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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4년01월30일 06시50분 ]
水鏡칼럼-‘사법농단 의혹’ 무죄 판결과 사법개혁  
 5년간 나라 흔든 무리한 양승태 수사 재판 개입 직권남용 47개 혐의 “전부 무죄”…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무죄…“부끄럽다” 목소리 높였던 김명수 반성해야…재판 지연 등 심각해진 사법부 정상화 시급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이른바 ‘재판 거래’는 대한민국 법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 2018년 6월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임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할 뜻을 밝히면서 한 말이다. 그는 검찰에 고발이나 수사 의뢰를 할 수는 없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모든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법부라는 부담 탓에 검찰이 선뜻 수사에 나서지 못하던 상황에서 빗장을 활짝 열어 준 순간이었다.  

“사법부의 미래를 장악하기 위해 그 집권한 권력으로, 사법부의 과거를 지배하려고 나선 것이다.” 이른바 ‘사법농단’(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23년 9월15일 법정 최후진술을 통해 격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한 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법개혁을 명분 삼아 검찰을 사법부 장악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시각이다. 법원이 3차례 진상 조사를 벌이고서도 고발 같은 형사 조치를 하지 못했으니 그리 생각할 법도 하다. 게다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으로 진보 성향인 김명수 대법원장 발탁 자체가 엄청난 파격이 아니었던가.

지난 5년간 290차례의 재판을 거친 끝에 양 전 대법원장 등 3명에 대한 1심 판결이 1월26일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5-1부는 양 전 원장에게 검찰이 적용한 47개 혐의 모두 무죄(無罪)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역시 무죄를 받았다.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무죄를 선고받은 박병대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
                          
검찰의 구형량은 양 전 대법원장 징역 7년, 박 전 대법관 징역 5년, 고 전 대법관 징역 4년이었다. 김 전 원장이 언급한 ‘재판 거래’나 재판 개입 혐의를 아예 인정하지 않은 것이니 양 전 원장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원장 구속 사태를 빚은 이번 수사를 두고 “사법부 적폐 청산”이라는 주장과 “정권 코드에 맞춘 무리한 수사”라는 반론이 맞서왔다. 
                       
    ‘사법 농단 의혹’ 양승태 전 대법원장, 47개 혐의 모두 무죄
기소 4년 11개월 만에 1심 선고…“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 없다” 판단…법원 안팎 후폭풍 예상

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47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재판에 넘겨진 지 4년11개월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애초부터 검찰의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과 함께 법원 안팎으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장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 재판에 개입해 직무 권한을 위법 부당하게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비롯해 각종 재판 과정에서 직무 권한을 남용한 혐의도 수긍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앞서 진행된 전·현직 판사 10명의 재판을 통해 예견된 결과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관들이 상고법원을 설치하기 위해 ‘재판 거래’를 했다는 혐의 등을 주장했으나 제대로 입증을 못 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47개 죄목에 달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며 이들 혐의 전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 등 하급자의 직권남용죄가 대다수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나 박·고 전 대법관을 공범으로 볼 만큼 혐의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관의 독립’ 측면에서 관심을 모았던 ‘강제동원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에 개입할 일반적 직무권한’이 없어 직권남용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해당 사건 등과 관련한 문건 작성을 지시한 데 대해서도 “설사 직무상 권한에 해당하더라도, 이를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고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 여부를 인정할 수 없어 혐의 성립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판결 이유를 끝으로 재판부가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하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내내 무표정으로 있던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이 끝나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변호인들과 악수를 주고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선고 직후 “당연한 귀결이다. 명쾌하게 판단해주신 재판부께 경의를 표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선의 한 부장판사는 “부디 이번 판결로 극심하게 분열됐던 법관사회가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제동원 보고서 작성·인사 불이익 등 직권남용 인정 안해
쟁점별 재판부 판단 내용…재판 개입·법관 블랙리스트 등 혐의 290차례 재판

법원이 1월2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지적된 행위 대부분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고, 인정된 일부 혐의 역시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소장만 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날 재판은 혐의가 방대한 만큼 선고에도 4시간 27분이 소요됐다. 시간이 길어지자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10분간 휴정(休廷)을 하기도 했다. 최대 쟁점은 대법원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양 전 대법원장이 직권을 남용해 재판의 독립을 침해했는지 여부였다.

직권남용죄는 우선 해당 직무에 대한 권한이 있어야 하고, 이를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된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연루된 다른 법관들 사건에서도 법원은 피고인에게 권한이 없어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대부분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재판장 이종민)는 사건의 큰 줄기 중 하나인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 등에게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법행정권은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면서 “재판에 관여할 일반적 직무권한이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령 그런 직무권한이 있더라도 양 전 대법원장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한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 파견 판사가 일제(日帝) 강제동원 손해배상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 입장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해당 보고서의 목적은 재판 개입이라기보다 2012년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의 판결 이후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가능성을 검토하는 참고자료로 제공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피고인들의 지시라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검찰이 박근혜 정부와의 ‘상고법원 거래 대상’이었다고 주장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과 관련한 보고서 역시 행정처에서 통상적으로 만드는 자료일 뿐 재판에 개입할 의도가 없다고 판단했다. 청와대에 재판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은 사법행정에 미칠 파장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것이지 사건에 개입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 등에 대해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재량권에 속하는 일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이 해당 판사들의 희망지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인사안(案)을 마련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를 견제하고 이를 통해 법원의 위상을 강화하려고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관련 활동 대부분이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일부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죄로 볼 여지가 있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피고인들이 파견 법관을 이용해 헌재 내부의 사건 정보와 동향을 수집했다는 대목에서다. 하지만 이는 피고인들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유죄로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원행정처가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제청 결정을 한 재판부에 직권취소와 재결정 의견을 전달하는 등 직접적인 재판 개입을 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다만 여기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 등이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이란 어떤 법률에 대해 ‘...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히는 것이다. 즉, 법률 자체의 효력은 없애지 않되 법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때 특정한 해석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위헌적 해석 여지를 없애기 위한 결정이다. 이는 전면적인 위헌이라고 보고 법률의 효력을 없애도록 하는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과는 차이가 있다. 헌재 결정에는 합헌과 위헌결정 이외에 한정합헌, 한정위헌, 일부위헌, 헌법불합치, 입법촉구 등 5가지 변형결정이 있다

그밖에도 통합진보당(통진당) 재판과 관련해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 국제인권법연구회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탄압 관련 혐의 등에 대해서도 공모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지금까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은 14명이다. 임성근,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유해용, 이태종 전 판사 등은 모두 무죄를 확정받았다. 심상철, 방창현 전 판사도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유죄 선고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2명 뿐이며, 대법원에 상고심이 계류 중이다.

‘사법농단의 정점’은 무죄, 책임은 ‘키맨’ 임종헌 향할까 

‘사법 농단’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약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 사건의 ‘키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선고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법원이 최고 책임자에 대한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한 것인데 2월5일 예정된 임 전 차장의 선고공판에서 핵심 실무자의 책임이 인정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는 1월26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공소사실별로 일반적 직무 권한이 있는지, 직권을 행사했는지, 직권행사가 남용인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인지, 피고인들이 공모했는지 여부를 순서대로 따졌다. 마지막 공모 여부에 대한 판단이 모두 입증돼야 양 전 대법원장 등의 혐의가 유죄로 판단되는 식이었지만, 직권남용 등은 인정이 되더라도 마지막 단계인 ‘공모’가 입증되지 않아 이들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았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날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서기호 전 의원 재임용 탈락 관련 사건’에 관한 기일 관련 의견을 담당 재판부에 전달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서 전 국회의원은 2012년 판사 재직 당시 받은 연임 부적격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임 전 차장은 담당 재판부에 ‘신속종결’ 의견을 전달했다. 재판부는 “기일 진행 여부에 관해서는 사법행정권의 개입 여지가 없다”며 “임 전 차장의 직무권한에서 벗어난 행위로 필요성과 상당성도 없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와해 시도를 위해 보고서 작성 등을 지시한 행위와 소속 전문분야 연구회를 탈퇴하게 한 행위 등 역시 임 전 차장의 직무 권한에서 벗어난 행위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의 정책에 반대 의견을 가졌던 이른바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를 관리하고 인사 불이익 조치를 취했다는 혐의, 강제징용 사건 등 청와대의 이익에 관한 개별 재판에 개입하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사건 피의자 중 첫 번째로 기소됐다. 재판 초기 임 전 차장은 변호인단이 총사임하거나 검찰의 증거를 모두 부동의(不同意)하기도 했는데 이같은 행위가 ‘재판 지연’ 전략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이같은 지연 전략의 의도가 사법부 수장의 보수화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와 함께 양 전 대법원장보다 먼저 판단을 받는 것을 피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당초 양 전 원장의 1심 선고는 2023년 12월로 예정돼있어 임 전 차장의 1심 선고와 한달 가량 차이가 날 예정이었지만, 양 전 원장의 선고기일이 한 차례 밀리면서 임 전 차장은 일주일 차이를 두고 결과를 받아보게 됐다. 임 전 차장의 전략이 최종 책임자인 양 전 원장에 대한 판단이 나오고 그보다 낮은 형을 받기 위한 의도였다면 남은 시간이 일주일인 점을 고려했을 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임 전 차장의 재판부가 양 전 원장의 선고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미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법농단 사건의 1심 무죄 판결로 본 사법개혁의 필요성과 해결책 

47개 혐의가 모두 무죄라는 판결 내용은 수사 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공범으로 기재된 권순일 전 대법관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징계 대상에서도 빠졌다. 반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법정구속했던 성창호 부장판사를 재판에 넘겨 보복 기소 논란을 일으켰다. 성 부장판사는 1, 2, 3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농단’ 수사가 지나쳤다고 해도 그것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향상하는 계기가 됐다면 나름의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후임인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 중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사법부 장악 의도를 의심케 할 뿐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될 당시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했던 김 전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을 대거 요직에 발탁했다. ‘사법의 정치화’가 극심해졌다. 코드에 맞는 판사는 관례를 깨고 중요 재판부를 4년간 맡는 일이 벌어졌다. 사법 농단을 맹비난하던 판사들이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고 청와대행도 잇따랐다. 김 전 대법원장이 후배 법관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국회의 판사 탄핵을 운운한 녹음 파일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심 지연을 개선하려 묘안을 짜냈다가 피고인이 됐다. 김 전 대법원장은 재임 6년 동안 상고심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법원장 후보 추천제 같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극심한 재판 지연 사태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는 오히려 후퇴했다. 이제 현 조희대 사법부는 이를 하루빨리 되돌려 놓아야 한다.

 ●사법개혁의 필요성과 해결책 

대한민국 건국 이후 사법제도가 갖춰진 뒤 70년이 지나면서 “법원 가족”이라는 말처럼 카르텔이 고착화돼 있다. 조직의 생리상 스스로 변화하기에는 요원하고,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변화를 유도해야 하지만, 행정부나 입법부처럼 국민이나 외부에서 감시를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 조직이다 보니 일부 특정 그룹이 사법권력의 사유화(私有化)가 노골적으로 심화되었다.

따라서 사법 업무의 전과정을 외부에서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경찰, 검찰 같은 사정기관 및 법원까지 카르텔이 개입할 수 없게 수사부터 최종판결까지 국민이 직접 들여다 볼 수 있게 국민참여재판의 필수화와 판결문 공개가 완벽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강제화할 필요가 있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투명화에 있다. 사법개혁에 앞서서 사정기관(검찰, 경찰)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 왔으나, 사법기관의 민주화를 위한 노력은 충분치 못했다. 사법기관 설립 70년이 지나면서 자신이 가진 권력과 재량을 부(富)와 영향력 행사에 사적으로 사용하는 특정 계층이 생겨났고, 재벌권력과의 결탁을 넘어서 사정기관과의 결탁을 통해 사법시장의 확대와 조정을 교묘하게 도모하고 있으나,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언론과 지식인도 개혁의 대상을 제대로 못 찾고 재벌과 언론개혁에만 집중하고 있다.이제는 법 집행기관인 사법부의 민주화, 투명화로 어두운 구석구석 깊숙히 외부 감시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법권력의 투명화를 위해선 법원에서 생산되는 문서가 외부에 공개돼야 한다. 우선 1차적으로 선진국들처럼 헌법에 따라 판결문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공개해야 한다. 법원은 한 개인 및 법인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나 자신의 행위에 대한 감시가 현 제도 내에서는 충분하지 않다. 최소한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 언론이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작은 일이라도 차후에 누군가가 잘못되고 편협한 판결에 대해 비판받을 수 있도록 판결문을 공개해야 재판부는 판결을 치우치지 않으려고 더욱 심사숙고할 것이다.

판결문의 공개는 단순히 판결에 대한 감시뿐만 아니라, 법학자들의 연구에 기여하고 공동체에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기여하는 행위이고 해롭게 하는 행위인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현재는 시민에게 경각심을 주는 메시지 전달 방식이 대중 매체를 통해서 법원에 입맛 맞는 사건들만 일부 공개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사법권력의 투명화를 위해 판결문 뿐만 아니라 사정기관이 만든 사건기록도 피고인이 원할 시에 익명화후 공개함으로써 수사권자들의 행위를 외부에서 감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누구라도 수사권자 마음대로 수사기록을 조작하려는 의욕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수사기록 공개를 통해 조직에 충성하는 것이 아닌, 인권에 충실한 수사권자로 만들 수 있다.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법부로 거듭나길

이제 사법부는 두 전임 수장이 남긴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비록 직권남용 혐의를 벗었지만, 대법원이 정책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무리수를 둘 경우 얼마나 큰 파문을 초래하는지 일깨웠다. ‘김명수 코트(Court·법원)’는 법원의 위기를 사법부 장악의 기회로 삼으려는 시도가 국민에겐 고통을 안길 뿐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법원은 두 전직 대법원장의 실패를 거울삼아 독립성을 확고히 지키면서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법부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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