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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4년02월19일 01시00분 ]
    최장 20년 걸리던 재건축·재개발…정부 “5~6년 줄여 신속 공급”
재건축, 규제서 지원으로 전환…30년만의 안전진단 사실상 폐지…재건축부담금 10%까지 급감

정부가 최근 ‘1·10 공급대책’과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시행령)’ 등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사업속도 단축’을 강조했다. 만성적인 주택 공급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새집을 지을 땅이 얼마 남지 않은 도심에 주택을 신속하면서도,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의도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건축·재개발의 패러다임을 규제에서 지원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집값 급등의 원흉’이라는 인식에 한동안 규제 대상이 됐던 재건축·재개발이 도심 주택공급 확대의 핵심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정부가 2023년 ‘재건축 3대 대못(안전진단·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을 대거 걷어낸 데 이어 2024년에도 규제 완화책을 쏟아내자,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푼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통 사업 시작부터 입주까지 15~20년 걸리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이 얼마나 단축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자료:국토부

재개발·재건축은 안전진단(재건축의 경우)→정비구역지정→(조합설립추진위 구성)→조합설립→사업시행계획인가→관리처분→이주·철거→착공·분양→준공·입주의 과정을 거치는 장기 프로젝트다.

최근 사례를 봐도 2023년 3월 공사를 마치고 입주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개포자이프레지던스)의 경우 조합설립(2013년)에서 입주(2023년)까지 11년, 추진위 구성(2003년)부터 20년이 넘게 걸렸다. 뉴타운으로 개발된 아현2구역(마포더클래시)은 조합설립(2003년)부터 입주(2022년 12월)까지 21년이 소요됐다.

국토부는 ‘1·10대책’에서 재건축은 안전진단 없이 바로 시작하고, 재개발은 노후도 요건을 기존 3분의 2 동의에서 60%(재촉지구는 50%)로 바꿔 개발 예정지에 신축 빌라가 있어도 가능하게 하는 등 사업 착수 요건을 완화해 2~3년가량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하나의 절차를 마친 뒤에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지만,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수립)과 조합 설립 추진을 병행할 수 있게 하는 등 조치도 기간 단축 방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인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에 따라 서울시의 신속통합(신통)기획 등 통합 심의가 더해지면 사업속도가 최대 5~6년 단축될 수 있다고도 했다.

자료:국토부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사업시행계획인가까지 기간이 8년~10년에서 4~5년으로 줄어든다. 정비사업 전문가인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가 예상한 5년 이상의 실질적인 기간단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줄일 수 없는 필수절차가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관리처분 이후 5~6년은 물리적으로 줄일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주·철거에 1~2년의 시간이 걸리고, 공사에는 3~4년이 소요된다. 박 교수는 “정부 대책에 따라 15~20년 걸리던 사업이 10~15년으로 줄어드는 건데 쉽게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합원 간 갈등 등에 따른 사업 지연도 빈번하다. 조합원 분담금(분양가) 규모가 결정되는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 등 단계에선 조합 내분으로 오히려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2013년 조합이 설립된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인허가 지연, 조합 내부 갈등 등으로 아직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 급등에 따라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잇달아 불거져 최악의 경우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규제 '대못' 빼도, 재건축 주춤?…사업성만으로 재건축 보장못해…빠짐없이 조건 갖춰야 성공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가 쓴 소설 『안나 케레니나』(민음사)의 첫 문장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명저 『총균쇠』(김영사)에서 이 문장을 끄집어내며 “결혼 생활이 행복하려면 많은 면에서 성공적이어야 한다… 기본적인 면 중 하나라도 충돌한다면, 결혼 생활의 행복에 필요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그 결혼은 불행한 결말을 맞을 수 있다”고 썼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알짜’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7년 4수 끝에 2010년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13년이 지나도록 사업이 제자리걸음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를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라며 동물 가축화(家畜化) 성공과 실패의 이유를 분석하는 데 적용했다. 가축화한 동물은 비슷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가축화하지 못한 동물은 제각각 이유가 다르다.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부동산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판도가 뒤집어지는 재건축 시장에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

 ●주거환경 나빠도 재건축 가능

재건축을 규제하는 '2대 대못'이 뽑히게 된다. 첫 관문에서 입장 여부를 결정하는 안전진단이 30년 만에 사실상 폐지된다. 정부는 1월10일 지은 지 30년 이상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통과에 앞서 먼저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노후계획도시에선 안전진단을 아예 면제하는 세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안전진단이 면제되지 않더라도) 노후도가 높은 아파트는 안전진단이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기준 개선도 병행하겠다”고 했다. 2023년 완화된 기준이 과거 박근혜 정부 수준으로 더 낮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안전성 비중을 확 줄이고 도시 미관 저해 정도, 주차환경, 소음 등을 다루는 주거환경 비중을 높이는 식이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무분별한 건물 멸실을 억제한다는 취지로 1994년 도입됐지만 민원에 취약한 자치단제장이 결정하다 보니 유명무실했다. 집값 급등기에 들어선 노무현 정부는 재건축을 규제하기 위해 대폭 강화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잇따라 완화됐으나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강화된 뒤 윤석열 정부에서 사실상 없어질 상황이다.

안전진단 문턱이 얼마나 높았는지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가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은마는 2003년 안전진단 강화 직격탄을 맞아 연신 고배를 마시다 이명박 정부가 기준을 완화한 2010년에서야 4수 만에 통과했다.

 ●1억1000만원 부담금이 840만원까지 줄어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야당과 재건축 조합들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도입된 재건축부담금이 무력(無力)해진다. ‘재건축 저승사자’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재건축 발목을 잡는 최대의 걸림돌로 지적됐으나 더는 큰 힘을 쓰지 못하게 됐다.
                  


2023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부담금 완화 법안이 당초 추진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자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가 완화에 나섰다. 재건축 개발이익(초과이익)에서 제외되는 비용인정 범위를 확대했다. 공공기여하는 공공주택 부속토지의 금액 기준을 공시지가에서 감정평가금액으로 바꾼다. 감정평가금액이 대개 공시지가의 2배에 가깝다.

정부가 시뮬레이션한 자료를 보면 이전 제도로 산출된 부담금이 1억1000만원인 경우 지난해 말 통과된 법을 적용하면 55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번 시행령 개정을 반영하면 2800만원까지 줄어든다. 여기다 1주택자로 20년 이상 보유해 70% 장기보유 감면을 받으면 840만원으로 확 내려간다.

10년 보유하면 감면율이 50%로 1400만원이다. 대략 10년 이상 보유하면 이전 부담금의 10% 정도다.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이 정도면 부담금 무서워 재건축 못한다는 말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문턱이 없어지고 부담금 ‘족쇄’가 헐거워졌기 때문에 재건축 시도가 우후죽순처럼 활발해질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안전진단 완화로 2024년부터 2027년까지 4년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는 아파트가 수도권 55만가구, 지방 20만가구 등 75만가구다. 1990년대 초반 입주한 분당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대부분 포함된다.

강남 원조 초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시리즈의 첫 아파트인 트라움하우스 2차(1996년 준공)도 재건축 길이 열린다.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에선 사업 우선권이 주어지는 선도지구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알짜 단지도 10년 넘게 지지부진

그러나 재건축이 만발하긴 어렵다. 추진위 구성에서 준공까지 대개 10년 이상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는 재건축에는 무수한 변수가 작용한다. 사업비 대비 분양수입으로 가늠할 수 있는 사업성만 좋아서도 안 된다. 은마가 안전진단 통과 13년이 지나서야 겨우 2023년 조합설립으로 한 걸음 나아갔을 뿐이다.

2010년 안전진단을 통과했을 때 구청은 4년 뒤면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3년이 지난 지금, 착공은커녕 이전 단계인 사업시행인가도 요원하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2013년 조합을 설립하고도 10년이 지나도록 아직 재건축 계획도 수립하지 못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지적했듯 식용 고기의 맛이 가축화의 결정적인 요건이 아니다. ‘4고(高)’ 단지이면 재건축이 어렵다는 말이 있다. 가구수, 층수, 소유자 연령, 소유자 거주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가 높은 단지를 말한다. 대단지이면 사공이 많은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에 해당하고 층수가 높은 아파트는 대개 큰 평형이어서 굳이 재건축을 통해 집을 더 넓힐 메리트가 떨어진다.

연령이 높고 직접 거주하면 만만찮은 추가분담금을 감수하고 4~5년 공사 기간 다른 집으로 옮기기가 싫다. 물론 1만가구 안팎의 헬리오시티나 둔촌주공 재건축과 한창 공사 중인 강남 일대 중층 아파트 재건축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백준 J&K백준 사장은 “사업성을 좌우하는 입지여건 등 외부 요건과 적극적인 주민 참여 등 내부 요인만 아니라 정부 정책과 주택시장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요인이 있고 예상 밖 변수도 많다”고 말했다.

가축화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면서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으로 시작한 다이아몬드 교수는 성경 한 구절로 마무리했다. “청함을 받은 자는 많되 택함을 입은 자는 적으니라.”(마태복음 22장 14절) 성경 로마서 8장 28절에 나오는 대로 모든 것이 합력해야 '선'(재건축)을 이룬다.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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