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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3년09월19일 08시14분 ]
  감사원 “文정부, 94회 이상 집값 통계 조작 의혹…수사 의뢰” 
文청와대 정책실장 등 4명 수사 요청…靑수석·국토장관·통계청장 포함…文정부측 인사들 “감사 조작” 반발

2019년 7월 초, 아파트 가격 통계를 내는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김학규 원장이 세종시의 국토교통부 청사로 소환됐다. 김 원장은 박선호 당시 1차관과 주택토지실장을 차례로 만나, 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받았다.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부동산원 주택통계부장도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에게 불려가 “협조하지 않으면 부동산원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는 말을 들었다.
국토부가 요구한 ‘협조’란 아파트 가격 통계 조작이었다.

전년도 9·13 부동산 대책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던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통계가 미리 보고되자, 상승률을 실제보다 낮춰 발표하라고 한 것이다. 국토부는 앞서 청와대로부터 “집값 ‘상승률’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감사원은 청와대가 2017년 6월부터 부동산원의 공표 전 통계를 미리 받으면서, 통계 숫자가 정부에 불리하게 나온 때마다 국토부와 부동산원을 압박했다고 9월15일 밝혔다. 부동산원은 2019년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매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주보다 0.02%씩 상승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조작된 통계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정부는 문 전 대통령 취임 다음 달인 2017년 6월부터 퇴임 6개월 전인 2021년 11월까지 4년 5개월간 집값과 소득, 고용에 관한 정부 공식 통계를 조작했다. 부동산원이 주 1회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는 94차례 이상 조작됐다. 

통계청의 ‘가계 동향 조사’와 ‘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 통계도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청이 통계 산출 방식을 바꾸거나, ‘지금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보도 자료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조작된 통계는 부동산 정책과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를 감추는 데 쓰였다. 집값 상승이 하락으로, 소득 분배 악화가 개선으로 둔갑했다. 문 전 대통령과 당시 정부 고위 관리들은 조작한 통계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       

왼쪽부터 장하성, 김수현, 김상조, 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22명을 통계법 위반과 직권 남용, 업무 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들이 통계 조작을 지시·압박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 기초 자료와 관계 기관 직원들의 진술 및 온라인 메신저 대화 내용 등 2만여 쪽 분량의 증거를 모았다고 밝혔다.

국가 통계는 국가의 현 상태를 보여주고 국민과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을 세우는 기초 자료다.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에도 제공된다. 정권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런 자료를 훼손하거나 조작하는 일은 지금까지는 공산국가나 경제 위기 직전의 그리스 등 ‘실패 국가’에서만 벌어졌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심각한 국기 문란이자 국정 농단”이라고 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출신 고위 인사들이 참여한 정책포럼 ‘사의재’는 “이번 발표의 실체는 전 정부의 통계 조작이 아니라 현 정부의 감사 조작”이라고 반발했다.

靑, 집값 지도 펴놓고…상승땐 “이게 맞나” 압박…실무진이 말하는 당시 靑 대책회의

“(청와대) 회의에 들어가면 자리마다 탁자 위에 서울 25구(區) 지도가 한 장씩 놓여 있었습니다. 구마다 색깔이 파란색(하락)이냐 빨간색(상승)이냐에 따라 그날 회의 분위기가 천당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 통계를 조작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9월15일 나온 가운데 당시 업무에 직접 관여했거나 이를 곁에서 지켜본 실무자들 사이에선 청와대가 자신들이 원하는 부동산 수치가 나오도록 국토부나 한국부동산원 고위급은 물론, 실무자까지 고강도 압박을 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예전 ‘탈원전’ 감사에서 드러난 ‘죽을래 과장’ 사태(장관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부정적이던 담당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고 윽박지른 일) 때와 유사했다는 얘기였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문 정부 청와대는 수시로 부동산 관계 관료들을 불러 논의했는데, 시장이 급등할 때는 주간 단위로 회의를 소집하고 대응 방안을 내놓으라고 다그쳤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부동산 정책에 관여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주간 단위 회의까지 하며 압박한 적은 유례가 없던 일”이라고 했다. 부동산 정책 실무자들로선 “회의 소집 자체가 압박이었다”고 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한 전직 관료는 “아파트 값이 어떻게 움직였느냐에 따라 청와대 사람들 표정이 천양지차였다”며 “집값이 오를 때에는 ‘제대로 조사한 것 맞느냐’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다가도 대책 발표 후 집값이 떨어지면 ‘피자 쏘겠다’면서 기뻐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가격을 잡으면 피자 한 판 쏘겠다”고 발언한 후 피자는 공무원에게 무형의 칭찬과 격려로 통했다. 문 대통령은 정권 내내 “집값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국토부에 피자를 쏜 적은 없다.

 국토부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이번주도 집값 변동률 마이너스로”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이번 주도 (집값) 마이너스(―) 변동률을 하면 안 되겠습니까?”문재인 정부 3년 차였던 2019년 6월. 2018년 9·13부동산대책 이후 떨어졌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오를 기미를 보이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정부 공식 집값 통계를 집계하는 한국부동산원에 이같이 말하며 통계 조작을 압박했다.

이는 부동산원이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발표하기 전 청와대(대통령비서실)와 국토부에 서울 아파트값이 보합이라고 보고한 데 따른 것. 당시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취임 2주년을 앞둔 데다 두 달 전 이미 청와대가 국토부에 ‘집값 상승률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한 상황이어서 하락세가 멈춰선 안 됐다.결국 부동산원은 그주 서울 아파트값이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주간 변동률을 0.00%에서 ―0.01%로 임의로 바꾼 것. 보도자료 역시 “서울이 보합세로 전환,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의 상승세가 커지고 있다”에서 “서울은 32주 연속 하락세 지속, 강남 4구는 대체로 보합세”로 바꿔 배포했다.

 
 ● “경실련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

감사원이 15일 발표한 집값 통계 조작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통계 조작은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가 집값 통계를 미리 받아보고 국토부에 지시하면 국토부는 부동산원을 압박해 최종 통계에 청와대 의도가 반영되게 하는 식이다. 이는 감사원이 당시 청와대와 국토부, 부동산원 관계자들의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 등을 확인한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급등 비판에 “통계가 과장됐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집값 급등기인 2020년 7월 국회에 출석한 김현미 장관은 “(문 정부 출범 후 3년간) 아파트값은 14%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는데, 이 통계가 바로 부동산원 통계였다.

당시 민간 통계인 KB 매매가격 지수 상승률은 25.6%에 이르러 정부 통계와의 괴리가 심하다는 지적이 높았는데, 감사원 조사 결과 그 배경엔 ‘통계 조작’이 있었던 셈이다. 특히 경실련이 정부 통계가 왜곡됐다고 비판하자 김상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토부 간부에게 “경실련 본부장이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질책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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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문재인 정부 시절(2017년 5월∼2022년 4월) KB부동산(59.1%)과 부동산원(25.8%)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격차는 30%포인트 이상 난다. 직전 5년(2012년 5월∼2017년 4월)은 두 기관 통계 격차가 0.4%포인트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부동산대책 발표 前後-총선 앞두고 압박 강도 높여

감사원은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통계 조작 지시가 굵직한 부동산대책 발표 전후(前後)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봤다. 2018년 8월24일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發)’ 발언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주중치)이 0.67%로 높아졌다고 보고받자 청와대는 확정치를 낮추라고 지시했다.

여기에 8월 26일 통개발 보류에 이어 당시 발표도 안 된 8·27대책을 통계에 반영해 달라고까지 요구했다.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제대로 조사하고 있는 거냐”고 질타했고, 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값 확정치를 주중치보다 낮은 0.45%로 낮췄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국토부는 한동안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2019년 6월 말부터 압박 강도를 높였다. 6월엔 “보합으로 가면 절대 안 된다”는 지시가 오갔고, 7월엔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부동산원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는 거친 말을 쏟아냈다.

8월에는 부동산원 원장에게 “부동산원이 국토부에 적극 협조하지 않으며 본업인 주택통계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결국 이 시기 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실제와 달리 소폭 상승을 유지했다.그럼에도 시장 과열이 계속되자 그해 12월 국토부는 15억 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 등 강력한 규제를 담은 12·16대책을 내놓는다.

청와대는 “대책 효과가 언제쯤 나타날 것 같냐”며 국토부를 압박했고, 국토부는 “(높은 호가가 아닌) 실거래가만 반영하라”고 요구했다.2020년 7월에는 7·10대책 발표에도 서울 주중치(7월 10일)와 속보치(7월 13일)가 전주 변동률(0.11%)보다 높아진 0.12%로 나타나자 청와대는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뭐하는 거냐”며 국토부를 질책했다.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윗분들이 대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압박했다. 결국 부동산원은 집값 상승률을 축소했고, 국토부는 “제대로 조사한 게 맞냐”며 상승률을 더 줄였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덮기 위해 관련 국가 통계를 왜곡 조작했다며 2017년 2분기에 가계소득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0.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자 당시 통계청이 추산 방식을 바꿔 가계소득이 1% 증가한 것처럼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핵심 관계자는 “공직사회에 만연한 조작, 거짓과 위선의 시대가 근절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가 승인 통계를 생산하는 기관은 독립성이 생명인데, 신뢰에 큰 타격이 생겼다”며 “통계가 신뢰를 잃으면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만큼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文 “집값 상승세 진정 양상” 발언…왜곡된 부동산 통계 때문이었나 
  2020년 ‘7·10 대책’ 한달 후 靑회의 발언…당시 “시장과 동떨어진 평가” 비판 쇄도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2020년 8월10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 운영, 청약제도 개선, 전월세 자금지원 확대 및 이자 인하 등 조치를 담은 ‘7·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은 공개되자마자 반발을 샀다. 부동산 시장에선 “대책 효과를 평가하기엔 너무 이르다”, “시장과 동떨어진 평가다”, “대통령은 별나라에 사는 거냐” 등 지적이 나왔다. 당시 야당에서도 “대통령 본인이 감이 없다”(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청와대는 신문도 안 보고 여론 청취도 안 하냐”(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컸던 건 유사한 발언이 이전에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전년 12월에 발표한 ‘12·16 부동산 대책’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난번 부동산 정책으로 상당히 안정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2·16 부동산 대책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강화, 초고가 주택 주담대 금지, 규제지역 주택처분 및 전입 기한 단축 등을 담은 것이었다. 

당시 집값을 둘러싼 문 대통령의 ‘별나라 발언’ 배경에 결국 인위적으로 왜곡된 집값 통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9월15일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국토교통부가 통계 작성 기관인 통계청·한국부동산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는 등 불법 행위를 확인했다고 발표하면서다.


2020년 8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중 문 대통령의 ‘집값 상승세 진정’ 발언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자 청와대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 엄호하기도 했다. 이번에 감사원이 수사 요청한 김상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 대통령 발언 다음 날 직접 방송에 나와 부동산원 집값 통계를 인용하며 “강남 4구 주택 가격은 사실상 제로에 근접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청와대 관계자도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부동산원 매매가격지수 통계를 인용하면서 문 대통령 발언을 직접 해명했다.감사원에 따르면 이들이 인용한 부동산원 통계 또한 당시 청와대·국토교통부의 부당한 영향력이 개입된 결과물로 보인다. 실제 한 달 전 7·10 대책을 내놓은 이후 서울 집값 수치가 개선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해 7월14일 청와대 측이 국토부를 질책했고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수치 조정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이날 감사원 발표에 담겼다.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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