH나 국토부 등 건설 관련 공공기관 은퇴자 모집 공고가 더 많이 뜨고 있다.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선제적 대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건설회사의 과도한 이윤 추구 경영 방식과 문화가 근본 문제라고 생각한다.”

-부실공사 관행은 왜 심각해 졌나.

“과거에도 이른바 ‘철근 빼먹기’는 있었다. 그래도 예전엔 건설사 경영자들이 대개 기술자 출신이어서 어느 정도 안전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원가절감 등 이윤 추구를 앞세운 경영자들이 많다. 이윤을 앞세우니 단가를 낮추기 위해 외주를 주고, 하도급이 몇 단계로 이뤄진다. 재하도급은 불법이다. 또 점검해야 할 직원도 현장에 충분히 배치되지 않는 실정이다.

예컨대 1990년대엔 현장에 공사 금액 10억원당 1명꼴로 직원이 배치됐다면, 지금은 50억원당 1명밖에 직원을 보내지 않는 수준이다. 현장 직원은 서류 점검만도 빠듯해, 현장을 둘러볼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철근 누락이나 공사 품질이 원청에서 아예 컨트롤이 안될 수준에 이르면서 붕괴에 이르렀다고 보여진다.”

-부실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나.

“부실을 확인하는 시스템은 있지만, 제대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현장이 문제다. 예컨대 감리제도가 있지만,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는 이유가 크게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역량 부족이다. LH 등 공직에 있다가 퇴직 후 ‘제2의 인생’으로 감리를 맡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 행정직 출신으로 현장 부실을 걸러낼 역량이 부족하다. 감리 역량이 있어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여건도 문제다.

감리가 부실을 지적하면 시공사는 공사 지체로 인한 막대한 비용 등에 대한 책임 문제를 걸고 압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제대로 감리를 하겠다고 들면, 일자리가 없어지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현장을 감시해야 할 감리의 일자리를 대형 시공사들이 쥐고 흔드는 셈이다. 이런 게 이권 카르텔이다.”

-신축 아파트 누수, 침수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근본적인 부실 원인은 똑같다. 적절한 공사 기간과 비용으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빠른 시간에 최저가로 공사를 밀어붙이니 마감이 불량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창문을 실리콘으로 100% 안전하게 메워야 하는데, 빨리 하려고 하니 한번 쭉 긋고 마는 거다. 누수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공사 현장에선 날씨도 고려하지 않는다.

과거 겨울철에는 공사를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 콘크리트의 물이 얼면서 품질 불량이 생길 수 있다. 겨울철에는 통상 3~4주가 걸려야 콘크리트 강도가 제대로 발현되는데, 1주일 만에 층을 올리기도 한다. 지난해 붕괴사고를 낸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태가 그런 환경에서 터졌다.”

2022년 1월 광주광역시 화정 아이파크 건설 현장 사고는 건설 중이던 아파트가 무너지면서 6명의 작업자가 목숨을 잃은 대참사였다. 조사결과, 17개 층 가운데 15개 층의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 강도의 85%에 못 미쳤다. 또 골조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창호 등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는 등 무리한 작업이 원인이었다.

사고 직후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8개 동을 모두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년 6개월이 넘도록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현대산업개발은 중도에 ‘전면 철거’ 대신 ‘8개 동 지상 주거 부분’만 철거하는 것으로 말을 바꿔 입주예정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건설업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다시 ‘전면 철거’로 입장을 바꿨다. 최 교수는 “부실공사로 인한 사고가 나도 여론이 잠잠해지고 정권이 바뀌면 유야무야될 것으로 여기는 건설사들의 민낯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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