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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4년06월19일 11시00분 ]
판사까지 탄핵하겠다는 野…사법부 독립은 맘대로 판결 아냐…법관 권한 막강, 나약해지지 말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해야…대법관 실력이 인권보호 첫째 수단… 법관되려면 서민의 삶 많이 경험을

더불어민주당이 급기야 ‘재판부 퇴출’ 카드까지 내걸었다.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중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를 겨냥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 과정에서 “원내 1당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정치검찰사건조작특별대책단장인 민형배 의원은 6월1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사건을 조작해 기소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결하면 다시 이를 바탕으로 기소하는 식으로 정치 검찰과 정치적 판결이 악(惡)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며 “어떻게 응징할지 깊이 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지방법원은 앞서 이 전 부지사가 북측에 이 대표의 방북 비용(300만달러)과 스마트팜 사업비용(500만달러)을 쌍방울에 대신 내도록 했다며 9년6개월을 선고했다. 북측에 건넨 돈이 이 대표의 방북(訪北) 비용 대가로도 볼 수 있다고 인정했다. 민 의원은 이를 놓고 “재판부가 정치 검찰의 기소 내용을 그대로 수용해 판결한 정치 재판”이라고 주장했다.

1심 판결 이전 민주당은 검찰에 비판을 집중했다. 이 대표를 구속하려고 사건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에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자 재판부로 공격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민 의원은 “이 정도로 재판부가 무능하다면 국회에서 재판부를 퇴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담당 판사에 대한 탄핵 추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앞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판사를 선출직으로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내놓은 바 있다.이미 검찰 수사와 관련해 민주당은 이 전 부지사 판결에 대해 사건 조작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담당 수사 검사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검법 외에 수사기관이 사건을 조작했을 경우 수사기관을 무고죄로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 이른바 ‘이화영법’도 발의했다. 판검사가 법을 왜곡하면 처벌하도록 하는 ‘법 왜곡죄’ 발의도 검토하고 있다. 입법권을 통해 재판부와 검찰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시도다.

법조계는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사법권 독립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마음에 안 드는 결론이 나왔다고 법원을 공격하고 판사를 길들이려는 것”이라며 “입법부가 판사의 정당한 직무 수행을 두고 탄핵을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이어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사법 절차에 따라 항소하면 된다”고 덧붙였다.국민의힘도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사법 파괴 저지 특위’를 꾸려 민주당의 실력 행사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검사 출신인 유상범·주진우 의원이 각각 위원장과 간사를 맡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입법부도 모자라 사법부를 파괴하려고 한다”며 “전면 저지하겠다”고 했다.

     법관의 자격과 역할은 어떠해야 하나…“재판 지연 해소” 거듭 강조  

삼권분립이 엄연히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사법부가 요즘 국회, 특히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재판부 퇴출’이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퇴출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법부의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관들이 ‘법원은 칼도 없고 지갑도 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엄청 잘못된 말이다. 어느 칼이며, 어느 지갑도 사법부에 복종하지 않는 데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조 대법원장은 6월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장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법부의 역할이 담긴 헌법 조문들을 직접 짚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라며 “막강한 권한을 가진 법관들이 나약해지거나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 만료를 앞둔 대법관 3명의 후임에 대한 임명 제청 원칙에 대해선 “실력이 인권을 보호하는 가장 첫 번째 수단”이라고 못 박았다. 법관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시장통에 가서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 같은 삶의 현장을 직접 많이 경험해 보라”고 조언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정치의 사법화에 이어 경제의 사법화까지 심화되면서 사법부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민감한 사건들이 사법부로 밀려들고 있다. 미국도 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걸로 나라가 두 쪽으로 나누어져 한쪽에선 재판을 잘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똑같지 않나.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할 수밖에 없다.”

―이런 때일수록 법관과 대법원장의 역할은.

“문제가 됐을 때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사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다.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을 앞장서서 지켜낼 거고, 법관의 권한이 막강하니 자부심을 갖고 재판해야 한다. 대통령도 사형을 선고할 수 없지만 법관은 할 수 있다. 법관들이 자꾸 나약해지지 말고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방안은.

“사법부 독립이라고 개별 법관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게 아니다. 사법부가 판결의 일관성을 가진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국민의 신뢰를 얻고 제대로 봉사할 수 있다. 국민이 형을 높이라 하고 구속하라고 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헌법과 법률인지 고민하고 일관성을 갖고 제대로 재판해야 한다.”―사법부에 대한 견제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법관에게 인신공격만 해선 긴장하지 않는데, 언론과 법학교수 등이 판결에 대해 학술적으로 비판하면 법관들도 ‘엉터리 판결했다간 이렇게 혼나는구나’라고 긴장한다. 법관이 헌법과 법률이라는 항로를 이탈하면 국민들 보기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보일 것이다.”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는데.

“국민들께 송구하고 그런 일이 생겼다는 자체가 안타깝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앞으로 시스템을 고쳐 나가겠다.”

―8월 퇴임하는 대법관 3명의 후임을 제청하는 최우선 기준은.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시각을 다양하게 봐야 하지만 실력이 최우선이다. 대법관 1인당 연간 3000건 넘게 처리해야 한다. 흔히 사회에서 인권과 다양성을 얘기할 때 성소수자 예를 많이 드는데, 성소수자 건강보험 등도 중요하지만 사형당할 수 있는 피고인에 대한 정교한 판결도 중요하다. 실력이 인권을 보호하는 첫 번째 수단이다.”

―앞으로 이념적으로 치우침 없는 대법원 판결을 기대해도 되나.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데 전원합의체에서 대법원장의 투표권은 13분의 1밖에 안 된다. 대법관 시절에도 전합에서 대법관끼리 고성을 지르며 법리를 다투고 한 달 동안 신경전 하는 모습도 봤다. 그게 대법원이다.”

―사회적으로 엄벌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양형 등 제도가 못 따라오는 문제도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계속 시정하고 있다. 성폭력도 예전엔 보통 3∼5년이거나 집행유예였는데 지금은 최하가 징역 3년이다. 기술 유출, 스토킹, 보이스피싱, 동물학대 등의 양형 기준도 높아진다. 다른 죄의 형량이 높아지니 지금은 살인죄가 오히려 형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형벌을 높이는 것만이 반드시 좋은 것인지도 깊이 연구해봐야 한다.”  

―청문회에서 밝힌 조건부 구속영장제 도입 경과는.

“사법 불신 중 큰 부분이 구속 문제다. 나도 학교(성균관대 로스쿨)에 있을 때 교수들이 현안을 두고 구속 여부를 물으면 전혀 답변할 수 없었다. 구속도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조건부 구속영장제가 100%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지만 현재로선 이 외의 다른 대안이 없다. 다만 입법 사안이라 우리가 할 순 없고, 국회가 입법하겠다면 반대하진 않겠다는 입장
이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 쟁점인데.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이 없어지면서 압수수색이 형사재판에서 가장 중요해졌다. 입법으로 할지 대법원 규칙 개정으로 할지 정해진 건 없고 관련한 정책 용역 결과가 9월에 나온다. 규칙으로 하는 게 논란이 된다면 국회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니 국회가 얼마든지 나설 수 있는 사안이지 않은가.”

―대법원장이 보는 법관의 조건은.


“법관이 되려면 새벽에 시장통에 가서 서민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 같은 삶의 현장을 직접 많이 경험해 봐야 한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격언으로 유명한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도 ‘런던의 빈민가에 가보지 않은 자는 내 연구실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법관은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갖춰야 국민들의 신(信)을 얻을 수 있다.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인 ‘인’, 정의감과 부끄러움을 뜻하는 ‘의’, 본인이 틀릴 수도 있다는 지적 겸손(intellectual modesty)으로서의 ‘예’, 법관으로서 실력인 ‘지’다. 이런 태도를 가진 법관들을 우대하는 인사를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법관 임용 ‘배석 3∼5년, 재판장 10년’으로 이원화해야”
재판 지연 해소” 거듭 역설… 법관 3000명이 年 600만건 맡아…다른 나라보다 업무 2∼8배 많아… 법관 늘리고 법관임용제 손볼 필요…재판연구원·사법보좌관 충원해… 판사의 과중한 업무 분담시켜야“

“제가 제일 외롭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어려운 시기에 와서 책임감이 무겁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3년 12월 취임 직후 ‘재판 지연 해소’를 사법부의 최우선 현안으로 꼽은 그는 주로 점심을 혼자 집무실에서 먹으며 시간을 아껴 일하고 있다. 휴대전화에는 ‘챗GPT’를 깔아두고 세계 각국의 사법제도 등을 영문으로 직접 찾아본다.

최근 2개월간 전국 법원을 돌며 구성원을 만나온 조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재판 지연 등 사법부 현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최우선 과제로 꼽은 재판 지연 문제의 진단은 마쳤나.“근본적으로 법관 부족이 심각하다. 휴직 등을 빼면 3000명도 안 되는 법관이 연간 600여만 건을 맡아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2∼8배 수준으로 많다.

거기에 가정법원의 면접교섭 같은 복지후견이나 회생사건 등 업무 범위도 늘어나는데 인원은 그대로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도 증거로 인정되지 않으니 모든 증인이 법정에 나와야 해 예전에 수백 건 처리할 시간에 한 건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복합적 문제인데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결국 법관 수가 늘어야 하고 법관임용제도 우리 실정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우선 법원장이 실태를 상세히 알기 위해 직접 장기미제사건 재판을 맡도록 했다. 판결문을 핵심만 간단히 써서 한 주당 3건씩 쓰던 것을 5, 6건씩 써 보자고도 제안했다. 또 재판연구원과 사법보좌관 등을 적극 충원해 법관 업무를 분담시켜야 한다. 사법 정보화를 서둘러 기록들을 전자화하고, 사건 요약과 판례 검색 등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025년부터 법관 최소 법조경력이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나는데.

“배석판사는 3∼5년, 재판장은 10년으로 최소 법조경력을 이원화하는 방식으로 법원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국이 (3명이 재판하는) 합의부를 유지하는 이상 거기에 맞는 판사를 뽑아야 한다. 체력이 좋아 기록을 꼼꼼히 볼 수 있는 젊은 배석판사와 경륜을 토대로 유무죄를 가릴 수 있는 재판장이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룰 수 있게 해야 한다.

”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 경력자들만 판사로 뽑는 ‘법조일원화’는 다양한 사회 경험이 있는 법관을 선발하자는 취지로 2013년 도입됐다. 2025년부터는 법조경력 7년 이상, 2029년부터는 10년 이상의 변호사나 검사만 판사가 될 수 있다.―배석판사는 젊게, 재판장은 노련하게 뽑자는 건가.“내가 아는 노래 중에 ‘몰라서 걸어온 그 길, 알고는 다시는 못 가게 된다’는 가사가 있다. 처음엔 몰라서 했지만 겪고 나면 못 한다는 내용이다.

재판연구관을 할 때 주말에 아픈 몸을 이끌고 다음 날 내야 하는 보고서를 한 페이지씩 넘길 때 이 가사가 생각나더라. 배석판사는 그만큼 깨알같이 악착같이 봐야 하는데, 법조경력 3∼5년 된 젊은 인재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경륜 있는 법관이 재판하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식 법관임용제는 우리나라 현실과 안 맞는다. 영미법 근간의 배심제인 미국은 당사자끼리 공방을 벌이고 재판장은 진행자로 다툼이 있을 때만 개입한다. 미국 형사재판은 무죄면 항소도 없고 판결도 안 쓴다. 반면 우리는 법관이 기록을 직접 다 검토해 유무죄를 가리고 많게는 수천 쪽짜리 판결문도 써야 한다. 이런 나라에서 미국식으로 하는 건 국민을 속이고 엄청난 과오를 범하는 것이다. 이미 실패한 벨기에 사례가 있는데 ‘우리는 끝까지 가보고 돌아가자’고 할 이유가 있나. 환상을 심어줄 게 아니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재판기간을 법으로 정하는 방법은 어떤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에 명시돼 있다. 예를 들어 선거사범은 1심을 6개월, 2∼3심을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공직선거법에 강행 규정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지켜지지 못할 만큼 법관 부족이 심각하다.”조 대법원장이 건넨 서류에는 선거사범의 재판기간을 강행 규정으로 정한 공직선거법 제270조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를 어겨도 재판 자체를 무효로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해당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법관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법정 규정마저 지키기 어려운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법관 증원 법안이 폐기됐는데.

“전국 법원을 순회할 때 ‘법관 한 명이라도 보내 달라’는 말을 가는 곳마다 들었을 만큼 전국 모든 법원에서 법관 부족이 정말 심각하다. 법관 수는 법으로 정해져 있어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3214명인 법관 정원을 5년에 걸쳐 총 370명 늘리는 법관정원법 개정안은 올 5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여야의 무관심 속에 끝내 국회 문턱을 못 넘고 폐기됐다.

―젊은 엘리트 사이에선 더는 판사가 1순위 지망이 아닌데.


“법관 급여가 동년배 로펌 변호사의 70% 정도라도 돼야 한다. 사명감으로만 법관을 하라고 하면 제도 운영이 안 된다. 로펌 급여의 3분의 1만 받고 누가 법관을 하려 하겠나. 싱가포르에선 법관 보수를 로펌 파트너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높였더니 국민의 사법 신뢰도가 90%가 넘는다고 한다.”

―사법부 예산이 국가예산의 0.33% 수준밖에 안 되는데.

“결국 재판 지연도 예산 부족과 맥이 닿아 있다. 재판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형사소송 전자화도 예산 문제로 늦어지고 있다. 최근 법원 전산망 해킹 사태 이후 전담 전문가를 채용하려 해도 월급이 너무 낮아 구인난이 심했다. 사법부 예산을 2000억 원만 증액해도 2조 원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 약력

1957년생(67세) 경북 경주 출생 △경북고,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23회(사법연수원 13기) △서울 형사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구지방법원장 △대법관 (2014년 3월∼2020년 3월) △성균관대 법학전문 대학원 석좌교수 △제17대 대법원장(2023년 12월 취임. 2027년 6월 정년퇴임 예정)

조희대 “노동법원만큼 통상임금 입법 급선무”
“통상임금-파견근로 장기미제 1000건… 관련법 명쾌하게 만들어야 신속 판결… 재판 지연 해소위한 법관 증원 필요”

조희대 대법원장


조희대 대법원장은 “노동법원 설치만큼 통상임금과 파견근로에 대한 입법 조치도 급선무”라고 밝혔다. 관련 법령이 모호해 특정 임금이 수당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와 파견근로자 지위 등을 두고 소송이 빗발치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거쳐야 최종 법리가 세워지는 현실을 입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이다.

조 대법원장은 “통상임금과 파견근로자 확인 관련 사건을 합치면 장기 미제만 1000건 가까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통상임금과 파견근로자 관련 장기 미제사건 때문에 기다리는 2심 사건이 360여 건”이라며 관련 통계가 담긴 서류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모든 회사의 모든 임금 항목마다 전원합의체로 와야 하는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노동법원 설치는 정부와 빈틈없이 협의할 것이고, 통상임금과 파견근로에 대한 입법 조치도 이뤄지면 법원 판결이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의 발언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설치’를 공식화한 노동법원에 대해 사법부 수장이 첫 입장을 밝힌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하루빨리 ‘근로자가 받는 모든 임금은 통상임금이다’란 식이든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입법 조치를 하는 게 급선무”라며 “파견근로자 관련 법안도 명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최우선 과제를 재판 지연 해결이라고 설명해온 조 대법원장은 “재판지연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법관 증원과 법조경력 이원화 등 입법적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3214명인 판사 정원을 5년에 걸쳐 370명 늘리는 판사정원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문턱을 못 넘고 폐기된 상태다. 조 대법원장은 내년부터 판사의 법조 최소 경력을 5년에서 7년으로 늘리도록 한 법원조직법 개정에 대해 “배석판사는 3∼5년, 재판장은 10년으로 최소 경력을 이원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통상임금여부 항목마다 대법 전합서 결정, 이런 나라가 어딨나”
‘통상임금 조기 입법화’ 강조…현대제철 11년-기아 9년 소송…하급심·최종심 달라 혼란도 초래

“회사의 모든 임금 항목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와야 하는 이런 나라가 어딨습니까.” 조희대 대법원장은 통상임금 관련 장기 미제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조 대법원장은 “(기업체에선) 임금 항목이 하나 생길 때마다 5년쯤 지나면 그게 ‘통상임금이냐 아니냐’고 한다”며 “하루빨리 ‘근로자가 받는 모든 임금은 통상임금’이라든가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입법 조치를 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공무원의 경우에는 보수라든지 퇴직금이라든지 계산 방식이 법에 정해져 있어 다툴 일이 크지 않다”고 했다. 공무원의 임금 체계처럼 입법으로 기업체의 통상임금이 좀 더 명확해진다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취지다.이에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통상임금은 1개월을 초과해 정기적, 고정적으로 근로자에게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며 기준을 처음 세웠다.

하지만 그 뒤에도 정기적, 고정적, 일괄적 해석을 놓고 기업체별로 노사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통상임금 재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거치다 보니 소송 시간도 오래 걸린다. 현대제철은 11년, 기아는 9년 만에 통상임금 소송이 최종 확정된 바 있다. 여기에 1, 2심의 판단이 엇갈리거나 하급심과 최종심의 결론이 정반대여서 사회적 혼란도 빚어진다.특히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임금 지급 항목이 생기면 십중팔구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놓고 소송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가령 한 회사가 지급하는 복지포인트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분쟁이 생기면 결국 대법원까지 사건이 올라와 판례가 만들어지고, 그제야 기준이 생기는 것이 현실이다.조 대법원장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해서도 “파견 관계 등 판별이 어려운 경우나 소송 및 재정 부담 등을 감안하면 법을 좀 더 명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3월 대법원은 현대제철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현대제철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13년 만에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불법 파견 소송에선 사용사업주의 지휘 명령을 받는지에 대한 입증 판단이 핵심 쟁점이다. 그러나 현행 파견법에는 지휘 명령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현행법은 근로자 파견의 개념에 관한 간단한 정의만 두고 있을 뿐 사내 도급과 불법 파견을 구분하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를 구분하는 것은 전적으로 법원의 몫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근로자를 파견할 수 있는 업무를 32개로 한정한 현행법이 “산업 현장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싱가포르 법관 급여 높여 신뢰 확보…벨기에, 美법관임용제 도입했다 철회”
 사법개혁 연구에 챗GPT 등 활용…“인도는 재판 지연이 경제성장 막아”

“챗GPT에 해외의 사법개혁 우수사례를 물으면 늘 싱가포르와 벨기에 사례가 나온다.”조희대 대법원장은 판사의 최소 법조 경력을 2029년까지 10년으로 늘리는 이른바 ‘법조일원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피력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 얘기를 꺼냈다. 자신이 직접 챗GPT에 영문으로 성공적인 해외 사법개혁 사례를 여러 번 물어봤는데 그때마다 항상 이렇게 답이 나왔다는 것이다.

67세의 ‘노(老)판사’는 해외 사법개혁 사례를 설명할 때 글로벌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콘텐츠들을 자유자재로 거론하며 이해를 돕기도 했다.챗GPT가 우수 사례로 꼽았다는 싱가포르의 사법개혁은 법관의 급여를 유사 업계 최고 수준으로 인상시킨 것이 핵심이다. 싱가포르는 1994년 법관 등 공직자들이 민간으로 대거 이직하는 현상이 극심해지자 ‘최고 인재에게 최고 대우를’이란 정책 기조로 연봉을 대폭 올리는 개혁을 단행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개혁 이후 싱가포르 대법원장 연봉은 한화로 3억4500만 원, 대법원 고등재판부 대법관 연봉은 2억3300만 원으로 파격 인상됐다. 싱가포르 법원은 개혁 이전인 1990년대 초반까지 재판 지연과 사건 적체가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20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98%가 싱가포르 하급 법원의 공정함을 신뢰한다고 답하는 성과를 얻었다.

조 대법원장이 또 다른 성공사례로 꼽는 벨기에의 경우 한국처럼 대륙법 근간 사법체계에서 미국식 법관임용제를 도입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나라다. 하지만 법관 고령화와 인력 유출 등 한국과 유사한 부작용이 속출하자 1991년 국회 요구로 사법개혁을 단행했다.

젊은 법률가를 대상으로 ‘연수허가시험 제도’를 도입해 시험 합격 후 2년의 사법연수를 마치면 법관 임용자격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그러면서 직업능력시험 응시자는 최소 법조경력 4년, 구술평가시험 응시자는 최소 법조경력 20년 등의 제도를 통해 법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열어뒀다.조 대법원장은 인도에서 재판 지연에 따른 제조업 발달 저하와 외자 유치 난항 문제가 심각하다고 언급하며 유튜브에서 봤다는 강의를 인용했다.

미국 사법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는 대목에선 유전자(DNA) 검사로 무죄가 밝혀졌는데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죄수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살인자 만들기(Making a murderer)’를 언급하기도 했다.조 대법원장은 “국내에 나온 사법개혁제도 관련 모든 책도 보고 챗GPT에도 물어보고 해외파견 법관을 통해 45개국 사례 자료도 모두 봤다”며 “우리가 어떤 법관을 뽑아 어떤 처우를 해 어떻게 일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내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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