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 실버타운에 이사 가도 받는다
금융 당국 상반기 제도 개편…최대 20% 더 받는 우대형 확대…시세기준 2.5억 미만으로 상향…일시금 인출 한도도 50%로 확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4월3일 서울 중구 주택금융공사 서울 중부지사를 방문해 고령층의 노후생활 보장 강화를 위한 주택연금 정책방향에 대해 주택금융공사, 보건사회연구원 및 주택연금 이용자 등 관련 기관·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금융위 제공
앞으로는 주택연금 가입자가 실버타운으로 이주하더라도 주택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일반 주택연금보다 월 지급금을 최대 20% 더 받을 수 있는 우대형 주택연금 가입 문턱도 더 낮아진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4월3일 오전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 중부지사에서 열린 ‘주택 연금 활성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내년부터 고령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인 가운데, 국내 상황을 고려한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 당국은 올 상반기 중 관련 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실버타운으로 이주해도 연금 계속 수령
주택 연금이란 만 55세 이상 집주인이 공시 가격 12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잡고, 자기 집에 계속 살면서 매달 연금을 받는 제도다. 공시 가격 12억원은 시세로 약 17억원 정도다. 평생 거주가 보장되면서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해도 연금 감액 없이 같은 금액을 평생 받을 수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주택 연금 가입자의 평균 주택 가격은 3억8300만원, 평균 월 지급금은 121만9000원이다.
주금공은 주택 연금 활성화를 위해 가입자가 실버타운으로 이주해도 연금을 계속 수령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는 주택 연금을 신청한 주택에 살지 않고 다른 장소로 주민등록을 이전하거나 1년 이상 거주하지 않는 경우 연금 지급이 종료된다. 질병으로 인한 병원 입원이나 자녀 집에서의 장기 거주 등 몇 가지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가 인정됐다.
정부가 늘어나는 고령층 주거 수요에 대응해 분양형 노인 복지 주택(실버타운)을 부활시키고 취약 계층을 위한 고령자 복지 주택을 늘리기로 한 만큼, 실버타운 이주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제도를 손질하는 것이다.
아울러 일반 주택 연금보다 월 지급금을 최대 20% 더 받을 수 있는 우대형 주택 연금 가입 문턱도 더 낮춘다. 현재는 시세 2억원 미만의 1주택자이면서 부부 중 1명 이상이 기초 연금 수급자인 경우 우대형 주택 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주금공은 상반기 중 제도를 개편해 가입 대상 주택 가격 기준을 ‘시세 2억 미만’에서 ‘시세 2억5000만원 미만’으로 올린다. 또 질병 등으로 목돈이 필요한 경우 일시금으로 인출할 수 있는 한도를 연금 한도의 45%에서 50%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공적 연금만으로는 충분한 노후 소득 보장이 어려워 주택 연금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3년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 역대 최대
주금공에 따르면, 2023년 주택연금 신규 가입은 1만4885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전 5년(2018~2022년)간 연평균 1만1355명이 신규 가입한 것에 비하면 31.1% 늘어난 것이다. 2023년 10월부터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주택의 공시 가격이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확대되면서 가입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 연금 가입 요건이 대폭 완화돼 기존엔 고가 주택으로 분류돼 가입이 어려웠던 14만가구도 가입 기회를 얻었다. 작년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공시 가격 9억원 초과 12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328가구가 주택 연금에 신규 가입했다.
또 2023년 10월 총대출 한도(100세까지 받을 월 지급금과 수수료 등의 현재 가치) 상한을 5억원에서 6억원으로 올리면서 월 지급금도 늘어났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총 대출 한도 상향에 따라 평균 월 지급금이 280만원에서 325만원으로 16.1% 증가했다.
월 지급금은 가입 당시 주택 시세와 가입자 연령(부부 중 연소자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주택 시세가 같으면 연령이 높을수록 월 지급금이 늘어난다. 부부 모두 사망하면 주택을 처분하는데 이때 처분한 집값이 연금 지급 총액을 초과해도 상속인에게 청구하지 않는다. 반대로 집값이 남으면 상속인에게 돌아간다. 주택금융연구원은 “주택연금은 은퇴 가구 자산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낮추고,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단”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취약 계층의 월 지급금 증액 등과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택연금
살고 있는 주택을 금융회사에 담보로 제공한 뒤 사망할 때까지 매달 생활비를 연금식으로 받는 상품이다.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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