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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4년05월09일 07시19분 ]
취득세 완화 등 밀린 법안 많고 개정 대기 중인 법률도 상당수…여소야대로 국회 통과 쉽지 않아…타협으로 만든 정책이 오래 가…尹정부 부동산정책, 역대 정부와 비교해보니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가 4·10 총선 이후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총선 결과가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이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거대 야권이 윤석열 정부 정책을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 같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상당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이뤄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중지시키고 다주택자 종합부둥산세(종부세) 완화도 해냈다. 재산세를 낮추고 대출 규제도 많이 풀었다.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했다. 재건축 사업의 주된 부담인 재건축부담금도 대폭 줄였다. 1기 신도시 등 낡은 도심이 계획적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할 수 있는 특별법(노후계획도시정비법)을 만들었다.

이들 성과의 상당 부분은 국회를 거칠 필요 없이 정부의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가능했다. 규제 완화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가시적인 효과를 서두르기 위해 정부가 여소야대(與小野大)의 국회를 우회하는 전략을 구사한 측면도 있다. 김선주 경기대 교수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법 개정이 자칫 하세월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재량권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했다.

 ●남은 규제 완화 대부분 법률 개정해야

윤석열 정부 전반기의 규제 완화가 정부 손에 의지했다면, 이제부터는 국회의 시간이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정책의 상당수가 국회에 발목 잡혀 있거나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중장기 규제 완화 공약도 국회의 법률 개정 사안이다.

정부가 추진하다 수렁에 빠진 게 취득세 다주택자 중과 완화이다. 정부는 2022년 12월 21일 다주택자 중과 세율을 낮추겠다며 “내년 2월로 예상되는 국회 입법에 앞서 중과 완화를 발표한 12월21일부터 소급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나도록 국회 통과를 하지 못하다 5월말 끝나는 이번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운명이다. 정부는 이미 소급 적용을 발표했기 때문에 어쨌든 다음 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주택자 중과 완화와 함께 제22대 국회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 윤 대통령이 공약한 1주택자 완화이다. 윤 대통령은 공약에서 1주택자와 생애 최초 취득세를 낮추겠다고 했다. 생애 최초 완화는 정부가 2022년 6월 발표하며 이날부터 소급 적용키로 했고 9개월 뒤인 2023년 3월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주택자 취득세 완화는 아직 추진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1주택자 재산세·종부세는 정부의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등으로 많이 낮춰졌다. 12억원(공시가격 8억3000만원) 주택의 취득세가 4000만원 그대로인데 재산세는 2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인하돼 거래세와 보유세 간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김종필 세무사는 “보유세는 어느 정도 완화됐기 때문에 정부가 이제는 거래세 완화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자료:행정안전부

 ●야당의 '금과옥조' 얼마나 양보할까

2025년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연장하기로 한 한시적 양도소득세(양도세) 다주택자 중과 중지도 정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더는 이어가기 힘들다. 다주택자 중과라는 법률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양도세 중과 완화와 함께 재건축 안전진단·공시가격 현실화 폐지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기존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양도세 중과와 재건축 안전진단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정책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됐는데 현 여당인 국민의힘(그 당시 야당)도 찬성표를 던졌다.

 
자료:한국감정원

정부는 2020년 문재인정부 때 현 대표 야당인 민주당(그 당시 여당) 일방으로 개정한 주택임대차 제도를 손볼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공약에서 종부세와 재산세를 장기적으로 통합하겠다고 했다. 종부세 역시 민주당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길만한 대표적인 정책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는 야당의 정치적 힘이 더욱 세진 국회를 마주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돌파구는 없을까.

정부가 계획한 대로만 밀어붙여선 규제 완화를 이뤄낼 수 없다. 이에 정부는 부동산정책 목표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제시했거나 염두에 두고 있는 정량적인 규제 완화에 얽매여선 안 된다. 윤 대통령이 공약에서 밝힌 방향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정상화’와 ‘국민의 눈높이’다. 부동산 공약의 주제어가 ‘정상화’였다.

취임 직전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에 부동산 정책의 원칙으로 ‘국민의 눈높이’가 강조됐다. 정부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부동산시장과 제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여대야소(與大野小)에서나 가능했지 여소야대(與小野大)에선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야의 다름을 전제로 한 소통과 타협이 필요하다. 이는 국회와 정부의 4~5년 임기를 넘어 멀리 보더라도 여야가 합의한 정책이 오래 가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안정성 모두에 이롭다. 야당 때 동의한 정책을 여당이 됐다고, 혹은 그 반대로 됐다고 손바닥 뒤집듯 쉽게 번복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1억 계획했다가 절반만 벌어도 이득

한국 부동산정책 혼란의 이유 중 하나로 정(政: 행정부)과 당(黨: 국회)이 하나로 움직인 여대야소를 꼽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야당을 배제하고 여대야소의 입법권을 휘두르는 바람에 종부세·양도세·분양가상한제·재건축부담금 등 주요 부동산정책이 롤러코스터를 탔고 급격한 ‘좌회전’과 ‘우회전’을 반복했다.

오래 가는 부동산정책을 만드는 데에는 오히려 여소야대가 더 나은 여건이 될 수 있다. 어차피 여소야대가 된 마당에 갈등과 파국을 낳기보다 소통과 통합의 정책을 만드는 기회로 삼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지난 2년간 여소야대에서 봤던 소통의 싹을 키우면 된다. 종부세 다주택자 중과 완화, 재건축부담금 완화 등이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에서 여야 의원 모두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정부가 당초 발표한 규제 완화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이는 ‘후퇴’가 아니라 ‘전진’이다.
1억원 벌 계획으로 장사를 시작해 5000만원만 벌었다면 5000만원 손해 본 것인가, 아니면 5000만원 이득을 본 건가. 그래도 절반의 이득을 얻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부동산정책이 나오면 오래 가고 국민 모두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尹정부 부동산 정책, 역대 정부와 비교해보니
박근혜정부와 비슷하지만…朴 ‘공급 축소’ vs 尹 ‘공급 확대’

윤석열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역대 정부 정책과 비교해 어떻게 다를까. 이전 정부와 비교해 ‘부동산정책 대전환’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먼저 김대중정부 이후 역대 정부 시절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암흑기를 맞은 부동산 시장을 떠맡은 김대중정부는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분양가 자율화, 양도세 한시면제, 토지 거래 허가·신고제 폐지, 분양권 전매 한시 허용 등이 담긴 ‘주택 경기 활성화 대책’이 나왔다. 이후 ‘주택 경기 활성화 자금 지원 방안’ ‘건설 산업 활성화 방안’ ‘건설과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차례로 내놨다.

하지만 규제가 대거 완화된 영향으로 2000년 들어 부동산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투기가 늘어나고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는 진화에 나서야 했다. 김대중정부는 국민임대주택 100만가구 같은 공급확대 정책을 펴는 한편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분양권 전매 요건과 청약 요건을 강화했다. 이 시기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도 깐깐해졌다.
 


김대중정부 바통을 이어받은 노무현정부는 투기세력을 억제하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힘을 썼다. 분양권 전매 제한과 재당첨 제한을 더욱 강화했고 수도권에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했다. 재건축 시장에서는 조합원 지위 양도에 제한을 뒀으며 전체 가구의 60%는 소형 평형으로 짓도록 했다. 2005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신설해 시행했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하는 한편 1주택자 비과세 요건도 까다롭게 만들었다.

각종 규제로 집값은 잠시 안정되는가 싶더니 정권 중반 이후 다시 폭등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수도권 집값이 급등하자 노무현정부는 더더욱 강력한 규제책을 내놨다. 분양가상한제 확대, 종부세 강화,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2주택 양도세 중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이때 등장했다. 하지만 결국 임기 내내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규제만 남발했다는 평가를 듣게 됐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정부는 그동안 급등한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보금자리주택 수도권 100만가구’ ‘지방 50만가구’ 공급 정책을 폈다. 하지만 정책이 효과를 내기도 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국내 부동산시장도 하락세로 돌아섰고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이명박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규제 완화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지역에 투기과열지구와 투기 지역을 해제하고,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정책을 폈다. 또 분양권 전매 제한을 풀고 LTV(주택담보인정비율)는 높이는 한편 취득세를 깎아주는 등 규제 완화 정책을 펼쳤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을 연장하고 매입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지원도 해줬다. 윤석열정부 부동산정책 기조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박근혜정부 당시 시장에서는 주택 매매 가격은 주춤한데 전세는 수요가 몰리고 가격이 뛰는 현상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부동산정책은 주로 전세난 해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빚내서 집 사라”라는 표현이 이때 나왔다. 2014년 LTV는 50%에서 70%로 상향하고 DTI 상한도 50%에서 60%로 완화했다.

박근혜정부는 주택 매매 수요를 살리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주택정비사업 규제 등 아직 남은 규제를 더 완화하거나 폐지했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낮추다 못해 조건만 맞으면 아예 면제해줬다.

이명박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기조를 뒤집은 점도 눈길을 끈다. 공공분양주택 공급을 연 7만가구에서 2만가구로 축소하고, 수도권에 새 택지지구를 더 이상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이 시기 수도권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이후 한동안 신규 택지가 등장하지 않았다. 공급 부족 우려에 주택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전세 가격도 떨어질 기미가 안 보였다.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성행한 것도 이 시기였다. 박근혜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는 대체로 윤석열정부와 비슷하지만 공급 축소에 나선 점은 다르다. 윤석열정부는 ‘청년원가주택’ ‘역세권 첫 집’ 등 공공분양주택을 5년간 50만가구 짓기로 하는 등 공급 확대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기조는 박근혜정부와 완전히 달랐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는 이미 집값이 과열되고 있었다. 문정부는 오로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로 투기 세력을 억제할 강력한 규제를 차례로 살려냈다. 문재인정부가 5년 동안 ‘부동산’과 관련해 발표한 대책만 28차례였다. 이 때문에 같은 진보 정권인 노무현정부와 닮은꼴이라는 평가를 수없이 받았다.

노무현정부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주택 구입 수요를 ‘실수요’와 ‘투기 수요’로 구분했다는 점이다. 다주택자를 투기 수요로 정의하고 과세는 물론 청약·대출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재건축 시장에도 전방위 규제를 가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 희소성 높아진 새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하면서 끝내 집값은 안정시키지 못했다. ‘대출이 틀어 막힌 탓에 서민 실수요자는 집을 살 수 없게 됐고, 현금 부자에게만 기회를 줬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尹정부 부동산 정책 영향은…분위기 반전은 어려워


윤석열정부는 ‘규제’를 외치던 전임 정부에서 ‘완화’로 돌아섰다고 볼 수 있다. ‘충분한 주택 공급과 시장 기능 회복을 통한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큰 틀로 정비사업, 대출 규제 등을 하나씩 풀어내고 있어서다. 다만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은 여파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정책 방향은 대대적인 정책 수술보다는 ‘연착륙’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평가다. 당분간 금리 인상과 경기 불황이 지속될 전망인 만큼 전격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해주면서 서울 고가 주택에 대한 여신 문턱이 낮아졌다”면서도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남아 있고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LTV 완화만으로는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집값 하락기 시장 연착륙 시도는 긍정적이다. 다만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취득세 등 관련 제도 개편이 남아 있으며 서울 강남과 수도권 핵심 지역을 제외하고는 규제 지역을 조기 해제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의견도 비슷한 맥락이다.

부동산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결정한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과 규제 또한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그 정책들이 시장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변수를 짚어보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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