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鏡칼럼-KBS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 기획 의도와 고려 현종(中)
길고 험난한 전쟁을 이겨낸 고려가 무엇을 이룩했는지 보여주기 위해 기획…고려 황제 현종과 귀주대첩 강감찬을 중심한 거란과 전쟁 10년간의 대하사극 스토리
KBS2 TV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은 고려와 거란족의 요나라가 충돌한 여요전쟁(麗遼戰爭) 중 제2차 여요전쟁, 제3차 여요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은 1009년(고려 목종 12/현종 즉위년)에서 1019년(고려 현종 10)까지 10년으로, 주요 장소는 개경과 서경을 비롯한 한반도 대부분과 거란의 수도 상경임황부(上京臨潢府)이다.
상경임황부는 중경대정부(中京大定府)·동경요양부(東京遼陽府)·남경석진부(南京析津府)·서경대동부(西京大同府) 등과 함께 요의 5경(五京) 중 하나였다. 현재의 네이멍구자치구[內蒙古自治區] 자오우다멍[昭烏達盟]의 남방 1km 정도 떨어진 곳에 토성지(土城址)가 있다. 요의 건국자이자 태조 야율아보기(耶律阿保機, 872?~926, 재위 916~926)는 일찍부터 이곳을 본거지로 하여 918년 황도(皇都)로 정하고 중국식 도성을 건조했으며, 태종(太宗: 耶律德光, 902~947)은 성곽을 확대하여 938년 상경임황부로 바꾸었다.
●기획 의도
고려거란전쟁은 당대 최강국인 거란제국과 신생국 고려가 맞붙은 26년간의 전쟁이다. 고려는 여섯 차례에 걸친 거란의 침략에도 굴복하지 않고, 마지막엔 강감찬의 귀주대첩으로 거란군을 전멸시키며 스스로 전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말 그대로 통쾌한 승리를 쟁취한 것이다.
하지만 고려거란전쟁을 다루려고 하는 것은 길고 험난한 전쟁을 이겨낸 고려가 무엇을 이룩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2024년 오늘의 대한민국, 우리가 과연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고려는 그 해답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고려거란전쟁’은 2020년 하반기 대하사극을 준비하고 있던 전우성 감독의 기획에서 시작됐다. 전 감독은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당대에 유효한 시사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찾던 중 11세기초 고려와 거란과의 전쟁 시기에 주목했다. 당시 고려는 최대 패권국이던 거란을 꺾고 동아시아 전역에 200년간 평화와 번영의 시기를 열어냈다. 전 감독은 고려 황제 현종과 귀주대첩의 영웅 강감찬을 중심으로 거란과의 전쟁 10년간의 이야기를 극화하기로 하고 기획을 시작했다.
전 감독은 기획 당시를 회상하며 “현종의 즉위부터 10년간은 전쟁과 정변이 연달아 벌어진 격변의 시기였다. 승리와 성취의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 살아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고달펐을 것”이라며 “주인공은 황제이고 장군이라 그를 본격적으로 담아내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백성의 입장에서 전쟁과 정변은 어떤 것이었을지를 빠뜨리지 않고 담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고려거란전쟁’은 12월31일 진행된 2023년 KBS연기대상 7관왕으로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대상(최수종-강감찬 역), 남자 최우수상(김동준–현종 역), 장편드라마 부문 남자 우수상 & 남자 인기상(지승현-양규 역), 베스트 커플상(최수종&김동준), 남자 조연상(이원종-강조 역), 작가상(이정우)을 각각 받았다.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은 KBS2 TV에서 2023년 11월11일~2024년 3월10일 총 32회 방영됐다.
●현종(顯宗)-고려 제8대 황제(992~1031, 재위 1009~1031)
휘는 순(詢), 자는 안세(安世), 보위 즉위 이전의 작위는 대량원군(大良院君)이었고, 묘호(廟號)는 현종(顯宗), 시호는 대효덕위달사원문대왕(大孝德威達思元文大王), 능호(陵號)는 선릉(宣陵), 불교 승려 시절 법명은 선재(禪齋)이다. 태조 왕건의 아들 안종과 헌정왕후 황보씨의 아들이다.
왕순은 대량원군에 봉해졌으나 12살때인 목종 6년 목종의 친어머니 천추태후가 김치양과의 사이에 몰래 아들을 낳았고 두 사람은 그 아이를 왕위에 앉히려고 음모를 계획했는데 당시 왕순을 숭교사(崇敎寺)에 보내 승려로 만들었다. 이모의 손에 이끌려 강제로 승려가 되었지만 이후 숭교사에 자객들이 자주 들이닥치자 고려 목종과 숭교사 내 승려들의 도움으로 1006년에 신혈사(神穴寺, 현재 서울 진관사)로 거처를 옮겨갔다.
여러 차례 김치양과 헌애왕후가 자객을 보내 왕순의 목숨을 노리자 신혈사의 주지승인 진관대사가 그를 보호하기 위해 땅굴을 파 그를 그 곳에 대피시킨 뒤 그 위에 침대를 배치하는 기지로 위기를 모면하였다. 1009년(고려 목종 12년) 서북면도순검사 강조가 목종을 폐하고 옹립하여(강조의 정변) 왕위에 올랐다. 재위 초기에는 1009년 2월부터 이듬해 1010년 11월까지 강조가 실권을 잡았다
이후 거란의 두 차례 침입으로 피난을 다녀오기도 했으며, 비극적인 초년 시절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 침착하게 대처하여 거란의 침입을 막아냈다. 또한 전후 고려의 국가제도를 정비하고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했으며 정변 이후 쇠약해진 왕의 힘을 키우기 위해 지방세력을 규제하고 왕권을 강화하여 중앙집권화를 이끌었고, 성종 이후 폐지된 연등회와 팔관회를 부활시켰다.
오랜 여요전쟁의 여파로 여럿 소실된 고려실록을 재편찬하고, 초조 대장경을 간행하였으며 교종 대사찰인 현화사 건립을 지시하였으나, 역시 유교의 진흥에도 힘써 설총과 최치원에게 작위를 추증하고 문묘(文廟)에 처음으로 모셔 제사를 지내게 했다. 또 조성도감을 설치하여 1029년 8월, 재위 20년에 23km에 달하는 거대한 나성을 쌓아 올렸다. 1011년 8월 재위 2년 째에는, 개경의 황성을 증축하고 고려 태조의 뜻을 받들어 장락궁에 새로 황성을 쌓았다.
제2차 고려거란 전쟁으로 군비(軍費)가 크게 증가하여 관리들에게 지급할 녹봉이 부족해지자 이를 충당하기 위해 1014년 11월 경군(京軍) 무신들의 영업전(永業田)을 빼앗았다. 이에 거란과의 싸움에서 공이 높았던 상장군 최질, 김훈 등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 정책을 실행한 장연우, 황보유의를 붙잡아 대궐로 난입하여 현종 앞에서 이들에게 매질을 하고는 거란과의 전공이 높은데도 상을 받기는커녕 영업전을 빼앗긴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신도 공이 높으면 문신처럼 높은 품계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였다. 현종은 일단 수락했다.
1015년 현종은 이자림과 모의하여, 공이 높은 무신들을 위로한다면서 서경에서 잔치를 열어 고위 무신들을 불렀다. 잔치가 무르익어 무신들이 술에 취하게 되자 이들을 주살했다. 19명의 장군들이 살해되었으며, 이 사건으로 문치(文治)가 확고해졌다. 요사에 따르면 거란은 이 사실을 탐지했고 3차 침공에 대한 주장이 거란 조정에서 힘을 얻게 되었다.
1018년 거란이 현종의 입조(入朝)를 요구하며 다시 쳐들어왔으나(거란의 3차 침입) 강감찬이 귀주에서 거란군을 대파함으로써(귀주대첩) 위기를 모면했다. 1022년 향리의 장의 명칭을 군현에서는 호장(戶長), 향·부곡 등에서는 장(長)으로 간소화시키고, 1024년에는 개경을 확장하여 5부(部) 35방(坊) 314리(里)로 정했다. 또한 그동안 폐지되었던 연등회와 팔관회를 부활시켰으며, 최초로 문묘종사(文廟從祀)의 선례를 만들었다.
경제정책으로는 농상(農桑)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감목양마법(監牧養馬法)을 제정했으며 조세의 균등을 기하고 양창수렴법(養倉收斂法)을 실시했다. 세력 기반이 취약했던 그는 자신의 외가와 가까운 구 신라계 인사들을 중용하여 요직에 발탁했다.
거란과 변방 야인들의 침입에 대응하여 송나라와의 외교를 강화하는 한편, 취약한 왕권을 위협할 수 있는 왕족과 호족들을 경계하였다. 1031년 40세를 일기로 승하(사망)하였다. 능은 경기도 개풍에 있는 선릉(宣陵)이며, 시호는 원문(元文)이다. 다음은 KBS2 TV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의 스토리.
●“고려를 하나로 만들어 그 힘으로 거란을 격퇴하는 것 뿐이다”
“열아홉에 갑자기 황제가 되었을 때, 나의 눈앞에는 40만의 거란군이 몰려오고 있었다. 나는 두려웠지만 항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쳐야 했다. 그 죄를 씻을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고려를 하나로 만들어 그 힘으로 거란을 격퇴하는 것 뿐이다.”
천추태후(千秋太后: 964~1029, 왕건의 손녀이며 경종의 비, 목종의 어머니)에 의해 억지로 소군(小君: 고려 때, 천첩賤妾의 소생으로 승려가 된 왕자를 이르던 말)이 되어 신혈사(神穴寺: 은평구 진관외동 삼각산 진관사에 있었던 절. 고려 성종 때 여철如哲이 창건했고 현종이 즉위하기 전 대량원군大良院君 왕순王詢으로 있을 때 목숨을 구한 사찰로 유명)로 쫓겨났다. 승려 행색에도 개의치 않고 저잣거리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동자승 법공에게 자기야말로 다음 황제가 될 사람이라고 떠벌리다가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어 말다툼을 벌이게 된다.
그러다 조부(祖父)인 태조 대왕(왕건)을 모욕하는 말이 나오자 분노해서 뺨까지 때리고, 이에 격분한 불량배들이 단검을 뽑아 죽이려 들자 도망친다. 그런데 이 불량배들은 사실 시비를 빌미로 그를 제거하기 위해 천추태후와 김치양이 보낸 자객들이었고, 산속에서 궁지에 몰렸다가 신혈사 주지 진관(津寬)과 무장한 승려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이를 진관이 질책하자 절에 갇혀서 살고 있는 자신의 처지는 대웅전 뜰에 사는 고양이만도 못하다며 한탄한다.
강제로 출가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틈만 나면 자신을 해치려고 하는 이모 천추태후를 원망하며 혼자 눈물을 쏟는다. 말렸음에도 억지로 따라 나섰다가 억울하게 대신 회초리를 맞은 법공에게 자신은 용손(龍孫)이라 어쩔 수 없으니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며 뻗대다 결국 멋쩍게 사과하고 간식도 쥐여준다. 동자승의 상처를 돌봐주면서 어렸을 때 출가하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천추태후에게 매를 맞은 때를 떠올린다. 울고 있는 어린 왕순을 목종이 달래주며 “너를 잊지 않고 꼭 다시 개경으로 불러주겠다”고 했는데, 세월이 흘러 결국 자신을 잊은 것 같다고 좌절한다.
암살에 실패한 천추태후와 김치양이 다시 한번 대량원군을 죽이기 위해 독이 든 음식을 들려 상궁과 궁녀들에 무장병들을 보낸다. 처음에 진관이 만약을 대비해 신혈사 전각 바닥에 파놓은 비좁은 밀실을 보여줬을때는 자신을 모욕한다며 화를 냈지만, 결국 상궁 무리를 피해 거기에 숨는다. 하지만 기다려도 대량원군이 나타나지 않자 식은 음식을 데우겠다며 화로를 들여 방바닥에 놓다가 바닥이 너무 울리는 것에 위화감을 느낀 상궁에 의해 밀실이 발각된다.
상궁과 마주하여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스스로 죽지 않으면 신혈사의 승려들을 다 죽일 수밖에 없다는 회유 겸 협박을 받는다. 하지만 죽는 방식에 상관없이 결국 뒤탈을 없애기 위해 승려들을 다 죽일 것이니 자신이 살아야만 모두 산다고 반박하면서, 반드시 살아남아 황제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일갈한 뒤 도망친다. 독살에 실패하자 상궁과 나인들은 결국 그 음식들을 다 맨땅에 버리고, 잠시 후 전날 사찰에서 뒹굴던 고양이가 그 음식들을 먹고 죽게 된다.
최 상궁이 외곽에 이중으로 깔아놓은 군사들에게 쫓기지만, 과거 거란의 1차 침공 당시 승려들이 마련한 피신처였던 산중 바위 틈의 공간으로 우연히 피신해 간신히 따돌리는 데 성공한다. 그곳에 놓인 작은 석불을 바라보고 빌면서 제발 살아만 남게 해달라고 오열한다. 이후 수색대 중 용손인 왕족을 해친다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던 한 명이 산불을 일으키기 직전 쏟아진 뇌우에 역시나 용이 노했다며 극도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 그를 설득해 수색대로 변장해서 인근 삼천사로 가서 목종에게 상황을 알리는 서신을 보낸다.
다시 승복을 입고 신혈사로 돌아와서 승려들을 해치려고 하는 최 상궁에게, 목종에게 지금의 상황을 알렸고 만약 자신이 죽은 뒤 목종이 이 상황을 알게되면 태후는 당신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울 것이라 경고한다. 다 같이 죽든지 다 같이 살든지 선택하라며 으름장을 놓고 승려들과 법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고려 제8대 황제 현종(顯宗, 992~1031, 재위 1009~1031) 즉위를 축하하는 연회가 열리지만 심신이 피로하다는 이유로 정작 현종은 불참한다. 말 그대로 얼떨결에 황위에 오른데다 오랫동안 태자와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왔고, 또한 사찰에서만 지내와서 바깥세상 구경을 덜 했던 탓에 정치라는 것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고, 지지기반도 마땅찮은 터라 많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후계자 교육을 제대로 받았더라도 황위에 오르자마자 자연스레 국정운영을 잘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황제의 직속 비서기관인 은대(銀臺)와 중추원(中樞院: 고려·조선 때, 왕명의 출납·숙위宿衞·군기軍機 따위의 일을 맡아보던 관아)의 이름과 직무조차 파악하지 못했으며, 조정의 신하들은 강조의 눈치를 살피기 급급해 현종이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지도, 제대로 힘이 되어주지도 않는다.
일반적인 사안이 아니라 강조가 권력을 독점하고자 행한 조직개편이었기에 함부로 사실을 말했다간 강조에게 찍힐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나마 예부시랑(禮部侍郎) 강감찬이 나서 은대와 중추원의 역할을 알려주고, 이를 혁파한 뒤 중대성(中臺省: 고려 전기에 중추원의 숙위와 왕명출납 등을 관장하던 중앙 관청으로, 1009년 현종이 즉위한 직후에 중추원과 은대 그리고 남·북선휘원(南北宣徽院) 등 3관부를 합쳐 만든 것임)을 설치해 권력을 독점하려는 강조의 주장에 반대하여 현종에게 힘을 실어주지만, 다른 대신들이 강조를 두려워해 전혀 따라주지 않는데다 강감찬 본인도 인맥이 약하다 보니 무위에 그친다.
현종은 자신을 계속 꼭두각시 취급하는 강조에게 분노하여 "대의를 위해 거병했다더니 결국 권력이 탐났던 거요? 이럴 바에야 나를 내세우지 말고 차라리 그대가 직접 용상에 앉으시오"라고 일갈하지만, 오히려 강조는 “이미 한 번 황제를 시해했는데 두 번은 못할 것 같으냐”는 말과 함께 되도 않는 짓 하지 말고 황후를 들여서 후사나 보라는 말로 묵살한다.
결국 권신들의 허수아비에 불과한 씁쓸한 현실에 절망하여 거란에 보낼 표문(表文: 임금에게 표로 올리던 글)을 읽어보지도 않는 등 잠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만, 원정황후(元貞皇后, ? ~1018, 고려 성종과 문화황후 김씨의 딸이자 현종의 첫째 비)의 격려로 다시 의욕을 되찾아 본격적으로 황제로서 제례도 손수 주관하고 백성들 속으로 행차하는 등 비록 권력을 찾아오지는 못했지만 새 황제로서의 권위만큼은 차근차근 쌓아 나간다. 또한 원정황후와 밤을 함께 보낸 뒤 황후가 곧 임신을 하는데, 오랜만에 황실에 후사가 생긴다는 소식에 백성들은 "용손이 태어나신다"며 크게 기뻐한다.
그나마 강조 앞에서 직언하던 예부시랑 강감찬을 통해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며 나라 밖 상황까지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고, 거란이 정변의 실상을 알게 되면 언제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현종은 강감찬의 조언에 따라 정변을 비밀에 부치고 외교적인 해법을 모색하여 전쟁을 막고자 하지만, 이미 전쟁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강조와 재차 충돌한다.
강조는 현종에게 "그리 전쟁이 두려우십니까?"라는 말로 압박을 가하는 것과 동시에 동원령을 내려 전쟁을 준비하겠다고 하는데, 현종은 이에 결코 지지 않고 강조에게 그의 반역을 감추려고 압록강을 넘어가며 날마다 전전긍긍하는 신하들을 보면서도 “감히 전쟁을 입에 올리냐”고 맹비난하며 강조가 입을 다물게 만든다. 그러나 처음으로 군주다운 위엄을 내보인 것이 무색하게도, 이내 거란이 보낸 사신들로부터 강조의 정변을 명분으로 한 선전포고를 듣게 된다.
전쟁을 막기 위해 강감찬 앞에서 “강조를 제거할 것”이라 선포하고 강감찬의 만류에도 내관들을 무장시킨 뒤 강조를 불러 궁궐에서 참살하려고 했지만, 강조는 이미 눈치채고 이현운(李鉉雲: 강조와 함께 거란의 30만 대군을 막으려 했으나 패배해 포로가 되어 거란의 신하가 됐음)과 휘하 군사들을 동원해 반대로 제압한다. 물론 강조는 "고려를 위해 죽기야 하겠지만 전장에서 죽겠습니다"라는 한 마디로 이 일을 묵과하고 넘어간다. 강조 암살에 실패하고 역신을 처단하지도, 그렇다고 백성을 위해 죽지도 못했다고 좌절한다.
거란은 1차 침략 전에 사신(합문안진사) 한기(韓杞)를 보내기도 했지만, 현종은 그들의 목적이 애초부터 전쟁이었음을 확신한다. 결국 강조를 도통사로 삼음과 동시에 전쟁 준비를 시작한다. 재상들과 같이 강조와 함께 싸울 장수를 임명하거나 전쟁 준비 중 각 부서를 돌면서 격려한다. 이 와중에 강감찬에게 자신의 고뇌를 털어놓고 그의 위로를 받는다.
이후 알현한 양규에게 "흥화진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부탁하다가 “군주는 명령을 하는 존재”라고 양규가 일깨워 주자 다시 "흥화진을 지켜내라"는 명령을 하고, 양규의 부탁에 따라, 출전을 앞둔 강조에게 부월(斧鉞: 작은 도끼와 큰 도끼로, 출정하는 대장 또는 군직軍職을 띤 사람에게 임금이 손수 주던 것임)을 하사하면서 "승리로써 온 백성을 지켜낸다면, 한 명의 황제를 시해한 죄는 용서할 터이니 반드시 승리하라"라고 격려한다.
거란군의 남하 소식과, 흥화진이 함락된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에 현종은 크게 낙심하고, 그 와중에 조정 대신들이 가족들을 몰래 개경 이남으로 피신시키고 있다는 소식에 진노하여 곧바로 단속에 나선다. 상서좌복야(尙書佐僕射) 유진(劉瑨, ?~1019)이 가족들을 피신시키려고 할 때 그의 집에 들이닥쳐 당장 신료들을 소집하라고 명령한 뒤, "조정 대신들도 고려군을 믿지 못하는 데 백성들은 믿을 수 있겠느냐, 전쟁을 경험해본 적도, 군사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싸워보지도 않고 뒷걸음질 칠 생각을 한다면 절대 승리할 수 없다는 것만큼은 안다"며 일갈한다.
그러나 유진이 "가족들은 피신시킬 지언정 자신들은 폐하를 지킬 것이며, 김치양이 변란을 일으켰을 때에도 그랬듯 우린 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이라며 항변 섞은 호소를 하자 달리 더 꾸짖지는 않았다.
원정황후에게 이 일을 말하며 외톨이가 된 것 같다고 토로하자 "신하들을 너무 믿지 말라"는 충고를 받는데, 이에 현종은 "지난 번엔 백성들을 믿지 말라더니 이젠 신하들까지 믿지 말라고 하면 누구를 믿어야 하냐"고 되묻자,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는 답을 받는다.
이후 다시 무장들의 일가가 불공을 드리는 사찰을 찾아가 양규의 아들 양대춘(楊帶春: 아버지의 공으로 교서랑校書郞을 제수받았고 대부사소경大府寺少卿으로 서북로병마부사西北路兵馬副使가 되었고 1040년에는 안북대도호부부사安北大都護府副使로 있었고, 1047년 서북로병마사西北路兵馬使로 있다가 직문하성 위위경直門下省衛尉卿 등을 지냈음)에게 흥화진은 아직 버텨내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으니 가서 어머니를 안심시켜 드리라고 위로해줬다. 이후 강조가 검차진(고려군의 무기)을 통해 거란의 철갑 기병을 격퇴하고, 흥화진의 봉화 소식을 듣고는 기뻐하며 백성들에게 친히 나서서 희소식을 선포하는 모습을 보인다.
현종은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백성들과의 신의를 저버릴 수는 없다고 반대하지만, 강감찬은 "그건 폐하의 욕심일 뿐이옵니다"이라고 직언한다. 이에 화가 난 현종은 신의를 지키면서도 승리할 수 있고, 설령 패배해도 신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다시 극복할 수 있다며 뜻을 굽히지 않으나, 강감찬이 현종의 전쟁에 대한 무지를 지적하며 신의를 지키려다가 도리어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릴지도 모른다며 언성을 높이자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다. 강감찬의 뜻에 따라 양협으로 하여금 고려군이 잘 싸우고 있다고 달래며 성 앞에 모인 백성들을 해산시키게 하고, 유일하게 강조의 부인에겐 진실을 전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종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강조의 휘하 장수였던 이현운이 거란 쪽으로 배신해 정보를 팔아넘김으로써 곽주성과 영주성이 순식간에 함락되고, 여기서 도망친 사람들이 개경으로 피난하면서 개경 백성들의 귀에도 패전 소식이 전해지게 된다. 결국 직접 행차하여 백성들에게 말리진 않겠지만 부디 자신과 함께 개경에 남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이후 열린 조정 회의에서 재상들로부터 항복을 청하는 친조를 올리라는 간언에 대노한다.
하지만 재상들은 송나라가 거란과 맺었던 ‘전연의 맹’(澶淵之盟: 1004년 송나라에 침입한 요나라 성종과 이를 막기 위해 북상했던 송의 진종眞宗이 전주(澶州: 현재 허난성 푸양시)에 대진對陣하고 체결한 강화조약)을 언급하며 친조를 올릴 것을 청하고, 믿었던 강감찬마저 재상들의 뜻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자 실망하는 기색을 내비친다.
현종과 다른 재상들은 친조를 올리는 건 곧 항복하겠다는 의사로 알고 있었지만, 강감찬은 애초에 친조와 항복을 별개로 보고 있어서 “친조를 올리겠다고 했지, 항복하겠다고는 안했다”는 논지로 타파하였고, 친조의 날짜도 딱히 명시해두지 않았다. 이에 현종은 그래도 국가 간 외교엔 신의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강감찬은 먼저 거란이 신의를 저버렸는데, 우리라고 구태여 신의를 지킬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제 그 일을 맡을 사람이 필요했는데, 강감찬이 스스로 그 일을 맡겠다고 하자 그를 거란의 사신으로 보내며 강감찬의 지략과 승리에 대한 집착에 놀라워한다.
강감찬을 거란 진영으로 보낸 뒤, 현종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가운데 원정황후가 찾아오자, 어떤 신하는 끝까지 싸우기 위해 목숨을 걸고 거란 진영으로 들어갔는데, 어떤 신하들은 벌써 항복을 논하고 있다며 그 괴리감에 고뇌를 표한다. 원정황후로부터 충신과 역신도 지나가는 신하에 불과하니 황실의 안위만 생각해야 한다는 말과, 싸워 이길 수 없다면 땅을 떼어주고 항복하더라도 황실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듣자, 왜 자신이 가려는 길을 이해해주지 못하냐고 역정을 내며 돌려보낸다.
이후 개경으로 돌아온 최사위(崔士威, 961~1041, 1009년(목종 12) 김치양이 난을 일으켜 목종을 폐위시키려 하자, 대정문별감大定門別監에 임명되어 궁문을 폐쇄하고 국왕을 호위했음)에게 남도에서 더 군사들을 모아올 것을 명하며, 왜 다른 신하들은 놔두고 자신에게 맡기냐는 최사위에게 다른 신하들은 벌써 항복을 논하고 있으니 맡기는 것이라며 그를 내려보낸다.
강감찬이 계획대로 거짓 친조로 시간을 벌어 서경성(西京城)의 항전 대비를 마치고 돌아오자 그를 반겨주며 항전의 의지를 조정 대신들에게 선포한다. "항복을 대가로 내놓아야 하는 땅은 후손들이 터를 잡고 싸워야 하는 땅이고, 그들에게 바쳐야 할 세폐 또한 후손들에게 남기는 우리들의 빚이다.
우린 후손들을 대리하여 이 전쟁에 임하고 있으며, 항복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며 조정 대신들에게 다시는 항복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선언한다. 당연히 항복과 친조를 할 줄 알았던 조정 대신들은 경악하고, 이로 인한 후폭풍으로 상서좌복야 유진이 사직을 청한다. 현종은 상의 없이 일을 진행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만, 유진은 "폐하께서 굳은 항전의 의지를 보이시니 대신들도 의견이 맞는 사람들로 채워야 일사 분란하게 조정이 움직일 수 있다"며 물러날 의지를 표명하고, 현종은 달리 붙잡을 말이 없어 그의 사직을 윤허한다.
서경성이 '지휘부의 부재'라는 대위기에 놓이자 망연자실하며 하늘이 침략자의 편에 서고 있다며 탄식한다. 이에 채충순(蔡忠順, ?~1036, 목종 때 중추원부사中樞院副使로서 현종을 옹립했고, 거란 침입으로 남행하던 현종을 호종하여 보국공신輔國功臣에 책봉돼 문하시랑평장사門下侍郎平章事에 이르렀음), 최항(崔沆, 1209~1257, 최충헌의 손자로서 송광사 승려(법명: 법우法祐)로 있다가 아버지 최우의 명으로 환속해 상호군과 호부상서를 거쳐 추밀원지주사에 올랐고 중서령中書令에 이르렀으며 진평공晋平公에 추증됨) 등 조정 대신들은 '항복'해야 한다고 하고, 강감찬은 '항복'은 불가하며 황제가 몽진을 떠나서라도 시간을 벌어 항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종은 '몽진(蒙塵)'이라는 말에 경악하며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 밖에 없다는 강감찬에게 "미쳤다"라고까지 비난하는데, 강감찬이 거짓 항복으로 적을 속여 시간을 끌자는 전략을 제안했을 때 현종은 “승리에 미친 광인같다”고 감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어조다. 항전을 주장하는 강감찬과 항복을 주장하는 재상들의 입장 차가 극한으로 치닿는 가운데, 현종은 '항복'도, '몽진'도 없다며 “개경에서 항전을 불사할 것”을 선포한다. 이후 원정황후가 다시 그에게 항복을 하든지 몽진을 떠나든지 해서 황실을 보존할 것을 간청하지만, 현종은 듣지 않고, “그럼 혼자서 떠나겠다”는 황후에게 “그렇게 하라”고 말한다.
강감찬 역시 개경에서 피신할 것을 다시 권하며, 황제가 떠나지 않으니 떠나지 못하는 백성들이 있다는 말에 당황한다. 이후 거란이 서경을 포기하고 개경으로 직공(直攻)을 감행했다는 소식에, 항복을 주장하던 신하들조차 다시는 항복을 언급하지 않을테니 현종에게 일단 제발 몽진할 것을 일제히 청한다. 현종은 이를 듣지 않는데 이윽고 절령(岊嶺: 자비령의 다른 이름으로, 언진산맥을 통과하는 고개로 평양과 개성을 잇는 교통로이기 때문에 고려시대까지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였음)이 뚫리게 된다. 이런 긴급한 상황이 닥치자, 현종은 모든 백성들과 대소 신료들을 피신시킨 뒤 옥새와 마지막 조서를 양협(良叶: 승지를 지낸 고려관리)에게 내려서 보내고, 그 자신은 정전(正殿)에 홀로 남아 문을 잠근 채 자결을 시도한다.
백성들을 피난 보내고 대신, 수행원들과 함께 몽진을 출발하려고 하는데, 현종이 나타나지 않자, 신하들은 불안해하고, 황후는 이에 급히 "오지 않으시겠다면 무례를 범하고서라도 반드시 성상을 모셔와라"고 하명한다. 결국 이에 응해 급히 강감찬이 황보유의(皇甫兪義,？~1042년, 고려 왕실의 외척인 황주 황보씨黃州 皇甫氏 가문 출신으로 문하시랑門下侍郞에 이르렀음)를 대동하고 정전으로 뛰어 들어가다 양협과 마주쳐 조서의 내용을 듣게 된다. 조서의 내용은 '짐은 남쪽으로 도망쳐 전쟁의 참화를 확산시키고 싶지도, 인질로 잡혀 고려를 무너뜨리는 데 이용당하고 싶지도 않으니 차라리 고려를 위해 자결할 것이며, 승리한 뒤 용손에게 자리를 잇게 하라'는 것이었다.
황급히 달려간 강감찬은 정전의 문을 치며 울부짖고, 재빨리 도끼를 가져온 황보유의가 정전 문을 부수고 들어와 보니 현종은 결심대로 자결하지 못하고, 강감찬에게 황제의 자리가 너무 버겁고 두려웠다며 그 동안의 심적 부담을 호소한다. 이에 강감찬으로부터 "소신은 언제나 폐하가 자랑스러웠사옵니다"라고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결국 강감찬의 권유대로 몽진 길에 오른다. 몽진 길에 현종이 어느 계곡에서 임신 중임에도 몽진 길에 동행한 원정황후의 발을 직접 만져주면서 애틋함을 보이자 원정황후가 "황후가 아니라 태후가 된 듯 하군요. 천추전에 계시던 태후께서도 이런 대접은 못 받아 보셨을 겁니다"라고 말하면서 감사를 표하자 현종은 "그 분은 한번도 이런 고난을 겪어보지 않으셨겠지요"라고 답했다.
지친 황후의 발을 손수 주무르면서 한시름 더는가 했지만, 이번엔 이 전쟁으로 남은 아들마저 잃고 모든 게 황제 때문이라고 생각한 충주의 호장(戶長: 고려 때 향리직 중 제일 높은 직제. 향리의 우두머리) 박진(朴鎭)이 휘하의 무리들을 변복한 채 이끌고 기습했다. 박진에게 살해 위협을 받다가 다행히 뒤쪽에서 거란군을 막았던 지채문(智蔡文, 964~1026, 고려 중랑장中郎將으로서 거란의 침입을 방어하고 현종을 호종하여 상장군 우복야右僕射에 올라 1등 공신으로 추록됨), 장연우(張延祐, ?~1015, 현종의 나주 몽진길에 채충순, 주저, 유종 등과 호종한 공으로 중추사中樞使를 거친 뒤 판어사대사判御史臺事가 되었음). 황보유의 등이 도착해서 이들을 제압하고 다시 몽진길에 나서면서 채충순에게 '호족'에 대해 듣게 된다. 이후 충주에서 올라오던 통군사 최사위와 충주사록 김종현을 만나 그들에게서 충주가 위험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후 어느 빈 관아에 도착해 채충순, 최사위, 장연우 등과 앞으로의 일정 등을 의논하다가 원정황후의 조언을 듣고 충주 대신 공주를 거쳐 나주로 목적지를 정하고 몽진을 계획한다. 그러다가 그 주변의 백성들에게 음식을 대접받고, 이 중 어느 부부를 안으로 불러서 "사는 것이 어떻냐?"고 물으면서 황후와 함께 이들의 대답을 들었는데, 이들 부부가 전한 마을을 다스리던 관리의 인면수심적인 횡포에 대한 이야기와 채충순이 전한 이야기 등 당시 호족들의 횡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자신은 그동안 아무것도 모른 반쪽짜리 황제였다"면서 분노한다.
다시 몽진 길에 나서던 중 지채문과 장연우가 겨루는 활솜씨를 구경하다가 주변 호장들의 공격을 받는다. 창화현(昌化縣: 양주시 일대)의 향리는 "폐하는 제 이름이 뭔지 아십니까?"라고 대놓고 비웃으며 조롱하자 이에 분노하여 지채문에게 저들을 모두 말에서 끌어내리라고 명한다. 향리들은 백성들을 동원해 현종을 공격하려고 하지만 지채문이 순식간에 십수 명을 제압하자 도주해버린다. 이후 제압한 백성들에게서 "호장들이 지금 폐하를 잡아 거란군 진영에 넘기려고 계략을 꾸미고 있습니다"라는 비극적인 소식을 직접 듣게 된다.
몽진을 가던 도중 “나와 같이 가면 더 위험해진다”면서 원정황후를 최사위, 김종현(金宗鉉: 소배압의 거란군이 고려를 침공했을 때 강감찬을 도와 거란군을 패배시켰음)을 붙여 외가가 있는 쪽으로 돌려보내고, 현종은 지채문, 채충순, 장연우, 황보유의, 양협 등과 함께 다시 몽진길에 나선다. 이때 백성들이나 일부 호족들이 알아보기 쉽지 않게 평복으로 갈아입고 험준한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등 힘들게 이동하다가 공주 절도사(公州 節度使) 김은부(金殷傅, ?~1017, 1011년 현종 2년에 공주절도사로 있을 때, 거란의 침입으로 현종이 공주에 피란오자 큰 딸을 바쳐 비(妃: 元成皇后)가 되게 했음. 그 뒤에 다른 두 딸도 원혜황후元惠皇后·원평황후元平皇后가 되었음)의 환대를 받는다.
그날 밤 여독을 풀고 침소로 들어가는데, 김은부의 큰 딸을 마주하고 처음엔 옷을 지어 올린다 하여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그것이 곧 시침(侍寢)을 의미하는 걸 알게 된 후 김은부가 딸을 바쳐서 출세하려는 의미인지 알고 분노하다가 김은부의 큰 딸로부터 "아버지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자청해서 들어왔다"고 해명하는 말을 들었고, 다음 날 김은부의 글을 받아 나주로 내려갔다. 나주에서 전날 김은부가 쓴 글을 읽다 개경에서 예부시랑 강감찬의 부탁을 받고 내려온 강민첨에게서 거란군이 물러간 소식과 김은부의 딸(원성황후)이 손수 만든 어의(御衣)를 입고 개경으로 돌아왔지만, 불타버린 개경 거리와 황궁인 만월대(滿月臺)를 바라보며 울부짓는다. 그러다 힘든 몸을 끌고 온 강감찬을 끌어안고 운다.
현종은 김은부를 형부시랑(刑部侍郞)으로 삼아 고려 전체의 호족세력을 억누르고 중앙집권을 강화하기 위한 개혁에 착수한다. 조정 관료들은 지방호족 출신이 많아 대부분 반대하는데, 심지어 강감찬까지 거란의 재침(再侵)에 대비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대놓고 "불가하옵니다. 절대 따를 수 없사옵니다"라고 항명성 발언까지 한다. 이에 강감찬만 따로 불러내어 반대의 이유를 묻는다. 강감찬은 고려를 강성하게 하기 위해 호족들을 제압해야 한다는 대의에는 찬동하지만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한다. 그러나 현종은 지금 이 일을 하지 않으면 2차 침공 때와 똑같이 힘을 모을 것이며, 방어만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노선을 계속 밀어붙이려 한다.
그러나 이후로도 현종의 수난은 계속 되는데 전사자들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열린 법회에서 현종과 대도수의 아내를 비롯한 전사자 유족들과 함께 불공을 드린다. 그러나 책임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는지 아니면 다른 연유인지 몰라도 탁사정(卓思政)을 대도수의 부인과 같은 곳에 데려가는 실책을 저질렀고 이후 전사자와 유족들을 위해 불공을 드리겠다는 현종의 말에 양규의 처가 탁사정의 도주로 대도수가 포로로 잡혀서 죽음을 맞이한 일을 거론하며, "어찌하여 탁사정의 손을 잡고 대도수 장군의 명복을 비시옵니까"라며 현종의 진실성 없는 위선에 분노하며 비판한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명복을 빈다는 현종의 뜻이 진심이라면, 부처님도 용서할 것이니 탁사정을 참수할 것을 진심으로 간청한다.
현종도 백성을 버리고 몽진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사면했고 대신들 앞에서는 큰 소리를 쳤지만 전사자들의 가족, 특히 양규와 대도수의 처 앞에서는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법회가 끝나고 나서 힘없이 걸어가다 김은부의 큰 딸(원성황후)을 만나 이야기하게 되는데, “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는 계속 나아가 길의 끝에 가봐야 아는 법”이라는 말에 위로와 동시에 그녀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김은부가 강감찬과 대화한 뒤 강감찬이 그들의 편이 되지 않을 것이란 걸 확신한 뒤 현종에게 “강감찬도 쳐내야한다”고 직언하자 이 문제를 놓고 갈등한다. 일단 강감찬의 문제를 뒤로 미룬 채 호족체제 개혁에 협력할만한 신하들을 하나둘 설득해나가지만, 결국 자신의 길을 끝까지 반대하는 강감찬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에 대호족 출신이라 반대한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 현종은 강감찬을 파직시킨다. 파직선고 후 강감찬에게 "경은 이제부터 나의 신하가 아니오"라고 폭언까지 하지만 막상 그 말을 듣고 나가는 강감찬의 뒷모습을 보지 못하고 주먹쥔 채 손을 부르르 떤다. 그날 저녁 쓰린 속을 술로 달랜 뒤 일어나 원정황후의 침소로 가서 약간의 술 주정한 후 함께 잠든다. 그 다음 날 현종을 향해 원정황후가 “태조 시절처럼 가려서 호족을 솎아내면 안되냐”고 하지만 현종의 신념은 확고하다.
김은부의 의견으로 자신이 용서했던 신하들을 불러들여 6부의 일을 시켜 다른 신하들을 복귀하게 한다. 그러던 중 김은부의 잘못을 강감찬이 고하며 그를 파직시키라고 하지만, 강감찬에게 “경은 나의 신하가 아니다. 이 일은 불문에 부칠 것이다”는 의견을 나타낸다. 하지만 결국 강감찬이 그 일을 고발하는 상소를 올리자 분노하며 강감찬의 집에 찾아간 뒤 그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목을 조르려고 한다. 그러나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그에게 개경을 떠나 다시는 얼굴을 보이지 말라고 명령한다.
그후 눈물을 흘리며 미친 듯이 말을 몰며 저잣거리를 달리다 꺾인 길에서 건너오는 수레와 부딪혀 낙마한다. 낙마해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급히 황궁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으나 부상이 심해 피를 토하는 등 위중했다. 다행히 고비는 넘겼으나 그 사이 지방개혁에 참여했던 재상인 채충순과 최사위는 각각 남쪽과 북쪽으로 떠났고, 형부시랑 김은부는 붙잡혀 원정황후와 유진 등에 의해 재판을 받고 있었다.
다행히 현종이 깨어나 아픈 몸을 이끌고 정전으로 가서 김은부 부녀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자신도 전쟁 와중에 벌인 죄를 속죄하고 있으니 형부시랑의 죄도 용서하라고 말하지만, 재상들과 중신들은 물론, 하급 관리들과 황궁을 지키는 무관들까지 반대했다. 며칠간 이어진 상소와 원정황후의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다가 고향 금주(衿州: 현 서울 금천구 일대)로 내려갔던 강감찬이 올린 서한을 받아 본 뒤 김은부의 큰딸 김씨를 제3황후로 맞이하기 위해 입궁을 명한다.
강감찬이 올렸던 서한을 근거로 형부시랑 김은부의 죄를 사면하고, 그의 큰딸을 황후로 맞이하면서 내사시랑평장사 유진과 예부로 하여금 책봉식을 준비하게 하고 유진을 따로 불러 연유를 들은 후에 "계속 그렇게 질책하여 나를 성군으로 만들어주시오. 단, 앞으로는 정도를 걸으시오"라면서 그를 계속 신임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김은부에게 강감찬이 보낸 서한을 보여주면서 "한발 물러서 강감찬과 함께 생각해보자"고 말하면서 두 사람을 화해시키려고 한다.
이후 다시 김은부의 죄를 논하던 우간의대부(右諫議大夫: 문하성의 정4품 관직) 탁사정을 멀리 유배 보내면서 지방에 안무사를 파견하기로 했는데, 일부 안무사들이 지방 호족들의 명령을 받은 백성들의 반발로 돌아온 것을 김은부의 보고를 받고 놀라면서 강감찬의 행방을 알아보다가 마침내 친종장군 지채문과 기병 10여기를 이끌고 금주로 내려와 그 지역 호족들의 반역 시도에 반대하다가 목이 베일 위기에 놓인 강감찬과 으스대는 호족들을 분노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에 목숨의 위협받은 강감찬을 구하면서 그 자리에 모인 호족 대표들에게 경고했다. 이 자리에서 현종은 특히 '대모'로 나온 호족 대표에게 “내 목을 베라”면서 호기롭게 나서 결국 호족들의 뜻을 꺾고 굴복시켰다. 이들 호족 대표의 연서를 들고 궁궐로 찾아온 금주 호족 대표로부터 "폐하의 뜻에 끝까지 따르겠다. 학사승지(강감찬)을 잘 보살펴달라"라는 청을 받게 된다.
한편 현종이 기병 10여기만 이끌고 금주로 내려갔다는 소식에 걱정이 된 원정황후가 직접 마중했고, 황후와 대화하면서 이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차갑게 대한다. 이후 현종의 친조를 요구하는 거란의 사신을 상대하면서 친조에 갈등을 보이다가, 결국 장인이자 형부시랑인 김은부가 자청하여 가겠다고 하자 눈물지으면서 김은부를 사신으로 보냈고, 이 사실을 김은부의 큰 딸인 김씨 부인에게 알렸다.
현종: "거란의 사신은 들으시오. 흥화진은 절대로 내어줄 수 없소. 흥화진은 단지 하나의 성이 아니오. 우리 고려에게 흥화진은 거란의 40만 대군을 물리친 항전의 표상이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는 우리 고려인의 기상이오. 흥화진을 내어달란 말은 이 고려를 내어달라는 말이오. 하니 돌아가서 귀국의 황제께 분명히 전하시오. 고려라는 나라가 존재하는 한, 흥화진은 절대로 거란의 땅이 되지 않을 거요."
거란 사신: “전하! 지금 거란의 대군이 몰려오고 있사옵니다. 그들이 곧 압록강을 넘어 진격해올 것이옵니다. 정녕 그것이 두렵지 않으시옵니까?
현종: ”두렵소. 이 고려의 군사들이 죽어가고 백성들이 죽어가야 하는데 어찌 두렵지 않겠소? 군주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건 군주의 자격이 없는 거요. 하나 그 두려움에 짓눌려 싸우기도 전에 굴복하진 않을 것이오. 하니 어서 가서 전하시오. 흥화진을 갖고 싶으면, 이 고려를 굴복시키라 하시오."
현종은 거란 사신의 요구에 대응하는 방법을 둘러싸고 여러 신료들의 의견을 듣는다. 그 과정에서 무신(武臣)세력의 반발도 있었는데 이를 강경하게 물리친다. 이후 흥화진을 내놓으라는 거란 사신의 요구에 대해 최종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다. 현종의 이러한 선택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진 김은부의 딸 원성황후를 찾아가 위로한다.
김은부의 큰 딸이자 현종의 세 번째 부인인 김씨 부인을 찾아가 위로하긴 했지만, 이내 우는 모습에 난처해한다. 그러나 강감찬의 조언에 마음을 다잡고 참지정사(參知政事: 고려시대 중서 문하성에 속한 종이품 벼슬)가 된 유방에게 서북면 행영도병마사로 임명해 보내고, 문하시랑(門下侍郞: 고려시대 내사문하성에 둔 정이품 벼슬)이 된 유진에게 지방의 관리들에게 병력을 모집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머물고 있던 거란 사신은 돌려보냈다. 이후 지난 전투를 복기(復棋)하고 있던 강감찬을 찾아가 "경은 정말 한결같다"면서 그의 전략을 듣던 중에 거란에 사신으로 갔다가 탈출하기 직전 붙잡힌 형부시랑 김은부의 서찰을 받게 된다. 이를 재상들과 의논하니 곧바로 자청한 한림학사 승지 강감찬을 흥화진으로 보냈고, 이미 눈치챈 거란 사신이 먼저 앞질러 가면서 흥화진까지 이르다가 그곳에 머물던 유방과 정성에 의해 잡히게 된다.
이 소식을 전전승지 양협에게서 전해 들은 후 현종은 다시 김씨 부인을 만나 위로한다. 흥화진에서 돌아온 강감찬의 보고를 받은 후 현종은 그에게 동북면행영병마사(東北面行營兵馬使)로 임명, 군사 경험을 쌓으면서 김은부를 보살펴달라고 지시한다. 다만 이 일로 인해 안 그래도 그간 불만이 쌓인 상장군 김훈과 장군 최질, 그리고 이를 이용해 현종을 제거하려는 장작주부(將作注簿: 고려시대 장작감將作監의 종7품 벼슬) 박진의 충동질까지 더해지면서 이들 장수들이 올린 상주문(군사들을 모두 관리해야 하는 직책인 행형병마사에 문관인 강감찬을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보고, 전부 무장을 하고 한꺼번에 몰려와서 위협을 가하려는 장수들에게 현종은 "무엇을 우려하는지 나도 안다. 하지만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다.
나중에 이유를 알려주겠다.", "행영병마사는 군사뿐만 아니라 백성들까지 관리해야하는 직책"이라며 나름 온건하게 타일렀다. 그러나 최질이 "무관도 백성들을 관리할 수 있다"며 완강하게 나오자 "문관을 임명한 건 무관들이 오로지 전쟁 대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린 조치인데, 그것도 몰라서 내가 직접 얘기해야겠나? 서찰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답할 수 있는 사안인데 왜 군사들을 끌고 왔나?"라고 일갈하면서 항의하려 온 무장들을 질책해 되돌아가게 했다.
이어 재상단을 다시 불러모은 자리에서 현종은 중앙군인 6위의 군사 충원 및 훈련, 지방군의 상비군화 등 거란의 재침에 대비해 만반을 다해야 한다고 명령한다. 한편 김씨 부인이 이 자리에 음식을 마련해오자 기뻐하는 모습을 보인다. 판어사대사(判御史臺事: 고려시대 어사대의 정3품 관직) 장연우가 대소신료가 모인 자리에서 앞서 장군들을 모아 군주를 겁박한 김훈과 최질을 탄핵하고, 이에 유진, 채충순을 비롯한 관료들이 처벌을 요청하자 현종은 두 장군이 지난 전란 때 큰 공이 있었던 점을 거론하며 재론하지 말라고 명을 내린다.
이후 김씨 부인이 자신의 처소에 꽃을 놓은 것을 양협에게 듣고 따로 찾아가려고 했는데, 김씨 부인이 침방에 있다는 말을 듣고 그곳에 들어갔다. 그리고 원정황후와 원화황후, 김씨 부인 간의 대립, 처첩(妻妾) 간의 알력 다툼을 눈치채고 김씨 부인을 위로하면서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흘러 1014년에 들어 지난 전란 때 소실된 정전(正殿)이 재건되자 왕실 및 대소신료를 모두 대동한 채 다시 이궁(離宮)해 신료들 앞에서 지난 전란 이후 고려가 겪은 어려움들을 거론한 뒤, 거란이 재침할 경우 이번에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종이 김씨 부인의 처소에서 상주문(上奏文: 임금에게 아뢰는 글)을 읽어본 후 쉬려고 처소로 돌아가려는데, 김씨 부인을 두고 고뇌에 빠지기도 했다. 그 이후 군인들의 영업전(永業田: 고려시대 양반·서리·군인 등에게 지급했던 토지)을 회수해 관리들의 녹봉으로 사용하자는 중추사 장연우의 상소에 그렇지 않아도 문관 위주의 국정운영에 불만을 품었던 상장군 김훈과 최질이 반발해 조정(朝廷) 문을 박차고 나갔고, 이어 전사한 무관들의 가족들의 생계를 우려하자 중추사 강감찬과 참지정사 최항 등이 내어놓은 대책에 현종도 궁궐의 씀씀이를 줄이자고 제시한다.
그러나 조회에서 나온 김훈과 최질, 그리고 평소 현종에게 불만이 많았던 장작주부 박진이 군사들을 모아 반란을 일으켰다는 어사중승(禦史中丞: 어사대의 종4품의 관직) 노전(盧戩: 고려의 공신)과 감찰어사(監察御史: 어사대 또는 감찰사監察司에 속한 종6품 벼슬) 김종현(金宗鉉)이 보고를 올리자, 친종장군 지채문의 간청에 우선 응양군(鷹揚軍: 고려 2군6위二軍六衛의 하나로, 목종 때 설치되어 근장近杖·친종親從이라 하여 친위군의 임무를 맡았음)과 용호군(龍虎軍: 친위군親衛軍·시위군侍衛軍 성격을 가진 부대로, 응양군과 함께 2군을 이루고, 6위보다 상위였고 견룡군牽龍軍이라고도 했음)을 불러모아 방비를 강화하려고 했지만, 지채문은 이내 반란군에 의해 제압당했고, 그가 오지 않자 강감찬이 직접 서북면과 동북면의 군사들을 데리고 오겠다고 하자, 강감찬과 노전, 김종현에게 명령서를 받고 즉시 보냈다.
그러나 때를 맞추어 김훈과 최질이 군사들을 이끌고 정전을 포위해 그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장연우와 중추사 일직 황보유의를 내어놓아 유배를 보내고 그들에게도 국정에 참여해달라고 요구하자 현종은 이에 반발하며 만류하지만, 끝내 장연우와 황보유의가 자청해서 정전 바깥으로 나갔다. 이들이 군사들에 의해 폭행당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현종은 복수를 다짐한다.
서북면의 군사들이 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자 두려워하며 동북면의 군사들을 기다린다. 그런데 김훈과 최질의 군사들이 황궁 앞을 지키고 있던 군사들을 물리치고 조정으로 쳐들어오자, 이에 현종은 “자신 있으면 황제를 베어보라”고 소리치며 분노한다. 그러나 김훈과 최질이 “굴복을 안하면 신하들을 한명씩 없애버릴 것”이라고 협박하자 결국 굴복하고야 만다. 이미 굴복한 현종을 구출하러고 달려온 강감찬 등 동북면의 군사들에게 다시 동북면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한다.
이 사건은 현종 재위기에 김훈, 최질 등의 고위급 무신들이 일으킨 반란으로 ‘김훈·최질(金訓·崔質)의 난(亂)’으로 기록돼 있다. 1014년 음력 11월부터 1015년 음력 3월까지 약 4개월간 지속된 반란이다. 이 기간에 무신으로서 상참(常參)은 모두 문신을 겸하게 했으며, 또 어사대(御史臺)와 삼사(三司)를 금오대(金吾臺)와 도정서(都正署)로 각각 개편했다. 이로부터 무관이 문관을 겸하여 정사를 함부로 하게 되자 국가의 기강이 문란하게 되었다.
이에 전(前) 화주방어사 이자림(李子琳, ?~1034, 나중 이름은 이가도李可道로 청주 이씨이지만, 개경의 나성 축조를 총괄하여 마무리한 공로로 사성정책에 따른 국성을 하사받아 왕가도王可道가 되었음)이 왕에게 올린 계교에 따라 현종은 먼저 이자림을 서경유수판관으로 임명하고 미리 서경에 보내어 친히 장락궁(長樂宮)에서 잔치를 베풀었다. 이때 이자림 등은 술에 취한 김훈·최질·이협·최가정·임맹 등 19인을 주살했다. 그리고 황보유의·장연우를 다시 불러 기용하고 무신들이 고친 관직의 이름도 모두 복구했다. 김훈·최질의 난은 당시 문신을 우대하고 무신을 천시한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뒤에 1170년(의종 24)에 일어난 무신란의 선구가 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양협에게 김씨 부인 원성황후가 군사들에 의해 끌려갔다는 소식을 듣자 현종은 그녀의 처소로 찾아갔다. 그리고 처소의 관리에게서 원성황후의 마지막 옷과 편지를 받으며 "떠나간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읽고 잠깐 외출을 하는 사이에 신하들의 회담을 듣게 되는데 그것은 원정황후가 서북면의 군사들을 회군하라고, 조정을 침범하라고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었다. 이에 분노해서 원정황후를 찾아가 대노(大怒)하는데 원정황후는 자신은 이용당했다고 오열한다. 후에 원성황후를 내쫒을수 있다는 꾀임에 잠시 흔들렸다는 원정황후의 말에 매우 실망한다.
검교태사 수문하시중 유진과 문하시랑평장사 최사위에 의해 과거 몽진 당시 자신을 노렸던 자객이 개성부윤 박진이라는 걸 알고 정전에서 그에 대한 국문을 벌이려고 했으나, 실권자인 상장군 최질에 의해 흐지부지되었다. 이에 그와 대립하고 있던 상장군 김훈을 별도로 불러 제압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오히려 박진의 협박을 당하게 된다.
한편. 그 와중에 거란의 사신이 다시 찾아와 친조를 요구하면서 한때 동원령을 내릴 준비를 진행했지만, 자칫 자신들의 권력을 잃을까 우려하던 박진과 최질 등이 오히려 친조를 요구하면서 대신들과 싸움이 났고, 이에 현종은 재상들과 중·하급 신료들 그리고 자신이 잘못했음을 안 원정황후와 원화황후를 비롯한 황실과 궁인들, 그리고 개경 백성들의 통곡을 뒤로 하고 직접 친조를 하기 위해 최질, 박진 부자(父子)를 비롯한 반란군 수뇌부들과 함께 길을 떠난다.
그러나 친조를 하러 떠나기 전 중추사 강감찬에게서 친종장군 지채문과 김씨 부인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고, 이후 유진과 강감찬에게 사직한 관리들을 채우라면서 전 화주방어사 이자림을 불러 서경판관으로 삼으면서 김씨 부인에게 전하는 편지와 서북면행영도병마사 유방에게 "서경에서 준비하고 기다리다가 나를 대동한 반란군들이 서경에 다다르는 즉시 공격하여 한 명도 살려두지 말고 모조리 처단하라"는 밀지를 전했기에 현종이 친조를 하러 개경을 떠난 것은 최질을 비롯한 반란군 수뇌부와 배후인 박진 부자가 자신을 미끼삼아 서경으로 끌고 가 거기에서 모두 처단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개경 백성들의 통곡을 들으면서 서경으로 향하던 중 함께 가던 상장군 최질에게 개경에 남아있던 반란군 수뇌부는 물론 병부낭중 최구까지 반란에 가담한 인사들을 모두 서경으로 부르도록 했다. 그러나 이를 어느 정도 눈치챈 개성부윤 박진의 계략으로 인해 서경에서 반란군 토벌을 준비하던 서북면행영도병마사 유방과 그를 따르는 서북면 장수 및 군사들은 모두 통주성으로 가게 되었고, 어사중승 노전과 서경판관 조원, 감찰어사 김종현과 자신의 명으로 서경으로 와 반란군 수뇌부 암살을 계획한 권서경판관 이자림만 남아 자신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 난감해한다.
한편, 서경에 당도하기 전 잠깐 쉬는 와중에 다가선 박진과 대치하면서 현종은 "그대의 아들들을 죽인 건 거란이오. 그대가 나를 거란으로 보낸다면, 그대는 그대의 아들들을 또 죽인 것이오"라면서 소리친다. 이렇게 난감한 사이 흥륜사에서 현종의 편지를 읽고 단신으로 서경으로 간 김씨 부인과 동북면에서 중랑장 도용수와 일부 군사들을 이끌고 잠입한 친종장군 지채문이 이자림, 노전, 조원, 김종현과 합세했고, 서경에서 머문 다음 날 근처 사찰에서 불공을 드리다가 사찰의 신도로 변장한 김씨 부인을 보고 놀란다. 하지만 김씨 부인의 눈짓을 보고 눈치껏 아는 체하지 않으면서 근처에 사는 사람이냐고 말문을 열어 대화를 나누고, 김씨 부인으로부터 넌지시 한번 연회라도 즐기시라는 조언을 듣게 된다.
그 계획에 따라 상장군 최질에게 연회를 베풀면서 무희들의 춤과 검무를 진지하게 관람하다가, 최질에게 술을 따라주며 “이쯤에서 역적짓을 그만하고 그 옛날 거란으로부터 통주성을 지켰던 용장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설득하지만, 최질은 그런 현종을 비웃으며 연회장에 꿇어앉은 김훈의 머리 위로 술을 부으며 현종과 김훈 둘 다 모욕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현종은 결심을 굳힌 듯, 최후반 자신이 앉던 곳에서 양협과 함께 반대편 무대석으로 가서 검무를 추던 무희 중 1명과 술을 마신다. 그리고 그 무희가 건네준 술을 들고 돌아서서 반란군 수뇌부들을 돌아보면서 "다들 잔을 채우라"고 명한 뒤 이렇게 말했다.
"경들도 알겠지만, 태후께서 나를 낳으시다 숨을 거두셨소. 나는 태어나면서 한 생명을 빼앗았소. 그것이 나에게는 일생을 짊어야 할 멍에였소. 그래서 나는 보위에 오르면서 다짐했소. 절대로 한 사람의 목숨도 빼앗지 않겠다고 말이오. 그 어떤 죄인에게도 참형을 내리지 않고 이 나라를 다스려 가겠다고 말이오. 허나 이제 그 생각을 버리기로 했소. 세상에는 절대로 자비를 베풀어서는 안되는 죄인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소. 내 안의 연민에만 갇혀 있어서는 황제의 책무를 완성할 수 없소. 나는 이제 이 고려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칼을 드는 강인한 군주가 될 것이오."
잠시 눈을 감으면서 무희가 따라준 술을 마시고, 이어 움켜쥐고 있던 잔을 눈을 뜨면서 패대기쳐 깨부수고, 놀라는 반란군 수뇌부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황제의 군사들은 들으라. 저 역도들을 모두 처단하라." 이 명령과 함께 황제에게 술을 따라준 무희 양옆에 서 있던 지채문과 도용수를 비롯한 군사들이 쓰고 있던 가면을 벗고 등장해 반란군 수뇌부들을 모두 죽이고, 현종과 양협은 노전, 조원, 김종현 등이 호위하는 와중에 현종은 결연한 표정으로 아비규환이 된 연회장을 바라본다.
이 자리에서 최질은 김훈까지 자신을 막아서자 결국 김훈을 죽이지만, 어느 순간 주변에는 다른 무장들이 다 죽고 최질 혼자만 남게 된다. 최질도 마침내 지채문의 칼날에 목이 베어지며 죽게되고, 최질을 뒤에서 조종하던 박진마저 지채문의 칼에 즉사한다. 김훈·최질의 난으로 정권을 잡았던 무장들은 그렇게 권력을 잃고 전멸한다. “역도들의 가족은 어떻게 하냐”는 김종현의 물음에 현종은 그들은 벌하지 않겠다 하고, 오히려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명한다. 이후 궁궐에 갇혀 있던 신하들에게 전갈을 보내 현종이 역도를 제거하는데 성공했다고 전한다.
현종이 서경에 머물던 도중 거란의 사신이 또다시 찾아와 친조를 독촉하자 이번에는 어물쩡 넘기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맞서면서 “친조는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 갑론을박을 벌이다가 사신이 “전하께서 그렇게 충신과 역적을 구분 못하시니 고려에 정변과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난다”라고 선 넘은 막말을 하자 역린이 발동되어 결국 거란 사신들을 모두 개경으로 압송하라고 명한다. 이를 구실로 또 다시 거란군은 압록강을 넘어 고려를 침공하지만, 현종은 갑옷을 입고 병사들 앞에 나서 김훈·최질의 난으로 인해 분단될 뻔한 고려군을 다시 하나로 통합시키면서 거란군의 침입을 성공적으로 막아내는 한편, 내치에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흘러 1018년 압록강 인근에서 거란군이 다시 침입해오자 70대의 노신(老臣) 강감찬을 ‘상원수’로 명하고 부월을 하사하면서 출전하게 한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이 시점부터 선황제인 목종처럼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 와중에 아끼던 중신 장연우와 장인 김은부, 그리고 원정황후를 떠나보내긴 했지만, 원정황후가 죽고 나서 출전해 영주 안북대도호부에 주둔하던 강감찬을 비롯한 일선의 장수들에게 상복을 입지 말고 전쟁에 집중하라고 명을 내린다.
20만 대군을 이끌고 출정한 상원수 강감찬에게서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자 조정 대신들과 함께 초조해하다가, 곧이어 전령이 도착해 흥화진 삼교천에서의 승전보를 전하자 기뻐한다. 하지만 이후 거란군이 흥화진에 있는 고려군과의 전면전이 아닌, 개경으로 진군한다는 강감찬의 서신을 받은 후 대신들과 대책을 논의한다. 강감찬의 진언대로 또 한번의 몽진과 관련한 논의가 나왔으나, 현종은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경에서의 수성전을 명한다.
그 이유는 첫째, 개경은 이미 나성을 포함한 방어시설이 충분히 정비돼 있는 데 이를 포기하고 개경을 떠나면 사실상 거란군에게 방어요새를 공짜로 내어주는 것이며, 거란군이 개경나성을 거점삼아 고려의 공격을 쉽게 방어할 수 있다는 것. 둘째는 개경을 얻은 거란군은 언제라도 성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경기 일대의 평야를 약탈하며 식량을 취하게 되기 때문이고 셋째는 공성전에서는 공격 측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며 강감찬이 거란군을 추격하고 있으니, 강감찬의 고려 주력부대가 거란을 따라잡을 때까지 며칠이라도 버틸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도들에 의해 친조를 하러 가는 길에 수많은 백성들이 길거리로 나와 친조 행렬을 막았던 것은 '전쟁을 막는 것'과 '목숨을 보전하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 아니라 '고려의 승리'를 원했기 때문이었고, 그러니 "백성들의 '두려움' 속에 있는 '거란을 향한 분노'를 직접 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자"라며 수성전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강감찬에게 정예병을 포함한 고려 주력을 전부 맡겼기에 개경에 남은 군사는 500여명이 전부였고, 이 병력으로는 절대로 방어할 수 없다는 지채문의 의견이 나오자, 현종은 “개경 백성들과 함께 싸우겠다”고 말한다. 이에 성 밖 백성들에게 청야를 명하고 개경나성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과 함께 “모두 함께 싸우자. 싸울 사람은 병부로 와서 병장기를 지급받으라. 황제가 엎드려 부탁한다”고 호소한다.
처음에는 백성들이 청야전술에 반발하면서 병부에 무기를 받으러 온 사람이 상원수 강감찬의 처와 공부상서로 추증된 전(前) 서북면도순검사 양규의 처, 그리고 자신을 옹립했던 전(前) 도통사 강조의 처까지 단 3명이라는 것을 최사위에게 보고받고 절망했으나, 곧바로 최사위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개경 주변의 백성들이 청야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와 함께 직접 궁궐 밖으로 나가, 눈물을 흘리면서 "고맙다"고 말한 뒤, 곧 이 사실을 개경으로 내려가던 강감찬에게 전했다.
개경의 성문에서 병사들을 격려한 뒤 참지정사 유방을 비롯한 장수들, 재상들과 함께 개경으로 다가오고 있는 거란군의 대처법을 논의했다. 그 결과 적들의 진격을 하루라도 늦추기 위해서는 선행 척후부대를 섬멸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다음날 거란의 선발대 300기가 개경 근방에 나타나자 유방에게 남아있는 기병 100기를 이끌고 적의 척후를 섬멸하도록 지시했다.
거란은 300기의 척후부대를 여러 갈래로 나눠 동시에 개경의 전력을 파악하고자 했고, 유방과 지채문 등이 이끄는 개경의 고려군은 그것을 역이용하여 100기의 기병으로 신속한 기동과 매복전을 통해 분산된 거란군을 각개격파했다. 하지만, 거란의 소배압은 척후부대를 다시 보내는 대신 본군을 이끌고 개경으로 계속 진격하기로 했고, 현종은 대책 회의를 여는 도중 백성들의 피해가 1만에 이른다는 유방의 보고를 들었다.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고민하다가 '대군이 나타난다면서 속인다'는 생각에 문하시랑평장사 최항과 참지정사 채충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재상들과 장수들, 전전승지 양협을 비롯한 궁인들까지 대동하고 성 밖에 나가 소배압의 대군과 대치하던 중 원화황후와 연경궁주(후에 원성황후) 자매를 필두로 상원수 강감찬의 처와 전(前) 서북면 도순검사 양규의 처, 전 도통사 강조의 처를 필두로 많은 백성들이 횃불을 들고 합류하면서 놀랐고, 이에 놀란 소배압은 퇴각을 명령한다.
때맞춰 김종현이 중갑기병 1만 기를 이끌고 개경으로 늦지 않게 달려왔다. 현종을 알현한 김종현에게 목을 축이게 하면서 위로하고 상원수 강감찬이 있는 곳으로 복귀하라고 다시 명을 내린다. 그리고 "이제 전투가 시작될 것"이라는 검교태사 수문하시중 유진의 발언에 옥좌에서 정면을 응시한다.
초반 내내 이어졌던 귀주대첩에서 상원수 강감찬이 이끈 고려군이 대승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급사중 황보유의에게 듣고 놀라서 뒤로 넘어질 뻔했고, 이후 여러 신료들과 함께 기쁨과 환희의 눈물을 흘린다. 이후 개선해 돌아온 강감찬을 비롯한 장수들을 황실 가족들, 신료들과 백성들과 함께 격려하고, 강감찬에게는 특별히 금으로 만든 꽃 가지 2개를 직접 머리에 꽂아주면서 승리를 자축했다. 그러면서 강감찬에게 먼저 개경으로 가서 개선하라고 명한다.
이후 정전에서 신료들과 조회를 가지면서 전공(戰功)이 있는 이들 및 전사자들에 대해 유공자로 예우할 것을 명하고 여진 부족, 송 상인, 탐라 부족, 헤이안 시대 일본, 아라비아 상인 등 여러 국가에서 조공을 받고 공물을 하사받는다. 그날 밤, 아들 왕흠을 태자로 책봉하겠다면서 다짐하다가 밤늦게 찾아온 강감찬이 사직을 요청하자, 거절하면서 송의 상인에게서 받은 송 황제의 협공 제의에 대해 강감찬과 의논하다가 결국 지난번 억류해온 거란 사신을 돌려보내면서 사신을 보내 거란 성종 야율융서에게 화해와 현종의 책봉을 요청했고, 이에 야율융서가 승인하면서 본격적으로 고려는 항구적인 평화를 맞이하게 되었고, 현종은 정전에 모인 신료들에게 '고려가 주도하는 외교정책'을 당부한다.
곧이어 다시 사직을 요청한 강감찬을 끝내 윤허하고 그의 손을 잡으며 서로 “잊지 않겠다”는 말을 건네면서 눈물로 그를 배웅한다. 그리고 석양이 비치는 정전 밖을 바라보다가 다시 옥좌로 당당하게 향하는데, 그 사이에 놓인 선대 황제이자 사촌 형인 목종과 이모였지만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천추태후, 자신을 옹립한 강조와 자신을 위협한 김훈과 최질, 그리고 장인 김은부와 믿음직했던 중신 장연우, 먼저 떠난 첫 부인 원정황후의 환영을 보다가 옥좌에 오른 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빈 정전을 바라보는 장면을 끝으로 드라마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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