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鏡칼럼 - 尹정부의 ‘카르텔 정치’, 得될까 毒될까
이권 집단 단죄 명분…건설노조·사교육 등 강력 대응…카르텔 대상 내부 향하지 않을 땐 ‘남탓 정치’정국운영 가능성도
…LH, 전관업체 계약 전면해지…‘철근누락’이후 기체결 계약까지
집권 2년 차 윤석열 정권의 상징어로 ‘이권(利權) 카르텔’이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출마 때부터 문재인정부의 이권 카르텔 혁파를 주장했고, 2023년 들어서는 이를 언급하는 대상과 빈도가 부쩍 늘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 사교육계, 건설현장 등의 각종 카르텔을 타파하겠다는 공언(公言)이 이어지면서 이 단어는 이제 국민의 귀에 익숙하게 자리 잡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철근 누락’ 사태를 계기로 전관(前官)특혜 논란에 휩싸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설계·감리 등 용역계약 체결 절차를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이미 체결을 마친 전관 업체와의 용역계약까지 전면 해지하기로 했다. LH는 8월20일 서울지역본부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서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단지를 발표한 7월31일 이후 체결된 전관 업체와의 계약이 모두 11건, 648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LH는 용역 업체와의 통화, 임원 확인서를 통해 7월31일 이후 전관 업체가 참여해 계약을 체결한 사례를 설계 공모 10건(561억원), 감리 용역 1건(87억원)으로 확인했다. LH는 이들 계약을 취소하기로 했다. 전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업체와의 계약은 그대로 유지한다.
LH는 7월31일 이후 입찰 공고와 심사 절차를 진행한 설계·감리 용역 23건은 후속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낙찰자를 선정하지 않은 용역은 설계 11건(318억원), 감리 12건(574억원)으로 892억원 규모이다. 이들 용역은 공고를 취소한다. LH는 계약을 취소한 용역과 향후 발주할 용역에 대해선 LH 계약·심사 관련 내규(內規)를 신속히 개정해 전관 업체 입찰을 배제한 뒤 추진할 방침이다.
설계·감리 용역 업체 선정 시 LH 퇴직자 명단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퇴직자가 없는 업체에는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즉시 시행키로 했다.전관 업체가 설계·감리 용역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전면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선 기획재정부의 특례 승인이 필요하다. 국토부는 LH 퇴직자와 전관 업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관리하기로 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취업 심사 대상은 2급 이상 퇴직자로 LH 직원의 5.4%에 해당한다. 3급부터는 재취업 정보가 관리되지 않고 있다. LH는 최근 5년 내 LH와 설계·감리 계약을 맺은 적 있는 업체를 전수조사해 퇴직자와 전관 업체 DB를 구축하고, 앞으로 진행되는 설계·감리 참여자에 대한 DB를 수시로 갱신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인사혁신처와의 협의를 통해 취업제한 대상 기업 확대 등 LH 취업심사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자본금 10억원 이상, 매출 100억원 이상인 기업에 취업할 때에만 취업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기준을 낮춰 취업심사 대상을 확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런 방안들을 담아 10월 중 건설 분야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관을 고리로 한 이권 카르텔은 공공의 역할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민간 자유경쟁시장을 왜곡시키고 공정한 경제 질서를 정면으로 파괴하는 행위”라며 “LH뿐 아니라 도로, 철도 등 국토부 전체의 전관을 고리로 한 이권 카르텔을 전반적으로 단절시키고, 나아가 공공 분야의 전관 및 심사위원 유착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제도 개혁으로 연결시킬 것”이라고 했다.
국정지지율 상승 ‘득’ vs 툭하면 카르텔몰이 ‘독’
자칫 단순 인기얻기식 변질 우려…일부 국민 불만 해소해준 계기, 친여 성향 지지층 결집해주기도
요즘 ‘카르텔’(cartel, 독일어는 kartell)이란 용어가 유행이다. 이 용어는 ‘파피루스 한 겹’을 의미하던 그리스어인 카르테스에서 유래됐는데, 17세기 말부터 정치적 분쟁을 문서로 해결하는 관행이 유럽에서 온전히 자리 잡으며 쓰이기 시작했다. 이 무렵부터 유럽 국가들은 휴전, 전쟁의 종결, 이에 따른 포로 교환 등의 문제를 문서로 명확히 해결했는데, 이렇듯 ‘전쟁 중인 국가 간의 문서화된 합의’를 뜻하는 말이 ‘카르텔’이었다. 이렇게 정치적 기원을 지닌 ‘카르텔’이란 용어는 20세기가 가까워질 무렵엔 국가 정부 간의 국제적 합의를 지칭하는 말로 의미가 확대됐다.
카르텔이 국제합의를 뜻하는 정치적 의미와 달리 경제적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곳은 19세기 중엽 독일이었다. 이 당시 독일은 프로이센을 비롯해 올덴부르크, 작센, 헤센 등과 같은 수많은 공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산업혁명의 물결과 함께 각 공국은 철도건설을 독자적으로 추진했다. 카르텔은 경제학 용어로 ‘같은 종류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가격이나 생산량 등을 합의해 경쟁을 피하고 이윤을 확보하려는 행위’를 뜻한다. 사회적으로 의미를 넓히면 마약상 등 각종 범죄 카르텔처럼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부당하게 결탁하는 시스템’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특수부 검사 출신 윤 대통령이 부패를 뿌리 뽑겠다며 나선 이권 카르텔의 혁파는 어떤 효과를 가져왔을까. 윤(尹)정부는 임기 동안 이를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까.
●확장하는 ‘이권 카르텔’ 전선
8월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을 공식 석상에서 처음 언급한 건 2021년 6월 대선 출마선언 때였다. 윤 대통령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며 문재인정부를 겨냥했다.집권 뒤 한동안 잠잠했던 이권 카르텔 전선에 복귀한 건 2022년 12월이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사태가 분수령이 됐다. 윤 대통령은 이를 “일자리 세습, 기득권의 일자리 지키기를 위한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판했다.
202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전선을 넓혔다. 윤 대통령은 2023년 2월 연세대 학위수여식에서 청년들에게 “혁신은 기득권 카르텔을 깨고 자유롭고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어 실천할 때 이뤄진다”고 언급했다. 5월 국무회의에서 3대 개혁 추진을 강조하며 “개혁은 언제나 이권 카르텔의 저항에 직면하지만 국민의 이익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6월 국무회의에서는 민간단체 보조금 유용과 관련해 “부정과 부패의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부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신임 차관들의 임명장 수여식에서 “헌법 정신을 무너뜨리는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달라”며 마침내 “우리는 반(反)카르텔 정부”라고 선언했다.최근 수능 ‘킬러 문항’과 관련한 사교육과 교육 당국의 카르텔 우려를 비롯해 ‘순살 아파트’로 논란이 된 건설현장 이권, 과학계 나눠먹기식 R&D(연구·개발), 금융·통신 과점체계가 카르텔이라는 윤 대통령의 경고도 이어졌다.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관련 언급이 반복됐다. 이를 두고 검찰총장 출신 윤 대통령의 집권 2년차 자신감, 총선 국면을 앞둔 지지층 결집 전략 등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르텔 정치’의 효과
정치권에는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언급이 대통령 지지도를 일정 부분 받쳐줬다는 시각이 있다. 대통령이 단호한 태도를 보일수록 친여(親與) 성향 지지층은 더욱 결집하면서 지지율을 확보하는 효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와 시기에 따라 결과는 조금씩 다르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 때마다 국정 지지도와 여당 지지율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 당국은 윤 대통령 지시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설치했고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관련 조사에 나섰다. 국토부는 철근을 누락한 LH 아파트 15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LH에 대한 경찰 수사도 본격화했다. 당정은 정부 R&D 예산 비효율성을 없애기 위한 개선안을 8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최근 차관을 교체한 통일부, 환경부 등도 내부 이권 카르텔 문제와 관련해 조직 혁신에 나서고 있다.카르텔 정치의 효과를 두고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김관옥 교수는 “노조 같은 특정 세력에 불만을 가진 국민이 상당수 있다. 그걸 이권 카르텔이라고 규정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치적 효과에 집중된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카르텔이 변화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미사여구(美辭麗句)처럼 수시로 쓰면 결국 (실질적 효과를 낳기보다는) 남용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반면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그 혜택은 보수층만 얻는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LH 카르텔을 잡는다고 해서 보수층만 환호하는 게 아니지 않으냐”며 “부정부패의 근절은 이념을 초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 수사 중이고 변화는 한참 뒤 일어나기 때문에 (실제 효과는) 수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적폐청산’과 다르게 되려면
윤석열정부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이권 카르텔 혁파가 대중의 분노 대상을 찾아 처벌하는 방식에 그쳐선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진정한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정확히 짚고 정책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삼청교육대는 조폭들을 근절하지 못했다. 오히려 조폭들은 강성해져서 기업화가 됐다”며 “부작용이 과도한 부분을 실효적으로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노력을 해야지, 완전히 근절해버리겠다는 선언에 그치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어떤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수준에서의 (이권 카르텔 언급) 효과는 일시적”이라며 “문제 사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우선 형성한 뒤 총리실 밑에 몇 개 위원회를 구성하고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식으로 해결에 나선다면 국민들도 ‘임기 내에 뭔가 하려고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카르텔 대상이 여권 내부를 향하지 않을 경우 결국 ‘남 탓 정치’로 정국을 운영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적폐청산을 내세웠던 전임 정부가 자기 진영을 감싸는 정치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았듯이, 선택적 카르텔로는 ‘공정과 상식’을 실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평론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견고한 게 사법 카르텔이고, 오히려 더 강해졌다”며 “진보 기득권 카르텔이 없어진 자리에는 결국 보수 기득권 카르텔이 들어서고 강화될 수 있다. 이권 카르텔 해체를 이념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 타파해야 할 필요가 있는 카르텔의 규정을 정치권이 진영 논리로 바라보고 정쟁 수단으로 삼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진짜 이권 카르텔은 어디에 있는가
尹정부의 선택적 '카르텔 몰이', 왜 법조·권력 카르텔은 놔 두나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카르텔은 그 시작에 있어 부정적 의미보다는 오히려 긍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시장에서 동종 업계의 독과점을 목적으로 하는 카르텔이 전세계적으로 등장했다. 이런 카르텔이 완전히 잘못된 길을 들어선 건 1930년대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히틀러의 독일,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스페인의 프랑코와 같은 (유사) 파시스트 권력이 카르텔을 이용해 기업 체제를 조직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까지 카르텔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였던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중에 카르텔을 완전히 거부하는 방향으로 간 것은 이런 파시스트 권력과 카르텔의 결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권위주의 군사정권 아래 독점 재벌이 성장한 한국 역시 카르텔이 지닌 부정적 역사와 그 연관을 끊을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이권만을 추구하는 카르텔의 부정적 측면은 기업이 아니라 전혀 다른 데 있다. 윤 대통령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좀 먹는 카르텔은 ‘민간·시민단체’ ‘노조’ ‘교육당국과 학원’ 등이다. 심지어 최근엔 수해 대책으로 이들에게 돌아가는 보조금을 폐지하고 그 재원을 수해 복구에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수많은 목숨을 빼앗아간 수해 참사에까지 카르텔이 등장한 것이다.
영국의 조세정의네트워크가 찾아낸 바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0년 사이 한국에서 조세회피처로 빠져나간 돈이 대략 7790억달러(약 870조원)에 달한다. 2019년엔 국회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이 한국은행의 자료를 분석해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조세회피처로 송금한 금액이 약 7602억달러(약 85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2019년 기준으로 한국 13개 대기업이 해외 조세회피처에 보유한 역외법인만 66개였다. 누군가는 사실상의 탈세나 다름없는 이런 거대한 돈이야말로 수해 복구의 재원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윤석열 정권은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집권 측의 행태는 결코 공정하거나 상식적이지 않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이 과도한 수사로 보수의 반발과 증오를 샀듯이 윤 정권의 전(前) 정권에 대한 전방위 수사는 문 정권의 적폐청산을 연상케 한다. 문 정권의 데자뷔 그 자체다. 과오나 비리에 대해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단죄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게 바로 공정과 상식이다.
그러나 수사대상이 특정 진영에게만 집중되고 선택적 수사가 계속된다면 사법의 정의는커녕 정치의 피폐화만 불러올 뿐이다. 이는 이미 문 정권 때의 왜곡된 적폐청산 수사에서 경험했다.윤 정권은 왜 5년만의 진보정권 조기퇴진을 초래했던 과정의 전철(前轍)을 밟으려 하나. 문 정권 적폐수사가 의도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방향으로 가면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20년 집권론'은 허망한 신기루에 불과했다. 지금 윤 정권은 또다시 전(前) 정권이 실패한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닌지 성찰해 봐야 한다.
이권 카르텔과의 전쟁’은 적폐청산이라는 단어가 그러했듯이 그 자체로서 정당성과 정의를 내장하고 있다. 목표는 훌륭하다. 그러나 카르텔과의 전쟁을 전방위적으로 치르려면 선택적으로 목표가 결정되어선 안 된다. 한국 사회에 깊숙이 드리워져 있는 각 영역의 카르텔을 혁파하는 것은 특정 정권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구조적 기득권을 깨고 공정과 정의를 세워나가는 지난(至難)한 일이다.
일시적으로 그치거나 전 정권을 의식해 정치적 목적이 개재돼선 안 되는 이유이다.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이익 카르텔을 없애려면 국민이 공감하는 핵심 카르텔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정의하는 카르텔이 도대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실제 윤 대통령은 그 기준을 밝힌 적이 없다. 이런 가운데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진정 반(反)카르텔 정부라면 법조 카르텔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르텔이 특정 집단이 특정 분야를 독과점하는 현상을 이른다면, 윤석열 정부야말로 ‘검찰 카르텔 정부’라 할 수 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2023년 3월까지 파악해 밝힌 현황만 봐도 쉽사리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윤 정부에는 전·현직 검찰 공무원 136명이 들어가 활동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장·차관만 13명이 검찰 출신이다.
거대한 규모의 법조 카르텔, 공직에 관련한 기관에 종사했던 이들과 관료들의 전관예우는 기득권 카르텔이 아닌가. 정부에 종사했던 고위공무원들의 산하기관의 장과 간부직 진출, 이른바 낙하산 인사, 대통령 참모의 정부 진출과 국회의원 공천과 기득권 집단의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는 모든 정권에서 이권을 뛰어넘는 권력 카르텔이지만 이에 대한 지적과 비판은 없다.이러니 저절로 반문하게 된다. 진짜 ‘이권 카르텔’은 어디에 있을까. 잠깐 생각해봐도 법조계에서 통용되는 ‘전관예우’라는 말 그 자체가 카르텔이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또한 제도와 관행을 혁파해 나가는 전략과 철학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카르텔과의 전쟁'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우선 대통령이 특정 세력을 '카르텔'이라고 지칭하면 여당 의원들의 엄호 발언이 나오고, 해당 부처와 사정기관이 동원되는 구조다.최근의 '킬러 문항'과 관련한 사교육 카르텔을 도려내려면 단순한 수사로 될 수 없다. 왜 사교육이 만연하는가에 대한 기본구조에 대한 천착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과도한 사교육에 대한 권력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4세 영아가 들어간다는 영어 유치원(영유)에 들어가기 위해 만 3세부터 또 다른 사교육을 받는다는 기가 막힌 현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영유아나 영유아 입학을 위한 학원 관계자들은 이권 카르텔인가 아닌가.
이러한 부문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정치(精緻)한 제도적 혁파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어느 계층에게나 압도적인 공감과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차기 총선과 대선 승리도 낙관할 수 있을 것이다.
YS, 하나회·친일잔재 척결… MB “아마추어 정권의 적폐”
역대 정부가 내세운 ‘적폐청산’…박근혜 “세월호는 잘못된 관행 결과”…문재인, 국정교과서·4대강 책임 물어
역대 대통령들은 저마다 자신의 등장 전까지 쌓인 악습(惡習)을 없애겠다는 구호를 내세웠다. 문재인정부 때 ‘적폐청산’이라는 단어가 집중적으로 쓰이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적폐는 과거 대통령 다수가 언급한 말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문민(文民)정부 개혁 화두로 내걸었다. 군사정권과 단절을 선언했던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집권 직후 국회 연설에서 “30년 적폐를 씻어내고 국제화, 개방화, 세계화를 향해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후 과거사 청산 운동인 역사바로세우기를 통해 군 사조직 하나회 척결, 청와대 안가 철거 등을 추진했다.
친일잔재를 청산하겠다며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하기도 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9년 “건국 50년간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제2의 건국 한마음 다짐 대회를 개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2008년 “지난 10년 동안 아마추어 정권이 쌓아온 적폐를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적폐를 본격적으로 다시 끄집어낸 건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참사가 과거 잘못된 관행의 누적 결과라며 적폐론을 내세웠다. 그해 4월 국무회의에서 “오랜 세월 사회 곳곳에 누적된 적폐를 개혁하겠다”고 강조했고, 장·차관들과 만나 “국가 적폐를 완전히 뿌리 뽑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정국 돌파용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적폐청산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민이 일으킨 대통령 퇴진 운동의 구호가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중요 국정 신조가 적폐청산이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국정 전반에 걸친 적폐청산 작업을 벌였다.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인 만큼 전 정권 책임을 명확히 묻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정부는 국정과제 계획에 따라 정권 출범 직후 부처별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이때 박근혜·이명박정부의 국정 교과서, 4대강 사업 등이 대상이 되면서 공직사회가 크게 뒤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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