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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4년02월13일 07시45분 ]
    뉴욕 맨해튼 22층 빌딩이 ‘텅텅’…커지는 美 상업용 부동산 공포
   사무실 공실률 치솟고 가격 급락…고금리 여파 등으로 수요 줄어… “오피스의 종말 왔다”

“겉으로 보기엔 웅장하고 번쩍번쩍하지만, 속사정은 다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직장인들로 가득 찼던 사무실은 지금은 텅 빈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 금융의 중심 뉴욕 맨해튼의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최근 명품 거리인 5가에 줄지어 선 빌딩들에 관해 이같이 말했다. 걸어 다니며 눈으로 볼 수 있는 건물 1층은 식당, 카페 등이 있어 북적여 보이지만, 정작 그 위에 들어선 사무실은 상당수 공실(空室)이라고 한다. 맨해튼의 유명 빌딩인 ‘플랫 아이언’은 현재 완전히 비어 있다. 원래 사무실로 쓰던 22층짜리 이 건물은 2019년 마지막 임차인이 떠나고 4년 가까이 공실 상태다.

오피스, 상가 등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사상 최고로 치솟고, 고금리 여파 등으로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장기 모기지로 대출받는 가계와 달리 상업용 부동산은 2~3년 만기 대출을 받기 때문에 현재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여기에다 미국에선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트렌드가 이어져 사무실이 채워지지 않고 있다.

이에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대거 부실화할 것이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데이터정보업체 트렙은 2024년 미국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5440억달러(약 720조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금융 서비스 기업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루트닉 최고경영자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앞으로 2년간 수백조원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일어나는 등 매우 추악한(ugly)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NYCB 주가 일주일 새 60% 폭락

최근 공포가 퍼지기 시작한 곳은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다. 지난 1월31일 NYCB는 부동산 대출 부실 우려로 인한 대손 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한 돈)을 쌓기 위해 배당금을 70% 가까이 줄이기로 했다고 했다. 이날 NYCB 주가는 37% 넘게 내렸다. 이후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NYCB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악재가 더해져 주가는 연일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2월6일엔 22% 급락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의회에서 “고금리와 공실률 증가 등으로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이 문제로 몇몇 금융기관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게 영향을 미쳤다. NYCB 주가는 최근 일주일 새 60% 폭락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발 위기는 일본, 유럽으로도 번졌다. 일본의 중견은행 아오조라은행은 1분기 예상 실적을 흑자에서 대폭 적자로 고쳐 잡았고, 스위스 3대 은행 중 하나인 율리우스 베어도 7억달러(약 9300억원)쯤 충당금을 쌓기로 했다. 이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생긴 손실이 원인이다.

 ●파월 ”수년간 상당한 문제 될 것”

전문가들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당장 금융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상당 기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前兆) 현상은 아니다”라면서도 “수년간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형 은행은 위험 관리가 가능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많은 중소형 지역 은행의 일부는 문을 닫거나 다른 은행에 인수될 것”이라고 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 대출을 보유한 은행이 손실을 감당해도 다른 곳으로 대출 능력은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부실한 상업용 부동산이 대거 정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서비스 회사인 JLL의 밥 나칼 전무는 “오피스의 종말(apocalypse)은 현실”이라면서 “결국 철거되거나 개조되는 부동산이 속출할 것”이라고 했다.
 
   美 상업용 부동산 부실 위험 전세계 파장
   유럽·일본 은행들 투자 손실 가시화…국내 금융시장에도 충격 불가피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부실 위험이 전 세계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시장에 투자한 각국 은행이 손실을 보면서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등 연쇄 작용이 일면서다. 국내 금융사도 해외 상업용 부동산 대체 투자에 따른 부실 위험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월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주가는 전날보다 22.2% 급락한 4.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NYCB 주가는 1월31일 실적발표 이후 59% 하락해 이 기간 시가총액 45억 달러(약 5조9760억원)가 증발했다. 2023년 4분기 순손실 폭을 키운 NYCB는 배당금까지 줄이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NYCB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을 뜻하는 ‘정크’ 등급(Ba2)으로 낮췄다.
          
미국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오피스와 임대용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5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 규모가 5600억 달러(약 743조원)에 달하면서 관련 대출 취급 비중이 높은 중소 규모 은행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부동산 대출에 대한 리파이낸싱과 높은 공실률은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해외 은행들도 손실이 가시화하고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2023년 4분기 상업용 부동산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1년 전보다 4.7배 늘려 손실을 키웠다. 스위스 은행 율리우스베어는 오스트리아 부동산 개발 업체인 시그나그룹에 빌려준 대출금을 손실 처리해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52% 감소했다. 일본 아오조라은행 역시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한 충당금을 늘리면서 순손실이 예고되자 주가가 20% 이상 급락했다.


 ●美 상업용부동산 위기 '일파만파'…금감원 "사업장 개별 점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충격이 일파만파 번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내역을 사업장 단위로 점검하기로 했다. 2월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리스트를 사업장 단위별로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은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른 담보인정비율(LTV) 변화나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사유까지 상세하게 분석할 방침이다. EOD가 발생해 선순위 투자자가 매각 결정하면 후순위 투자자는 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다른 금융사의 손실 가능성까지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손실 인식을 미루는 금융회사가 있는지도 점검한다. 국내 부동산과 달리 해외 투자 자산에 대해선 직접 실사가 어렵다. 금융당국은 과거 투자시점의 장부가를 그대로 적용해 충당금 확충을 미루는 금융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공실률이 치솟는 등 위기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는 상업용 부동산에 내준 대출과 관련한 손실 우려로 신용평가사 피치에 이어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강등당했다.

국내 주요 금융사도 해외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한 손실을 인식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2월8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2023년 4분기 해외 부동산 투자 자산과 관련해 약 1300억원 이상을 손실 처리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도 4분기에 3500억원의 투자목적자산 평가 손실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시장에도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국내 금융사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55조8000억원 중 64%인 35조8000억원이 북미 지역에 투자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투자 규모의 25%인 14조1000억원은 2024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일 “주요 선진국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일부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오피스 ‘제로 공실률’시대 곧 종말오나…美상업용 부동산 리스크에 촉각
재택근무·전자상거래 활성화로 사무실 수요 줄어…“국내도 시장침체·PF 위험 확대로 3~4년 뒤 영향 있을 것”

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침체에 빠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이슈에 더해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국내 시장 역시 이같은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전망이 많다. 서울 도심 지역이 ‘제로 공실률’을 기록할 정도로 오피스 시장 상황이 좋지만, 장기적으로 미국발(發) 쇼크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2023년 5월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미국 사무실 공실률은 12.9%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최고 공실률을 넘어선 수준이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공실이 증가하고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가치 하락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의 이번 상업용 부동산 침체는 자칫 금융위기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스위스 국적의 글로벌 금융그룹 UBS AU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향후 5년 동안 약 5만개의 소매점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됐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치가 하락했고, 재택근무와 전자상거래 증가로 사무실과 소매점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부동산업계에서는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위기가 국내 시장에도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금리 상황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을 제외한 금융권의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미국 시장과 같은 맥락에서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GBD=강남구·서초구, CBD=종로구·중구, YBD=영등포구, 마포구

한국은행에 따르면 비은행권 금융사의 부동산 PF 관련 위험노출액은 2022년 9월 말 기준 대출 91조2000억원, 채무보증 24조3000억원 등 총 11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말보다 2.6배나 늘어난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특성상 비은행권 대출 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비은행권 위험노출액 확대는 시장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당장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활황이다. 오히려 임대료가 급등해 수익성이 올라가고,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존스랑라살(JLL) 코리아에 따르면 1분기 서울 도심과 강남, 여의도의 A급 오피스(연면적 3만3000㎡ 이상) 공실률은 1.1%에 불과하다. 공실률이 8분기 연속 떨어진 결과다.

임대료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도심 오피스의 3.3㎡당 임대료는 1년 새 6.75% 올라 10만2905원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강남 오피스 임대료는 3.3㎡당 9만7179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6% 상승했다.

하지만 글로벌 상황 속에서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미국에서 발생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이 서울 강남에 입주해 있었고 구조조정으로 인해 오피스 수요가 급감했던 등 전례도 있다. 마스턴투자운용에 따르면 자연공실률보다 낮았던 1%대 공실률을 기록한 서울 오피스 시장은 2009년 말 4%대로 급등했고, 오피스 거래량도 10.5% 감소한 4조3141억원에 그쳤다. 이번에도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내 대기업들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당시 오피스 준공 물량까지 급증해 공실 불안이 가중되자 오피스 빌딩은 호텔로 전환돼 지어지기도 했다. 종로구 미래에셋 광화문 사옥이 포시즌호텔로 용도 변경했고, 거양빌딩이 신라스테이 광화문으로, 명동삼윤빌딩이 나인트리호텔로, 명동센트럴빌딩이 스카이파크1호텔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계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상황이 좋지 않다면 3~4년 정도 시차는 있겠지만 국내 시장도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과거 리먼사태 때 사례와 유사하게 현재 짓고 있는 오피스도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호텔 등으로 용도변경하는 전환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달라진 일상에서 도심 오피스 빌딩에 대해 새로운 각도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가치 창출이 가능한 자산이 선별될 것이라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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