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인프라와 출산에 힘쓴 당정…민생에 초점, 추석 앞둔 민심은?
인천發 KTX, 수도권 GTX-A 조기개통, 부산 가덕신공항 건설 위한 예산 대폭 증액…0세 부모급여 月 70만→100만원…대학생 대출 한도 400만원 확대
정부가 2024년 예산 편성에서 인천발(發) KTX 건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조기 개통과 부산 가덕신공항 건설을 위한 예산 배정 등 교통 인프라 확충과 츨산 지원 등에 힘썼다. 출산 지원으로는 가정의 아이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해 부모급여지원금을 0세 아동의 경우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1세 아동의 경우 35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정부와 여당이 준비하는 2024년도 예산안은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사회적 약자 지원과 미래 세대, 일자리 예산을 충분히 편성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좀 더 속내를 들여다보면, 당정(黨政)이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이 단기간에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사업들에 예산을 집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9월 추석 연휴를 한달 여 앞둔 만큼 민심의 향배를 살피는 게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다. 당정의 민심잡기 행보에 국민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8월23일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24년도 예산안 방향에 뜻을 모았다.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9월1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인천발 KTX·GTX 신규 노선 확대에 박차…양평 고속도로· 예산도 배정
국민의힘과 정부는 8월23일 2024년도 예산안에 인천발(發) KTX 건설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조기 개통 등 지역별 주요 사업을 반영하기로 했다. 우선 수도권에서는 ‘인천발 KTX 건설’과 ‘경기도 GTX-A 노선 조기 개통’이 예산안에 담긴다. 특히 서울은 안전과 직결되는 전동차·에스컬레이터 등 노후시설을 개선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증액하기로 했다.
인천발 KTX 직결사업은 수인선과 경부고속선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사업비만 총4238억 원이 투입된다. 2024년까지 공사가 완료되면 그동안 KTX를 이용하기 위해 서울, 광명 등으로 이동해야 했던 인천, 경기 안산·화성시민의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발 KTX를 이용하면 인천 송도에서 부산까지 약 2시간 20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보다 약 1시간 30분∼2시간가량 줄어든 것이다. 경부선과 수도권 고속철도를 연결하는 수원발 KTX 직결사업 역시 2024년 공사가 완료되면 수원에서 부산까지 기존보다 약 28분이 줄어든 약 2시간 10분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된다.
GTX A·B·C 노선 개통을 앞당기기 위해 예산을 확대해 편성키로 했다. GTX 신규 노선 확대를 위한 예산도 투입한다.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 공방이 있었던 양평 고속도로 사업도 예산이 배정됐다.
기획재정부는 8월29일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서 고속철도·고속도로·신공항 등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26조10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2022년 SOC 예산인 25조원보다 1조1000억원(4.6%) 늘었다.
먼저 정부는 GTX-A 노선 조기 개통을 위해 예산을 추가로 투입한다. 2024년 GTX-A 사업에는 공사비와 건설보조금으로 1805억원을 배정했다. 삼성~수서~동탄 노선은 재정으로, 운정~서울역~삼성 구간은 민자로 추진하고 있다. 2024년 4월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하고, 하반기 운정~서울역 구간 운영이 시작될 계획이다.
GTX-B 노선에는 공사비 등에 3562억원을 쏟는다. 2023년 예산(384억원)보다 827.6%(3178억원) 늘어난 예산이 투입되면서 공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GTX-C노선에도 2023년 예산(1276억원)보다 확대된 1880억원을 재정 지원한다. GTX 신규 노선(D·E·F 노선)을 늘리기 위한 연구용역에는 1억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신규 고속도로와 국도·철도를 확충하기 위한 예산도 편성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예산은 123억원 배정됐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지원 확대를 위한 예산도 409억원 편성해 2023년(304억원)보다 지원을 늘린다. 2025년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를 위한 도심지 항공교통 지원 시설 구축과 실증 노선 운영에 145억원을 투입한다.
당정은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예산을 적극 반영한다. 수도권은 인천발(發) KTX 사업 및 경기 GTX-A 조기 개통, 충청권은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세종 금강횡단 교량 타당성 조사, 충북은 충청 내륙 고속화도로 1∼4공구 조기 완공, 충남은 서산공항 건설을 위한 예산이 반영됐다. 영남권은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구 도시철도엑스코선 신설이다. 호남권은 광주 아시아물역사 테마체험관 조성 및 전남 인공지능(AI) 첨단농산업융복합지구 등에 예산이 반영된다.
정부가 인천발 KTX 건설 사업비를 2024년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하자 인천시는 2025년 개통 목표를 달성하는데 청신호가 켜졌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대구는 도시철도 엑스포선 건설, 경북은 메타버스 디지털 미디어 혁신 허브 구축 예산을 반영하는 데 당정이 합의했다.
강원도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의료 전문인력 양성센터 및 반도체 소모품 실증센터 구축, 제주는 공공 하수처리 시설 현대화를 위한 국비 반영이 결정됐다.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송언석 의원은 “향후에도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국회 심사 과정에서도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가덕신공항 건설, 130억→5300억 41배 증액, 사업 본궤도…새만금공항은 90% 삭감, 2029년 개항 차질
정부가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 예산을 2023년 130억 원에서 2024년에는 5363억 원으로 41배 확대한다. 이에 따라 이 사업은 2023년말 기본계획 확정 및 예산 증액과 맞물려 내년부터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나아가 부산이 11월 말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추진 속도 역시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조감도. /사진=국토교통부
2024년부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결정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8월24일 “올해 말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의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산엑스포 유치 및 교통 인프라 확충과 밀접하게 연관된 이 사업은 앞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가덕도신공항 개항 일자가 2035년 6월에서 2029년 12월로 6년이나 앞당겨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처럼 개항 일정이 빨리 조정된 이유는 ‘2030 부산엑스포’ 전에 신공항을 개항하려는 지역의 요구가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 항공업계의 중론이다
반면 정부예산안에서 새만금국제공항 예산은 부처 반영액에 비해 약 90% 삭감됐다. 2024년 정부예산안에 반영된 새만금국제공항 예산은 66억원으로, 국토교통부가 요구한 580억원 가운데 약 11%가 반영됐다. 새만금국제공항은 설계와 시공을 일괄 입찰하는 ‘턴키’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재부는 2024년 말까지 설계가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잔여 설계비 66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2024년 6월 착공해 2029년 개항하려는 기존 계획이 상당한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정부는 ▲울산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기반 시설 지원에 200억 원 신규 투입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예산 증액(올해 2032억 원 → 내년 2127억 원) ▲남부권 등 광역권 관광개발 사업 예산 확대(608억 원 → 690억 원) ▲조선업 RG(선수금환급보증) 특례 보증 실시(2000억 원 신규투입) 등을 확정했다.
●1세 자녀는 35만→50만원으로 인상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부모급여는 현재 0세와 1세 아동 부모에게 매달 각각 70만원과 35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당정은 내년에 0세 아동은 100만원, 1세 아동은 50만원으로 부모급여를 올리기로 했다. 합계출산율이 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1명이 안되는 저출산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다자녀 가정에는 신생아가 태어나면 바우처 형태로 주는 ‘첫 만남 이용권’을 현행 200만 원에서 인상할 방침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출생 아동당 200만 원을 지원하는 ‘첫 만남 이용권’ 사업을 다자녀 가족에게는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취약계층과 청년을 위한 예산도 확대한다. 기초·차상위가구 자녀 등록금은 전액 지원하고 저소득 가구(소득 1∼3구간)와 중간소득 가구(소득 4∼6구간) 학생 지원도 늘린다. 대학생 저리 생활비 대출 한도는 35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확대한다.
당정은 중증 발달장애인 주간 일대일 케어 도입, 24시간 통합돌봄 전국 확대, 장애인 1인당 활동 보조인 이용 시간 연장 등 장애인 지원 예산도 예산안에 담기로 했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서는 저금리 대환대출을 확대하고 전기요금과 보험료 지원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소아 응급 필수 분야 의료 인프라 확충, 고립·은둔 청년 방문 상담도 예산으로 지원한다. 그밖에 2024년에 군 장병들이 혹한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간부들만 입었던 플리스형 스웨터를 전 장병에게 보급하기로 했다.
정부, 23조 지출 구조조정 단행…허리띠 더 죈다
2024년 예산안 657조 편성…올보다 2.8% ↑… 역대 최소폭
정부가 2024년 예산을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총지출 기준으로 올해보다 2.8%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재정 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증가율이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모든 재정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23조원에 달하는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은 약자 복지와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구축 등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8월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대폭 감소한 세수 여건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재정수지 적자 악화폭을 최소화했다”며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2024년도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2.8% 증가했다. 이는 역대 가장 낮은 증가율일 뿐만 아니라 지난 6월 말 재정전략회의에서 보고된 ‘4%대 중반’보다 2%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다. 윤석열정부가 처음으로 편성한 올해 지출 증가율은 5.1%였다.
내년도 총수입은 올해보다 13조6000억원(2.2%) 줄어든 612조1000억원으로 짜였다. 기금 등 국세외수입을 19조5000억원 늘려 잡았지만, 국세수입이 33조1000억원 감소했다. 재정수지는 악화하게 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58조2000억원에서 92조원으로 33조8000억원 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이 2.6%에서 3.9%로 1.3%포인트 높아지고, 국가채무는 61조8000억원 늘었다.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23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22년(24조원)에 이어 2년 연속 20조원이 넘는 고강도 구조조정이다. 다만 세부적인 구조조정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구조조정으로 마련된 재원은 민생사업에 투입된다. 정부는 2024년도 예산 지출의 핵심 분야로 ▲약자 복지 ▲미래준비 투자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국가 본질기능 수행 등을 꼽았다.
대표적인 예산사업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강화된다. 생계급여 지원대상으로 기준중위소득 30%에서 32%로 확대해 3만9000가구가 추가된다. 지원금액도 4인가구 기준 162만원에서 183만4000원으로 13.2% 올린다.
중증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을 9000명 추가한 12만4000명으로 확대하고, 최중증 장애인 돌봄 가산급여 시간을 월 195시간으로 늘린다.
저출산 대응을 위해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12개월에서 18개월로 확대한다. 또 신생아 출생 가구를 대상으로 연 1000만원 수준의 이자가 절감되는 특별저리 융자를 신설하고, 공공주택 분양·임대에 출산 가구를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사병 월급(병장 기준)을 사회진출지원금을 포함해 월 130만원에서 165만원으로 인상하고, 대중교통 요금할인을 제공하는 K패스를 도입한다. 2024년도 예산안은 9월초 국회에 제출되고,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12월 확정된다.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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