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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4년02월21일 12시05분 ]
 100년 내다보는 신도시 건설…통합재건축 통한 랜드마크 필수
1기 신도시 재창조…여러 개 단지 묶어서 개발…장수명 아파트 건설하면 세계적 도시 모델로 변모…기업 몰리는 환경도 조성…관건은 주민간 이견 조율…총괄사업관리자 역할 중요

도시 경쟁력은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액션플랜으로 주요 5개국(G5) 위상,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인구 5000만명 등 '트리플 5'를 위해선 도시 경쟁력 확보가 필수 조건이다.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과 연결된다는 의미에서 메가시티 광역권을 구축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리고, 광역 교통망으로 연결성을 높이는 도시 대개조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소 15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1기 신도시를 정비하려면 각 단지가 각개격파하는 방식으론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가 꺼내든 것이 '통합 재건축'이다. 개별 단지 재건축이 아니라 여러 단지를 묶어 함께 개발하는 것이다.

통합 재건축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삼성물산


정부는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에 따라 통합 재건축을 진행하면 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용적률을 상향해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하지만 앞서 통합 재건축을 추진한 곳들이 주민 간 갈등으로 실패한 사례가 많아 사업 속도가 지연될 것이 우려된다. 통합 재건축의 대표적 성공 사례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다.

이 단지는 신반포3차·23차·경남아파트의 통합 재건축을 통해 지난해 8월 2990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하며 강남권 최상의 입지 단지에서 '전국구'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통합 재건축 과정에서 주민 간 이견으로 실패하는 사례가 더 흔하다.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인근 장미·화랑아파트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다 단독 재건축으로 선회했다. 여의도 목화·삼부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단지 간 대지 지분, 조망권 등 가치 차이가 클수록 통합 재건축 추진력이 약해진다고 지적한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입지나 평형대에서 단지별로 현격히 차이가 나면 통합 재건축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여의도에선 한강 조망권을 두고 주민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번번이 통합 재건축이 좌절되고 있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이 통합 재건축에 성공하려면 기존 소유에 대한 가치 인정이 필수다. 백 대표는 "주민들이 기존 주택 위치와 가치를 서로 존중한다는 원칙에 동의하고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원칙을 대전제로 삼아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통합 재건축 과정에서 주민 간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고 있다. 특별정비구역마다 총괄사업관리자를 지정해 조합 내분을 조정할 계획이다. 총괄사업관리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공공기관, 경기주택도시공사(GH) 같은 지방공사, 건설엔지니어링사 등이 맡을 수 있다.

통합 재건축은 이해관계자가 늘면 사업 지연이 우려되지만 성공하면 우위를 점하는 강점이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통합 재건축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낼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기반 시설을 줄여 사업 비용을 절감하고 성공하면 랜드마크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1기 신도시는 30년마다 신도시를 허물고 다시 짓는 게 아니라 최단 50년, 최장 100년까지 지속가능한 장수명 아파트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103건의 주택 단지가 정부에서 장수명 주택으로 인증을 받았지만 '양호' 등급 이상 판정을 받은 건 단 1%(13건)에 불과했다.

현재 대다수 아파트는 같은 평면의 벽식구조다. 거푸집에서 찍어내듯 쉽게 만드는 형태라 시공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구조가 획일적이라 공간 변경이나 유지·보수가 어렵다. 벽을 타고 흐르는 층간소음도 심하다. 배관이 한 번 터지면 쉽게 고치기 힘든 점도 벽식구조의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벽뿐만 아니라 기둥과 보를 이용해 천장(슬래브)을 다양하게 지지하면 배관을 분산시킬 수 있어 특정 배관 부위 문제가 발생할 때 보수하기가 쉽다.

장수명 단지가 되려면 도시와 건축물의 지속 관리를 위한 '민간 주도형 도시 관리(town management)'가 중요하다. 기존 지방자치단체와 산하 시설관리공단 차원의 도시 유지·관리를 넘어 별도 주체가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내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적극적 도시 관리를 의미한다.

영국 런던 북서쪽의 신도시 밀턴킨스가 대표적이다. 1967년에 뉴타운 조성을 시작해 무려 57년째 '개발 중'인 곳이다. 개발하고 남은 유보지를 끊임없이 확장하며 유명 기업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업 주체는 공공인 밀턴킨스개발공사(MKDC)에서 민간 기구인 밀턴킨스파트너십타운으로 이어졌다.

1기 신도시 총괄사업관리자로 준비 중인 GH 관계자는 "기존 지자체가 해온 소극적 수준의 도시 관리가 아닌 주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신속히 제공하고 도시 노후화를 방지하는 신도시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홈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주택 조성도 필수다. LH 측은 "미래형 주택은 앞으로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 이동수단 등과 연결되기 때문에 건물 내부에 사물인터넷(IoT)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1기 신도시가 주거 외에 다양한 가치를 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GH 관계자는 "1기 신도시 구역을 나눠 역세권엔 청년주택, 도심엔 신혼주택 등 거주민의 다양한 주택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낡은 베드타운’ 꼬리표 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활력없는 베드타운 이미지 벗고 주변 지역과 산업·교통연계 강화…일산은 테크노밸리와 연결하고 분당은 GTX 성남역 환승 중추…英신도시 밀턴 케인스처럼 정비후 지속 관리체계도 필요

2023년 5월 한국부동산분석학회는 경기도의회 요청을 받고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관할 도시들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경기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점유율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1기 신도시 5곳(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이 속한 지방자치단체의 GRDP 점유율은 성남시를 제외하고 모두 10년새 내림세를 기록했다.

이 기간 성남시(분당)만 8.3%에서 9.3%로 점유율이 올랐을 뿐, 고양시(일산) 5.2%→4.3%, 안양시(평촌) 4.5%→3.6%, 군포시(산본) 1.8%→1.5%, 부천시(중동) 4.6%→3.6%였다.

한국부동산분석학회는 “GRDP 점유율이 낮아지는 건 1기 신도시 5곳 외의 GRDP와 기업 종사자 수 증가율이 더 높았기 때문”이라며 “1기 신도시가 속한 지역은 경기도에서 거점 역할을 하지만 그 위상은 점점 하락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는 수도권 집값 안정과 과밀화한 서울 인구를 분산시키는 순기능을 해왔지만 한편으론 ‘베드타운’이란 꼬리표가 늘 붙었다. 단기간 공급된 고밀도 주거단지 성격이 강해 도시 자체의 활력은 살리기 힘들었다. 생산성을 수반한 자족기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탄생한 것이 사실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기 신도시 5곳의 자족 용지 비율은 평균 7.7%에 불과하다. 계획 단계부터 자족 용지 비율을 15% 이상으로 잡은 3기 신도시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도시가 만들어진 지 3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주택·기반 시설 노후화가 심해 끊임없이 안전사고 위험이 제기된다. 최근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는 기둥 하나가 심하게 파손돼 출입이 통제됐다. 지난 2022년 2월에는 1995년 준공된 일산동구 마두동 한 상가건물 지하 주차장 기둥이 파손되고 주변 도로 일부가 가라앉기도 했다.

특히 2023년 4월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 인도 일부가 붕괴해 2명의 사상자를 냈다. 탄천 전체 교량 안전진단 결과 수내교가 최하 ‘E등급’을 받아 폐쇄될 정도로 노후화 피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992년 준공된 백송마을 5단지 주민 A씨는 “가구마다 누수나 결로가 없는 집이 거의 없다”며 “주차장 천장 석면도 비 오는 날이면 물을 잔뜩 머금어 뚜두둑 뚜두둑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1기 신도시들은 서울 도심 연결 교통망이 안정적인 수도권 핵심 거점들이다. 거주 여건만 좋아지면 영향력이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유례없는 대규모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1기 신도시가 향후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도시 모델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1기 신도시를 활력 넘치는 수도권 거점도시로 변모시키려면 재건축 과정에서 자족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주문이다. 이때 주변 지역과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핵심적이다. 예를 들어 군포 산본신도시는 일자리가 풍부한 안양·의왕시와 함께 하나의 큰 산업 클러스터로 묶어 개발하고, 일산신도시도 향후 개발이 예정된 테크노밸리와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식이다.

일본의 경우 도쿄도 외곽 다마 신도시가 재건축사업으로 젊은 연령층을 대거 유인하며 직장·교육·주거 도시로 변모했다. 이곳도 도교 인구과밀과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1970년대에 급히 조성됐고 2000년대 들어 슬럼화가 진행돼 급격히 쇠퇴했다.
 
베드타운에 그쳤던 다마 신도시가 새싹기업(스타트업)을 끌어들이고 도쿄도립대를 이전하며 산학 유치에 힘쓰고 도쿄간 촘촘한 교통망도 갖추자 수도 도쿄의 도시경쟁력까지 올라갔다. 이는 국내 1기 신도시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최창규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1기 신도시 5곳의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해당 도시뿐 아니라 인접 지자체들과 함께 미래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형태로 바꾸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GTX-A 전철
 
주변 지역과의 연계성에서 핵심은 결국 접근성이다. 김중은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정비연구센터장은 “분당의 경우 신설되는 GTX-A 성남역에 미래형 환승센터를 만드는 식으로 대중교통 중심 교통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1기 신도시는 첨단 산업을 활성화하고 고용을 늘릴 뿐 아니라 서울을 잇는 교통 기능까지 강화한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교통과 정보기술(IT) 산업을 한데 묶은 ‘커넥티드 첨단 도시’로 변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 후에도 도시와 건축물의 지속 관리를 위한 ‘민간주도형 도시관리(town management)’가 중요하다. 기존 지자체와 산하 시설관리공단 차원의 도시 유지·관리를 넘어 별도의 주체가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내 요구사항을 신속하게 반영하는 적극적인 도시관리를 의미한다.

영국에선 런던 북서쪽의 신도시 밀턴 케인스가 대표적 성공사례다. 지난 1967년부터 뉴타운 조성을 시작해 현재까지 57년째 ‘개발 중’이다. 개발하고 남은 유보지에 끊임없이 확장하는 계획이 진행형이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다수 유입됐다. 사업 주체가 공공인 밀턴케인스개발공사(MKDC)에서 민간기구인 밀턴케인스파트너십타운으로 이어지고 있다. 별도 기관이 펼치는 타운 매니지먼트의 전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의 총괄 사업관리자가 유력한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타운 매니지먼트 적용을 구상하고 있다. GH 관계자는 “기존 지자체가 해온 소극적인 수준의 도시 관리가 아닌 주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신속히 제공하고 도시 노후화를 방지하는 신도시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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