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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4년03월04일 00시35분 ]
水鏡칼럼- 민주당의 무원칙 공천과 국힘의 무감동 공천
與野 ‘텃밭 사수’…총선 41일前 선거구 획정 처리…특례 5곳 지정 “양당, 유리한 지역 지키려 담합”…민주, 공천 공정성 의심 받으며 ‘私黨化’ 논란…與 공천도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쳐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을 불과 41일 앞둔 2월29일 선거구 획정안을 가까스로 합의해 처리했다. 거대 양당이 총선 1년 전에 선거구를 확정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을 어긴 것은 물론 각자의 텃밭 지역구를 지키려 ‘비례대표 의석 1석’을 졸속으로 줄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쌍특검법(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은 재표결 결과 부결돼 폐기됐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이 주재한 회동에서 비례대표 1석을 줄여 현행대로 ‘전북 지역구 10석’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획정안은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59명 중 찬성 190명, 반대 34명, 기권 35명으로 가결됐다. 분구(分區)·합구(合區) 등 굵직한 변동 외에도 경계와 구역 조정으로 영향을 받는 의원들이 지역 여론을 의식해 다수 기권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앞서 국회에 제출한 대로 서울 노원갑·을·병이 갑·을로 합쳐져 1석이 줄었고, 인천 서구갑·을은 갑·을·병으로 1석이 늘어났다. 또 경기에서 평택갑·을이 갑·을·병으로, 하남은 갑·을로 늘어났다. 반면 부천갑·을·병·정은 갑·을·병으로, 안산상록갑·을과 안산단원갑·을은 안산갑·을·병으로 통합돼 경기에서는 최종적으로 1석이 늘어 60석이 됐다. 전남은 여수갑·을의 경계만 조정해 국회의원 수에 변동이 없다.


여야(與野) 협상의 막판 쟁점이 됐던 부산은 의석수를 그대로 두고 선거구만 조정했다. 민주당은 북구, 강서구, 남구 조정을 요구했으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자당 소속 박재호(남구을) 의원과 전재수(북·강서갑) 의원에게 유리하도록 ‘게리맨더링’을 요구한다며 거부했다. 이에 따라 부산은 북·강서갑, 북·강서을 2곳이 북구갑, 북구을, 강서 등 3곳으로 나뉘고 남구갑·을은 남구로 통합된다.

행정구역과 교통·생활문화권,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고려해 예외적인 시군구 일부 분할을 허용하는 특례 지역은 5곳이다. 이에 서울 면적의 8배에 달하는 ‘강원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선거구 탄생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던 강원도는 춘천시를 나눠 현행 8개 선거구를 유지한다. 경기도는 양주 일부를 동두천·연천 선거구에 붙인다. 서울도 종로, 중·성동갑, 중·성동을 선거구를 지금처럼 유지한다. 전북 군산 일부를 분할해 김제·부안 선거구에 붙이는 특례 지역 지정도 추가됐다.

애초 획정위 안에 따르면 전북은 1석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여야가 정치적 협상을 통해 전북 의석 10석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국회의원 정수(300석)에서 1석이 더 필요하게 됐고, 비례대표 47석을 46석으로 줄여 300석을 맞췄다. 2004년 17대 총선 때 56석이던 비례대표 의석은 20년 새 10석이 줄었다.

충분한 비례대표 의석이 확보돼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소수 정당들은 “거대 양당의 담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원내대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자당이 유리한 지역에서 의석수를 줄일 수 없다면서 책임을 전가하다 고작 47석밖에 안 되는 비례대표 의석을 건드리는 게 과연 정당한가”라며 “민의(民意)보다 밥그릇이 먼저인 양당 체제에 진저리가 난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 텃밭 지키려 ‘비례’ 희생…제3지대는 ‘부글부글’
심상정 “양당 막판 담합 강력 규탄”…전문가 “극단 대결 정치 강해질 것”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 지역구 의석을 늘리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선거구 획정 합의안이 2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거대 양당이 시간에 쫓겨 합의하면서 다양성과 대표성 확대 등 공론 과정에서 나온 시민 요구를 수용하기보다 기득권 사수(死守)를 택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녹색정의당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지역 기반이 약한 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녹색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이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에서 “양당의 비례대표 축소 막판 담합을 강력 규탄한다”며 “국회에 선거구획정위원회 획정안이 온 지 두 달 반이나 됐건만 양당은 유불리를 계산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다 고작 47석밖에 되지 않는 비례대표 의석을 건드렸다”고 꼬집었다. 심 의원은 또 “양당은 17대 때 56석이었던 것을 18대 때 54석으로 줄이고 20대 때 또 47석으로 줄였다”며 “비례 의석을 곶감 빼먹듯 줄여도 되나. 민의보다 밥그릇이 먼저인 양당에 진저리가 난다”고 했다.
 
 



양당은 더 이상 시한을 늦출 수 없어 합의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 김영배 의원은 “엄연히 타협에 의해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는 점에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국민과 유권자, 후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늘이라도 극적 합의를 이뤄 정말 다행이다”라고 했다.

양당의 결론은 그동안 선거제 개편 논의와는 딴판으로 모아졌다. 앞서 국회 정개특위는 2023년 5월 시민참여단 500명을 대상으로 선거제 개편에 대한 숙의 과정을 거치게 한 바 있다. 그 결과 숙의 전 조사에서 27%에 그쳤던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숙의 후 43%포인트 오른 70%로 증가했다. ‘지역구 의석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숙의 전 46%에서 숙의 후 10%로 떨어졌고, ‘현행 유지’ 의견은 16%에서 18%로 올랐다. 이런 시민 의견이 거대 양당의 합의 과정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도 나란히 이날 합의를 비판했다. 개혁신당 주이삭 상근부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유불리만 따지는 이기적인 정치세력이고 민주당은 끔찍한 혼종(混種) 선거제도를 만든 무능한 정치세력”이라고 꼬집었다. 새로운미래 박원석 수석대변인도 “명백한 양당 담합이자 퇴행”이라며 “다양성과 비례성을 보장한 헌법 41조에 규정된 비례대표 제도 취지의 왜곡”이라고 맹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양당의 대결 정치만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형철 한국선거학회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에 의해 대표되지 않는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대표할 수 있도록 만든 보완책인데, 자꾸 줄여나가면 그만큼 양당 독점에 의한 정치가 이뤄진다”며 “양당 독점의 정치는 곧 정치 양극화와 극단적 대결 정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년간 선거제 개편 공론화 등을 거론하며 “막상 이제 선거가 다가오니 비례성과 대표성, 다양성 강화 목표는 오간 데 없고 자신들 이권을 위한 획정 과정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양당은 총선을 41일 앞둔 이날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스스로 만든 공직선거법은 이번에도 지키지 못했다. 선거일 1년 전까지 선거구를 확정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규정은 2015년 신설됐지만 20대·21대·22대 총선에서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시도별 의원 정수와 선거구 획정 기준 등을 법으로 정한 것이 아닌, 여야 협의에만 의존한다면 이같은 파행이 반복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 직전까지 자신의 선거구를 모른 채 선거운동을 진행해야 하는 정치 신인과 선거구 획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현역 의원 간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장에 선출된 직후부터 국회의원 전원위원회, 공론화 시도 등 선거제 개편에 의욕을 보였던 김진표 의장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일(5월29일)까지 선거법을 개정해 매번 선거를 앞두고 반복되는 선거법 파행을 없애자고 호소했다.

김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선거일 6개월 전까지 합의 실패 시 현행 선거법과 선관위 획정위 획정안으로 선거실시’ 및 ‘여야 추천 전문가를 포함, 외부 전문가들에게 선거제 개편을 맡기는 방안’에 공감대를 이뤘다며 “플레이어가 게임의 룰을 만드는 현 제도하에서는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결정이 어려워진다. 우리 국회가 4년마다 파행을 반복해온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되면서 여야의 공천 작업에 속도…쌍특검법 폐기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되면서 여야의 공천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갑·을·병에서 갑·을로 선거구가 줄어들면서 고용진·우원식·김성환 등 민주당 현역 의원 3명이 지역구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노원처럼 각 당의 선거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갑과 을로 분구되는 하남도 예비후보들의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

2023년 12월28일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민주당이 주도해 처리하자 윤 대통령이 1월5일 거부권을 행사한 뒤 55일째 표류하던 쌍특검법도 폐기됐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을 국회가 재의결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날 무기명투표 결과 ‘김건희 특검법’은 재석 281명 가운데 찬성 171명, 반대 109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고 ‘대장동 50억 특검법’은 281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04명으로 부결됐다. 양당 모두에서 당론과 다른 이탈표가 나왔다. 이로써 야권이 강행 처리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와 폐기된 법안은 모두 8개로 늘었다. 4·10 총선 전 마지막 본회의를 끝낸 여야는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민주, 공천 공정성 의심받으며 ‘사당화’ 논란…국힘의 공천도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쳐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내홍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친명계 한 핵심 의원은 “공천은 통합과 혁신이 같이 가야 하고,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너무 변화와 혁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지적했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이 대표가 무리한 공천을 하고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그는 “특히 박용진 의원의 재심 청구를 거칠게 기각한 것은 너무 했다. 정무적인 판단을 통해 구제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정치권 대표적인 ‘책사(策士)’로 불리는 김종인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도 박 의원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서울의 여야 의원 중 가장 경쟁력 있는 정치인”이라고 했다. 실제로 박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여야를 통틀어 서울 득표율 1위(64.45%)를 기록했다. 박 의원은 의정 활동도 두드러진다. 그는 ‘유치원 3법’을 통과시킨 주역이며, 재벌 개혁에도 목소리를 높여 왔다. 박 의원이 이끄는 새로운사회의원경제연구모임은 2023년 ‘국회 의정 대상’을 받았다.

이런데도 박 의원은 의정 활동 평가 하위 10%에 포함됐다. 박 의원은 재심신청을 했으나 하루 만에 곧바로 기각됐다. 박 의원같이 이 대표 체제에 순응하지 않았던 비명 의원, 2023년 9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의심받는 의원들은 줄줄이 공천 불이익을 받고 있다. 반면 지명도 낮은 ‘친명 호위무사’와 6명의 ‘대장동 변호사’ 등은 순항하고 있다. 공관위가 발표해 온 현역 단수 공천자 절대다수도 친명계이다.

친문(친문재인)계의 상징적 인물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제되면서 민주당 공천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출마 선언 전 이 대표에게 모두 13번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냈지만, 이 대표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경쟁자에게 밀리지 않았던 임 전 실장을 공천 탈락시킨 이유가 ‘총선 승리’를 위한 대의(大義) 때문이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과거 어느 공천에서도 이처럼 공정성과 투명성이 의심받으며 당내에서도 ‘사당화(私黨化)’라는 비판이 쏟아진 경우는 드물었다.

이 대표는 왜 이렇게 무리수를 강행하고 있을까. 물갈이를 통해 당권,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따른 ‘방탄 공천’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친문 586 대신 친명을 당의 주류로 키우고, 이를 통해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상황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친명은 공천 국면이 끝나면 다시 ‘정권 심판론’이 작동할 것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오히려 ‘야당 심판론’을 피해 가기 힘들 것이다. 민주당은 올해 초만 해도 총선에서 무난하게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체된 지지율에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수수 논란까지 겹치며 정권 심판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천 파동이 이어지며 민심은 급격히 돌아서고 있다.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공천 잡음은 적어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힘 역시 민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전국 지역구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이 극소수에 그쳐 ‘현역 횡재’, ‘신인 횡사’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인적 쇄신없이 기득권에 안주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면 ‘윤핵관’ 대부분이 공천을 보장받았고, 지역구 현역 교체율도 역대 최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역 의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는다. 물갈이 여론이 이렇게 강한데도 쇄신도 없고, 감동도 없는 공천을 고집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이 와중에 단수공천을 받은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이 “국민의힘이 150~160석도 가능하다”고 말한 건 벌써 반사이익에 취해 교만해져 있다는 뜻이다. 총선까지 민심은 몇 번 더 요동칠 것이다. 선거일까지 이제 한달여 남았다. 선거 앞 한달은 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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