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鏡칼럼-귀주 강감찬과 노량 이순신의 승전고(勝戰鼓)
국가적 위기와 혼돈 상황에서 ’구국(救國)의 영웅‘으로 재조명돼 국민적 관심받아…4 .10 총선은 한국 정치 지형에서 중요한 중요한 의미
최근 우리 국민이 열광하는 두 역사적인 인물이 있다. 한 분은 고려의 문신이자 장군이고, 다른 한 분은 조선의 명장(名將)으로, 문하시중 강감찬(姜邯贊, 948~1031) 장군과 충무공 이순신(忠武公 李舜臣, 1545~1598) 장군이다.
각각 KBS2 TV 대하사극 전우성 감독의 ‘고려거란전쟁’과 김한민 영화감독의 ‘노량-죽음의 바다’의 주인공들이다. 두 역사적 인물은 드라마와 영화라는 작품을 통해 오늘날 국가적 위기와 혼돈 상황에서 소환돼 ‘구국(救國)의 영웅’으로 재조명돼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두 작품에선 의리와 배신, 승리와 패배, 삶과 죽음, 어둠과 빛 펼쳐져
‘고려거란전쟁’과 ’노량-죽음의 바다‘ 두 작품에선 70세에 비로소 무인(武人)이 된 강감찬 장군과 노량해전에서 전사(戰死)한 이순신 장군이 엮어가는 의리와 배신, 승리와 패배, 삶과 죽음, 어둠과 빛이 펼쳐진다. 두 장군과 측근의 인연들은 약 6백년을 두고 한반도를 다녀갔다. 한국사의 3대 대첩(大捷)으로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 고려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 조선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꼽는다.
10~12세기에 중국 북방에서 거란(契丹)이 세운 정복 왕조(916~1125)인 요(遼)는 만주로부터 서역에 이르는 광대한 땅을 지배하던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다. 거란의 제6대 황제 성종(聖宗, 야율융서耶律隆緒, 972~1031)은 1018년 12월 남경통군사(南京統軍使) 등을 지낸 소배압(蕭排押, ?~1023) 장군에게 10만 대군으로 고려를 침공하도록 명령했다.
고려도 거란의 3차 침공을 예상, 20만 대군을 육성하고 상원수(上元帥) 강감찬 도통사(都統使)가 총지휘를 맡았다. 고려 침입 후, 거듭된 패전으로 다시 압록강을 건너 돌아가려는 소배압의 거란 대군과 곱게 보낼 리 없는 고려의 대군이 귀주(龜州: 현재 평안북도 구성시)에서 맞붙었다. 이어 연주(蓮州: 현재 평안남도 개천군)에서 승리한 원수(元帥) 강민첨(姜民瞻, 963~1021) 대장군의 1만 4000기의 기병이 거란의 중심부를 향해 돌격했다. 이에 거란군은 참패하고 압록강을 향해 패주하지만 강민첨 대장군과 기병이 반령(半嶺: 산꼭대기와 산기슭의 가운데쯤 되는 곳)까지 추격하며 섬멸전을 펼치니 수천 명만 겨우 살아 돌아갔다.
귀주대첩은 자원과 인구수에서 항상 열세인 한국전쟁사에서 공성전(攻城戰: 성을 비롯한 방어시설에 의존하고 있는 적을 공격하는 전투)이 아닌 평지에서 벌어진 최후의 대승이었다. 고려 제8대 국왕 현종(顯宗, 992~1031, 재위: 1009년~1031)의 결단과 상원수 강감찬의 절묘한 전략과 제(諸) 장졸들의 죽음으로 맞이한 대승리였다. 결국 거란은 고려에게 구걸하다시피 평화협정을 요청했고, 고려도 실리적인 외교력을 발휘함으로써 이후 동아시아는 100년간의 평화를 누리게 됐다.
1598년 11월, 정유재란(丁酉再亂: 조선 선조宣祖 30년(1597 정유년)에 왜군이 재차 침입하여 일어난 전쟁)의 끝자락, 오직 이순신 장군만이 기꺼이 최후의 전투에 임했다. 본국으로 도주하려는 일본군을 관음포(觀音浦: 경남 남해군 고현면 차면리에 위치)에 몰아놓고 완전하게 격멸할 마음을 굳혔다. 사실상 상관인 명(明)의 제독 진린(陳璘, 1543~1607)과도 연합함대를 파하는 갈등을 마다하지 않고 최후의 결전을 설계하고 이루어 나갔다. 선조까지 원치 않는 마지막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결국 겨울 바다에서 전사하게 된다.
여해(汝諧) 이순신 장군은 결국 적국인 일본 명치(明治)해군의 스승이 되면서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는 지휘관으로 인정받는다. 두 영웅은 비할 바 없는 큰 공을 쌓은 무인(武人)이지만 동시에 일가를 이룬 문인(文人)이기도 하다. 장원급제하여 문관으로 관직을 시작한 강감찬은 70세가 되어서야 군인이 됐다.
‘고려의 이순신’과 ‘조선의 강감찬’
일각에선 강감찬을 ‘고려의 이순신’, 이순신을 ‘조선의 강감찬’이라고도 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명장(名將)은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신하 된 자로 한결같은 마음으로 주군을 모셨건만 위로부터는 정반대의 처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관리로 오랫동안 지방을 떠돌던 강감찬은 말년이 되어서야 현종의 전폭적인 인정을 받았다.
거의 모든 대신들이 거란에게 땅을 떼어주고(할지론割地論) 항복하자고 했으나 홀로 항전의 뜻을 꺾지 않았다. 결국 군주인 현종(顯宗, 992~1031, 재위 1009~1031)에게 인정받아 고려군의 총사령관에 임명됐다. 현종은 귀주대첩 승리 후 1019년 2월5일 개선할 때 직접 영파역(迎波驛: 황해도 평산에 속한 역)까지 마중 나와 여덟 송이 금꽃(金花)을 강감찬의 머리에 꽂아 줬다.
오랜 전란이 끝나고 정세가 안정되자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문하시중(門下侍中)에 오른 강감찬은 생사가 오가는 전시(戰時)에도 현종이 믿고 의지하는 신하였다. 하지만 이순신은 상승 장군임에도 선조(宣祖, 1552~1608, 재위 1567~1608)는 질투하고, 의심하고, 핍박하며 모든 것을 빼앗으려고 했다. 그럼에도 이순신은 목숨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신하의 도리를 다한 충직한 신하요, 백성을 자신처럼 아끼고 사랑한 애민(愛民)의 표상이었다.
노량에서 이순신은 생사를 넘나들며 북을 쳐 아군의 사기를 높여줬다. 그 북채를 온 국민이 받아들고 크게 쳐 울려야 한다. 결코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 북채를 들고 온 힘을 다하여 북을 쳐야한다. 그 북소리는 뜨거운 심장의 박동이 되어 영원히 이어져 갈 것이다. 귀주 벌판과 노량 파도를 휘몰아치던 바로 그 북소리이다. 앞으로 나라의 명운을 결정하는 총선거를 앞두고 두 영웅이 오래전 구국을 위해 쳤던 그 북소리를 마음속으로 다시 들어면서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랄 뿐이다.
극단·혐오 총선…정책도 따져봐야…이것만은 알고 찍자
금투세·부동산·저출생은 비슷하고 대북정책은 갈려…與野 차별화 포인트
이번 4·10 총선거는 한국 정치 지형(地形)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장기 경제 불황, 날로 치솟는 물가,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 위협과 미중(美中) 패권 경쟁 등으로 인한 경제안보 불안 등으로 민생은 무척 힘들다. 고려거란 전쟁 때와 임진왜란 시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대다수 서민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다. 그런데도 제22대 4·10 총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집권 국민의힘과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민생과 동떨어진 선거경쟁이 치열하다.
여야는 이번 선거에서도 공약경쟁이 아니라 상대방 공격에만 집중하는 ‘네거티브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책을 정교하게 만드는 일은 힘이 드는 반면 혐오를 부추기는 일은 쉽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갈등, 국민의힘과 대통령실간 충돌이 블랙홀이 됐다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접어들자 다시 몇몇 후보자의 부동산 논란이 이슈를 집어삼키는 양상이다.
여야는 각각 야당 심판론과 정부 심판론을 내세운다. ‘우리가 무엇을 하겠다’가 아니라 ‘상대당이 1당이 되면 안 된다’는 주장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정당들이 일제히 공약집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원내 제1당이 유력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어떤 공약을 내놓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유권자들이 양당 정책을 직접 비교한 뒤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당에 한 표를 던질 수 있도록 쟁점별로 각 당 입장을 분석·평가했다. 몇몇 이슈에 대해선 양당 입장이 선명하게 나뉜다. 증권 투자자 관심이 큰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폐지 공약을 들고 나온 반면 민주당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전세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은 일괄 폐지, 민주당은 유지하되 임차인 등록제도를 통한 보완을 주장하고 있다. 주요국들이 추격 중인 반도체 산업을 한국 정부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놓고도 방법론이 사뭇 다르다.
대북정책에서도 국민의힘은 북한에 대한 자금유입 차단을 비롯한 제재와 압박에 중점을 둔 반면 민주당은 남북대화 재개, 한미일(韓美日) 군사동맹화 저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당이 과반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국회 운영은 극명하게 갈릴 전망이다.
저출생 문제에 있어서는 양당 모두 파격적 지원책을 들고 나왔다. 국민의힘은 2025년부터 5세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유치원 지원금을 현행 28만원에서 55만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3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모든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면제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민주당은 자녀 1인당 월 20만원 아동수당과 월 10만원 자립펀드 지원금 등 30만원의 지원금을 만 18세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신혼가구에 1억원의 대출을 해주고, 셋째 출생시 모든 원리금을 탕감해주자는 정책도 내놨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정당들이 공약에 대한 재정추계를 면밀히 했는지 등을 전문가와 유권자가 따지고 드는 게 바로 정책선거”라며 “공약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자신들의 정책이 더 나은 이유를 설명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野 “정권심판” VS 與 “구정치 심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개혁당, 녹색정의당 등 범야권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국민이 답답함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권의 국민 무시, 민생 외면에 대한 국민 평가의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구정치 심판’을 통해 입법 폭주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본부장은 ‘이(이재명)·조(조국) 심판론’을 내세웠다. 한 위원장은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3월28일 서울 망원역 앞 유세에서 “이(李)·조(曺) 심판‘은 민생”이라며 “우리는 정치개혁과 민생개혁, 범죄자들을 심판한다는 각오로 이번 선거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의 새 변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창당한 비례정당 조국혁신당이다. 이번 총선에서 어느 비례정당에 투표할 것이냐는 물음에 조국혁신당이 2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이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이날 4·10 총선에 투표권을 가진 국내외 유권자 수가 총 4428만1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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