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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3년09월25일 11시12분 ]
국토부 “이젠 민간 통계를 더 비중있게 본다”
정부 통계 신뢰도 추락에 곤혹…주택 통계시스템 개편 곧 착수

한국부동산원 통계가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조작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업무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택 정책을 수립하려면 시장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기본인데, 국가 승인 통계의 신뢰도가 무너져버린 게 가장 큰 타격이다.

부동산원 통계는 국토부가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정책을 발표할 때 필수적으로 활용하는 지표다. 대표적인 게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와 같은 규제 지역이다. 국토부는 ‘직전 3개월간 주택가격 변동률’을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 시장 과열 또는 위축 여부를 판단하고 규제 지역을 지정 또는 해제한다.

부동산원 통계의 신뢰도가 떨어진 탓에 국토부는 다른 통계를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정부 공식 통계인 부동산원 통계를 주로 활용했지만 지금은 민간 통계를 좀 더 비중 있게 보고 시장 전문가 의견도 듣고 있다”며 “통계 왜곡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과거와의 시계열 비교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통계 조작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와는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다”며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두고두고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최종 감사 결과를 확인한 후 주택 통계시스템 개편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주간 통계는 내부 자료로만 활용하고 외부 공개는 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원은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것과 같은 통계 조작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내부 개선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부동산원이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책임관 제도를 도입해 누가 관련 통계를 수집하고 작성했는지 근거를 남겨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통계 결재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별도 시스템이 없어 결재 이후에도 수정이 가능했지만 시스템이 구축되면 결재 후 수정이 불가능해진다.

 민간이 실거래가에 더 근접…‘통계조작’ 3대 쟁점 文정부 인사의 주장과 진실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정권 초부터 약 4년 5개월에 걸쳐 100회 가까이 주택 가격 통계 조작을 지시했다는 감사 결과가 9월15일 공개되자 당시 정권 인사들과 더불어민주당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부동산원의 통계가 실거래가와 가장 가깝고’ ‘KB국민은행 통계는 호가(呼價: 팔려고 내놓는 가격) 중심으로 정확성이 떨어지며’ ‘통계를 사전에 받아본 것도 시장 불안 상황임을 감안하면 불법이 아니다’라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조선일보가 부동산원의 실거래가 통계를 직접 분석하고, 관계 법령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이들의 주장을 검증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원의 매매 가격 지수는 실거래가 통계와 오히려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 데이터가 실거래가와 가장 비슷해 더 정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문 정부 인사들의 반박 근거는 사실 왜곡에 가깝다”고 지적하고 있다.

 ①부동산원 통계가 민간보다 정확?

통계 조작 논란의 첫째 쟁점은 공공과 민간 중 어느 통계가 더 정확한가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 및 장관급 인사들의 모임인 ‘사의재’는 실제 거래된 아파트 가격만 집계하는 실거래가 지수, 호가를 반영한 부동산원과 KB의 매매 가격 지수 통계를 비교해 “부동산원 통계는 변동 폭이 작고 실거래가에 근접한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통계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 가장 부합하게 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실거래가와 비교해 보니 사실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재임 기간인 2017년 5월부터 2022년 3월까지 해당 통계들을 보면, 서울 아파트 값은 부동산원 집계로 19.4%, KB 집계로 61.7% 올랐다. 같은 기간 실거래가 지수는 94.5% 상승했다. KB가 부동산원보다 실거래가 통계에 가깝다. 연도별 서울 아파트 값 변동을 따져봐도 결과는 같다. 2018년 실거래가 지수(18%)와 KB(13.1%)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부동산원의 상승률은 6.7%에 그쳐 큰 차이를 보였다. 사의재 주장과 달리 문 정부 기간 KB 통계가 더 정확했던 것이다.

               
 ②KB 통계는 호가만 집계?

둘째 쟁점은 공공과 민간의 통계 조사 방식이다. 사의재와 민주당은 KB 통계가 호가 중심으로 집계돼 실제보다 집값이 부풀려질 수 있으며, 부동산원 통계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견돼 호가 집계를 배제하는 식으로 가격 조정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부동산원과 KB의 조사 인력을 통해 확인한 결과, 두 기관의 표본 수나 구성은 달라도 조사 방식은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KB와 부동산원 모두 실거래가와 호가를 함께 참고해 ‘거래 가능한 가격’을 도출한다. 부동산원 홈페이지에도 여전히 ‘실거래가가 없으면 매물 가격(호가)을 활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부동산원은 본사 소속 조사원 320여 명이 통계를 만드는 반면, KB는 전국 1만1000여 협력 중개업소가 입력한 값을 본사에서 검증해 통계로 만든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표본으로 삼는 아파트에서 실거래가 없으면, 주변 아파트의 매물 가격(호가)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KB 관계자는 “실거래가를 최우선으로 활용하고 거래가 없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호가를 참고하고 있다”며 “왜곡을 막으려고 본사 차원의 모니터링도 한다”고 말했다. 표본 수는 KB가 6만3000가구로 부동산원(3만2000가구)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③사전 유출 VS 정당한 지도·감독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부동산원에서 매주 목요일 공표되는 주간 통계를 집계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로 전주 금요일에 보고받은 것을 통계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적 하자는 없으며, ‘정당한 지도·감독 활동’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통계법에서는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일 전에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경제 위기, 시장 불안 등으로 대응이 시급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사의재는 2020년 초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미증유의 팬데믹이 우리나라를 덮쳐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주던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무려 4년 5개월간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어떤 이유라도 통계변경을 목적으로 미리 받아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박성현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는 “4년 넘는 기간 수십 번 넘게 통계에 개입했는데, 이걸 모두 위급 상황이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정치인이 의도적으로 미리 통계를 들여다보고 손을 대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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