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鏡칼럼-KBS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의 두 명장(名將) 스토리(下)
‘귀주대첩 영웅’ 강감찬을 중심한 거란과의 전쟁과 ‘고려 이순신’ 양규의 이야기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에는 그 당시에 활약한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여기선 그 중에 대표적인 두 명장(名將) 강감찬과 양규를 중심으로 스토리 전개를 해 나간다.
강감찬(姜邯贊)은 948년 12월22일(음력 11월19일)에 삼한벽상공신(三韓壁上功臣) 강궁진의 아들로 금주(지금의 서울 관악구 낙성대 근처)에서 태어났다. 5대조인 강여청(姜餘淸)이 시흥군(始興郡)으로 이주하여 금주(衿州)의 호족이 되었다. 어릴 적 이름은 은천(殷川)이었다.
983년(성종 3)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예부시랑(禮部侍郞), 한림학사를 거쳐 평장사가 되었다. 요나라의 3차 침입을 격퇴(귀주대첩)하였고, 1019년(현종 10년)에 검교태위 문하시랑 동내사 문하평장사 천수현 개국남 식읍삼백호(檢校太尉門下侍郞同內史門下平章事天水縣開國男食邑三百戶)에 봉해졌다.
1020년(현종 11년)에 특진 검교태부 천수현 개국자 식읍오백호(特進檢校太傅天水縣開國子食邑五百戶)가 되었고 1030년(현종 21년)에 문하시중이 되고 1031년(현종 22년)에 특진 검교태사 시중 천수군 개국후(特進檢校太師侍中天水郡開國侯)에 이르렀다. 시호는 인헌(仁憲)이다. 현종의 묘정(廟廷)에 배향되고 문종(文宗) 때 수태사(守太師) 겸 중서령(中書令)에 추증되었다.
양규(楊規)는 출신과 생년이 역사서에 보이지 않으며, 1010년(현종 1)부터 그 행적이 확인된다. 양규는목종(穆宗)을 섬겼고, 여러 차례 승진하여 형부낭중(刑部郎中)에 이르렀다. 형부낭중, 도순검사 등을 역임한 무신으로 삼한후벽상공신(三韓後壁上功臣)에 올랐다.
그가 형부낭중을 역임하였다는 점, 당시 고려에는 무신을 선발하는 무과(武科)가 시행되지 않았다는 점, 고려 전기까지 군 지휘관은 대부분 문신(文臣)이었다는 점에서 본래 양규는 문신이었음이 유추된다. 이는 강감찬, 윤관(尹瓘) 등이 문과(文科)에 급제한 문신이었으면서도 군사 방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양규는 문신 출신 장군이라고 할 수 있다.
●강감찬(姜邯贊, 948~1031)- 고려 문하시중
“단 한번이라도 이 늙고 보잘것없는 신하에게 고려를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기꺼이 목숨을 바쳐 그 일을 해낼 것이다.”
강감찬과 소배압의 귀주대첩이 전개되면서 드라마가 시작된다. 강감찬은 1019년 귀주대첩 당시인 프롤로그에서 상원수로 등장하는데, 소배압의 거란군에 의해 고려군 선봉이 무너지자, 2군의 모든 병사들이 혼란에 빠져서 패퇴할 위기에 놓인다. 이에 부원수 강민첨이 전열을 무너뜨린 도주병들을 베어서 군율을 세워야 패퇴를 막을 수 있다며 진언하지만, 고민하다가 혼자 앞으로 나아가서 검차를 잡고 "고려는 승리한다.
우리는 죽지 않는다"라는 혼잣말을 작게 되뇌인다, 이를 지켜본 군사들의 사기가 올라가기 시작해 도망치려던 다른 군사들도 마음을 고쳐먹고 그를 도와 거란군에게 진격한다. 이 순간 김종현(金宗鉉: 소배압이 이끈 거란군 10만명의 고려 침공 당시 개경 일대를 방어하다가, 귀주에서 강감찬을 도와 거란군을 물리치는 데 공헌했음)이 이끄는 고려의 중갑기병대가 나타나 거란군을 향해 돌격하고, 강감찬을 비롯한 보병들이 검차를 밀면서 돌격하는 장면으로 프롤로그가 마무리된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고려 제7대 왕 목종(穆宗, 재위 997~1009, 강조의 정변으로 인해 폐위된 후 살해됐고, 제2차 고려거란전쟁의 원인이 됐음) 재위 후반에 충주 판관으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강감찬은 거란에 잡혀가 7년간 타국에서 노비가 되었다가 탈출하여 고향으로 돌아왔으나, 그보다 3년 전에 도망쳐서 거란군을 피해 멀리 달아났다는 나머지 가족들을 찾으러 떠돌아 다닌 백성의 사연을 듣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연을 전한 백성도 놀라 말문을 끊으면서 "이리 울어주시는 분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정작 본인은 "미안하네. 늙어서 그렇다네"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이어갔다.
이후 집에 돌아가서 그 백성에게 (사재를 털어) 쌀 한 포대를 주면서 보냈지만, 이 광경을 지켜 본 아내의 "쌀 한 포대면 되겠냐? 아예 세간살이 다 내놓지. 퍼줄 거면 윗사람에게 퍼주지 뭐하냐, 남들 재상 할 나이에 아직도 5품 판관이니 속이 터진다, 내가 이런 사람이랑 결혼하려고 500리나 말타고 왔냐? 부모님이 원망스럽다"는 타박을 견디다 못해 다시 관아로 돌아갔다. 관아에서 김종현과 거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거란의 재침이 반드시 있을 것이고 지금은 단지 명분을 찾고 있을 뿐”이라고 단언한다.
호족을 동원해 정권을 장악하려는 김치양에 의해 지방의 사병들이 무장 태세를 갖추는 것을 김종현과 함께 지켜보고, 변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에 황급히 개경으로 향한다. 이때 홀로 개경으로 향하는 것을 만류하는 김종현에게, 강감찬은 변란을 진압하러 가는 게 아니라 '전쟁을 막으러' 가는 것이며, "거란의 책봉을 받은 현재의 성상(목종)에게 변고가 생기면 거란에게 침공 명분을 주게 되므로 무조건 성상이 살아있어야 한다"면서 떠났다. 하지만 개경에 도착했을 땐 한발 늦어 목종이 승하하고 대량원군(현종)이 즉위한 이후였다.
황보유의에게 그 사이의 경위를 듣고 대책을 고심하다 최항을 찾아가 거란의 침공을 막기 위해 사신을 보낼 것을 건의한다. 이에 최항은 그를 아예 예부시랑으로 조정에 끌어들인다. 조정에 돌아온 뒤 첫 조회에서 강조가 은대와 중추원을 중대성으로 합쳐 조정의 목줄을 틀어쥐려 하자 아무 것도 모르는 현종 앞에서 침묵하던 조정 신료들 사이에서 임금의 측근 역할인 은대와 중추원의 기능을 설명하며 황제의 명을 전함과 동시에 황제를 지키는 곳이니 폐지되면 안 된다며 홀로 나아와 반대한다. 이에 그를 천거한 최항으로부터 “적어도 말을 가려서 하고 거란에 보낼 표문을 작성하라”면서 한 소리 듣는다.
강감찬은 거란에 보내는 사신단 표문에 목종이 병사(病死)했다는 내용을 넣으며 전쟁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강조에게는 중대사가 자행한 일이 전쟁의 단초이며, 자신이 직접 책임지겠다는 강조에게 “전쟁은 혼자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나라 전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이후 현종에게 직접 표문을 올리고 독대하면서, 조정에서 홀로 강조에게 맞선 강감찬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현종에게 “차근차근 시작하면 된다”며 현종의 정치 스승 역할을 자처한다.
강조를 제거하여 전쟁의 명분을 없애보겠다는 현종의 말에 애초에 강조를 제거한다 해도 전쟁의 구실을 찾던 거란이 전쟁을 물리지 않을 것이라고 만류한다. 이후 초조하게 밖에서 기다렸는데, 그사이 현종의 강조 암살 시도는 실패한다. 이어 강감찬은 전쟁 준비 중 각 부서를 돌며 격려하던 현종의 고뇌를 들으면서 “백성을 위하는 마음과 결단이 황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이를 갖추셨으니 아직은 설익은 모습일지라도 장차 성군이 되실 것”이라고 격려한다.
이어 강감찬은 거란군이 시행하는 타초곡(打草穀: 식량이나, 말먹이가 모자라면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타초곡기騎’라는 부대를 동원, 부족한 식량과 말먹이를 점령지역에서 구하도록 했음)이 무엇인지 현종에게 설명한다. 그 후 불안해하는 현종에게 잠이 안 오면 개경의 사찰을 찾아가서 불공드리는 백성들을 위로하라는 권유를 한다. 그 권유에 따라 절을 찾아간 현종은 가족을 사지로 보낸 백성들의 마음이 어떤지 공감하게 된다. 그런데 강감찬이 집에 와 보니 아내가 충주에서 개경으로 와서 식사를 차려놓고 있었다. 그래도 죽을 때는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 상경했다고 했더니, 다만 저녁 먹는 내내 아내에게 바가지를 긁힌다.
유진을 포함한 조정의 재상단이 몰래 가족들을 개경 밖으로 피신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대노(大怒)한 현종이 유진을 질책하고, 이에 유진은 한때 김치양의 변란 당시에 목종을 지켰던 일을 거론하며 가족 걱정 없이 폐하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라고 호소하면서 강감찬을 쳐다보는데, 강감찬 역시 고까운 표정으로 유진을 바라본다.
조회가 파한 뒤 강감찬은 어디 한번 할 말 있으면 해보라는 유진의 푸념에 "조정의 대신들이 가족들을 피신시키는 것은 백성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후방을 교란시키는 중죄"라면서 가차없이 비판을 가하고, 이어 그를 말리며 유진을 변호하는 채충순과 최항에게도 "그분 공이 있는 것 아니까 폐하 앞에서는 말 안 했다. 그리고 당신들도 가족들을 피신시킨 것을 알고 있다"며 날을 세운다. 이에 강감찬을 조정으로 불러 들여온 최항마저도 "공은 참 가까이 하기 힘든 사람"이라고 한숨쉬며 자리를 뜬다.
이후 집에 돌와서는 "왜 당신 출사시켜준 정당문학(政堂文學: 고려와 조선시대 국가 행정을 총괄하던 관직. 고려시대에는 내사문하성內史門下省과 이를 개칭한 중서문하성中書門下省의 종2품 문관 벼슬로 정원은 1명을 두었음. 여기선 최항을 지칭)에게까지 날을 세우냐"며 아내에게 구박을 받는데, 아내는 마냥 강감찬을 구박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뭔가 답답한 게 있어서 이러는 것 아니냐"며 털어놓으라고 호소하지만 강감찬은 대답하지 않고 그냥 자리를 뜬다.
통주전투의 패전 이후 패전의 원인을 두고 유진과 설전을 벌이다가, 지나간 일 말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논하자며 현종이 논쟁을 매듭짓고 대책을 요구하자, 강감찬은 아직 거란이 성을 하나도 함락시키지 못했으니 할 만하다는 취지로 현종에게 고한다. 이후 현종과의 독대에서 승전보(勝戰報)를 알릴 때와 마찬가지로 패전보(敗戰報)도 백성들에게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현종에게 백성들에게 전투 결과를 함구할 것을 권한다.
백성과의 신의를 저버릴 수 없다는 현종에게 강감찬은 황제가 베푸는 최고의 선정은 승전을 통해 백성들의 터전을 지키는 것이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신의를 잃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패전의 고통이라며 현종을 설득하려 하다보니, "폐하가 전쟁에 대해 잘 모르셔서 그런 것"이라며 언성을 높이기에 이른다. 그날 밤, 잠을 자면서 한숨을 푹푹 쉬는 것에 무슨 일 있었는지 알아챈 부인이 "이번엔 누구에게 싸움닭 기질로 밉보였냐?"는 물음에 처음엔 시치미떼다가 “성상 폐하”라고 털어놓자, 이에 충격 받은 부인이 냉수뜨려 문 열고 나가다가 "삼족 멸할 일 있냐? 죽으려면 혼자 죽어라"라며 크게 노여워한다.
곽주와 영주의 함락 이후 최항이 궐로 가던 그를 붙잡고 친조와 항복을 청할 것을 논하자, 격하게 반발하다가 "항복(협상)은 싸울 힘이 있을 때 하는 거다. 싸울 힘이 없을 때 항복을 청하면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는 말에 결국 수긍하여 조정 회의에서 현종에게 직접 표문을 쓰겠다며 거란 황제를 친조할 것을 청한다.
이후 현종과의 독대에서 "다시 말하시오"라고 분노에 찬 추궁을 받는 와중에도 똑같이 친조를 청하라고 했지만, 현종이 용상에서 내려와 목전에 다가왔을 때, 똑같이 친조를 청하라고 하면서도 "그래야만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사옵니다"라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친조가 곧 항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진짜 목적을 설명한다, 친조를 표하여 거란의 진군을 멈춘 다음, 시간을 벌어 동북면의 군사를 끌고 와서 서경에서 반격하자는 전략을 제시하며 현종을 설득한다. 다른 대신들은 반대할 게 뻔하니 조정회의에서는 다른 대신들은 물론, 심지어 현종까지도 속인 것이었다.
강감찬은 퇴청해 집에 돌아와 부인에게는 “다녀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거란 진영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도중에 숙주성(고려 때 평남 숙천군과 평원군 영역에 있었음)이 함락되고 포로로 잡히는 고려 백성들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지만, 이를 참아내고 거란 황제에게 달려 가다가 죽은 강조의 목이 효수돼 있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거란 황제 앞에서 고려 황제가 친조를 청했다고 전했고, 거란 황제는 친조에 응하겠다면서 진격을 멈춘다. 아울러 고려 백성들에 대한 약탈도 멈춰달라고 청하고, 거란 황제는 이 또한 받아들여 타초곡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친조 제의를 믿지 못한 소배압은 강감찬을 며칠 동안 거란 진영에 머무르게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황제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에 따라 강감찬은 발이 묶이고, 함께 온 전령들만 개경으로 돌아가 거란 황제가 친조를 받아들였다는 소식을 조정에 전한다.
강감찬이 거란 진영에 억류된 사이에 포로로 잡혀온 고려의 한 아이가 와서 날이 춥다며 화로를 전해주고, “고려가 거란한테 항복한 게 사실이냐”고 묻는다. 이에 아이에게 사실이라고 답하고, 아이가 나간 뒤에 울분을 토한다. 그리고 소배압으로부터 “서경으로 가서 내일까지 항복을 받아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에 따라 한기를 비롯한 거란 사신 일행과 함께 서경으로 갔는데, 서경부유수(西京副留守) 원종석(元宗奭)이 고려 조정의 거짓 항복 사실을 폭로하는 바람에 분노하면서 항의한다. 그리고 강감찬은 원종석에 의해 감옥에 억류되고, 이후 밧줄에 묶인 채로 거란의 사신들에게 끌려간다.
포승에 묶여 끌려가던 중 강감찬은 현종의 명으로 동북면에서 서경 구원을 위해 달려온 지채문과 그의 군사들이 우연히 거란의 사신 일행을 발견, 그들을 화살로 쏴 죽여 구출된다. 이에 지채문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하고, 서경으로 달려가 성을 지키라고 권유한다. 그리고 강감찬은 거란 진영으로 들어가 소배압에게 서경이 항복했으니 진격할 필요가 없다고 설득한다. 단신으로 돌아와 원종석이 쓴 항복문을 들고 여유롭게 "다녀왔습니다. 서경성이 항복했으니 진격할 필요 없습니다"고 소배압에게 고한다.
왜 혼자 돌아왔냐는 소배압의 물음에 "거란 사신들은 서경에서 황제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고, 이제 고려는 거란 황제의 신하가 되었으니 무엇이 불안하겠냐"면서 다른 사신 일행도, 호위 병력도 없는 이유를 그럴듯하게 받아친다. 이후 직접 야율융서(耶律隆緖, 972~1031, 재위 982~1031, 요나라 제6대 황제 성종聖宗으로 요나라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평가받음)에게 항복문을 올리고, 다시 그를 속이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거란진영 내 막사에서 “살아 돌아오라”는 현종의 당부를 되새기며 전전긍긍하다가, 다음 날 아침, 동북면의 고려군이 서경성으로 진격하면서 거란군이 속았음을 알고 소배압이 즉시 그를 잡으려 막사에 들어갔지만 막사 안은 텅 비었다. 강감찬은 이미 도주 준비를 마치고, 경비병에게 "거란 황제의 명으로 개경으로 간다"고 둘러댔으나 이후 추격대가 그를 잡으러 뒤쫓아오자 즉시 말을 움직여 거란 군영의 쪽문을 뛰어넘고 도주했다. 그리고 한참 거란 병사들의 추격을 받다가 장연우와 황보유의가 이끄는 군사들에 의해 구조되었다.
이후 서경성이 항전 분위기로 정리된 것에 안도하며, 장연우에게 개경으로 복귀하라고 권한 뒤 먼저 개경으로 향했고 현종에게 무사귀환과 함께 서경의 항전 분위기를 전하며 현종에게는 기쁨을, 다른 재상들에게는 당혹감과 배신감을 안겨줬다. 최항과 채충순이 강감찬과 현종의 은밀한 작전을 두고 강감찬에게 강력히 항의하며 "우리도 국익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항복을 주장한 건데, 공이 이렇게 일 저질러놓고 패전하면 후손들이 누굴 원망할지 모르겠다"며 질타하고, 이에 강감찬은 "그렇기에 승리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말로 팽팽하게 대립한다.
서경이 위기에 처하자 조정 대신들은 현종에게 항복을 권하지만, 강감찬은 항복은 불가하며, 거란이 거점도 부족한 상태로 계속 남하하고 있으니 결국 시간을 벌면 유리한 건 고려라는 주장과 함께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항전해서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방법으로 '몽진'을 제안한다.
그러나 개경 백성들에게 “함께 남아 있어 달라, 함께 싸우겠다”며 시도 떄도 없이 이야기했던 현종은 몽진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강감찬은 조정 대신들이 면전에서 반박하는 것에도 괘념치 않고 계속해서 항전을 주장하며 결국 현종에게는 "미쳤다"라는 말을, 최항에게는 "후손들에게 비난받지 않으려고 당대의 백성을 저버리는 공(강감찬)이야말로 역적이고 간신이다. 공을 출사시킨 것이 후회된다"라는 거의 인신공격 수준의 맹비난을 받는다.
결국 강감찬은 현종의 명에 따라 항전 의지를 선포하는 조서를 작성하였고, 절령으로 달려가서 서경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와 개경의 마지막 방어선를 맡은 지채문을 만나 솔직하게 전황(戰況)을 알려달라고 요구하여, 시간을 한나절 밖에 벌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이에 강감찬은 지채문에게 "반드시 살아남아라. 자네는 할 일이 더 있다"라고 말하는데, 이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장연우가 "아니 뭐 그럼 난 죽으란 얘긴가?"라면서 툴툴댄다. 개경으로 돌아가 지채문의 보고를 전하며 몽진할 것을 다시 한번 주청하는데, 이때 현종이 “아직 도성에 있으니 백성들이 떠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거란군이 서경성 공략을 포기한 채 바로 개경으로 진격하고, 최후 방어선인 절령마저 무너지자, 대신들이 일제히 몽진을 주청하지만 현종은 남아 있겠다고 버티고 있었다. 이에 강감찬은 황보유의와 함께 정전으로 뛰어가는데, 내관 양협으로부터 현종이 단도를 들고 정전 문을 잠궜다는 말에 경악해 문을 두드리며 읍소한다.
결국 황보유의가 문을 부수고 강감찬이 들어가니 다행히 현종은 자결하지 않았고, 심적으로 무너져 우는 현종을 안아주면서 "폐하는 잘해왔사옵니다, 저는 폐하가 늘 자랑스러웠사옵니다"라는 고백과 격려로 현종을 다시 일으켜 준다. 그 면전에서 “폐하는 소신이 마지막 섬길 군주”라면서 충심을 고백한다.
강감찬은 이미 황제가 몽진을 떠난 개경에 홀로 버텨 정전에 있다가 거란군을 이끌고 온 소배압이 궁궐에 도착할 즈음, 황제의 옷으로 갈아입고 동쪽으로 도주하다가 발각되었으나 결국 개경 시가 밖으로 끌어낸 뒤 몸을 피하여 따돌리는 데 성공한다. 이후 개경이 함락되어 불타버린 모습에 망연자실한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말하는데 아내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볼 때 강감찬은 아내에게 별다른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 같다. 다행히 목숨은 건져 어디론가 가던 중 유배에서 풀려나 돌아오던 하공진을 만났다. 처음에는 거란군일까 생각해서 고개를 돌리고, 고려인인 걸 본 후에도 하공진을 몰라서 주저하지만, 하공진이 강감찬을 알아보았기에 만나 대화했다.
이후 개경이 함락되었는지라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공진과 동행하면서 개경 인근에서 거란군의 동태를 파악하던 중 그와 함께 서경으로 가던 거란의 사신을 발견하고 그들을 뒤쫓았다, 그런데 "고려의 황제가 승하했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려 양규를 포함한 서북면 고려군의 전열을 와해시키려던 거란의 계획이 성공을 거둘 찰나에 강감찬이 현종의 생존과 몽진 사실을 서경의 백성들과 장수들에게 알렸다
강감찬은 양규와 독대하며 곽주성을 탈환한 것을 치하하고, 거란 사신에게 양규가 일갈했던 "'거란군은 단 한 명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말이 진심이냐?"고 묻고, "그렇다"는 양규의 답을 듣는다. 서경에서 양규 및 무장(武將)들과의 작전회의를 하면서, 거란의 철군을 예상하고 철군하는 거란군을 귀주로 몰아 섬멸시킨다는 양규의 계책을 두고, 거란의 철군을 유도하는 게 먼저라면서, 거란 황제가 친정(親征)을 한 전쟁이니 성과 없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만약 남쪽으로 진격을 강행한다면 남쪽의 국토도 참화를 입을 것이라면서 이쪽에서도 철군을 유도하기 위한 계책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양규와의 독대에서 거란의 도통(소배압)과 접선해서 철군의 명분을 거란에게 쥐어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양규는 “적진 한 가운데에 있는 수장을 만날 길이 없다”며 “위험한 작전”이라며 쉽게 허락하지 않다가, 통주성에서 포로로 잡아두었던 거란 사신과 노전(盧銓, 1634~1690, 무과에 급제한 뒤 여러 관직을 거쳐 함경도병마절도사가 됐음)을 풀어주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양규는 강감찬과 소배압이 접선하게 해줘서 절령에서 소배압과 만난다.
강감찬은 소배압에게 거란의 철군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하며 필요한 명분이 뭐냐고 묻는다. 소배압이 "굳이 그걸 고려가 걱정해주는 이유가 뭐냐? 우릴 철군시킨 뒤 뭘 꾸밀 작정이냐"라고 묻자 강감찬은 대놓고 “돌아가는 거란군을 섬멸하겠다”고 밝히면서,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자멸할 것이고 남쪽으로 가면 더 대책이 없으니 거란의 입장에선 철군이 가장 나은 선택지이고, 고려도 그걸 바라니 철군에 필요한 명분을 한 번 제안해보라고 한다.
소배압이 거란의 철군 명분으로 "항복"을 내세우자 강감찬은 코웃음을 치며 “돌아가겠다”고 한다, 이에 소배압은 "거란 땅에 와서 친조"를 요구한다. 이에 강감찬은 그것은 항복보다 더 심한 굴욕이라며 반발하지만, 소배압은 "말만 그렇게 전하고 실행은 나중에 생각하면 되는 거 아니냐"며 친조의 표문을 다시 올리라고 요구한다.
이에 강감찬은 수긍하며 돌아가는데, 하필 강민첨과 하공진을 먼저 보낸 사이 거란의 선봉 도통 야율분노(耶律盆奴)의 추격을 받아 등에 화살을 맞고 붙들려 개경으로 끌려온다. 야율융서(성종) 앞에 끌려간 강감찬은 분노어린 일갈을 듣고 도끼에 자칫하면 죽을 뻔했지만, 아직 정보를 캐내야 한다며 데려간 야율분노에 의해 채찍질에 피를 철철 흘릴 때까지 쇄골에 갈고리를 박는 모진 고문을 받았다. 그렇게 초주검 상태에서 먼저 포로로 잡힌 아내가 치료를 하긴 했지만, 신음 소리가 난 상태에서 마침 그곳에 들른 소배압이 그의 부인을 별도로 만나자 강감찬은 옥에서 풀려나왔다.
소배압이 강감찬과 그의 처를 빼돌린 곳은 궁궐 인근의 창고였고, 거란군이 개경을 불태우고 철군하는 것을 본 아내가 필사적으로 그를 다시 집으로 데려와서 간병을 한다. 이후 서경에서 텅 빈 개경으로 내려온 강민첨과 조자기(曺子奇: 고려전기 분대어사, 전중시어사殿中侍御史, 도부서 등을 역임한 무신. 거란군이 칩입해 서경을 공격할 때 분대어사分臺御史로서 그 방어에 종사했음. 이때 동북면을 지키던 지채문智蔡文이 서경을 구원하러 왔으나 서경부유수 원종석元宗奭 등이 적에게 항복하려고 성문을 닫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성문을 열어 지채문을 들어오게 하여 서경을 지켰음) 덕분에 어떻게든 치료를 받아 깨어날 수 있었다.
깨어난 직후 부인을 부르면서 여기가 어디냐고 묻자, 부인은 "나와 함께 있으니 어디겠냐, 지옥이지"라고 대꾸하자, “거란군이 어디로 철군했느냐”고 물으니, 아내는 깨어나자마자 나랏일부터 묻는다며 핀잔을 준 뒤 강민첨과 조자기를 불렀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거란군이 귀주 방면으로 철군하고 있으며, 도순검사 양규가 지속적으로 승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강민첨에게 “이를 폐하께 알리고 개경으로 환궁하게 하라”고 지시한다.
강감찬은 개경의 집에서 여전히 누워있지만 피투성이였던 이전보다 그나마 회복되었다, 조자기로부터 현종이 환궁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몸을 일으키고, 부인에게 관복을 달라고 하다가 또 한소리 들었다. 이후 불타버린 개경 황궁을 바라보면서 오열하는 현종 옆에 성치 않은 몸에 더딘 발걸음으로 다가가 무릎꿇고 함께 오열한다.
전쟁 이후 논공행상을 통해 강감찬의 벼슬이 '예부시랑‘(禮部侍郎: 6부의 하나로, 나라의 전장제도나 전례·제사·학교·과거·외국 특사, 사신 및 빈객접대 등을 담당한 기관의 장. 오늘날 교육부, 문체부, 외교부 일부를 통합한 기관)에서 '한림학사 승지‘(翰林學士承旨: 한림원翰林院의 장으로, 정3품)가 되었지만, 이전에 당한 고문 후유증으로 아직 몸이 불편해 조정에 나가지 못하고, 예부낭중이 된 강민첨에게서 모든 이들에게 관용을 베푼다는 현종의 발언을 듣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심하고, 강민첨으로부터 몸이 나았으면 조속히 복귀해서 폐하를 설득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등청하던 중 현종을 호위해야 할 친종장군 지채문이 우간의대부 탁사정을 베려고 하던 것을 말렸고, 이후 전후(戰後)처리 문제와 호족들의 척결 문제로 인해 처음으로 현종과 반대 입장에 서게 된 상황이다. 따라서 처음 현종이 그에게 과거를 주관하는 지공거(知貢擧: 고려시대 과거의 고시관)가 되어달라는 부탁도 거절하자 우습유(右拾遺: 중서문하시중의 관직)로 임명된 최충이 예부와 함께 과거를 주관하게 됐다. 강감찬은 서고에서 어지러진 채 방치된 책들을 정리하다가 마침 들른 예부낭중 강민첨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예부에 거란으로 파견할 사신단을 구성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다시금 재침(再侵)을 준비하는 거란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현종과 신임 형부시랑 김은부와 대화하면서 자신도 이 개혁에는 공감하지만,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다면서 지금은 호족들을 척결하는 식의 지방제도 개혁이 아니라 거란의 재침공 대비에 힘을 기울여야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면서 그 이후에 순차적으로 일을 해결해도 최소 7~8년은 걸린다고 주장했지만, 김은부로부터 "공의 반대로 인해 폐하(현종)가 큰 고통을 겪고 있으니 폐하의 뜻에 따르지 않을 거라면 사직하는 것이 신하의 도리가 아니겠냐"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러나 급진적으로 진행하던 현종의 지방 개혁에 반발해 예부를 비롯해 병부, 호부를 비롯한 모든 부서의 관리들이 대거 사직하는 일이 발생해 거란의 침공에 대비하는 일들이 차질을 빚자 다시금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현종의 부탁에 강감찬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거절한다. 결국 현종에게 “그대도 저 호족(豪族)들과 똑같은 금주(衿州: 현 서울 금천구 일대)의 대호족”이라는 말을 들었고, 한림학사승지에서 파직당한다. 강감찬은 파직 당한 상황에서도 나라의 장래에 대해 걱정했다.
그러던 중 사직했던 중·하급 관리들이 강감찬을 찾아가 현종의 뜻을 꺾어달라고 청했지만 이를 거절했다. 그러다가 과거 죄를 지었던 관리들이 불려간 것을 보고 그대로 형부시랑 김은부와 만나서 대치했고, 이후 서경 판관이 되어 잠시 개경에 올라온 조원과 노전으로부터 정황을 전해듣고 다시 예부낭중 강민첨이 찾아와 김은부가 과거 공주 절도사 시절 호장들의 자식들을 빼낸 일을 알고 김은부와 현종을 찾아가 따졌지만, 오히려 현종에게서 물러가라는 말을 듣고 고뇌에 빠졌다.
한편 김은부와 그의 큰딸과 관련한 행동을 의심한 원정황후가 내사시랑평장사 유진에게 김은부를 제압하기 위해 강감찬을 이용해 상소를 올리기로 했는데, 강감찬이 올린 상소문과 김은부의 비리에 관련된 증거들을 들은 현종이 끝내 강감찬의 집에 달려가 개경을 떠나라고 압박했다.
부인과 함께 낙향하려고 하던 중 강민첨에게 현종이 낙마한 소식을 듣고 급히 궁으로 가려고 했으나 출입이 통제되었고, 뒤이어 "공 때문에 그러지 않소. 낙향하라는 명이 폐하의 마지막 명이시다"는 김은부의 전언을 듣고 결국 고향 금주로 내려가 강감찬 부부는 종가에서 여러 어른들의 눈치를 보았다.
이후 부인과 과거 어머니가 남긴 말에 대해 얘기하다가 나로 인해 황제가 죽게 되었다면서 자책했고, 부인의 위로에도 슬피운다. 다음 날 어머니의 묘소에서 슬퍼하다가 부인이 정당문학 최항이 집에 찾아왔다고 말하자, 그를 만나 정국 상황에 대해 들으면서 최항이 "공(강감찬)이 그렇게 만들었으니 공이 돌려 놓으라"고 말한 걸 듣고 밤새 고민하다가 예부낭중 강민첨을 통해 현종에게 김은부를 살릴 방법이 들어있는 서한을 보냈고, 이에 현종이 김은부의 큰딸을 황후로 맞이하게 된다.
강감찬이 쓴 서한으로 위기를 넘긴 김은부는 이 일을 강민첨과 현종을 통해 알게 되면서 금주 인근 사찰에서 만나 지방개혁에 대해 의논했다. 이때 강감찬은 아직 때가 아니기 때문에 호족들의 군정권과 조세권을 당장 뺴앗는 대신 안무사(按撫使)를 파견해 그들을 감독하게 하는 선에서 타협하자고 제안하고, 돌아온 김은부는 현종의 의지에 따라 이를 받아들인다.
다만 이 일로 인해 "물러난 사람이 조정 일에 끼어드는 거냐?"면서 부인이 다시 한번 충고하던 중 문중 큰 어른한테서 "폐하의 의지를 꺾어야 한다"는 말에 의심을 가졌고, 안무사를 쫓아낸 지방의 호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안무사의 목을 베면서 우리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태조 대왕이 고려를 일으킨 게 누구 덕분이냐?"는 한 호족 대표 부인의 말에 반발, 강감찬은 거란의 2차 침공 때 거란군이 창화현까지 남하했던 사실을 거론하면서 "그들이 조금만 더 내려왔다면 이 자리의 그 누구도 없었다. 국가가 있어야 가문도 있다, 도적은 가문의 힘으로 막을 수 있지만, 외적은 온 나라의 힘으로 막아야 하니 반역을 그만두라"고 성토한다.
이에 분노한 문중 어른에게 끌려가 "넌 폐하의 신하가 아니라 강씨 가문의 일원이다. 방금 발언을 사죄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고 최후통첩을 받지만, "나는 폐하의 신하이며, 반역을 획책하는 것이아말로 삼한벽상공신 가문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일갈하며 의지를 꺾지 않아 목이 베일 위기에 처했다가 친종장군 지채문과 함께 금주로 황급히 달려온 현종을 보고 놀란다.
현종에 의해 목숨을 건진 강감찬은 개경으로 돌아와 다시 한림학사 승지에 복귀했다. 부인과 개경의 집을 청소하다가 개경에서, 금주에서 겨우 목숨을 건진 강감찬에 부인이 혼자 살겠다면서 ’이혼‘을 통보했지만, "가까이 있으나 멀리 있으나 걱정하는 건 똑같다. 어차피 당신에겐 나밖에 없다"는 말로 붙잡는다.
이후 형부시랑 김은부와 서고를 정리하던 중 예부낭중 강민첨으로부터 거란의 사신이 왔다는 소식에 사신을 맞이하면서 현종의 친조를 요구하는 사신과 신경전을 벌였고, 강감찬이 거란에 들어갈 사신을 자청하지만, 현종은 "경은 가면 죽는 목숨"이라면서 극구 말리면서 표문을 쓰는 역할을 맡겼다.
거란에서 사신이 와서 '친조' 대신 강동 6주, 정확히는 흥화진을 내놓으라고 여러 번 협박을 하자 이들의 의도를 알아보려고 우습유(右拾遺: 중서문하성에 속한 종육품 낭사 벼슬. 예종 11년(1116)에 우정언右正言으로 고쳤음) 최충을 시켜 국경을 알아보는 등 거란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이후 형부시랑 김은부와 화기애애하게 서고를 정리하던 중 예부낭중 강민첨으로부터 거란의 사신이 왔다는 소식에 사신을 맞이하면서 강감찬은 막무가내로 현종의 친조를 요구하는 사신과 "지금은 인사를 나누는 자리이니 자세한 일은 관료들과 논의하라", "고려의 관료들은 간교하니 믿지 말며, 특히 황제를 기만한 그대와는 더더욱 상종하지 말라 하셨다"는 등 신경전을 벌인다.
사신을 숙소로 보낸 후, 긴급회의 자리에서 강감찬은 “저들은 애초에 우리가 친조할 의사가 없음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빌미삼아 재침할 명분을 확실하게 만들러 온 것”이라며 서두를 뗀다. 이어서 지난 침공 이후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 이번 침공군은 적겠으나 고려도 마찬가지이니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이에 사신을 보내 친조 날짜를 잡든지, 병 핑계를 대든지 해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유진의 의견에 찬성하여 두 달 안에 친조를 이행하겠다는 표문을 전할 사신단 파견이 결정된다.
계획대로 진행되어 고려에서는 계속해서 사신을 보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친조를 미뤘고, 돌아온 사신이 '거란은 이제 전쟁 준비에 돌입했고, 거란주(야율융서)도 더 이상 사신을 보내지 말라고 했다는 보고를 하자 강감찬은 “실제로 친조 행렬을 갖추어 천천히 서경으로 향해 여진족 측에서 이것을 거란 측에 전하게 하자”고 제안한다. 이에 최사위도 “거란은 특성상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시기가 한정된 국가이니 시간을 끌어 적기를 놓치게 하면 될 것”이라 찬성한다.
그러나 최항이 “만약 그러면 거란에 먼저 파견된 사신은 거의 확정적으로 죽게 될텐데 누가 가려하겠냐”며 반대하자 강감찬이 가겠다며 사실상 마지막이 될 거란으로 갈 사신을 자청하게 되지만, 현종은 "경은 국경을 넘는 순간 죽은 목숨"이라고 극구 반대하면서 표문을 쓰는 역할을 맡겼다.
거란에서 사신이 와서 선전포고를 하더니, '친조' 대신 '강동 6주', 정확히는 '흥화진'을 내놓는 방법도 있다고 말을 바꾸자 회의에서 강감찬이 "전쟁을 할 거라면 하겠다고 선전포고하고 가면 될 것이지. 갑자기 왜 저들이 먼저 말을 바꿔 협상을 제안하는가?"라고 의문을 표하며 거란 내부에 이변(異變)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에 현종에게 청하여 우습유 최충을 시켜 국경을 정탐하는 등 거란의 동태를 파악케 한다.
한편, 사신에게 베푸는 주회에서 사신이 다시 한번 강동 6주의 할양을 요구하자 "그렇다면 지금 거란이 거느리는 영토도 연원을 모두 따져서 우리에게 내놓으라고 해도 되겠냐?"고 일갈한다. 그 사이 압록강변 양국 국경에 도달한 최충이 거란의 선봉대로 추정되는 병사들을 조우했고, 거란의 3천 선봉대가 국경 근방에 주둔했다는 보고를 받고 고심한다. 현종과 재상단이 흥화진의 할양을 두고 논의하고 있을 때, 최사위와 함께 흥화진의 할양에 강력하게 반대했는데, 이 와중에 김훈과 최질이 박진의 충동질을 받고 회의장에 난입하자 "조정의 신하는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라고 꾸짖는다.
이후 현종에게 흥화진을 할양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전했고, 마침내 현종이 대소신료가 모인 자리에서 흥화진의 할양을 요구하는 거란 사신에게 "흥화진을 가지고 싶으면 고려를 굴복시켜야 할 것"이라고 일갈하자 벅찬 듯이 미소를 짓는다. 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다소 불안한 현종을 위로하고 조정 회의 도중 거란 사신을 돌려보낸다.
강감찬은 지난 전쟁을 복기(復棋)하다가 잠시 들른 현종에게 “결국 거란과의 전쟁을 끝내려면 흥화진이나 귀주 벌판에서 대회전(大會戰)을 벌여야 한다”면서 검차로 적의 정면을 막고, 후방을 기병으로 치자는 전술 구상을 밝힌다. 이렇게 현종과 대화를 나누던 와중에 전전승지(殿前承旨: 고려시대 왕명의 전달과 궁중의 열쇠 등을 맡아보던 관청인 액정국掖庭局의 정9품 직사원職事員) 양협이 거란으로 사신으로 갔던 형부시랑 김은부가 탈출하다가 잡히기 직전 보낸 서찰을 보고 강감찬이 거란 사신을 잡기 위해 자청해서 흥화진으로 떠났다. 말을 몇 번 갈아타면서 흥화진까지 도착했는데, 이미 눈치채고 압록강을 건너려던 거란 사신들은 서북면행영병마사 유방과 흥화진사 정성에 의해 붙잡힌 뒤였다.
이후 내원성에 머물던 난릉군왕(蘭陵郡王: 거란 제국 내에서 난릉 지방을 다스리던 군왕) 소배압과 두 차례 담판을 벌인다. 첫 담판에서 강감찬은 "거란 사신을 돌려받고 싶거든 고려의 사신 또한 돌려보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거란이 내부 반란 때문에 전쟁을 할 수 없으니, 사신을 억류한 걸 넘어서 고려가 거란을 선제공격하고 거기에 송(宋)까지 가세하면 3면 전쟁이 될 것이다"며 큰 소리 친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유방은 "블러핑 할 거면 제대로 하자"면서 아예 부교까지 놓는 척하며 한술 더 뜬다.
그날 밤, 강감찬은 흥화진에서 유방과 밤하늘을 쳐다보다가 서희에 대해 회상했고, 유방이 지난 전란 당시 강감찬의 공을 격려했지만, "협상만으론 전쟁을 끝낼 수 없다. 결국 전투에서 이겨야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면서 겸손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거란의 전령이 오며 두 번째 담판이 벌어졌는데, 이번엔 강감찬이 거란 국경으로 건너가 소배압과 만났다.
"거란 사신을 돌려준다면 고려 사신 또한 돌려보내겠다. 단, 내원성(來遠城: 압록강, 지금의 평북 양주養州 부근에 있던 거란의 관문)에 몇 달간 두었다가 그 후에나 보내줄 수 있다"고 통첩을 하자, 강감찬은 "내원성이 아니라 여진족들의 영역에 두어 고려가 직접 보살핀 후, 내원성을 통해 돌려받겠다"고 받아친다. 소배압은 "자신더러 또 폐하를 속이라고 하는 거냐?"면서 짜증을 내지만, 강감찬은 솔직히 인정하면서 "거란을 위해서 다시 한번 적과 내통하라"고 받아친다.
이렇게 소배압과의 담판을 마무리 지은 뒤, 개경으로 돌아와 현종에게 이 사실을 고하자, 현종은 강감찬에게 군사 경험을 쌓고 여진족의 영역으로 억류한 형부시랑 김은부를 살피는 목적하에 동북면행영병마사(東北面行營兵馬使)로 임명했다. 이에 강민첨과 김종현을 부장으로 삼고 동북면으로 떠났다. 떠나기 전 "너무 잘 먹어서 '장군감이다'라고 놀렸더니 진짜 장군이 되었다"는 부인과 작별하면서 "칼은 쓸 줄 아시오? 활은 쏠 줄 아시오?"라는 말을 들으며 떠났다, 평생 전쟁과는 거리가 멀게 살았던 강감찬의 행영병마사(行營兵馬使: 고려시대 변방에 외침이나 변란이 발생했을 때 파견되었던 기구이자 관직) 임명으로 김훈과 최질을 비롯한 개경에 있던 장수들의 분노를 사게 됐다.
강감찬은 동북면으로 행군하면서 강민첨으로부터 그에 대한 무장(武將)들의 반대가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후 화주의 동북면 군영에서 그곳의 방어사 이자림(李子琳, ?~1034, 청주 이씨의 호족출신으로, 이가도李可道로 개명했다가 후에 공을 세워 국성을 하사받아 왕가도王可道가 됐음)과 여진군을 상대하던 중랑장 도용수 등 지역 내 무장들을 접견하지만, 도용수로부터 "붓이나 만지던 사람이 장군으로 왔다던데 공이시오?"라는 멸시와 텃세를 받는다. 그리고 항복한 여진인을 길잡이로 하여 강민첨, 김종현과 함께 우여곡절 끝에 여진 부락으로 들어가 그곳에 머물던 형부시랑 김은부와 해후한다.
이후 군영을 순찰하면서 열약한 환경을 직접 살펴보고 전해 들으면서 이자림을 꾸짖다가 그와 함께 도용수를 찾아갔는데, 도용수는 강감찬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거구의 병사와 대련을 붙여 일부러 모욕을 주려 했고, 신병에 의해 나가 떨어지던 강감찬은 도용수를 꾸짖으면서 도전해 결국 그를 굴복시켰다.
여진의 한 부족이 급습해 약탈하고 백성들을 몰살한 다음 달아나자, 무장들을 불러모아 그들을 기습할 작전을 세우고 감행한다. 퇴로를 차단하면서 도용수, 강민첨, 김종현이 여진족 병사들과 싸우는 것을 이자림과 지켜보다가 뒤에서 기습을 받아 부족한 무력 탓에 강감찬이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이자림 덕분에 살아남아 결국 승전한다. 그리고 여진 부락에 잠시 머물던 형부시랑 김은부가 돌아오자 강감찬도 강민첨, 김종현과 함께 개경에 돌아와 복구된 만월대 정전을 현종과 다른 신료들과 함께 걷는다.
강감찬의 관직이 중추사(中樞使: 중추원 소속의 종2품 관직. 출납·숙위·군기 등의 일을 관장했음)로 영전된 가운데 궐내 한 공간에서 전황(戰況) 지도를 보면서 예부낭중 강민첨과 거란의 상황에 대해 의논했고, 거란의 기병과 비슷한 찰갑기병 1만을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조회 도중 경군(京軍)의 영업전을 회수해 관리들의 녹봉으로 충당하자는 중추사 장연우의 상소에 상장군 김훈과 최질이 대립했고, 전사한 장수들의 유족들에 대한 대책에 대해 "그동안 흉년으로 고생했지만 올해는 풍년이라 세를 조금 더 걷을 수 있으니 그것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상장군 김훈과 최질이 이끄는 무장들의 반란이 발생해 친종장군 지채문이 반란군에 제압당하고 응양군과 용호군이 가담한 듯 보이자 강감찬은 현종에게 직접 동북면과 서북면으로 달려가 군사들을 모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강감찬은 어사중승 노전과 감찰어사 김종현과 함께 현종의 명을 받은 문서를 들고 궁궐을 나선다. 하지만 나서자마자 큰길에서 개경 황궁으로 달려가는 반란군을 보고 놀라면서 샛길을 이용해 이들과 마주치지 않고 개경을 빠져 나갔다.
노전과 김종현은 서북면으로 갔고, 강감찬은 동북면으로 가면서 마침 여진과 전투를 치른 뒤였던 화주방어사 이자림과 동북면 중랑장 도용수와 함께 군사를 모은 후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개경으로 현종을 구하기 위해 진격한다. 화주방어사 이자림과 중랑장 도용수를 비롯한 동북면의 군사들을 이끌고 진군하던 중 장작주부(將作注簿: 장작감將作監의 종7품 벼슬) 박진의 압박을 못이겨 “회군하라”는 원정황후의 교서를 받았으나 강감찬은 교서를 찢으면서 "흔들리지 말고 폐하를 구하라"면서 그대로 밤 세워 개경으로 진군한다. 하지만, 그 사이 박진의 계략으로 인해 반란군이 궁궐 정전까지 점령했고, 현종을 굴복시키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그러나 강감찬이 굳게 닫힌 황성의 문을 열면서 "폐하의 곁에 있겠다"면서 개경에 남았다.
그러던 중 재상들과 예부낭중 강민첨이 모인 자리에서 강감찬이 "황후 전하께서 (서북면의 군사들을) 돌려보내셨다"는 말을 함으로써 재상들은 물론 마침 그 자리에 들른 현종도 이 말을듣게 돼 난처해졌다. 이에 “제발 잠자코 있으라”는 부인의 말에도 격분하다가 강감찬의 집을 찾아온 지채문에게 부인과 함께 반란군에 의해 궁궐에서 끌려나간 김씨 부인을 찾게 했다.
강감찬은 조정에서 김훈과 최질에게 해당 사항에 대해 물어보다가 최질에게 “아직도 문관들 세상인 줄 아느냐”는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다. 그리고 최질의 건의로 이 반란의 배후이자 장작주부 박진을 개경부윤으로 임명하고 어사대를 없애는 등 급진적인 개편에 제동을 걸다가 현종의 윤허에 당황해한다. 이후 문하시랑평장사(門下侍郞平章事: 중서문하성中書門下省의 정2품으로, 내사시랑평장사內史侍郞平章事와 같은 관직) 최사위와 검교태사 수문하시중(檢校太師守門下侍中: 관직 서열 1위) 유진과 반란의 배후인 박진에 대해 알아보다가 강감찬이 퇴궐하던 박진을 불러 세워 그의 어깨에 난 상처를 보고 따라온 내관들에게 "폐하를 시해하려 한 대역죄인이니 추포하라"고 명하면서 이에 분노한 박진을 노려본다.
박진을 추포해 정전에서 모든 대신들이 보는 가운데 현종 앞으로 끌어내면서 집안 어른을 모셔와 그에 대한 증언을 하도록 했다. 물론 당시 실권자인 상장군 최질이 금오대로 데려가겠다고 하자 "황제를 시해한 역적이니 황제께서 결정해야 한다"고 간언하긴 했지만, 최질 일파와 박진이 일방적으로 금오대로 갔으며, 그들 마음대로 처결해 흐지부지되었다.
강감찬이 어디론가 이동하던 중 황궁으로 들어가는 거란의 사신 일행을 보고 정전에서 그들을 접하면서 또다시 친조 요구를 받았는데, 이후 사신을 수행해 온 서경판관 조원에게 국경의 상황을 접하고 동원령을 준비한다. 그 사이 현종을 만나 김씨 부인의 생존 사실을 전하다가 최질을 비롯한 반란군 수뇌부를 두려워하는 현종을 바라본다.
며칠 후 강감찬은 유진과 함께 현종의 부름을 받고 입궐하면서 사직한 관리들을 채우라면서 화주 방어사 임기를 마치고 돌아온 이자림을 언급했다. 그리고 최질이 현종의 친조를 요구하자 다른 재상들과 함께 반발하다가 내동댕이를 당하다가 “친조를 하러 가겠다”는 현종을 바라보면서 당황했고, 만류하다가 다시 무관들에게 내동댕이 당하고는 통곡했다.
반란군에 의해 궁궐에 감금되다시피한 강감찬과 신료들은 궁궐을 나가려고 해도 개경을 장악하고 있던 반란군에 의해 막혔고, 정전에서 모든 대소 신료들이 주저앉을 때 용상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궁궐 내에서 현종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으나, 다행히 역적들을 처단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한다. 그 후 다른 대신들과 함께 서경으로 가서 현종과 재회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조를 이행하라는 거란의 사신이 현종의 명으로 개경까지 억류되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 후에는 서경에 남기로 한 현종이 서경 군사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때는 1018년으로 넘어가 영주에서 서북면 행영도통사로 근무하던 중 거란군이 침공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강민첨, 김종현을 포함한 부하들과 '대회전'을 하자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개경으로 가서 현종에게 동원령을 선포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대회전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거 '삼수채 전투'의 패전 경험 때문에 다른 재상들의 반발을 샀지만, "여태까지 개혁을 해온 건 이때를 위해서였다"는 최사위와 황보유의, "과거에는 거란의 기병을 상대할 수 없었으나, 지금의 고려 중갑기병이라면 거란의 정예기병과도 맞설 수 있다"는 유방, "기회를 주자"는 지채문의 찬성의견이 나오면서, 그 자리에서 현종에게 ’상원수‘로 임명되고 전쟁과 관련된 전권을 위임받는다.
그후 집에서 갑옷을 입혀주는 아내를 뒤로 하고 궁궐로 와서, 현종에게 부월을 하사받으며 "이 부월이 자신이 내리는 마지막 부월이 되게 해달라"는 명을 받고 출정한다. 마지막에는 우보궐 최충의 전언으로 원정황후의 승하(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후 군사들을 훈련시키고, 군사들에게 “전투 중에는 여러 큰 소리들이 섞여 명령을 들을 수 없으니, 믿을 수 있는 건 옆 사람의 말 뿐이다”라며 결속력을 당부한다.
영주에서 북상해 흥화진 동쪽에 진을 친다. 소배압은 통주에서 고려군을 만날 것이라 예상했고 그럼 우피실 제1군이 싸우는 사이 우회하여 개경으로 진격하는 작전을 짰지만 강감찬이 더 전방에 군사를 배치해 소배압의 첫 전략을 깨트린다. 그 후, 거란이 압록강을 넘었다는 정보를 듣고 적의 야습에 대비해 검차진을 짜고 그 뒤를 중갑기병이 받치는 전술을 준비하는 한편, 삼수채에서의 패배를 전훈(戰訓) 삼아 강민첨에게는 병력 일부를 떼어주고 거란 별동대의 기습을 대비하도록 한다.
강감찬이 회의를 끝내고 밤중에 진중을 순시하던 중 검차를 정비하던 병사들을 만났다. 이들은 출신지는 달랐지만 모두 거란과의 전투를 경험한 베테랑들로,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막상 싸워보니 할 만 했다”는 전투에 대한 소감을 들은 뒤 경험이 없는 병사들을 잘 이끌어달라는 말을 한다. 그 후, 이번에는 거란을 전멸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병사들의 물음에 제련 중인 칼을 쇠망치로 두드리며 거란을 전멸시킬 것이라 말한다.
그때, 거란군이 공격한다는 보고를 받고 전장으로 향했다. 예상이 적중하여 강민첨이 기습을 막아냈고 중갑기병이 거란군을 섬멸하는 것을 멀리서 지켜본다. 거란군을 이긴 다음에도 방심하지 말라고 말하고 현종에게도 조서를 보내면서 똑같이 말했다.
그 후, 강민첨과 대화에서 첫 전투 이후 거란이 움직임이 없는 게 이상하다는 말을 듣자마자 거란군이 사라졌다는 척후병의 보고를 받고 거란이 귀주로 우회하여 개경 직도(直道)를 통해 현종을 노리고 있음을 알고 분노한다. 곧바로 거란군을 추격하며 남하한다. 조원을 마탄으로 보내고 강민첨에게 기병으로 공격을 명한다. 그리고 김종현에게 중갑기병을 모두 데리고 개경으로 가라고 명한다.
한편, 그러면서도 현종에게 파발을 보내 “거란군이 개경을 향하고 있으며 이걸 예상하지 못한걸 사죄하고 일단 피신해 있으면 자신이 추격하여 섬멸하겠다”라고 알린다. 이에 현종으로부터 ’나는 백성들과 함께 개경에 남을 것이며 개경의 나성과 백성들과 싸우며 강감찬이 올 때까지 버틸 것'이란 답장을 받고, 더욱 급하게 개경으로 남하한다.
한참동안 내려갔지만, 20만이 넘는 군사들(검차들 포함)까지 가지고 내려가느라 행렬이 지체된 상황이었으나, 다행히 개경을 사수한 현종이 참지정사 유방, 우상시 지채문 등에게 기병 100기를 내주면서 거란의 선행 척후대 300명을 무찌르고, 뒤이어 소배압을 기만하는 수법이 성공해 거란군이 퇴각한다는 소식을 접하자 원수 겸 대장군 강민첨과 병부시랑 조원 등 휘하 장수들을 모아놓고, '용주 방면'의 길들을 봉쇄하고 고려군 모두를 귀주로 집결하도록 하면서 한편으로는 소배압에게 아래와 같은 서신을 보내 귀주 벌판에서 최후의 전투를 치르게 한다.
‘이제 끝냅시다. 전쟁은 누구에게나 지옥이오. 죽음의 공포와 마주 서는 것은 거란의 군사들에게나 고려의 군사들에게나 똑같이 고통스러운 일이오. 우리가 여기서 승부를 보지 않는다면, 이 지옥이 끝없이 이어질거요. 공과 나, 우리 두 늙은이가 이 전쟁을 마무리 합시다. 거란이 승리할지 고려가 승리할지는 하늘이 정하실거요. 고려군의 상원수 강감찬이 거란군의 도통 소배압 공에게 전하오.’
서신을 보낸 후, 군막 안에서 "중갑기병이 없어서 싸울 수 없다"는 강민첨의 발언에 "난 (병마판관 김종현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말을 하진 않았지만, 폐하께서는 아마 기병을 이쪽으로 보냈을 것이세"라면서 현종을 믿는다. 그리고 전투 당일, 바람이 거란군에서 고려군 쪽으로 부는 데다가 거란의 타초곡기들이 먼지를 일으켜 시야마저 답답한 상황에서 강민첨이 아쉬워하자 갑옷에 붙어있던 무당벌레를 보내면서 적들이 중갑기병을 먼저 진격시킬 것으로 보고 일단 제1 검차진을 진격시키라고 하지만, 거란은 궁수와 경갑기병으로 먼저 공격하면서 검차 앞의 방패병들을 무력화시키고, 검차 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대항책을 세워둔 상태였다. 이에 제2검차진 출격을 준비시킨다.
이어 선봉에서 원수 겸 대장군 강민첨과 사기를 다잡은 병사들과 돌격하면서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거란군의 진격을 막던 중 개경에서 귀주로 올라온 김종현의 중갑기병과 바뀐 바람 등으로 인해 마침내 기적적인 승리를 이끌다가 마침 비가 내리면서 고려군 모두가 환호와 안도를 하는 가운데 강감찬은 전장 밖에서 피 묻은 호각과 밟힌 민들레를 집으며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군막으로 돌아와 쉬던 중 전황을 보고한 강민첨에게 산악지대로 도망친 적장 소배압을 살려두라고 했으며, 군막 안에 있던 부월을 바라보면서 현종에게 승리를 고한다.
개선하면서 개경 외곽에서 현종과 황실 식구들, 그리고 여러 신료들과 백성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현종은 직접 금으로 만든 꽃 가지를 머리에 꽂아주고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현종보다 앞서 개경에 당도해 백성들의 환호를 받았고, 늘 노심초사하던 부인에게 다가가 꽃 가지를 건네주면서 "당신 덕이오"라고 말한 뒤 밥을 달라면서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정전 조회에서 현종의 좌측 앞 자리에서 고려에 예물을 바치려는 여진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사신들을 맞이하고, 밤 늦게 현종을 알현해 사직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제 할 일을 다 했다"라고 말했지만,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면서 항구적인 평화가 필요하다는 현종의 청에 낮에 송의 상인이 건네준 송 황제의 협공 요구에 다음 날 회의에서 협공하자는 최사위와 유방, 지채문 등의 주장에 생각하다가 소배압에게 따로 서신을 보내 “거란이 현종을 '고려 국왕'으로 책봉하면, 고려는 거란을 상국으로 예우하지만 만약 계속 적대시한다면 송과 연합해 거란을 침공한다”라고 경고하면서 마침내 야율융서가 현종을 고려 국왕으로 책봉하게 된다.
강감찬이 다시 사직을 요청했는데, 아직도 그가 필요한 현종에게 "거란을 승리한 기억이 우리 고려인들에 가슴에 남았으니 제가 물려가도 두렵지 않다"면서 사직을 요청해 현종의 윤허를 받아냈고, 서로 “잊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작별한다. 이후 마지막으로 '84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라는 언급과 함께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양규(楊規, ?~1011) - 여요전쟁 고려 공신
“적이 눈앞에 있는데 어찌 싸움을 멈추겠는가. 창칼이 모두 부러질 때까지 우리는 적과 싸울 것이다. 야만족의 포로로 끌려가는 고려의 백성들을 모두 구해낼 것이다.”
‘고려거란 전쟁’의 서브 주인공이고 배우는 지승현. 32부작인 본작의 중간지점인 16화에서 장렬하게 전사(戰死)하고 그 회차에서 제2차 여요전쟁이 종결되므로, 그의 퇴장은 극의 1막과 2막을 크게 나누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제2차 여요전쟁의 시발점인 흥화진 전투에서 요나라 성종(야율융서)이 친정(親征)한 40만 대군의 공격을 막아냈고, 이후 수차례의 유격전을 통해 수많은 포로들을 탈환하는 데 성공한 구국(救國)의 명장(名將)이다. 그의 업적에 비해 대중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이었으나, 본 드라마를 통해 본격적으로 재조명되었다. ‘고려의 이순신’으로도 일컫는다,
포로 교환의 책임을 지고 수감된 김숙흥을 강조의 명으로 흥화진보다 비교적 후방에 있는 귀주로 파견한다. 김숙흥(金叔興, ?~1011, 1010년, 거란 성종이 40만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략해 개경을 함락시키자, 그들이 돌아갈 때 중랑장 보량保良과 거란군을 공격해 1만여 명의 거란군을 베었고, 1011년에는 거란의 선봉을 애전(艾田: 평북 선천군 태산면 길성동 일원으로 추정) 지방에서 격파해 1천여 명을 베었지만(애전 전투) 거란군의 대규모 공격을 받아 서북면도순검사 양규와 함께 전사했음)은 이에 크게 반발하지만, 거란이 흥화진이 아닌 귀주를 공격로, 또는 퇴각로로 삼을 수도 있으니 거란 놈들 죽이는 게 소원일 뿐인 “너 같은 미친 놈 하나는 귀주에 있어야 한다”며 그의 반발을 꺾으면서 귀주로 보내는 데 성공한다.
정변을 결심한 강조가 흥화진으로 찾아와 양규와 독대한다. 강조가 결심을 밝히자, '명령 없이 군사를 움직이는 것'과 '신하가 황제를 세운다는 것' 모두 반역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각오를 묻는다. 이어 자신을 부른 진짜 이유를 밝혀달라고 한다. 강조는 자신이 정변을 위해 군사를 빼내면 생길 국방의 공백을 막아달라고 부탁하는데, 그건 전령으로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니 자신을 찾아온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혹시 양규 자신도 가담하라고 요구하는 것인지 묻는다. 이에 강조는 양규까지 역적으로 만들고 싶진 않으며, 추후 반역자가 된 자신을 이전 같이 대해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쉽게 답하지 못하는 양규를 두고 떠나려는 강조에게 직접적인 답 대신, 자신은 “장수로서 싸우라면 싸우고 지키라면 지키는 명만 받든다”고 말한다. 이에 강조는 그럼 됐다고 답한다.
정변으로 집권자 자리에 오른 강조의 뒤를 이어 양규가 서북면도순검사(西北面都巡檢使)가 되었으나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서경이 아닌 흥화진에 남겠다고 해서 김훈(金訓: 고려 현종 연간에 최질과 함께 반란(김훈·최질의 난)을 일으켜 일시적으로 정권을 장악했던 무신)과 최질(崔質)을 당황하게 한다. 김훈이 관례를 따르라고 하자 양규가 “그럴 거면 도순검사 임명을 거두라”고 직언하니, 결국 흥화진에 남는다.
이에 후임으로 흥화진사가 된 정성(鄭成: 1010년 흥화진전투에 흥화진사 호부낭중으로, 양규와 흥화진부사 장작주부 이수화, 판관 늠희령 장호와 함께 성문을 닫고 굳게 지켜 거란군에게 저항했음. 이후 양규와 김숙흥이 거란군을 여러 번 추격하면서 고려인 포로를 구출하고 거란군에게 큰 타격을 입히다가 애전 전투에서 전사했는데, 거란군이 압록강을 건너 고려를 벗어나려 하자 정성이 거란군의 후위를 공격했음. 이때 거란군에서 물에 빠져 죽은 자가 매우 많았다고 함)이 “당신이나 김숙흥이나 윗사람 말 안 듣는 건 똑같다”고 놀리자 멋쩍게 웃는다.
이후 현종의 책봉을 받아내기 위해 거란을 오가는 고려 사신을 바라보며 전쟁을 염려하면서도, 어쨌든 새 황제가 국경에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일이라며 의미를 찾는다. 그러다가 선전포고를 전하러 온 거란 사신 한기 일행을 개경으로 인도한다. 한기가 거란 황제의 선전포고를 전하면서 자신을 역적으로 몰아세우는 것에 발끈하는 강조에게 "모든 것을 감내하고 전쟁에서 승리할 것만 생각하라"라고 충고한다.
이후 가장 먼저 적과 마주하는 장수가 누구인지 황제도 아셔야 한다는 강조의 권고로 양규는 현종을 만나 격려를 받고, 강조가 이 전쟁을 현종과 함께 치르고 싶어했기 때문에 일부러 현종이 임명할 지휘부 자리를 비워 놓았다며 강조의 진심을 대신 전하고 그를 격려해달라고 청한다. 현종이 흥화진으로 떠나는 양규에게 잘 싸워달라고 부탁하자, 양규는 “신하에게는 부탁이 아니라 명령하면 된다”며 현종을 북돋는다. 이에 현종이 “흥화진을 꼭 지켜내라”고 명하자 무릎을 꿇고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다짐한다.
흥화진으로 돌아와 청야전술을 포함한 모든 준비를 갖추는데, 거란군을 피해 산으로 가려는 일부 백성들을 독려하여 흥화진 안으로 피신을 권유한다. 이후 실제로 거란군이 사로잡은 포로들을 어떻게 대우했는지 생각하면 양규의 말이 옳았던 상황이다. 도중에 흥화진에 항복을 권유하는 한기를 차갑게 돌려보내고, 결국 밤에 압록강을 넘은 거란군이 쏘아 보낸 불덩이를 바라본다.
흥화진 공성에서 거란의 수십만 대군에 비해 적은 전력으로 맞선다. 예상치 못한 흥화진의 분전에 거란군은 숫적 우위를 바탕으로 쉴 틈 없이 파상공세를 펼치며 고려군의 피로를 가중시키지만, 양규는 손이 헐고 활줄이 전투 도중 끊어지며 심지어는 잠도 못 자는 등 인간의 한계를 넘어가는 것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일주일 동안 흥화진을 지킨다. 결국 눈에 띄는 전과가 없자 분노한 야율융서의 질책을 받은 거란군은 7일째 북쪽 성문 외곽으로 고려인 포로들을 인간 방패삼아 전진한다.
양규는 인간방패가 된 고려 사람들의 목숨과 성(城)을 지켜야 하는 임무 사이에서 망설인다. 그러나 결국 분노와 죄책감, 슬픔으로 눈물을 흘리며 사격 명령을 내리고, 함께 화살을 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같은 고려인들을 죽여야하는 현실에 절규한다.
마지막 장면을 자세히 보면, 양규가 발사 명령을 내린 후에 심리적으로 완전히 무너져내려 잠깐 활을 놓았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활쏘는 장면이 나온다. 40만 거란군에 맞서 7일 동안 잠도 안 자고 싸우는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준 양규도 이 순간만큼은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 장면 직후 다음 회차의 예고편과 함께 나왔던 BGM(Background Music: 배경음악) 또한 이전 에피소드까지의 마무리곡과 다르게 굉장히 처절하고 구슬픈 분위기여서 여운을 남겼다.
결국 흥화진 공성이 끝나고 거란군 주력이 남하하자 백성들이 양규의 이름을 부르며 기뻐하지만, 양규는 흥화진을 지키기 위해 고려 백성들을 쏜 일이 마음에 걸려 괴로워한다. 이후 정성에게 이 일을 반드시 갚겠노라고 분노를 삭인다. 인간방패가 되어 목숨을 잃은 아들을 보내주라고 백성을 위로하나, 미련을 버리지 못한 백성은 도리어 도순검사 아들이었으면 그리 못 했을 것이라며 원망한다. 이때 잠시 음악이 조용해지면서 가족을 잃은 주변의 다른 백성들까지 일제히 양규를 바라보는 것이 압권.
성 밖으로 빠져나가 아군을 도우려다 공성(攻城)만 끝났을 뿐 포위는 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떻게든 흥화진의 생존을 후방에 알리기 위해 분투한다. 결국 정성이 동문으로 나가 거란군을 유인한 뒤, 양규가 직접 북문으로 나가 거란의 습격을 막고 봉화한 곳을 탈환하여 흥화진이 건재하다는 소식을 알림으로써 통주와 개경에 희망을 전한다.
흥화진의 포위가 풀린 것을 눈치채고 양규는 밤중에 은밀히 성 밖으로 나와 정찰을 돌다가, 매복한 척 기다리고 있던 김숙흥과 만난다. 이후 김숙흥으로부터 삼수채에서 고려 본군이 패전한 것과 도통사 강조의 전사(戰死) 소식, 그리고 함락된 세 개의 성 중 거란이 거점으로 삼는 것이 곽주 뿐이며, 주력이 모두 서경을 향해 남하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곽주성을 탈환하여 거란군의 거점과 보급선을 끊어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흥화진사 정성이 무모한 작전이라며 굳이 갈 것이라면 자신을 먼저 베고 가라면서 반대하자, 그럼 혼자서 패잔병들을 긁어모아서라도 갈 테니 정성은 흥화진을 지키라고 명령한다. 이에 정성이 어쩔 수 없이 내어준 700명을 이끌고 통주성으로 이동한 뒤, 통주성에서 그나마 최대한 모아서 1000명을 더 확보한다.
통주성을 지키던 최질과 김훈이 1700명으로는 어렵다며 만류하지만 양규는 "언제 우리가 승산 있는 싸움만 했던가. 곽주를 탈환해야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며 곽주 탈환 의지를 다시 강력하게 천명한다. 그리고 귀주에 보냈던 김숙흥에게 합류할 것을 명하면서 개경의 현종에게도 곽주를 탈환하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통주성의 최질과 김훈의 만류에도 결국 1700명의 결사대를 이끌고 곽주를 탈환할 것을 결심한다. 김숙흥과 사전에 이야기하면서 정공법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인지하고, 결국 김숙흥을 항복을 위장한 포로로 진입시켜 내부에서 성문을 열 계획을 짜고, 김숙흥을 먼저 성 안으로 들여보낸 뒤 최충과 함께 곽주성으로 출정한다.
적은 병력 수가 드러나는 것을 숨기기 위해 야습을 감행했고, 미리 잠입시킨 김숙흥과 별동대의 내부 교란을 이용해 곽주성을 탈환해내는 데 성공한다. 곽주성을 포위한 병력이 1700명임을 들키지 않도록 동행한 수재관 최충을 동문으로 보내고 나머지 병력들도 남문과 북문으로 보내 견제사격을 가한다. 이에 곽주성을 지키던 거란군 지휘관은 적의 대병력이 성을 포위했다고 판단해 전 병력을 성벽 위로 올린다. 설마 소규모 부대로 성을 공격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전 병력이 서문을 제외한 성벽으로 몰리자 포로들 속에 들어갔던 김숙흥의 별동대가 내응(內應·내통)하여 서쪽 성문을 열었고, 이에 맞춰 양규의 부대가 서문의 성벽을 지키던 군관과 병사들을 활로 사살한 뒤, 열린 성문으로 진입하여 김숙흥의 부대와 함께 단병접전(短兵接戰: 창이나 칼 따위의 단병으로 적과 맞부딪쳐 싸움)을 벌인다. 이후 남은 세 개의 문으로도 고려군이 진입하고, 백성들이 함께 봉기하면서 곽주성의 거란군은 전멸했다.
마지막에 성을 탈출하려던 거란군 사령관과 부하들을 포착한 김숙흥이 소리치자, 양규가 말을 타고 쫓아가 추격 끝에 활을 쏴 3명 모두 처단했다. 이후 곽주성으로 돌아와 적장의 수급을 던져주며 백성들의 연호를 받는다. 곽주성을 탈환한 양규의 목적은 성을 지키는 것이 아닌 거란군의 거점을 없애는 것이었기에 김숙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탈환한 곽주성을 청야시킨 다음 성문을 부숴버리고 백성들은 통주로 보내도록 조치한다. 이후 데려온 서북면의 군대를 서경으로 결집시키기로 하고 서경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이동하던 중 최충으로부터 '개경이 함락되고, 황제의 생사를 알 수 없다'는 소식을 접해 서경에서 모두 집결시킨 후 제장들과 대책을 논의했지만, 황제의 생사 여부가 백성들과 군사들은 물론 무장들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너 나 할 것 없이 속으로 애를 태우는 모습을 보였다. 때마침 이현운의 계략으로 거란의 사신이 서경에 와서 “고려 왕이 훙서(薨逝·사망)했으니 항복하고 상복을 입어라“면서 고려군의 저항 의지를 꺾어 항복시키려 했지만, 때마침 하공진과 함께 사신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강감찬이 나타나 현종의 생존과 몽진 소식을 서경의 장수들과 백성들에게 전한다.
강감찬의 말을 거짓말로 몰아 심리전을 이어가려던 거란 사신에게 양규는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성상 폐하의 시신을 서경으로 인도하라. 그렇지 않으면 거란 황제에게 이 말을 전하라. 거란군은 단 한 명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요 성종을 향한 '최후통첩'을 사신에게 날려 보낸다. 이에 거란 사신이 머뭇거리자 휘하 제장들도 현종의 승하가 거짓임을 확신했다. 이후 서경 성문 위에서 거란 사신이 돌아가는 모습을 강감찬과 함께 바라보면서 "큰 일을 해냈다"면서 서로 격려와 감사를 표하고, "단 한 명도 살리지 않겠다는 말이 진심이냐?"는 강감찬의 물음에 양규는 진심이라고 답한다.
이후 서경에서 무장들과 함께 반격 작전을 논의한다. 흥화진 인근인 의주 남쪽 무로대(無老代)에 있는 거란군은 보급 담당이고 사기는 떨어졌지만, 거란의 본대는 아직 15만 이상으로 건재하니 전면전은 무리라는 제장들의 건의에, 거란군은 이제 곧 시기상 철군할 수 밖에 없으며, 거란군을 섬멸하기 위해서는 험한 산세와 좁은 길목이 있는 귀주로 몰아넣어야 한다며 돌아가는 모든 경로에 고려군을 매복시켜 섬멸전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작전을 논의하려던 찰나, 함께 논의에 참여하던 강감찬이 거란이 철군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며, 거란주가 처한 정치적인 상황을 거론하며 쉽게 철군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에 어느 정도 납득이 갔는지, 양규는 강감찬과 독대해서 거란을 철군시킬만한 계책이 있느냐고 묻는다. 이에 강감찬은 거란의 도통을 만나서 철군 명분을 쥐어줘보겠다고 하지만, 강감찬이 단신으로 거란군의 도통을 만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처음엔 거부한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통주성에서 잡아두었던 거란 사신과 거란에 항복했던 노전을 풀어준다. 노전은 ”거란의 신하로 살기 싫다며 차라리 죽여달라“고 하지만, 양규는 일단 가라며 풀어준 뒤 노전과 눈을 마주친다. 노전을 연락책으로 삼아 소배압과 강감찬이 접선할 수 있도록 꾸민 듯하다. 이후 강민첨으로부터 강감찬이 다른 거란 장수(야율분노)가 이끄는 군사들에게 생포되어 거란 진중으로 끌려갔다는 보고를 받는다. 강감찬이 사로잡힌 바람에 "혹여나 향후의 계획이 누설되는 게 아니냐?"라는 정성의 물음에 "예부시랑은 그 누구보다 고려의 승리를 갈망하기에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서경에서 통군녹사 조원(趙元)에게 함정을 파라고 지시한 뒤 양규는 귀주로 향하는 길에 인근 협곡에서 김숙흥, 보량 등과 전략을 논하다가 적을 섬멸할 생각에 신이 난 김숙흥이 "그럼 왜 그렇게 열심히 싸우시는 겁니까?"라고 묻자 전쟁을 또 겪고 싶지 않다는 말과 함께 지난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기에 저들이 쳐들어 온 것이라며 여기서 끝내겠다는 말과 함께 망토를 벗고, 협곡 아래를 향해 효시(嚆矢: 전쟁터에서 우는 화살을 쏘아 개전開戰의 신호로 삼음)를 쏠 준비를 한다.
거란군이 귀주 방면으로 퇴각한다는 보고를 받자 양규는 때가 왔다면서 병사들을 이끌고 직전에 봐두었던 귀주 협곡으로 병사들을 출격시킨다. 이후 거란군의 척후병들을 미리 제거한 다음 선봉으로 길을 개척하던 거란의 선봉 도통 야율분노의 목에 직접 화살을 쏘아 사살하고, 거란의 선봉군 1만을 전멸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후 김훈, 최질, 조원 등이 거란군의 후미를 막았으며, 거란군을 혼란시킨 공을 세운 노전을 구해주는 데 성공했지만, 그에게서 사신으로 갔던 하공진이 남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이후 거란군이 차선책으로 산자락을 넘어갈 것임을 판단하고는 그대로 김숙흥과 함께 결사대를 이끌고 산자락에서 적들을 전부 베어버리고 포로들을 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전투에 임한 다음, 그대로 실행해 성공하는 방식으로 며칠 동안 주변 산자락을 넘나들면서 온갖 방법으로 거란군을 괴롭힌다. 그 결과 거란군 1만5000명을 죽이고, 그들이 챙긴 포로 3만 명을 구출해냈다는 소배압의 말을 듣고, 야율융서는 격분하여 “덫을 놓아라. 그 자의 목을 베고 압록강을 건너가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다시 포로를 끌고 지나가는 거란군을 김숙흥과 함께 보고 효시를 쏘았다.
양규는 거란군에 끌려가던 포로들을 구하러 가기 전, 척후병을 통해 상황을 확인하고자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김숙흥과 가벼운 대화로 여독을 푼 뒤, 척후병을 통해 포로의 위치를 확인하지만 포로를 끌고 가는 군사의 수가 적은 것에 함정임을 눈치챈다. 하지만 군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포로도 포기하지 않고 구하기를 각오한 양규는 김숙흥에게 자신의 활과 효시 일부를 건네주며 양동작전을 제시한 뒤, 양동작전을 성공시키며 무사히 포로들을 구출해 귀환시킨다. 그리고 잠시 숨을 돌리다 야율융서의 친위 본대 3만을 상대로 구출한 포로들이 탈출할 시간을 벌고자 최후의 일전을 감행한다.
"백성들과 산천, 그리고 고려가 우리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라는 군사들을 향한 격려와 비장한 발언에 더해 "그동안 고마웠다"라는 한마디를 남겼다. 이때 휘하 결사대 장병들도 양규가 포로들을 바라보자 일제히 양규의 시선을 따라 포로들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살피는 모습을 보여주며, 양규의 최후 독려를 들으며 매우 결연한 표정을 짓는 것도 백미(白眉). 이 장면을 잘 보면 결사대 중 한 명은 양규의 독려를 듣고 결연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린다.
야율융서의 항복 요구에 효시로 답하면서 양규는 이내 300보가 남았단 것을 바라보곤 어떻게든 아율융서를 죽여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거란군의 본대와 백병전을 치른다. 압도적인 전력 차이와 중과부적을 감당하지 못한 결사대는 전멸했지만, 거란군은 양규와 김숙흥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끝까지 분전하여 싸우는 모습을 바라보자 공포감에 가까이 접근하지도 못할 정도로 사기가 가라앉고 양규와 김숙흥은 마지막 최후까지 거란의 본대와 처절한 혈전을 치른다.
결국 양규는 끝내 100보까지 나아가 전신에 피철갑을 뒤집어쓰고 한쪽 팔마저 단검이 박힌 상황에서 반드시 야율융서를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나아가는 무시무시한 집념을 보여준다. 오죽하면 거란 병사와 장군들이 이미 피투성이가 된 상태에서도 더 이상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두려워했다. 심지어 거란군의 장군들도 겁을 먹고 물러서서 병사들에게 등을 떠밀고 "빨리 나가서 싸워라"라고 소리를 질렀을 정도였는데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 하면, 유목민족으로서 수없이 약탈과 전쟁을 해온 경력이 많고 노련한 거란군의 장수들마저도 두 장군의 분전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공포감에 겁을 먹었다는 것이다.
양규는 단검이 꽂힌 오른팔로 활시위를 당길 수 없어 입까지 써 가며 야율융서를 향해 효시를 쏘지만 불과 10보가 모자랐고, 이에 다시금 야율융서를 저격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결국 소배압이 궁수대를 동원하면서 양규는 한 걸음마다 쏟아지는 화살비를 맞아가면서도 걸어 갔으나, 단 3보를 남기고 마지막 숨을 내쉬며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다. 이때 김숙흥과 함께 마치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화살을 맞고 선 채로 전사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